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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집게 과외보다 좋은 안방 사교육

글쓴이 프리리

등록일 2007-06-14 01:06

조회수 7,054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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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글입니다.  이렇게 퍼와도 되는 건지...)

 

 

처음 글 제안을 받고 적잖이 망설였다. 왜곡된 사교육의 광풍 속에서 그 대안을 찾는다는 취지에는 크게 공감하면서도, 막상 내 아이의 경우를 말하는 데는 선뜻 응하기가 어려웠다.

첫째로는 온당한 사례가 되지 못한다는 생각과 자칫 이런 글이 또 다른 '대치동 엄마' 노릇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만약 아이가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면 이런 청탁이 들어왔을까? 아니,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쓴다 해도 누가 읽어볼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여전히 지우기 어려웠다.

교사 아빠, 아이는 가르치지 않았다

▲ 아들에게 기타를 배우는 모습.
ⓒ 이형덕
주변에서는 현재 중등교사인 내가 집에서 아이에게 비법이라도 전수해 주는 줄 아는 이가 많다. 그러나 나는 내 아이를 가르쳐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두 번 정도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이던가. 숙제를 하던 아이가 산수 문제를 물었다. 수학은 내 아킬레스건이다. 풀밭에 염소를 메어두고, 그 염소가 뜯어먹을 풀밭의 면적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풀밭에 건물 한 채가 비스듬히 끼어 있어 여간 애를 먹이는 게 아니었다.

모처럼 아이가 물은 것이니 어떻게든 제대로 답변을 해 주어야 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오묘한 수학의 비궁 속을 헤매고 다녔다. 결국 제 아비가 1시간 동안 끙끙거리는 것이 보기 딱했는지 아이는 혼자서 해 보겠다고 책을 찾아갔다. 그 뒤로 아이는 내게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두 번째 '공부의 추억'은 아이가 고3 때이다. 대입을 코앞에 두고 은근히 걱정이 된 나는 아이에게 논술을 가르치기로 했다. 거실에 밥상을 펴 놓고 명색이 국어교사인 아버지의 논술 지도가 시작되었다. 너덧 번쯤 이어진 논술 지도는 아이가 "아버지, 학원 선생님 같아요"라며 자꾸 웃는 바람에 그만 두고 말았다. 아이도 더 하자는 말이 없었고, 나도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도 무언가 가르친 걸 굳이 기억해 내라면, 이런 경우는 있었다. 차를 함께 타고 오다가, 요즘 일어나는 시사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짐짓 아이의 생각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말싸움을 하곤 했다.

예를 들자면 대통령 탄핵에 대해 아이가 그 부당성을 주장하면, 나는 조·중·동의 논조를 빌려 반박했다. 그러면 대개는 아이가 격앙돼 "아버지는 보수주의자"라고 선언했다. 내가 집요하게 <조선일보>의 어느 논설위원 식으로 딴죽을 걸면, 아이는 차에서 내리면서 "수구"라고 외치고 달아나기도 했다.

아이는 그 뒤 한동안 내게 말도 걸어오지 않았지만, 얼마지 않아 반론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다시 도전해 왔다. 그런 점에서 조·중·동은 내 아이 논술 공부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이걸 가리켜 강남에서 유행한다는 토론식 논술공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건 꽤 오래된 전통 학습법이다. 내가 어렸을 때, 밥상머리에서 조부와 숙부께서 각각 이승만과 박정희를 두고 격론을 벌인다든가, 밭에 심을 작물로 설왕설래할 때 익히 본 토론 수업이었다.

아마 이게 새롭다면 요즘 아이들은 보충수업 때문에 새벽에 뛰어나가고, 아버지들은 돈 벌러 심야에 돌아오기에 겸상을 할 기회가 없어 가전되던 밥상머리 토론수업의 명맥이 끊겼을 뿐이라 생각한다.

그 밖에 아이에게 가르친 것은 낚시 바늘에 줄 묶는 법과 미끼 다는 법이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기타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코드 짚는 법을 가르치다 영 시원치 않아 그만 두었다.

