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yours. 2003-05-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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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4. 단비 32개월


날씨가 좋았던 4월 초, 단비는 할머니, 고모와 함께 서울대공원에 놀러갔다 왔다. 퇴근하여 들어오자마자, 단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You go zoo.(주: I went to a zoo.) You see animal (주: I saw animals.) 하며 영어로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거다.

에고 기특한 것…. What kind animals did you see in the zoo? 하며 물었더니, Lion.. 한다. What else did you see? 하니까, Tiger..하고 대답한다. 또 What else..? 하며 물었더니, Bear.. 라고 대답한다. 꼭 한가지씩만 대답을 해서 What else..?라고 계속 물어봐야 했지만, 대충 그 다음 대답은 doggy, cow, horse…뭐 이런 것들이었다.

그래도 한 번 본 것 잊어버리지 않는 탓에 줄줄이 동물 이름들을 영어로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유도할 수 있었다. 그 동물원 이야기는 한 일주일은 간 것 같다. 심심하면 한 번씩 You go zoo. 를 연발하면 다녔으니까… 아직까지 과거형을 말하지는 못한다. 대신에 많고 적음에 대한 개념은 생긴 것 같다. How many horses did you see in the zoo? 하며 물었더니, 두 팔을 크게 벌리며 Many horses 라고 대답하는 걸로 봐서… 또 속으로 얼마나 기특해했는지…ㅋㅋㅋ

그러나 여전히 I 대명사에 대한 개념은 없다. You 를 I 로 바꿔주기 위해 Mommy is going to…와 같은 말을 전부 I am going to.. 로 바꿔서 말해보았는데도, 영어를 하는 사람이 저와 나 둘 뿐이니까 여전히 엄마는 I 이고, 자기는 You 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깨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향은 가끔 단비의 혼란을 유발하기도 한다. 장난으로 단비 물건을(장난감이나 옷..등) 빼앗듯이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It’s mine. 하면 자기도 덩달아 물건을 끌어당기며 It’s mine 한다. 햐..놀라운 것..그래도 소유대명사만큼은 제대로 사용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한 참을 It’s mine 하다가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It’s yours.(사실 your라고 했는지 yours 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이 아이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yours 를 말했을리는 없는데, 그 당시에는 그랬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다.) 한다. Mine 은 엄마꺼를 의미하는 거고, 자기꺼는 yours 로 해야한다고 반대로 머리를 굴렸나보다.?????

이와 비슷한 다른 이야기. 실내 미끄럼틀 옆에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설치된 낮은 키의 농구골대와 작은 농구공이 있다. 단비와 종종 농구공을 골대에 차례대로 한 번씩 넣는 게임을 하곤 한다. 내가 공울 넣고 난 후 It’s your turn.하며 단비에게 공을 주고, 단비가 공을 넣은 후 It’s my turn.. 하며 내가 공을 받아오는데, 몇 번 반복했더니, 금방 catch 를 한 모양이다. 이제는 자기가 나에게 공을 주며 말한다. It’s my turn.(???)

엄마는 영원히 my 이고 자기는 영원히 your 인 셈이다. Readers, how can I do?

가끔 황당해지는 다른 이야기. 며칠 전 함께 공을 던지고 받기 놀이를 할 때, 단비가 던진 공을 내가 받았더니, 단비 왈 “Good!” 하는 거다. 내 참…

단비에게 짧게 칭찬 피드백을 줄 때 하는 자주 하는 말이 Good! 인 건 사실이다.짧고 간략하지만 진심을 내포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건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칭찬이지, 아이가 엄마에게 하는 칭찬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오류는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단비야. 밥먹자, 옷 갈아입자…”등 엄마로서 아이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령어를 돌려서 이야기하면 단비는 “그래” 라고 대답한다. 황당~~~~

한동안은 그냥 내버려두었는데,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어제는 한마디 헀다. “그럴 때는 네..라고 대답해야지…”그랬더니 또 금방 “네..”라고 따라하기는 한다. 얼마나 갈 지 모르지만….
제한된 환경에서 영어를 사용하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영어적 오류와 아이이기에 자신의 시각에서 발생하는 또 어쩔 수 없는 오류가 서로 mixed up 되어, 단비의 황당시리즈를 만드는 것 같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정도이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 하다.

어젬밤은 단비가 영어로 말하는 양을 늘려볼까 해서 Say to me only in English.. 했더니..Only in English? 하며 끝말을 따라 한다. 그래서 알아들었나 싶어 다음 말을 기대했더니..웬 걸…”엄마..재밌어..” 하며 유창한 우리말을 구사하는 단비

이런 아이를 두고, 내가 꾸고 있는 이 백일몽이 과연 가당키나 한 건지…
나의 영어실력 늘리기 만큼이나 단비의 영어실력 향상의 길도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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