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에게 당한 왕따 2015-07-0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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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에게 당한 왕따


왕따는 가해자와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의 관계가 원수처럼 극과 극이거나, 서로 도저히 친해질 수 없을 만큼 전혀 다른 사람들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직접 학교에서 왕따 문제를 접하다보면, 의외로 친한 사이였던 두 아이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 급변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였던 두 학생이 사소한 오해로 인해 사이가 멀어지고, 한발 더 나아가 서로를 심하게 헐뜯고 마치 원수 대하듯이 소원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입니다.


오해와 다툼이 둘 사이에서만 머무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둘 중 한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만 알고 있던 상대방의 약점이나 비밀을 폭로하면서 상대 학생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당하는 입장의 학생은 ‘그렇게 친했던 친구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이 심각한 수준의 왕따 피해자가 돼버린 사실을 깨닫게 될 수 있습니다.


밝은 성격에 늘 활발한 모습으로 다른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B와 A는 수업시간만 빼고는 꼭 붙어 다니던 그야말로 단짝 중 단짝이었습니다. 사이 좋기로 유명했던 B와 A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아주 사소한 오해때문이었습니다.


B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친구들이 B에대한 험담을 하던 중에 그 자리에 있던 A가 아무 생각 없이 “맞아, B는 다 좋은데 그것 하나는 문제야”하고 한마디 거들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A의말을 들어보니 B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려던 것은 결코 아니었으며, 그 문제는 평소 B에게도 직접 지적했던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B에게 유일하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면에 대해 다른 친구들이 지적하고 있기에 B가 그 부분만 고치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한마디 거들었다는 것입니다.


며칠 후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이 B에게 “A가 네 욕을 하고 다니더라”며 말을 옮겼고, 이 말을 들은 B는 자신이 믿었던 친구A가 알고 보니 가면을 쓴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습니다. A에게 크게 실망하게 되자, A의 변명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B는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고 A를 왕따로 몰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던 A의 단점과 약점을 부풀려 폭로하기 시작했고, 절대 믿을 만한 아이가 아니라는 등, 자기만 아는 공주과라는등, 예전에 둘이서 나누었던 농담들까지 끄집어 내어 A를 정말 상대해서는 안될 사람으로 몰아갔습니다.


누구보다 A를 잘아는 B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A에 대한 험담은 곧 많은 친구 사이에서 흥미로운 대화거리가 되었고, 아이들은 하나 둘씩 A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상상조차 못했던 왕따가 되어버린 A는 점점 위축되었습니다.

누구와 말을 섞거나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꺼려하기 시작했고, 마치 죄인이라도 된 양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웠습니다. 그렇게 밝고 활발하던 A는 학교에 오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아이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친한 친구에게 당한 왕따 해결 및 대처법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카운슬러인 저를 찾아온 A는 이제껏 있었던 일과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따돌림을 어렵게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간의 고통을 상기하면서, A는 시종일관 흐느껴 우느라 말조차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자기와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친했던 친구가 어떻게 그리 돌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토록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갈 수 있는지 하소연하는 A의 아픈 마음속에는 단순히 친구 B에 대한 불신만이 아닌 사람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왕따 피해가 무서운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이렇게 가해자와 피해자 둘만의 문제를 넘어 다른 사람과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어린 나이의 아이 마음속에 새겨 넣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A와 B가 진짜 절친한 친구관계였고, 서로 오해를 풀어주고 상대의 속마음을 알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주면 예전의 좋은 관계로 되돌아갈 여지가 남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볼만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파하는 A가 저를 찾아온 것 자체가, 본인이 겪고 있는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이고, 그러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이라는 생각에 그 용기가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A에게 제안한 문제 해결 방법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제가 직접 B를 불러 얘기를 들어보고 A의 뜻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둘째, B를 불러 A와 함께 제 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미국학교에서 실행하고 있는 친구 중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피해 학생에게 문제 해결책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껏 자신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해온 피해 학생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그 역할을 감당할 충분한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입니다.


A는 세가지 방법 가운데 마지막 제안이었던 친구 중재자의 도움을 얻기도 결심했습니다.

저는 이미 학교에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중재자 두 명을 골라 A와 B사이를 중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친구 중재의 장점은, 아무래도 또래 청소년들끼리 공유하는 감수성과 입장을 제일 잘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서로간의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있어서도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얘기들이 오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움을 얻고자 용기를 내어 찾아온 A와 사소한 오해로 A를 왕 따로 만들어놓았지만 내심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B는 친구의 중재를 통해 자신들이 겪은 아픔에 대해 털어놓고 서로의 마음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자신들의 언행이 상대에서 얼마나 큰 아픔을 주었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이 이 만남의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친구 중재를 통해 둘은 다시 좋은 친구 사이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되었고, 훨씬 더 크고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었던 왕 따 행위는 다행히도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제가 배운 교훈은 왕 따 피해는 뭔가 부족하거나 약한 모습을 가진 친구들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A와 같이 평소에 너무나도 평범하고 밝고 건강한 학생도 얼마든지 피해자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왕따 행위가 시작되는 계기는 아주 사소한 것 일 수 있으며, 그것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는 시간 또한 눈 깜짝할 사이일 수 있음도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친구 중재와 같이 왕따 문제나 친구들간의 갈등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여러 효율적인 방법을 사전에 준비해놓는 것, 이를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놓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제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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