아이는 혼자서 벅벅거리는 기타를 밤낮으로 퉁기더니, 6개월 뒤에는 '호텔 캘리포니아'를 연주하고, 1년 뒤에는 나를 능가하더니, 올해는 홍대 앞 클럽에서 제 선배들과 밴드를 만들어 공연까지 했다. 요즘 나는 아이에게 기타를 가르쳐 달라고 좇아다니지만 아이는 거만하게 '혼자서 하면 된다'는 말만 한다.

[초등학교] 시골 이사... 환경친화적 교육하려면 대도시 갈 걸

사교육 없이 대학 가는 사례를 말하는 것이라면 내 아이는 자격이 없다. 내 아이는 사교육을 다섯 가지나 받았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무렵에 시골로 이사를 했다. 나는 너무나 시골에 가서 살고 싶어서 미처 아이 교육 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막연히 아이들은 시골에서 마음대로 뛰고, 개울에서 물고기 잡고 놀면서 자라는 게 좋다고 믿었다. 아이도 당연히 그런 생활을 좋아할 줄 알았기 때문에 물어보지도 않았다.

나중에야 아이가 이삿짐 트럭에서 울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정든 친구들과 헤어져 흘리는 일시적인 눈물로 알았다. 그런데 아이는 틈만 나면 예전의 연립주택을 찾아갔고, 지금도 돈만 벌면 그 곳으로 돌아가 살겠다고 나를 협박한다. 아무리 어려도 아이가 무얼 좋아하는지를 물었어야 했고, 부득이 이사를 가야 했다면 잘 설득을 했어야 했다.

시골로 이사를 가자, 많은 사람들이 위문을 왔다. 사람들은 동산에 떠오른 달을 보며 기타를 퉁기며 행복해 하는 내게 아이의 교육 문제를 걱정하며 김을 뺐다. 나는 그 때마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배우는 게 참된 교육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건 좋은데 대학은 어떻게 보낼 거냐?"는 물음에 나는 "대학은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아이가 제 방에서 울었다는 소리를 훨씬 나중에야 아내에게서 전해 들었다. 재빨리 나는 "아이가 대학을 원하지 않으면 보내지 않겠다"는 말로 바꾸었다.

면사무소 근처의 시골 학교에 들어간 아이는 이따금 뽕나무에 매달려 오디를 따먹긴 했지만, 내 생각처럼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고, 온종일 개구리를 쫓아다니지는 않았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문구점 앞에 쭈그리고 앉아 뽑기를 하거나 친구와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방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게임 하러 시골로 왔느냐는 물음에 아이는 "그렇지 않으면 친구들과 놀 수 없다"고 슬퍼했다.

메뚜기나 물고기를 잡으며 즐거워하는 것은 순전히 어른들 마음뿐이며, 아이들은 '곤충들의 반란(갤러그)'이나 '낚시광' 같은 게임을 더 좋아했다. 이따금 엄마 손 잡고 놀러 오는 서울 아이들은 열심히 메뚜기를 들여다보고, 논에서 올챙이도 잡았다.

나는 들꽃이며 생태환경이며 이런 환경친화적 교육을 위해선 오히려 대도시 학교로 전학가야 할 거라는 후회를 조금씩 하게 되었다. 아니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더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전축으로 음악을 들어야 산다는 아내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혼자 개울에서 물고기와 놀던 아이는 결국 제 친구들이 바글거리는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절대 영어나 수학 같은 공부를 가르쳐 주지 않고, 온종일 놀기만 하는 학원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별 수 없이 아이는 미술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아이는 거기서 게임 마니아였던 미술 선생님을 만나, 그림보다 새로 나온 게임 이야기를 나누기에 바빴다. 이것이 내 아이의 사교육 입문기이다.

[중학교 때] 야자 없는 학교를 찾아라! 근데 특출난 게 없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아이의 고입을 앞두고, 적잖은 고민을 했다. 지역의 대부분 학교들이 "이게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며 아이들 진을 빼며 하는 보충과 야자(야간자율학습)를 아이에게 시키고 싶지 않았다.

"당신 아이는 안 시키고 남의 아이는 시켜?"

이렇게 분개하는 분이 계실까 봐, 약간의 설명을 하자면, 나는 짧지 않은 교직 생활의 대부분을 보충과 야자와 싸우다 지치고 패배해서, 지금은 그런 걸 하지 않는 실업계 학교로만 찾아다닌다는 점을 밝혀둔다.

