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잔 할까
  • 저자엘리엇 부
  • 그림
  • 출판사지식노마드
  • 출간일2012년 06월 12일
  • 대상연령자녀교육
  • 크기 / 페이지 / 503쪽
  • ISBN9788993322477
  • 가격18,000원

이 도서의 평점은? 17명평가

평점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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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문공간의 항해 기록,

마음을 고르는 고전탐독 일지 


여기, 세상의 눈으로 봤을 때 감히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한 남자가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건축사무소의 대표였으며,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많은 작업이 그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세계적 명문으로 불리는 좋은 학교를 나왔으며, ‘세상을 바꿀’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질주했던 남자.

그런데 어느 날, 숨 쉬는 일도 힘들만큼 구석에 내몰린다. 사회적 명성과 지위를 가져왔던 일에서도, 그로 인한 관계를 통해서도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머릿속이 온통 새하얀 백지장이 된 기분은 사춘기 소년이 할 법한 질문들을 불러온다.


가장 잘 알 거라고 생각했던 나를 사실은 제일 모르고 있었구나. 인생이 이렇게 느껴진 것은 어찌되었든, 온전히 나의 잘못이다. 내가 내 삶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어처구니없는 순간.


엉킨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간단했다. 잘라내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

인생이 엉키고 꼬였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방법.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답은 간단했다. 가족과 책.

그래서 모든 것으로부터 피난해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아주 먼 곳으로 이사를 감행했다. 그리고 독서를 방공호 삼아 숨었다. 숨 쉬는 것만큼 간단하면서, 효과는 상상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그러자 세상이,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만해 보이기 시작했다. 더는 세상이 넘어서고 정복해야 하는 허들의 연속이 아니라는 생각, 성공이라는 트로피를 쟁취하기 위해 세상과 한 판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신념을 내려놓게 되었다.


이제껏 해왔던 독서가 새로운 삶의 의미가 되고, 다시 가슴을 뛰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철학자, 작가, 시인, 예술가, 과학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질문을 하면, 그들은 언제나 답을 주었다. 때로는 위로와 큰 웃음을 주었고, 인생의 근본적이고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괴롭히기도 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이 되었다.

그렇게 “엄마나 아빠, 교사, 목사, 아니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누군가의 말대로 했다가 인생이 지루하고 비참해지더라도 그것은 온전히 당신 책임이다.”라던 프랭크 자파의 이야기를, 지금은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외롭고 불안할 때 고전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좋은 책은 대게 하나의 독창적인 생각이 있고, 대부분은 한 문장으로 표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하면서 밑줄 긋는 버릇이 있다. 어쩌면 ‘나’라는 인간이 밑줄 친 독창적인 생각들의 조합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 자신이다.”


저자는 책을 읽으면서 ‘인문학’과 ‘인문공간’을 구분하게 되었다. 인문학은 보통 문학, 사학, 철학을 의미하지만 인문공간은 문예, 역사, 사유를 의미한다. 그는 사회도 자연도 아닌, 인문공간의 존재를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인문공간은 오직 한 개인에 의해서만 창조가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인문공간은 권위가 철저히 해체되는 세상이다.

인문공간은 인류 공통의 관심사가 존재하는 세상이다.

인문공간은 조건 없이 다름에 열려있는 세상이다.“


한때, 세상을 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사람, 죽음을 꿈꾸기도 했던 지옥의 시간을 버틴 사람, 이제 다시 생의 의미를 찾아 항해를 시작한 사람의 발자취가 한 권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 인문학이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시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삶을 대하는 거칠고 비뚤지만 흥미로운 지도로 다가갈 것이다. 


‣ 코스모폴리탄으로, 독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건축가로 베트남에서 지속가능한 천만 명의 수도Great Hanoi(2008)” 서울에서 “Center1(2010)” 등의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현재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인문공간 정보융합”을 강의하고 있다.

명함에 “Husband | Father | Scholar”라는 문구가 지금의 그를 말한다. 현재 아내와 딸과 함께 그가 ‘나의 라퓨타’라고 부르는 하와이에 살고 있다. 영원한 독자이자 작가를 꿈꾸는 저자는 융합학자로서 책에 관련한 여러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사는 것이 고통일 때,

‘죽은 자들과의 대화’를 해보라


문득,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껴졌을 때가 있는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 든 적은? 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때 말이다.

