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고 넘어야 할 산들 2015-07-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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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고 넘어야 할 산들


저는 하는 일의 주가 청소년 상담이다 보니 종종 청소년 관련 세미나에 강사로 불려다닐때가 있습니다. 세미나는 보통 크게 두 가지 주제로 나뉘게 되는데, 첫째는 대학입시관련, TJ입시 관련 등 학업에 관련된 세미나와, ‘우리 자녀 어떻게 키울 것인가?’ / ‘청소년 문화에 대한 이해’등 자녀를 키우는 우리 부모들에게 고민스러울 수 있는 일들을 서로 나누는, 세미나라기보다는 대화, 또는 의논을 위한 만남에 더 가까운 그런 세미나가 있습니다.


사실 저 역시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의 한 사람으로서 첫 번째 종류의 세미나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조금은 더 본질적이라 할 수 있는, 자녀를 사람답게 키우는데 있어 우리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들, 해야할일들에 대해 서로 마음을 열고 머리를 맞대는 두 번째 종류의 세미나가 더 재미있고 반갑습니다. 또 이런 세미나 외에도 심리학과 상담 학을 공부한 사람에 입장에서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심리, 그들의 자존감증대등등, 이럴 경우 제일 당황할 때가 강의 전이나 그 후에 나 자신이 피할 수 없는 이론과 실기가 따로 노는 상황을 직접 눈앞에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예전 Fairfax County에서 주관하는 한인부모들을 위한 ‘자녀양육 기술 강화’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할 때도 그랬습니다. 4주간 진행되는 그 프로그램에는 20명에 가까운 엄마와 아빠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엄마, 아빠가 되고 싶은 일념으로 피곤한 일정 속에도 매주 1회 수업을 통해 열심히 좋은 부모 되기를 위해 공부하는 모습이었는데, 부모들의 그런 열정적인 모습은 강의를 맡은 제 마음속에도 늘 감동이고 도전이 되곤 합니다.

 


보통 강의를 하게 되면 수업에 임하는 학생(학부모)들은 강사인 제가 마치 뭔가 좀 다른 아빠인 것처럼, 특별히 뛰어난 자질을 갖춘 아빠처럼, 기대 속에 강의를 경청하곤 하는데, 사실 제 마음속에는 그런 모습이 조금 더 좋은 강의를 해야겠다는 도전이 되기도 하지만, 솔직히 마음속에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만큼 저는 전혀 완벽하지도, 또 남과 다른 아빠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4주 수업 중 하루는 아이들에 자존감을 어떻게 높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 그날 강의의 주제였는데, 수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이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이지 말기, 아이들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기, 아이들의 눈높이에 우리의 생각을 맞추기, 인내하기등 이었습니다. 열심히 땀 흘리며, 소리 높여 강의를 진행하고 “우리 모두 다음 한 주간은 정말 이런 내용을 삶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이번 주 수업에서 드리는 숙제입니다.”하는 말로 수업을 마친 나는 늦은 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스스로 훌륭한 강의를 했다며 뿌듯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늦은 저녁 식사 후 고등학교에 다니는 첫째 딸아이와 시간을 보내고자 아이의 방에 들어선 저에게 이론과 실기 따로 놀기가 주는 도전은 단 몇분도 안돼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뭔가 잘못을 한 딸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묻는데, 이런 저런 이유를 대는 아이의 얘기가 제게는 구차한 변명으로 들렸고, 아이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보기 전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아빠도 실수하고 누구나 다 실수를 한다. 하지만, 실수를 했으면 변명을 할게 아니라 실수를 실수로 인정하고 사과하고 새로운 기회를 구하는 게 옳은 거다.” 라는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법한 장황한 내용의 설교로 아이를 몰아세우고는 방을 나왔습니다. 바로 한 시간 전 열을 내며 강의했던 내용과 어쩌면 그렇게 정 반대가 될 수 있는지, 딱 이럴 때는 자녀양육 수업을 강의하는 전문가의 모습이 아니라, 교실 저 끝머리에 앉아 수업을 들어도 모자란 형편없는 학생의 모습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얼마 후 딸아이의 방에서 꺼이 꺼이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분명히 저 울음소리는 아빠의 의도를 다 이해하고 본인의 실수로 받아들이고 우는, 후회의 소리가 아니란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마도 실수가 있기까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아빠에게 설명하려고 했던 것을 끝내 하지 못한 억울한 뜻이 담겨 있는 울음소리가 틀림없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심리학을 공부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저는 많은 경우 심리학적 지식과 사고가 일을 저질러 놓고서야 뒤늦게 머릿속에 찾아오곤 합니다. 이렇고 나면 바로 후회가 시작됩니다.

