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월+1~3]자연현장학습으로 무장한 추석 2002-10-1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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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19일 목요일~9월 21일 일요일]



시집 식구들은 안동의 제일 큰집으로 추석을 새러갔다.

난 아이와 함께 친정인 공주에 다녀가기로 했다.

친정이긴 하지만..솔직히 시어머니보다 엄마집에서 오히려 일복이 터진다. 그리 많이 한 건 아니지만..어쨋든.

정원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리되지 않은 밭떼기 같은 곳.

꽃잔디와 장미나무..블록이 어느날인가 젖혀지고 생긴 텃밭.

그곳엔 여름과 가을이면 조그만 과일나무와 채소들이 제법 풍성하게 열리고 달린다.

간단한 채소부터 호박..작두콩..가지, 오이, 토마토, 고추, 대추, 감, 석류, 무화과, 상추, 당근, 부추 등등..현지는 이곳에서 살맛을 느끼다보다.

틈만 나면 마당에 나가자..하고 할머니 등에 업힌다(이것이 할머니만 보면 업어달래니..).

이게 뭘까..보라줄기, 보라꽃, 보라 가지구나..

딸기는 이미 없지만 남아있는 딸기잎과 줄기를 책과 비교해 보여주려고 가져간 몇권의 책 중 딸기책을 꺼내와 비교해주니 길죽길죽 뻗어나가는 딸기줄기가 신기한 모양이다.

딸기까지 직접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화분에 심어져있는 귤나무에 작은 귤이 열렸다.

영근 귤도 있었고 짙은 초록색으로 열매인지 잎인지 구분이 잘 안가기도 했는데 현지가 어느틈엔가 "똑" 따버려서 생명을 다했다.

이 집 식물들은 계절과 상관없이 멋대로들인 것들도 있어서 좀 헷갈리기도 한다.

엄마가 무화과를 따다가 먹여줬는데 현지는 씨가 씹히는 느낌이 좋았는지 계속 달래는데..난 어쩐지 물컹한 것이 입맛이 아니었다.

마당 한구석엔 엉성하게 엮어진 닭장인지..기러기장인지..물갈퀴가 오리와 비교해서 훨씬 넓고 큰..우리안에 가둬진 채 이젠 내놔도 날지 못한다는 불쌍한 기러기 한쌍이 있었다.

현지에게 보여주면서도 멀쩡한 기러기가 불쌍해보이기도 했다.

기러기알이 좋다나..뭐래나..그래서 이웃에서 얻어왔댄다.

신기하게도..닭이나..오리나..기러기나 한 울타리에서 잘도 논다.

이러니 꼭 시골풍경같지만..근처엔 그런 집이 전혀 없다.

200m 골목만 나가도 차들이 휙휙 달리는 4차선임에도 불구하고..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시골이 따로 없다.

장미나무를 보더니 무당벌레책에서 확대해서 본 것을 기억하며 알은 체를 한다.

작두콩도 따고..어린고추만 열심히 따는 현지..

오이도 따보고 대추도 따다가..강아지에게 줘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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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가에서 손을 닦은 후..아이와 시내 산책을 잠깐 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왔는데..엄마 물이 다 어디갔지?

수도에서 흘러나왔던 물이 거의 말라버린 것이다.

물이 증발해서 하늘로 올라가서 뭐가 되더라?

구름이 되잖아

그럼..구름하고 구름이 만나서 무거워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먹구름이 되서 비가 내려

그래..물이 햇볕을 받아 증발되면 하늘로 올라가거든..그게 모여서 물먹은 구름이 되는거야..그럼 물먹은 구름하고..물먹은 구름하고 만나면 무거워지겠지? 그게 먹구름인데 너무 무거워서 먹구림이 비를 뿌리게 되는거야..이게 자연의 섭리야..

자연의 섭리?

응..시냇물은 현지가 흘러라..흘러라..안해도 알아서 위로부터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잖아..그런걸 자연의 섭리라고 하는거야..

그럼 배보고 열려라 열려라 안해도 알아서 열리는게 자연의 섭리야?

그래 맞아 우리 현지 똑똑하구나..(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근데 엄마 섭리가 누구야?

섭리라는 건 알아서 돌아가는 세상의 이치를 말하는거야..

그러니까..자연에서 섭리가 누구냐고..



할말을 잃긴 했지만 어쨋든 어려운 설명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자연현상의 이치에 대해 조금은 이해한 듯도 싶고..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어려운 설명을 자기 나름대로의 배나무에 연결시켜 풀이한 것만으로도 꼬맹이를 놓고 섭리 운운한 성과는 거둔 것 같다(성과에 연연하면 안되거늘..왜 이리도 표현되어지는 부분에서 만족감을 찾으려는지..모자란 엄마라고 스스로도 질책해본다)



추석을 지내러 왔지만..아이와 자연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나는 아이가 이곳에 오는게 좋다.

아이를 이곳에 며칠 맡겨놔도..책한권 안 읽어도..공연 한편 못봐도..이곳에선 체험으로 느끼는 자연학습도 할 수 있고..조율이 엉망이라 조금은 걱정되는 피아노를 실컷 뚱땅거리며 놀 수도 있어서 현지에게도 낙원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시어머닌 일도 안시키는데 엄마가 오히려 시어머니 같다고 좀 툴툴거리곤 다른 일과 함께 화근이 되어 엄마랑 다투고 말았다.

아이까지 키우는 나 자신도 엄마이거늘..왜 우리 엄마 마음은 몰라주는 것일까..

엄마랑 다투고 와서 내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

우리 현지는 그래도 딸내미라고 꾸역꾸역 내편을 들어주며 날 감싸안아준다.

눈물이 난다..

즐거운 추석이..자연과의 즐거운 데이트가 얼룩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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