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영어 그림책 자세히 보기- 어른들이 생각하는 어린이 2001-12-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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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가지 식민지화

식민지화(Colonization)란 이미 알고 계시는 것과 같이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주권을 빼앗아 통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용어를 빌려서 어린이 그림책에 나타나는 두 가지 식민지화에 대해서 이번 시간에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단어자체가 너무 자극적이고 낯설게 느껴지실 겁니다. 좀 더 쉽게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식민지화란 힘이 강한 누군가가 힘이 약하다고 또는 스스로 무엇을 이루어 갈 수 없다고 여겨지는 존재를 자기 방식대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더 혼란스러우신가요? 그렇다면 아래의 실례를 들어서 이야기를 해보죠.

1. 첫번째 식민지화 – 어른들이 생각하는 어린이

모든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사람은 모두 어른입니다. 즉 읽을 사람이 어린이라는 것을 전제로- 내포독자(Implied reader)를 어린이로 해서 어른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것이죠. 이럴 경우의 어린이란 어린이 자체가 아니라 어른이 생각하고 있는 어린이입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흔히 어린이는 어른보다 못한 존재 즉, 미성숙한 존재라고 가정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에게는 무언가 가르칠 것이 많아지지요.
또 어른들은 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상상한 대로 되는 존재라고 여깁니다. 이럴 경우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힘을 행사합니다. – 식민지 국가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마음대로 통치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런 힘의 행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교묘하게 숨어있는 곳이 바로 어린이 그림책입니다. 과거에는 어린이가 단순히 어른의 축소판으로 여겨져서 어린이 문학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있다면 기껏해야 예절을 가르치는 책(courtesy books) 정도 였지요. 하지만 점차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오늘날에는 어린이 그림책이 중요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어린이 그림책 곳곳에는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의도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힘의 행사가 남아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것에는 어떤 것이 있는 지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지요.


① 교훈문학 – 어린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② 어린이들은 어른의 축소판이다.
③ 어린이보다 어른을 먼저 의식한다.



① 교훈문학 – 어린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아직 무언가를 모르는 존재라고 여길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그림책을 만들다 보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주는 기쁨이 아니라 교육을 하기 위한 하나의 매체로 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다행히 영어 그림책은 교훈문학적 요소가 우리 나라 그림책보다 훨씬 적은 편입니다. 물론 과거에는 많은 영어 그림책도 아이들을 훈화하기 위해 또는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쓰였지만 요즘은 그보다는 예술성과 문학성을 더 많이 생각하는 작품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어떤 그림책은 교훈문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영어 그림책이 번역되면서 전혀 다른 책으로 바뀌는 일이 많더군요.


◀ 네 잘못이 아니야 (고정욱 / 황금두뇌)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곤 얼른 집어서 읽어 보았습니다. 미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정신지체 어린이를 포용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이런 책이 출판되었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이런 식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을 까 하는 것이었지요. 제목부터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을 꼭 누구의 잘못이라는 것으로 풀어가야 했는지.. 많이 아쉬웠습니다. 정신 지체아이가 다른 정상아와 다른 것이 정신지체아 강혁이의 잘못이 아니라 오히려 강혁이를 미워하고, 무서워하고, 따돌리는 다른 어린이들의 잘못이라고 결론 내리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맘이 아주 무거웠습니다. 너무나 교훈적인 마지막 글,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을까 하는 씁쓸함, 그리고 우리말 그림책으로 예를 들고 있는 현실이 많이 슬픕니다. (영어 그림책 가운데 찾아보려고 했는데 제 능력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




② 어린이들은 어른의 축소판이다.

우리는 흔히 어린이는 아이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른들을 그대로 작게만 만들면 어린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생각으로 그림책을 만들다가 가끔씩 하게 되는 실수가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어른과는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낀다는 것을 놓치는 것이죠.

ⓐ 어른의 동화를 아이에게 주지 말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동화들이 어린이를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점점 연령이 내려가 아동용으로 둔갑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를 위해 썼다고 하지만 가끔씩 이것은 어린이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책들이 있습니다.

http://www.amazon.com/exec/obidos/ASIN/0786804165/qid=1006827299/sr=2-1/ref=sr_2_11_1/002-1765624-5520855”>The Big Box (Tony Morrison & Slade Morrison / Giselle Potter)
이 책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Tony Morrison이 아이들을 위해 쓴 책입니다. 세 명의 아이가 커다란 상자에 갇혀있습니다. 어른들은 이들에게 좋은 오디오, 맛있는 피자, 예쁜 옷을 사주지요. 하지만 이들은 바깥으로 나올 수가 없습니다. 어른들 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You can’t handle your freedom. 가끔씩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어기고, 어른보다 소란스럽고 원기 왕성하고, 어른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너희는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하면서 아이들을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 가두어 둡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최신 유행하는 옷, 게임기, 피자를 사주면서 그들을 사랑한다고 하지요. 하지만 끝내 그들에게 자유를 주지는 않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는 물론 내용도 좋고 그림도 좋지만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책의 형식을 빌어 우리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작가가 하고 있을 뿐이라는 강한 느낌만 남았습니다.

