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가해자 상담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015-07-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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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가해자 상담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학교 내에서 왕따 문제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 그 진위를 가리기 위한 노력은 교사와 학교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어떤 형태의 괴롭힘과 따돌림이 있었는지, 주동자는 누구인지, 다른 가담자가 있는지, 처벌이 필요한지, 그렇다면 누구에게 어느 정도 수위의 처벌을 내려야 하는지, 앞으로 같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상규명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물론 연루된 모든 학생의 인권이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피해 학생이 더 큰 상처를 받거나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철저히 ‘사실’에 근거해서 올바르게 상황을 판단하되, 가해 학생에게도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가해자의 인권이나 입장에 대한 고려는 진상을 조사하는 과정과 절차상의 문제일뿐, 이이 일어난 또는 현재에도 진행중인 왕따 행위의 시시비비를 규명하는 일만큼은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자세로 일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혹시라도 조사과정이 해당 학생들이 보기에도 대충 허술하게 이루어진다면, 피해 학생에게는 더 큰 불신과 상처를, 가해 학생에게는 법과 제도를 가볍게 여기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상 조사는 담임 선생님이 맡아 주도하는 편이 더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학교의 특성상 담임 선생님이 맡아야 한다면 처음부터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조사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우선 피해 학생을 따로 만나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혹시라도 가해 학생이 복수하지 않을 까하는 불안감, 고자질을 하고 있다는 자괴감등 피해 학생이 지닐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최대한 덜어주고,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선생님에게 터놓고 말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는 일입니다.

 

 


“선생님이 대충 얘기를 들었어. 얘기를 들으면서 네가 겪었을 아픔, 고통을 생각하니까 선생님 마음도 너무 아프고 화도 나더라. 그런데 넌 참 강한 것 같아. 아마 선생님이 네 상황이었다면 이만큼도 견디지 못했을 거야. 정말 많이 힘들었지? 너뿐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네가 겪은 고통을 겪을 이유는 없어. 네가 겪은 일은 분명 잘못된 것이고 정말 나쁜 것이야. 이제 너 혼자 아픔을 다 짊어지려고 하지 않아도 돼. 선생님이 도와줄게.

 

선생님을 믿어도 괜찮아. 그래야 해. 네가 겪은 일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너를 괴롭힌 아이를 벌주기 위한 고자질이 아니야. 너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지금 너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소중한 일이야. 선생님이 한가지 약속할게. 선생님과 얘기해서 혹시라도 네가 가해 학생에게 더 큰 고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면, 내가 책임지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방패가되어줄게 .선생님을 믿어.”


잔잔한 목소리로 피해 학생이 겪고 있는 아픔에 공감을 표현하고,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을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용기를 북돋고, 앞 오르는 혼자가 아니라 선생님이 지켜준다는 믿음을 준다면, 아이는 용기를 내어 지금껏 겪은 일들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할 것입니다. 분명 이 아이도 누군가에게 기대어 울며 자신의 아픔을 터놓고 싶었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해서 혼자 모든 고통과 아픔을 담아둔 채 앓고 있었을 지도 모르니까요. 일단 피해 학생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이를 학생이 자필로 자세히 기록하게 하는데, 이는 피해 학생의 조서로 사용됩니다.


피해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따로 가해 학생을 불러 조사를 시작합니다. 혹시 가해자가 한 명이 아닌 복수인 경우에도 가해 학생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가해자로 지목되어 조사를 받을 때는 불안감으로 인해 일단 자신의 행동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으며, 여러 학생이 서로 입을 맞추거나 그 중에서도 약자인 한 학생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는 등 복잡한 상황을 야기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해 학생 역시 조사가 끝나면 본인의 입장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조서를 자필로 쓰게 합니다. 다행히 가해 학생이 본인의 잘못이 솔직히 인정하고 자백한다면 모르지만, 그러지 않고 사실을 부인하거나 피해 학생의 진술 내용과 큰 차이를 보인다면 조사를 한번 더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단계는 같은 반 아이들을 비롯해 그 밖에 주위에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함께 지켜볼 기회가 많았던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 피해 학생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 증언을 듣는 것입니다. 이때 역시 증인이 되는 친구들에게 너희가 가해 학생의 잘못을 고자질 하는 것이 아니라 무고한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네가 하는 어떤 말도 비밀에 부친다며 익명성을 보장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증언을 한 학생들 경우 본인이 목격한 내용을 조서 형태로 자세히 자필로 기재하게 합니다.


그 뒤에 이해 학생, 가해 학생, 증인들의 조서 내용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처벌이나 앞으로의 대책방안을 검토합니다.

 


혹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입장 차가 크다고 하더라도 삼자대면 등 피해 학생에게 부담을 주는 방법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삼자대면을 통해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에게 위압감을 느끼고 도리어 이미 했던 진술까지도 번복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미 충분한 고통을 당한 피해 학생이 자신을 괴롭힌 가해 학생 앞에서 또 다시 부담, 고통, 아픔을 느끼게 할 수는 없습니다.

 

 왕따행위에 연루된 아이들을 조사할 때에는 무엇보다도 피해 학생, 증인, 가해 학생간에 서로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익명성을 보장해주어 야합니다. 가해 학생을 조사할 때에도 “네가 괴롭힌 아이한테 들었는데……” 라는 식으로 운을 떼는 것은 절대 금물이며, “우연히 어떤 경로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같은 말로 피해 학생과 증언한 학생들의 비밀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왕따문제등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폭력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을 더 이상 선생님들에게만 떠넘지말고, 학교차원에서 확고한 의지로 전체 과정을 책임지는 제도가 하루 빨리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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