국민의 정부에서 의욕적인 교육개혁 정책을 내놓는 것에 고무되어, 교육시민단체 일을 거든 적이 있었다. 아이는 시골에 팽개친 채, 바깥으로 돌아다니며 남의 아이들 교육 잘 시키라는 강연을 하러 다녔다.

그 때 강연의 요지는 아이들에게 획일적인 입시교육을 버리고, 아이에게 맞는 특기적성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강연이 끝난 뒤, 어느 어머니께서 내 이야기를 듣고 '오늘부터 아이를 보습학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 때는 잘한 일이라고 했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 되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 교육은 대학 입시가 변하지 않는 한 결코 바뀔 수 없다. 대학마다 아이들 특기에 맞는 선발 방안을 마련하여 컴퓨터 잘 하는 아이는 컴퓨터 학과로, 요리 잘하는 아이는 조리학과로 입학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은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오만 가지 복잡한 전형 방식이 있지만, 대학은 뭐니 뭐니 해도 수능과 내신이라는 학력이 높아야 대문을 활짝 열어 준다. 내가 고의로 꾸민 말은 아니지만, 그때 내 말을 듣고 아이에게 보습학원을 그만 두게 한 엄마는 지금 무슨 심정으로 이 글을 읽으실까 가슴이 아프다.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내가 내린 생각의 결정은 단순했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의 학교로 보낸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님이 그러하듯, '바로 이것'이라고 할 만큼 특출난 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남보다 특출난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재능 가운데서 특출난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고, 무언가 책상에 엎드려 열심히 끼적거리던 게 생각났다. 중학교 2학년 때, 아이가 지은 소설을 본 적이 있었다. 한창 판타지 소설에 빠져서 컴퓨터에 수십 편의 단편 습작이 모여 있었다.

마침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특성화고교가 있었다. 그림 실력이 특출나지 않아, 나는 아이에게 영화를 권했다. 주된 실기과정이 글짓기와 독서이기에 아이에게도 적합해 보였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학교생활과 기숙사가 있어 통학의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될 듯 했다. 겨울이면 방안에서 아이와 하루에 비디오 몇 편씩 보던 실력만 믿고 영상연출과에 지망했다.

그런데 막상 실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실기 전형에 스토리 보드란 걸 본다는데 그 형식이나 규정된 방법조차 몰랐다. 어떻게 작성하는 것인지나 알아두라고, 먼 거리에 있는 미술 학원을 두 주쯤 다녔다. 두 번째 사교육이었다.

운이 좋았는지 아이는 지원한 학교에 들어갔다.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진학이 결정된 뒤로 아이는 말 그대로 펑펑 놀았다. 놀아도 꼭 내 방에 누워서 빈둥거리며 놀았다. 아내가 '스트레스 풀 때 좋다'고 권하여 드럼을 배우러 음악학원을 다녔다. 일반과정으로서는 더 배울 게 없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아이는 드럼을 배우러 다녔다. 세 번째 사교육이었다.

[고등학교] 방황하는 아이... 대학 합격 이유 지금도 몰라

▲ 아들과의 산책
ⓒ 이형덕
아이는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겪는 기숙사 생활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했다. 틈만 나면 집으로 달려오고, 학교로 돌아가는 시간을 괴로워했다. 강제적인 보충이나 야자도 없고, 머리를 빨갛게 물들여도 되고, 교복을 입어도 되고 안 입어도 좋은 학교생활에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는 무엇보다 급우들과 원만히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지내는 듯 했다. 아이는 부시와, 대통령을 탄핵한 야당을 격렬히 비난했다. 그들 때문에 내 아이가 우울한 것인가 의심하기도 했다. 아이는 성적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걱정하는 부모에게 아이는 대학을 가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었다.

언젠가 내가 했던 말을 아이가 하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그날 많은 원망을 들어야 했다. 나는 아이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하자센터나 대안학교를 찾아보라고 권했다. 도보 여행이든 뭐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방법도 있다고 일러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가 그런 선택이 도피가 아니기를 바랐다. 아이는 말없이 학교로 돌아갔다.