The Little Price
(Antoine De Saint-Exupery)
http://www.amazon.com/exec/obidos/ASIN/0060256656/qid=1006828265/sr=2-1/ref=sr_2_79_1/002-1765624-5520855”>The Giving Tree
(Shel Silverstein)

저는 위 두 권의 책을 고등학교 때 처음 읽었고 대학에 들어가서 다시 읽으면서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컬러로 된 그림과 함께 어린이 그림책 코너에서 볼 수 있더군요. 아동용도 아니고 유아용으로 분류해 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책을 어린이 책으로 보지 않습니다. 아무리 컬러 그림을 그려놓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다시 고쳐 쓴다 (개인적으로 더 맘에 안 드는 방식입니다.) 고 해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하거든요.


ⓑ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르게 보고 느낀다.

어린이 그림책의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로 환상동화가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Maurice Sendak John Burningham등 많은 작가들이 쓴 대표작들도 거의 판타지(fantasy)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판타지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 줄 때 아이들은 어른들이 의도한 것과 다른 것을 본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 중의 한 사람이 Helen Cooper의 작품 http://www.amazon.com/exec/obidos/ASIN/0552527068/qid=1007150957/sr=8-1/ref=sr_8_3_1/002-5084008-8030400>The Bear Under the Stairs의 주인공 William은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커다랗고 무서운 곰이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곰이 자기를 잡아먹을 까봐 미리 식사시간마다 먹을 것을 남겨놓고는 이것을 계단 아래로 던져 두지요. 이미 아시겠지만 무서운 곰은 실제로 있지 않고 William 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지요. 어느날 엄마와 함께 계단 아래 문을 열어보고 나서야 William 은 곰이 그 곳에 살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책에는 각 페이지마다 William 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곰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읽어 주는 엄마는 이것이 William 의 상상이라는 것을 금새 압니다만) 아이들은 보통 실제로 존재한 곰을 William 이 물리쳐서 도망가 버린 것으로 이해를 하곤 합니다. 낙하산을 타고 William 의 집으로 온 곰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William 뒤에도 살짝 숨어 있지요.- 그림을 잘 살펴 보세요. 아이가 실제로 있는 곰을 물리쳤다고 믿건, 상상 속에만 있다고 믿건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4세 무렵의 아이들은 이런 책을 보면서 스스로 두려움을 떨쳐 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 역시 아주 좋아하는 책이고, 저도 개인적으로 너무나 재미있게 본 책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이가 보고 느끼는 것은 어른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고 이를 어머니들이 그대로 인정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죠.

이런 경우와 관련해서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드리죠. 예술이 전당에서 '백구' 뮤지컬을 보았을 때의 일입니다. 처음에는 백구로 진짜 강아지가 등장하더니 나중에는 사람이 강아지로 분장을 하고 나와 투견 장면을 보여주더군요. 제 옆에 앉은 엄마는 아이에게 귓속말로 "너 아까 그 강아지가 사람이 된 것 알겠지?" 그러더군요. 저도 아이가 이해를 못할 까 봐 무언가 한마디 말을 해주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데 갑자기 우리아이 "엄마 왜 원숭이들이 나왔어?" (사람이 강아지 꼬리를 붙이고 나온 것이 우리 아이에게는 원숭이로 보였나 봅니다.) 라고 하더군요. 저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그냥 아이가 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요.


③ 어린이보다 어른을 먼저 의식한다.

어떤 어린이 책은 처음부터 어른을 의식해서 만들어 졌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책을 사는 사람들이 어른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어린이 그림책의 구매자가 주로 부모가 되자 (과거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했을 때는 도서관의 사서나 전문가들이 주 구매자일 때가 있었습니다. ) 무엇보다도 부모의 감성에 호소하는 일이 많아 졌습니다. 부모들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모들은 그림책 전문가들이 아닙니다. 이렇다 보니 출판되는 그림책 또는 수입되는 영어 그림책이 많아지지만 가끔씩 전체적인 질이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캐릭터 책이나 디즈니 그림책이죠. 어떤 연구결과에 의하면 엄마들이 디즈니 책을 많이 고르는 이유는 엄마들이 어려서 보고 자란 책이 디즈니 책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출판사는 엄마들의 과거 감성을 자극해서 이런 책을 계속 만들지요. 이런 이유로 엄마들이 과거에 감명 깊게 보았던 다이제스트 디즈니 명작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장 많이 읽혀지는 책이 되기도 합니다.










결론 :

어른들은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를 잘못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흔히 우리 어릴 적을 생각하면서 아이를 대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현재의 우리 아이들은 과거의 우리들이 아닙니다. 항상 내가 아이 편에서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지 가끔 멈추어서 생각해 봐야 하겠죠. 그림책을 읽어 줄 때 우리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우리도 모르는 채 힘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 지도 항상 경계해야 할 것 입니다.
아이들이 그림책의 플롯을 이해하지 못할 지라도, 엄마가 좋다고 고른 책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않더라도 아이는 엄마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 주는 여유도 있어야 하겠지요.


다음 시간에는 두 번째 식민지화- 백인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영어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문화의 종속화가 아닐 까 합니다. 비록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수는 없겠지만 일단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함께 가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참고 도서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 (페리 노들먼 지음, 김 서정 옮김 / 시공주니어)
어린이 책의 역사 (존 로 타운젠드 지음, 강 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유아문학교육 (김현희, 박상희 공저 / 학지사)
환상그림책으로의 여행 (한국 어린이 문학 교육 연구회 / 다음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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