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에서 무릅 꿇다...(05.10.08) 2005-10-08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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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국어 쓰기 교과서!

p.27

부모님이 하신 일에 대하여 내 생각이 잘 드러나게 글을 써 봅시다.

3. 여러분도 부모님께서 하신 일을 보고, 다짐한 일이 있나요?

   언제 그런 다짐을 하였는지 써 봅시다.

   ` 책을 읽으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 부지런히 일하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

              .

              .

이상은 교과서에 예로 씌어져 였는 이야기였다.

 

엄마 : 책을 읽으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주희도 엄마가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본 적이 있지?

         그 때 어떤 다짐을 한 일이 있나요?

주희 : 아뇨, 엄마 책 읽으시는 모습은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컴퓨터 앞에 있는 모습을 제일 많이 봤는데요....

엄마 : 허걱!

        아니, 왜.... 엄마도 책 많이 읽잖아~

       (전에는 엄마는 책 읽는 모습, 아빠는 티브이 보는 모습이라고 하던 아이였는데... ㅠ.ㅠ)

주희 : 언제요? 컴퓨터 앞에 주로 계시잖아요.

엄마 : OTL

주희 : 그래도 엄마는 컴퓨터로 꼭 필요하신 일을 하시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신 거죠. ^^

엄마 : 헐.....OTZ

아~주 교과서 적인 말을 하는 아이 앞에서 꼭~ 필요하신 일을 하신적이 별루 없는 엄마는 할 말을 잊었습니다.

꼭~ 필요한 일을 컴퓨터 앞에서 그것도 오~래 하던가,

아님 책 읽는 모습을 다시끔 보여주어야겠다고 엄마는 늦은 다짐을 하였습니다.....

 

딸아이가 하는 일이나 말을 듣고 다짐한 일이 있나요?

언제 그런 다짐을 하였는지 써 봅시다.

ㄴ ㅔ ~ㄴ ㅔ~~~~~~~~ 

 

며칠 뒤, 하교 시간이 가까울 무렵 잠시 소일을 하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녀석! 도착했나보다.

엄마 : 누구니? 주희야?

         (반갑게 문을 열다.)

주희 : 헤~~~~

    (두 손에 무언가를 들고 섰다. 얼굴은 싱글벙글....)

 

뭔가 길다란 것이 손바닥에 걸쳐진 채로 축 늘어져 있다.

저게 뭐지...... 뭔 끈도 아니고...

 

엄마 : 그게 뭐야?

주희 : 지렁이예요. 키울려구요. 헤헤...

엄마 : 허걱!

         (으허헉.. 비명을 지르며 뒤로 얼른 물러 섰다.)

주희 : 엄마, 통 가져다 주세요.^^

         무서워하실 거 없어요. 괜찮아요...헤헤

엄마 : (괜찮은 건 니 사정이고, 안 괜찮은 거 내 사정이지... 이 놈아... 별 간섭을 다 한다.)

주방으로 뛰어들어가 허접한 통 하나 얼른 집어와 바닥에 던져주고 저만치 섰다.

 

내 생전 그렇게 큰 지렁이를 본 적이 없고,

그런 지렁이를 손가락으로 집어본 적도 없었으며,

그런 지렁이를 손바닥위에 가지런히 놓고 그 양 끝을 아래로 축 늘어뜨린 모습을 한 그 누구도 본 적이 없고...

그런 아이가 있다면 그게 내 딸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해 본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본 중 제일로 행복한 얼굴로 헤헤 거리고 섰다. with her smile.....

내가 졌다....

녀석 앞에서 또 한 번 무릅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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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영 The Very Busy Spi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