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베이터 안의 소동 2001-11-2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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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면서 발레 수업 동안 무용실 밖 복도에서 아이들을 기다린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비는 무용실에서 온풍기를 틀어 놓고 바닥에는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엄마들. 누가 보면 극성 엄마들만 모였다고 할 것 같다. 아이들의 인원수가 적은만큼 차량 운행이 안되니, 엄마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덕분에 이제는 한 가족 이상으로 친해져 있었다.

오늘 또한 날씨가 추운데, 때마침 비는 무용실이 없어서 아이들 수업하는 교실에서 함께 있게 되었다. 다행히 나모가 잠을 자는 바람에 수업을 옆에서 참관하는 것이 가능했다. 안그러면 나모가 나은이 한테 달려 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낮잠을 자기 않고 수업에 참여 하는 나은이의 모습을 보니 연신 하품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도 발레 수업 받는 학생 중에 최연소로 그나마 선생님의 말씀을 알아듣고 따라 하는 모습이 내가 보기에는 무척 대견스러웠다. 엄마가 옆에 있어서 신경이 쓰였는지 자꾸 내 쪽을 쳐다 보고 뭐라 이야기 하는 것을 외면해 버렸다. 엄마에게 신경쓰다 집중 못할까봐.

그런데... 그 와중에 한 엄마의 핸드폰 벨이 울렸고, 나를 찾는 전화란다. 내일 미국으로 떠나는 수현 엄마의 전화다. 떠나면서 핸드폰을 주고 가기로 했기 때문에 요 앞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전화를 한 것이다.

"빨리 내려와."

다행히 나모가 잠을 자고, 수업이 끝나려면 20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모를 다른 학부모에게 맡기고 엘레베이터를 탓다. 내가 탄 곳은 6층. 그런데, 이 엘레베이터가 4층에서 멈춰 버렸다. 나는 놀래서 재빨리 비상호출을 눌렀는데, 인터폰으로 수의실 아저씨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의 다급한 목소리와는 달리 아저씨는 별거 아니다는 식으로 응대하며 찾아와 주겠단다. 그런데 온다는 사람은 연락이 없고, 정말 애간장이 탓다.

계속해서 비상호출을 눌러 봤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하필 전화번호부를 안 가져와서 누구에게 전화 걸 상황도 못되었다. 엘레베이터 속에서는 나를 제외한 여학생 두명이 있었는데, 나의 불안한 상태와는 달리 그들은 초연해 보였다. 10분 이상이 지나자 왠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혹시 이 자리에서 잘못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생각만해도 너무 슬펐다. 그러다가도 이 엘레베이터를 발레 어린이들이 탓더라면... 그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10 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울음보를 터뜨릴 것을 생각하니... 관계자들이 너무나 무성의하다는 생각이 들으며, 다시 한 번 문을 두들겼다.

" 거기 누구 없어요? 살려 주세요."

20 여 분이 지나자 이제는 절규에 가까웠다. 다행히 맞은편에서 누군가 비상벨을 계속 작동시켜 보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어느 순간에 작동이 되었고, 우리는 무사히 구출되었다. 나는 1층까지 내려와 다시 6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벌써 아이들의 발레는 끝나고 일부는 엘레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나는 앞의 상활을 설명하며 울분을 토했다. 아이들을 보니 눈물이 펑펑.

방금 잠에서 깬 나모는 사연도 모른채 나의 눈물에 의아해 했고, 나은이는 전후사정이 궁금한지 내내 질문공세다. 그러면서 아빠 한테 전화를 걸어야 겠단다. 이런 위급 상황 시에 아빠에게 알려야 한다는 나은이의 발상이 무척 고마웠다.

하마터면 엄마 없는 세상을 보냈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니, 앞으로 더욱 오래오래 살도록 조심 또 조심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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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영 The Very Busy Spi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