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찾아와 얘기해주면 좋겠는데 왜 말하지 않을까요? 2015-07-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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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찾아와 얘기해주면 좋겠는데 왜 말하지 않을까요?


왕따 행위가 극에 달해 피해 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할 만큼 당하고 나서야, 그래서 그 아이들이 더 이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는 시도를 하고 나서야 주위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왜 진작 선생님께 얘기하지 않았냐”고 말입니다. 마치 왜 선생님에게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일을 이렇게 크게 벌여놓아 여러 사람을 귀찮게 하느냐는 듯 다그칩니다.

 

 


그들의 말이 완전히 틀린 지적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을 때, 또는 그 정도가 지나치게 된 후에라도, 우선은 선생님에게 말씀을 드리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과연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고통을 당하고 상처를 입는 동안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 것이 단지 입을 열어 말하지 못한 아이들만의 잘못일까 되묻고 싶은 마음입니다.


피해학생들이 매를 맞아 얼굴에 심하게 상처가 나거나 시퍼렇게 멍이든 채 등교해도, 쉬는 시간마다 괴롭힘을 당해 주눅이 들어 침울한 표정으로 수업 내내 앉아 있어도,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이 무섭고 싫어서 학교를 며칠씩이나 빠지다가 힘든 걸음으로 다시 나와 앉아 있어도……


얼굴에 상처는 왜 생겼냐고,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둡냐고, 며칠씩 결석을 했는데 정말 아무일도 없냐고 물어오는 사람 하나 없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아마도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이상으로 외롭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조금 더 관심 어린 눈으로 살펴만 줬어도, 아이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미국 학교에서 카운슬러로 근무할 때 쉬는 시간이 되면 선생님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A학생이 팔에 멍이 든 것 같은데 한번 불러서 물어봐 주세요”,”C학생이 며칠 동안 말이 없고 얼굴이 너무 어두운데 제가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하네요.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얘기 좀 해봐주세요. “당부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물론 카운슬러 제도가 미국처럼 정착되어 있지 않은 우리의 현실이나 과중한 업무에 치여 학업 외에는 학생들의 생활까지 신경쓰기 쉽지 않은 선생님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들을 향한 눈과 귀를 닫아버린 선생님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속상함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피해 학생들의 먼저 말하지 않았다고, 그 아이들이 진작 얘기했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으리라고 다그치지만, 누가 뭐래도 그것은 말하지 못한 피해 학생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결코 피해서는 안될 문제의 핵심은 왜 그 아이들이 극심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입을 열 수 없었는지, 그리고 그보다 앞서 왜 그 아이들이 이유 없는 괴롭힘과 고통을 당해야 했는지, 왜 우리 학교나 사회는 그 아이들을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는지, 바로 이것입니다.


다가오기만 바랄 것이 아니라 다가가야 합니다. 왕따 피해로 깊은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마치 문제의 원인인양 그 아이들을 오히려 구석으로,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됩니다. 어느 누구라도 말입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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