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꺼지지 않는 분노-아이 하나를 키우는데는 마을 전체가필요하다 2002-10-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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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월의 마지막날이네요.
전 10월을 참 힘들게 보냈답니다.
10월을 시작하는 첫날에 다섯살 난 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쳐왔더라구요.
함께 다니는 친구가 발로 눈을 찼다네요.
검은 눈동자 겉껍질이 벗겨졌더라구요.
거의 만 48시간 동안 눈도 뜨지 못하는데...
그러나 말이예요. 정말 심각한 문제는 '다쳤다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처음에 찾아간 병원에서는 아주 냉랭하게 대하더군요.
아이의 성격이 소심해서 눈을 안 뜬다는 둥,
처음에는 어떻게 다친 것인지 몰랐거든요.
아이는 발로 맞았다고 하고 선생님은 아니라고 하니 의사에게 물어봤지요.
자기는 형사가 아니라서 답을 못하겠다네요. 이런 황당한 대답을 제가 왜 들어야 했을까요?
다치게 한 아이의 엄마와 어린이집에서는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그러더군요.
그렇지만 종합병원을 찾아가고 눈을 안뜨는 아이 달래서 마취까지 시켜가며 눈상태를 확인하고
밤새 잠을 못자고 지새우고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하는 아이를 보는 것은 저희 가족만의 몫이었습니다.
제가 손목이 안 좋으니 더욱 속상하더군요.
다치게 한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며 아주 잘 10월을 보냈구요,
어린이집에선 10월의 많은 행사 준비로 우리 아이 문제는 뒷전이더군요.
얼마 나오지 않은 치료비만 잘 챙겨주겠다고...오히려 다치게 한 아이를 감싸는 분위기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집에 찾아 오시기도 하고 카드도 만들어서 보내주셨지요. 아이는 카드 보내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감사카드를 만들어서 선생님께 드렸어요. 나중에 만난 엄마들은 받지 못했다고 그러더군요. 어제 어린이집에서 고구마 캐기를 했거든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으려 해서 그런 행사를 통해 마음을 달래주려 참석했는데 그러더라구요.
내일은 11월 1일!
아이는 다시 어린이집에 가겠답니다.
친구들이 보고 싶다네요.
...............................................
아마 제가 겪은 이런 이상한 10월의 현실이 다른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에겐 아무 것도 아닐 지도 모릅니다. 저도 내심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구요.
재발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시력도 문제가 없고 다친 부위의 상처도 아물었습니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서부전선 이상없다'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세상에 대한 작은 분노로 가득차 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더 커져만 갑니다.
진심어린 마음 씀씀이를 기대했다가
A4용지 수준의 ,세상에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각서 한장만 달랑 받아든 느낌!
그 아프고도 참 더러운 느낌을 혹 아시는지요?

책을 한 권 꺼내 들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책입니다.
둘째아이 가졌을 때 읽은 책이지요.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이 제목은 아프리카의 격언에서 갖고 온 것이랍니다.
그 책 속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충분히 슬퍼한 다음에는 슬퍼하기를 멈추어라'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분노하는 것이 아니겠지요.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며 분노하는 것이 아니겠지요.

이 분노를 멈추고 다시 걸어가야 할 길을 살펴야겠지요.
마을 전체가 이 나라에 없다면 가족이 그 마을 전체가 되도록 애써야겠지요.

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 참 따뜻한 마을이 있다면
그곳에서 오손도손 살아보고 싶습니다.
마을의 따스함을 생활 속에서 익혀가고 싶습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그 따스함을 만끽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대물려 줄 수 있는, 대물려 줘야만 하는 그런 따뜻함이 너무나 그리운 날입니다.
그리움이 쌓이면 사무치게 된다지요.
정말이지 10월의 마지막날 ,
오늘은 그 마을에 가고 싶음을 참을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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