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재미있어요! 더 해요~" 2003/08/16 2003-08-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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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그만 하고 저녁 먹자.."
"엄마, 재미있어요. 더 해요, 네? 아직 남았잖아요~~"

이게 무슨 대화일까, 무슨 재미있는 놀이라도 해 주었나?
하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진실을 알게 되면
얼마간의 비웃음을 살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대화는 어제 오후, 즉 개학을 아흐레 남겨둔 날에
아영이와 숙제를 하면서 나눈 말들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서인지 여름방학을 맞아
학교에서 정해준 숙제 -탐구생활 같은-는 없고,
아이가 자기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과제 두세가지를 정하고,
담임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내 주신 과제 한가지를 하면 된다.
책사랑 쓰기(일주일에 5권 이상)와 일기 쓰기(일주일에 2-3번)는
아이들의 공통 과제로 정해져 있고...

아영이가 엄마로부터 얼마간의 강압을 받아 정한 과제는
1) 가전제품 용도 등에 대해 알아보기
2) 동화책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3) 컴퓨터 자판 익히기
이 세가지이고, 선생님은 '매일 줄넘기 10분씩 하기'를
과제로 내 주셨다.

그런데 이녀석이 엄마의 엄청난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숙제를 하려고 하질 않아서 내 속을 태우는 것이었다.
여덟살짜리 아이에게 자율적으로 하길 바라는 것이 잘못인가...
딴에는 잔소리 안해도 스스로 하길 바랬건만
결국 아영이는 엄마의 잔소리 속에서 크는 아이인가 보다...ㅠㅠ

방학이 다 가도록 읽은 책에 대해 쓰는 '책사랑'도 몰아서 한 번씩 쓰고,
일기도 그 날 그날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림만 그려 놓고 말기도 하고,
글도 옆에 붙어서 도와주어야 겨우 쓰고...
글은 줄넘기도 일주일에 한 번 할까 말까~.
이미 공부는 물건너 가 버린 상태..

"최아영! 이제 방학 일주일 밖에 안 남았다고!
날마다 놀기만 하고 도대체 언제 숙제할 거야~~
오늘은 무조건 이거 해야되니까 탁자에 가서 앉아!!!"

가전제품 그림은 얼마전에 오려서 종합장에 장마다
한 가지씩 죽~ 붙여 놓은 상태여서 일단 명칭부터 쓰게 했다.
-탤래비전... 이구 글자가 틀렸네요, 아가씨~ -
텔레비전, 냉장고, 다리미, 세탁기, 스탠드, 믹서, 드라이어, 컴퓨터....

각 명칭부터 다 쓴 다음에 우선 다리미를 골라
'용도', '좋은 점', '주의할 점', '옛날 물건' 등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쓰게 했다.
(흐미~ 작아졌다 커졌다 날아 올라가는 저 글씨 좀 보소.. ㅜㅜ; )

처음에는 세가지만 하고 다음 날에 계속 하려고 했는데,
왠걸 이녀석이 -쓰는 것은 힘들긴 해도- 재미가 들렸는지
자꾸 더하자고 해서 다섯가지나 해 버렸다.
진작에 이렇게 열심히 하자고 할 것이지~~
그 덕에 저녁밥은 8시가 넘어서 먹고...
처음 계획은 참 거창했는데 보람있는 방학과는 거리가 먼
나날을 보내게 되었기에 자랑할만한 것도 없다.

내가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엄마, 아빠가
그다지 모범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 탓이 큰 것 같다.
아이의 방학이 곧 나의 방학인 것처럼 살았는데,
이제 그 것도 일주일 밖에 안남았다.
흐트러졌던 내 생활부터 챙겨야 할 것 같다.
다음 주는 여름방학 마무리를 위해 나나 아이나
바쁘게 지내야 하는 한 주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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