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월+21]엄마와 아이가 함께 듣는 음악회 "즐거운 세상" 2002-10-2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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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9일 수요일]



오래전.."노란우산"이라는 책을 구입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무지개 빛 우산들을 비 오는 날 촉촉하게 적시며 학교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빗방울 소리와 함께 한없이 맑게만 들리던 맑은 피아노 소리에 한참을 흐믓하게 들으며 책장을 넘기곤 했었다.

아이는..그림책을..엄마가 아무말도 안해주고 음악을 들으며 넘긴다는 것에 익숙치 않았얼른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펼치지 않더라도 항상 들려오는 동요 한곡과 맑은 피아노 소리에 익숙해졌던 때도 있었다.

작년이었나..피아노한마당에 가서 멀티슬라이드를 통해 음악과 함께 즐긴 적도 있었고.

그 후론..밀려서 쌓여가는 다른 책들에 묻혀 한참 잊고 지냈던 책이 노란우산이었는데..

우연히 티켓링크에 다른 공연 예매차 들어갔다가 이 정보를 보았다.

'어..신동일..노란우산..'

작곡자 이름만으로도 가보고 싶은음악회.

피아노 소리는 아이들을 끌어당길 것 같은 맑은 영혼의 힘을 지녔다.

내가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는 것일까..착각하게도 만드는 것이 바로 피아노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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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맘과 함께 대학로의 폴리미디어 시어터에 도착.

입구는 공사중이고 지하로 내려가는 층계도 조금은 스산하게 느끼며 강당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오디오를 통해 나오는 잔잔한 피아노 곡이 낯선 공간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듯 했다.

아이에게 미리 노란우산을 기억시켜주며 "그거 작곡한 사람이 오늘 들을 음악 작곡하신거야..비발디 할아버지가 작곡한 곡 몇개 알지? 현지가 들었던 그 음악들을 만든사람을 작곡자라고 부르는데..신동일 선생님이 노란우산도 작곡하셨고..오늘 들을 "즐거운 세상'이라는 음반에 들어가는 곡들도 작곡하신거야..

우리 현지는 피아노 학원도 다니니까 피아노 소리 들으면 무척 좋아할 것 같아..우리 이따가 피아노 연주자 선생님이 어떻게 연주하시나..현지보다 더 잘하시나..들어보자~~"



기다리는 동안 흘러나오는 피아노곡을 들으며 빨간바탕의 즐거운세상 포스터 그림을 보고 아이와 이야기 만들기를 했다(그림 하나만 보고도 이야기를 만드는 습관이 붙었나보다).

"현지야..엄마가 이 그림 보면서 이야기를 한번 만들어볼께"

"응"

"와..동물 친구들이 피아노 소리를 들으려고 모두 모였구나..자동차도 빵빵거리고..새들도 지저귀고..무당벌레랑 나비도 춤추고 노래하려나봐.

근데..여기 강아지는 윌리랑 비슷하게 생겼네..휘슬 퍼 윌리에 나온 윌리..어머, 윌리도 음악회에 왔나보구나..그런데 윌리가 공을 통통 튕기면서 박자를 맞추나봐 개구리도 같이 팔짝팔짝 뛰네..음악소리도 좋고..꽃향기도 퍼져서 온통 빨간색이 되었나봐~~어때..엄마가 얘기해주니까 재밌어?"

"나도 재밌게 잘 하는데"

"현지는 이 그림을 보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을까"

"어..새가 짹짹 우니까..윌리가 무당벌레가 공인줄 알고 통통 튕겼는데..아니 공이 아니잖아..그래서 아.. 이게 공이구나..그러면서 공을 갖고 노는데 개구리가 깜짝 놀라서 도망가거든..

근데 나비랑 무당벌레가 꽃을 찾아서 날아가는데..어쩌구..(기억이 잘 안남)"

어쨋든 일찍 도착해 기다리는 시간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꾸며보는 시간도 재미있었다.



여러 그림책에서 특정 장면을 뽑은 영상과 함께 피아노곡의 제목에 맞는 회상조의 이야기를 나레이터가 들려주면..피아니스트 한봉예의 연주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맑은 소리에 마냥 은은해하며 아이보다도 엄마인 내가 먼저 음악을 즐기고 싶었건만 바로 뒷자리에 앉은 아이엄마는 아이가 떠들건..부스럭거리며 과자를 먹건..아무소리도 안하고 오히려 더 떠드는 분위기였다.

아이는 과자가 먹고 싶었는지..자꾸 뒤를 쳐다보면서 "엄마..공연볼때는 먹을거 갖고 들어오면 안되지" 하며 애써 먹고싶은 욕구를 감춘다.

주위반응이 침착하면 자신도 조용해지고 왠지 어수선해진다 싶으면 아이들이 더 귀신같이 그 느낌을 알아내고 같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내가 자꾸 화면과 피아노 소리를 인식시키려 해도 마음이 고개 뒤로 넘어가 있는 것이 보였다.

기본적인 에티켓조차 지켜주지 않으니 앉아서 떠들고나 있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유아들이라면 지루할 법도 한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계속 되었음에도 흘려듣는 듯 마는 듯 관심을 갖고 앉아있으니 그냥 대견스러워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잠시 쉬는시간을 갖은 후..