이 때부터 나는 아이를 격려하는 이메일을 꾸준히 보냈다. 주로 칭찬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세 통쯤 보내면 한 통쯤 답장이 왔다. 아이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특성화고등학교는 인문계 고교와 달리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대신 그만큼 수능 교과목의 수업시간이 적었다. 대학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위한 특별한 배려를 별로 하지 않았다. 교육청에서는 특성화고는 대학 진학보다, 바로 현장에 나갈 아이들을 기르는 학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학벌과 학연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대한민국에서, 고교 졸업장만 들고서 제 재능을 인정받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대학 입시에 실패한 뒤, 아이가 겪을 심대한 좌절과 패배감이 두려웠다. 대학 입시에 성공한 뒤 스스로 입학을 그만두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은 괜찮았다. 아이는 영화와 문학·언론 분야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각종 영화제에 참가하여 얻은 수상 실적을 바탕으로 수시 특별전형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극과 달리, 영화 분야는 대학 대부분이 수능 점수를 중심으로 선발하였다. 그래서 아이도 수능 준비를 해야 했지만 혼자서 교육방송을 들으며 하겠다고 했다.

영화작품 촬영과 연출을 하는 가운데서도, 아이에게 청소년 문예지 편집이나 지역신문 기자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권했다. 어려서부터 화장실에 놓아두었던 월간 <말>지를 나도 모르게 읽어온 아이는 제 또래보다 일찌감치 사회과학적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유시민·홍세화·진중권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고, 김동춘 교수의 책들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아이는 소설 쓰기에 매료되어 있었고,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다. 특히 영화 연출에서 영상과 음악의 배합에 뛰어난 솜씨를 보였다. 나는 은근히 '집안을 날려먹는(?) 영화감독'보다는 안정된 '대학교수'나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매체 일을 하기를 권했지만 아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전혀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독립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아이는 몇몇 영화제에서 수상하였지만, 다른 급우들에 비해 탁월한 실적은 아니었다. 아이가 만든 30여분의 영화는 지나치게 말이 많았고, 아이들답지 않았다.

입시가 다가오면서 아이보다 부모들 마음이 다급해졌다. 나 역시 무엇이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리라 마음먹었다. 문제는 아이가 원하는 진로를 얻지 못할 경우였다. 아이를 권하여 방학 중에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을 다니게 했다. 수학은 이내 그만두고, 영어 학원을 두어 달쯤 다녔다. 월급을 올려 주지 않는다고 강사가 다른 곳으로 옮기자, 아이도 그만 두었다. 별로 성과가 없다며 아이는 혼자 하겠다고 했다. 네 번째 사교육이었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교수들이 포진한 S대 사회학과와 H예술종합학교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모두 수시 특별전형에 응시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수상 실적과 특기활동들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을 뿐, 별다른 입시 준비를 하지는 않는 듯했다. 수능에서는 아예 수리 과목을 보지 않기로 했다며, 주로 영어와 사회탐구 분야를 인터넷 교육방송으로 혼자서 공부했다. 그러나 내 눈에는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를 더 열심히 읽는 듯했다.

아이는 운이 좋게도 H예술종합학교 특별전형에 합격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가 붙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굳이 찾아본다면 그동안 아이가 해 온 글쓰기와 독서가 조금 도움이 된 듯 했다.

[마치며] 부모 교육? 아이는 곁눈질로 배우는 걸 좋아해

아이를 가르친 적도 적지만, 책상을 펴놓고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효과가 적었다. 아이는 그렇게 제 부모에게서 배우는 게 아니라, 무심코 부모가 읽다 둔 책이나 끼적거리던 글, 수시로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서 스스로 배워 나가는 듯했다.

아이에게 시를 가르친 적은 없지만, 내가 끼적거리다 구겨버린 시편을 주워 읽고, 아이가 쓴 '이모씨의 시에 대한 인상적 비평'이라는 글을 우연히 읽은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이가 쓴 글이었는데, 나는 처음에 내 시를 어느 평론가가 읽고 나도 모르게 월평이라도 실린 것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아이에게 논술을 가르치겠다고 온갖 이론을 설명한 다음에 쓰게 한 글보다, 훨씬 뛰어난 논술이었다. 아마 <말>지도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읽으라 했으면 아이는 읽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를 따로 가르친 적이 있냐면 나는 별로 없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아이가 부모 모르게 흘끔거리며 보고 들은 것을 배우도록 했냐고 묻는다면, 나도 모르게 그리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나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아이들은 말로 배우기보다, 곁에서 힐끔거리며 곁눈질로 제 스스로 배우는 걸 좋아했다.