 


‘조금 더 차근차근 아이의 얘기를 들어줬어야 하는 건데…… 누구보다 실수한 자신이 제일 속이 상했을 텐데 …… 아이의 말을 그렇게 중간에 끊는 게 아니었는데…… 등등. 그러고 나서야 뒤늦게 벌려 놓은 상황 수습에 들어갑니다. 다음날 아침 딸아이가 일찍 등교를 하고 나서 딸아이에게 장서의  편지를 쓰는 겁니다. 그 편지에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빠의 큰딸 주혜야!
어젯밤에 아빠한테 야단맞고 많이 속상했지? 그랬을 거야.

 


아빠도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야단맞고 나면 막 화도 나고 속상하고 그랬어.
어제는 아빠가 주혜 얘기를 조금 더 들어주었어야 했는데…… 아빠가 정말 미안해..

 

 


아빠는 말이야.. 주혜가 어떤 실수를 해도, 세상 사람들이 다 주혜가 잘못했다고 손가락질해도, 그래도 아빠는 주혜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주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거야. 주혜를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을 기억해주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아빠는 주혜를 100% 믿어.
사랑한다. 아빠가……

 


편지를 쓰는 중에도 내가 왜 화를 냈는지, 왜 너에게 그런 얘기들을 해야했었는지에 대한 변명을 하려고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그런 나 자신을 멈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편지를 써서 딸아이의 침대 위에 올려놓고 출근을 하고, 일을 마치고 저녁 시간에 집으로 들어오자 큰 딸아이가 멋쩍게 웃으며 “Hi 아빠!”하고 와서 안깁니다. 저도 내심 ‘편지쓰길 잘했구나!”하며 딸아이를 더 꼭 안아 줍니다.


꼭 저의 개인적인 얘기를 들지 않더라도, 좋은 부모가 되기란 참 쉽지가 않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했다고 해서 청소년 상담을 오래했다고 해서 좋은 아빠가 되리란 법은 이 세상에 절대 없습니다. 순간순간 나 자신을 돌아보고 순간순간 더 좋은 아빠,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 없이는 이론과 실기가 따로 노는 것을 막을 재간이 없습니다.

 


말로는 “이렇게 합시다.” 하지만, 그 말과 지식을 머릿속만이 아닌 가슴속에 항상 안고 살지 않으면 실수하기가 참 쉽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가슴속에 안고 살아도, 그때 그때 실천에 옮기는 건 정말 더 어려운 얘기입니다. 또 혹여 실수라고 하고 나서 그것을 주워담는 것은 아빠 체면, 자존심, 이런 걸 다 잠깐이라도 내려 놓아야 가능할 때가 분명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산 넘어 또 산일 때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쉴 새 없이 크고 작은 산을 넘나들다 보니 한가지 깨달음이 생깁니다. 마치 육체적 건강을 위해 산을 넘는 사람들이 하산 때마다 느낀다는 만족감, 뿌듯함 못지 않은 아빠로서의 가슴 뿌듯함은 둘째 치고라도, 만족감, 뿌듯함 못지 않은 아빠로서의 가슴 뿌듯함은 둘째 치고라도, 딸아이들 가슴속 깊은 곳에 심어주는 사랑, 자존감은 분명 차곡차곡 쌓여 나가고 있을 거란 사실입니다.


한국에 어느 코미디언이 쓴책중”아빠가 되기는 쉽지만 좋은 아빠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본적이 있습니다. 정말 좋은 아빠가 되는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의 운동화 끈을 질끈 메고 다음 산을 오를 준비를 단단히 해봅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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