피붙이의 기대도, 선배의 조언도, 친구의 위로도, 한 잔 술로도 털어지지 않는 공허감. 나는 텅 빈 껍데기일 뿐이라는 그 공포감은 날개가 없다는 듯 추락을 거듭한다. ‘왜?’라는 물음을 머릿속에 가득 메운 채 답을 구하려 하지만, 언제나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게서였다. 그렇게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반복 재생하는 이런 생각에 돌파구를 찾는다. ‘나’.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자기연민에 허덕이고 있을 때,

레이 브래드버리Bradbury는 “이런 쓰레기 같은 말은 쓰레기통에나 처박아 버려라. 늘 우리는 벼랑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무조건 뛰어라, 떨어지는 동안에 날개를 만들면 된다.Well, that's nonsense. You're going to miss life. You've got to jump off the cliff all the time and build tour wings on the way down.”고 뒤통수를 후려치기도 하고,

올더스 헉슬리Huxley는 “아마 이 세상은 다른 행성의 지옥일지도 모르겠다.Maybe this world is another planet's hell.”며 내 편을 들어주기도 한다. 


심란한 세상에 절망하고 있을 때,

프로이트Freud는 “개인의 ‘자유’는 문명의 선물이 아니다. 문명이 있기 전부터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The liberty of the individual is no gift of civilization. It was greatest before there was any civilization.”며 일깨워주기도 하고,

커트 보네거트Vonnegut는 “도대체 내가 ‘부시(bush-속어로 보지)’ ‘딕(dick-자지)’ ‘콜론(colon-똥구멍)’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살아야 하다니!The last thing I ever wanted was to be alive when the three most powerful people on the whole planet would be named Bush, Dick and Colon.”라며 박장대소하게 하며,

조지 칼린Carlin은 “나는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열렬히 지지한다. 이 둘은 떨어져 있을 때도 우리를 못 살게 구는데, 둘이 함께 손이라도 잡는 날에는 확실히 죽음일 테니 말이다.I'm completely in favor of the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 These two institutions screw us up enough on their own, so both of them together is certain death.”라며 고개가 아플 정도로 주억거리게 한다.



한 번에 스무 권을 동시에 읽다,

비선형적 독서의 행복


이 책은 272명이나 되는 ‘친구’들의 700여개의 인용quote으로 이루어져 있다. “좋은 책에는 대개 하나의 독창적인 생각이 있고, 대부분은 한 문장으로 표현 가능하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에게 그랬듯이, 272명의 친구와 그들의 독창적인 생각은 독자들에게 삶의 모든 순간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때로는 매서운 회초리와도 같은 조언자이며, 인생의 조타수이자, 달콤하고도 냉정한 연인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는 독자다. 읽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사랑한다. 그러나 책을 앞에서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끝까지 통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스무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방식을 선호한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할 때 생긴 습관이다. 어떤 사람은 산만하다고, 그게 무슨 ‘독서’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방식은 분명 장점이 있다. 특히 저자와 같이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에게는 더욱.


스무 권의 책을 앞에 쌓아두고 그 중 한권을 들어서 한 장chapter 또는 장의 일부분을 읽은 다음, 다른 책을 집어 들고 앞서 읽은 것과 관련된 것이거나 혹은 전혀 관계없는 장을 읽는다. 이렇게 하면 한 주제에 대한 스무 명의 저자가 가진 관점을 동시에, 병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고를 때도 선택한 책 옆에 꽂힌 두세 권의 책을 같이 집어 든다. 전혀 읽을 생각조차 없던 책에서 새로운 통찰과 아이디어를 얻는 즐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매우 똑똑한 그의 친구가 이런 방식에 ‘비선형적 독서non-linear reading’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다. 

비선형적 독서를 위해서는 좋은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많은 책을 사야 한다. 컬럼비아 대학 도서관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비선형적 독서는 엘리엇에게 놀라운 발견과 새로운 연결로 이어지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었으며, 최고 수준의 이해에 도달한 순간 복잡한 생각들이 명쾌하게 정리되는 행복을 주었다.


대학을 졸업한 다음 지구가 제 집인 듯 세계 곳곳을 누비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면서 알맹이를 잃었던 그는 다시 책에서 답을 구하는 독자가 되었다. 그는 가리지 않고 읽는다. 시, 소설, 비소설, 노래 가사, 명언, 영화, 비디오, 그림, 사진. 대신 신문, 잡지,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뉴스, 자기계발서를 끊었다. 이런 것들은 바쁘게 사는 방법을 알려줄 뿐이다. 그는 아름다운 아내, 함께 놀아줄 네 살 배기 딸이 있기 때문에 바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비선형적 독서의 좋은 점은 ‘대화’에 있다. 독서는 저자와 나누는 친밀한 대화다. 비선형적 독서는 그가 정한 주제를 놓고 스무 명의 위대한 저자를 초대해서 나누는 대화다. 자연스럽게 비선형적 독서를 통해 얻은 내 생각과 아이디어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고,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진다.

이 책은 272명과의 그런 ‘대화’로 구성되었다. 이 책에서 온전히 저자의 목소리를 내는 곳은 ‘서문’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그들의 언어를 빌어 자기 생각을 엮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