이것도 어찌 보면 사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부모가 아이 곁에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강남 족집게 과외보다 더 좋은 사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문제가 되는 사교육의 문제는, 부모가 아이를 직접 가르칠 수 없어 남에게 맡기는 데서 비롯되는 듯 하다. 그러나 정말 부모가 가르쳐야 할 것은 아이의 공부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길을 찾고 그 준비를 스스로 갖춰 나가도록 격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내 아이의 다섯 번째 사교육이라면 사교육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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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맘 2007-06-19 17:16 

중등게시판엔 어떤 글이 있을까?

호기심에 들어와 봤어요

이글을 읽는 내내..머릿속이 갑자기 쏴--아

수축되다가 이완되는 느낌이었어요

아버님의 결단력과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도 대단하시지만

글 속에 비취진 걸 미루어 보건데.. 정말 뛰어난 아이임이 틀림없네요

 

 

자소월 2007-06-17 17:54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글입니다....

 

아.....

 

한마디면 될 듯합니다....

희서맘 2007-06-16 14:32 
추천,,,추천입니다...^^
고등어맘 2007-06-15 14:34 
추천요~~~
룰랄라 2007-06-15 12:11 

저도.... 부럽고.. 한숨나오고..

정말 나중에 저런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여기도 시골인데 저 분 초등시절이 딱 여기 우리 아이들 모습이네요.

여기 아이들도 다들 학원다니느라 놀 시간이 없답니다. ㅎㅎ

우리 아들만 맨날 룰루랄라.....ㅎㅎ

지나가며 2007-06-15 11:11 
"....시에 대한 인상적 비평"...이라뇨.. 그것도 초등 6학년때 저런 글을?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글 못 씁니다. 뭔지 몰라서요...뭐가 되어도 될 녀석?입니다...
지나가다 2007-06-15 09:35 

글 잘 읽었습니다.신선하네요.  요 밑에 강미선님 글이 더 와닿는군요..   사실 이렇게 비슷하게 따라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긴어려울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 아이가 여러면에서 학년을 뛰어넘는 타고난 자질이 있었던것 같네요.  그저 글쓴이의 대략적인 큰틀을 보고 교육을 이렇게도  잘 하는구나 하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사실 집안분위기조성해서 애가 스스로 탐구하게 만드는게 더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일이지요....

붕가붕 2007-06-14 15:37 

아버님의 용기와 결단에 놀랍고 놀랍습니다.

게으른 엄마 2007-06-14 11:07 

부럽네요, 한숨도 나오고.

저도 이런 글 쓸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재능과 적성을 알고 길 안내를 해 주신 아버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강미선 2007-06-14 09:23 

어디에 실린 글인가요?

감동적으로 잘 읽었습니다.

일부러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를 지원해 준 것이 결국 좋은 결과를 나았다는 말씀이지요?

 

아이들은 곁눈질로 배운다는 말씀에 공감하고,

'가르치는 일'에는, 아이가 곁눈질로 배울 수 있는 꺼리를 주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교육은 일부러 계획하기 보다는 생활에 녹아있어야 가능하겠지요.

 

아이가 대학을 가면 나도 지난 날을 되돌아 보며 이런 글을 쓸 수 있으려나...

아직까지는 모든 게 '과정'이니,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

하긴, 인생 자체가 과정이긴 하지만...

 

비슷한 길을 걸었지만 후회하는 분들은 없을까...하는 생각도 생뚱맞게 드는 군요.

분명 비슷하게 지낸 것 같은 데 왜 우리 아이는 망했을까? 하는 분 안 계실런지...

 

지난 날의 경험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것도 결국 바로 '이 시점'에서의 판단에 불과하며,

미래에 대해서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고,

지금의 선택이 삶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 지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는 아주 나중에 하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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