작은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연주될때에는 작은별노래를 따라불러도 아이들이니 그려려니..했지만 엄마들이 저건 작은별 노래가 아닌 그 음을 기본으로 해서 여러반주를 통해 다양한 느낌을 들려주는 곡이라고..따라하지 말고 다음에 따라해보자고 해줄 수도 있었던 부분같다.

현지도 처음엔 가만히 있더니 다 따라부르는 분위기가 되다보니 덩달아 따라부르고 있길래..현지는 작은별변주곡 많이 들어봤지..노래이기도 하지만 지금 들려주는건 따라부르는게 아니라 들려주는 거니까 감상만 하라고 얘기해주었다.

굳이 따라부른다면 어쩔수 없지만 그렇게 얘기해주니 손으로 엄마손을 잡고 잼잼 하듯 박자를 맞추며 듣고만 있는다.

피아노를 연주하던 분도 아이들이 따라부르니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같은 음인데도 반주에 따라 어떤건 작은별처럼 안들리는 것도 있어 보였는지 아이들이 어떤건 따라하고..어떤건 안따라하기도 한다.

영어로 부르는 아이..우리말로 부르는 아이..이렇게 따라부르기 좋아하는 아이들인데..동요를 피아노 소리에 맞춰 따라부르는 프로그램도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동화이지만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제작자의 말을 빌자면) 각색한 창작음악동화 "할멈과 돼지"를 그림자형식으로 보여주면서 배경음악과 같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

할머니가 돼지를 집안에 들여놓으려고 다른 동물이나 할아버지 사물들을 차례로 쫒아다니며 하소연 하지만 모두 모른체 하고 가버리다 거쳐간 과정을 거꾸러 거슬러 올라오면서 돼지가 알아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다..는 내용.

비슷한 얘기가 너무 길게 엮어지긴 하지만 아이들이 워낙 반복을 좋아한다니..이 동화만 제대로 외워도 사물간의 연계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피터와 늑대같은 음악동화라니..음악동화치고는 말이 조금 많았지만 어쨋든 기존의 동요(고양이나..소가 나오는 장면)도 편곡하여 포함되는가 하면 할머니나..개울물..고양이..등 제 성격에 맞는 음악소리와 동화를 피아노 소리 하나만으로 표현되어지는 것을 듣는 재미도 신선한 것 같았다.



연주가 모두 끝나고 뒷자리에 앉았던 문제의 엄마 왈 "피아노 한마당보다 별루다"

피아노 한마당도 좋은 연주회였지만 음반에 들어간 맑은 곡들을 직접 영상과 나레이션으로 들어가며 어린시절을 느끼며 미소를 띄우며 들었던 우리에게 그 한마디는 참 허기진 말이었다.

그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작은별 변주곡과 쇼팽의 즉흥환상곡 연주도 그렇고 그림자극으로 처리된 할멈과 돼지라는 동화를 음악과 같이 들은 것까지 프로그램은 꽉차고 알찼다고 생각했는데..아이들이 과자를 먹건 혼자 더 떠들면서 동화를 읽어줄때도 뒷얘기를 먼저 해대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제대로 듣고..평가를 하면 '아..다른 사람들은 저리 느꼈나보다..' 했겠지만 경우가 다르니 세훈맘과 서로 마주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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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얘기가 나와서 한마디..

현지가 피아노 학원에 다닌지 6개월이 다 되어간다.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친구 딸내미는 "도"도 안가르쳤는데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가 혼자 거기서 배운 동요를 쳐서 놀랐다나..

현지도 처음에는 이쁜 언니를 찜해두고 만나는 재미였는지 무척 좋아하고 재미있다더니 어느날부턴가..피아노학원에서 공부하는게 싫다고 하더니 이젠 피아노 학원에 가기도 싫다는 것이다.

바이올린이 하고 싶다고 해서 피아노 먼저 배워야 하나..싶어서 보냈더니 역효과가 난 모양이다. 그냥 음악이나 많이 들려줬어야 했나..

음표나 그에 해당하는 박자를 물어보면 대답은 다 하길래 헛배우는 건 아니구나..생각도 들고 학원가서 놀더라도 듣는게 있겠지..생각했는데 이왕 들으려면 음악회나 집에서라도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는게 오히려 나을 것 같단 생각이 이제야 든다.

그래서 음악회를 더 찾아다니게 되나보다.

영어가 듣기가 중요하다면 음악 또한 정확안 음정과 질좋은 음악을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이젠..그만 보내야겠다.

아침에..선식을 먹이면서 아무리 설득을 해도 안듣던 아이가..안먹으면 한약타서 줄거야..해도 안먹던 아이가.."그럼..며칠 선식 잘 먹는거 보고..피아노 학원 안가게 해줄까.." 그랬더니 벌컥벌컥 먹는 모습을 보고..마음이 아팠다.

그 쓴 한약보다..더 싫은게 피아노 학원이었다니..

직접 하는게 싫다면 많이 들려줘야겠다.

그래서..이런 작은 음악회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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