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실패 2015-07-06 17:55
1253
http://www.suksuk.co.kr/momboard/AHX_004/83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값진 실패


“우리 학교는 한 사람의 삶에 있어 성공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패 또한 매우 중요한 인생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그만큼 더 성숙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살아온 삶속에서 자신이 실제 경험해 본 실패는 무엇입니까? 또 그 실패를 통해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합니까?”


매년 소위 말하는 명문 사립 기숙 고등학교에 응시하는 학생들의 입학원서 작성을 도와주고 하는데, 위의 내용은 이름을 대면 누구나 다 알만한 명문 사립 기숙 고등학교에 응시하는 한 학생의 입학원서 작성을 도우면서 접했던 에세이 주제 중 하나입니다.

각 학교에서 매년 내어 놓는 많은 다른 에세이 주제들을 접해보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주제가 바로 이 주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무조건 하는 일마다 최고, 최우수, 승승장구만이 이생의 모든 것 인양  아이들을 몰아가는 이 세상에 성공보다 실패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학교가 왠지 고맙기까지 하고, 좀 더 나아가서는 이게 바로 미국의 멋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실제 저는 많은 학생들을 접해오면서 9학년, 10학년 철부지 시절 소홀히 했던 학업으로 말미암아 일찌감치 용기를 잃고 자신의 장래에 대해 자포자기로 돌아선 아이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습니다.

 

 

나 :  넌 어느 대학에 가고 싶니?
학생 :  대학은 무슨 대학이요? 포기 했어요.
나 : 그게 무슨 소리야?
학생:  9학년, 10학년때 성적을 망쳐놔서 전 가망이 없어요.

학생들과 자주 나누게 되는 대화 내용 중 하나입니다. 그럴 때면 저는 아이를 붙잡고, “절대 포기하지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인생을 길게 보고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야. 지금이라도 마음을 독하게 먹고 덤벼봐. 그럴 수만 있으면 너는 9학년때부터 꾸준히 공부 잘한 아이들이 내세우지 못할 특별하고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선생님 말만 믿고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들어 보는 거야.” 하며 아이들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이 호소가 용기를 잃고 꿈을 잃어 버린 많은 아이에게 먹히는 이유는 바로 저 자신이 실제 체험한 성공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일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미국에 이민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에 거듭하던 저는 정학을 물론 아무나 들어간다는 3류 대학에 가서도 1년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엔 퇴학을 당하는 부끄럽고 쓰라니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를 위해 거칠고 험한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신 저의 부모님 마음에도 한동안 돌이킬 수 없는 큰못을 박았던 어두운 시절을 저는 거쳤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시 부여잡고 공부에 뛰어든 저에게 어두운 과거는 새로운 희망의 세계를 향해 몇 걸음이나 더 멀리 갈수 있는 귀중한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고 저는 확실히 믿습니다. 2년제 시립대학에 입학해서 미친 듯이 공부에 전념했고, 바로 다음해 4년제 주립대학으로 편입,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컬럼비아 대학원 입학, 주립대학원 박사과정 입학, 미국이라는 나라는 저의 어두운 실패를 색안경을 끼고 단순한 실패로만 보기보다 오히려 그로 말미암아 한층 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는 감사함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성적이 저조해 기가 죽은 아이들을 상담하며 얘기합니다. “대학교1학년때 선생님 평점이 뭐였는지 아니? 4.0만점에 0.03이었어. 학장이 퇴학을 통보하며 내게 그 학교 역사상 기록이라고 했었단다.” 저는 시립대학에서 주립대학으로 편입 원서를 낼 때에도, 컬럼비아 대학원에 원서를 제출할 때에도, 박사과정에 입학원서를 넣으면서도, 평점0.03과 거듭된 정학과 퇴학사실이 숨길 수 없이 인쇄되어 있는 학적 증명서가 마치 전과자의 낙인과도 같이 저를 쫓아다니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아이비리그 학교에 원서를 넣겠다고 했을 때 수없이 많은 주위사람들이 시간낭비라며, 정신이 나갔다며 저를 꾸짖곤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는 감수정이 예민한 사춘기 나이에 미국이라는 새로운 나라에 와서 많은 유혹과 시험에 접했으며, 어린 저는 그런 유혹과 시험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수많은 실수와 좌절을 겼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제가 이런 유혹에서 벗어났을 때, 그많은실수와 좌절은 오히려 저라는사람을더 성숙하고 확고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된 사람으로 변화시켜주었음을 발견했습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저는 학업을 통해서도 저의 새로운 모습을 증명해 보였다고 믿으며, 어두운 경험을 바탕으로 내게 새로운 기회와 삶을 허락한 이사회에 어떤 모습으로든 이바지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는 대학 편입 때, 대학원 입학 때, 박사과정 입학 때마다 입학 원서에 ‘한번이라도 퇴학을 맞은 경험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질문과 함께 ‘만약 그런 경험이 있을 경우 그 사유를 쓰시오’라는 항목에 써 낸 일종의 사유서 내용입니다. 저는 아직도 이 사유서가, 그리고 저의 어두운 과거가 담겨 있는 학적 증명서가 저의 대학 편입, 대학원 입학, 박사과정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고 철저히 믿고 있습니다.
저의 어두운 과거를 빙자해 내 자랑을 하자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지금 어디서인가 철없던 시절의 실수로 인해 좌절에 빠진 어린 나의 학생들, 용기를 잃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그렇기엔 너무나도 어리고 아까운 나의 사랑하는 한인 학생들이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나의 얘기를 통해 “나도 할 수 있을까?” / “나도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나도 할 수 있어.”라는 실날 같은 한줄기 희망이라도 붙들고 새로운 시작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저는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원진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독후활동 워크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