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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표가 높으면 성취도 높아질까?

글쓴이 강미선

등록일 2007-04-18 10:03

조회수 5,26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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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실제 수행과 교육기관에서 기대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간격이 있다.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나는, 교육과정에 정해 놓은 학습 목표를 학생들의 인지능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설정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압박 때문에 우리 학생들 전체에게 너무나 높은 학습 목표를 세워둔다.

불행하게도, 규준을 높게 설정하였다고 해서 성취도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 기관들은 학습 목표를 학생들의 실제에 맞춘 수준이 아닌 미사여구들을 동원하고 있는 데, 내가 보기에 이것은 위험하며 바람직하지 않다.

 

올바르게 접근하려면, '먼저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고, 그 다음에 그에 따라 교육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수업이 의미있게 일어나기를 바란다면, 개념과 추론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이런 권고를 사람들(교육관계자)이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미 정치적 시스템이 되어버린 교육 시스템은 아이들에게 가능한 한 높은 규준을 만들려고만 할 것이며, 평가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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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대학 교수 Vinner (1992)  'The function concept as a prototype for problems in mathematics learning'중에서.

   

...Vinner 교수는 수학에서 '개념 정의와 개념 이미지'에 관한 이론으로 유명한 학자입니다.

(수학에서 개념 정의를 먼저 이해하고 그 개념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야 하는 데, 실제로는 개념 설명을 위해 예로 들은 각종 '이미지'가 오히려 정의 자체에 영향을 주어 학생들이 그 정의를 임의로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는 내용)

이 분은,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 만큼 학생들은 아주 기본적인 개념도 잘 알고 있지 못하다라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기본적인 개념을 안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미국의 교육과정을 위한 규준에는 "모든 학생들은 수학적 정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심화반 학생의 약 1/3가량만이 수학적 정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 뿐입니다. (오랜 동안의 연구들에 의한 공통된 결론)

 

Vinner 교수는 이런 낮은 성취의 원인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인지적인 본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수학의 특징은 연역적인데 인간의 사고 흐름은 그렇게 체계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정사각형이 직사각형이냐?"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5학년 학생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직사각형은 가로, 세로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직사각형의 정의(네 각이 직각인 사각형)이라는 정의에 입각해서 본다면 네 변의 길이가 같던 다르던 네 각이 직각인 사각형은 모두 직사각형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단 한 줄로 간단히 되어있는 정의 자체를 이해하는 것 조차 어렵다는 것이죠.

한번 정의를 익히면 모든 것을 그에 입각해서 생각해야 하는 데, 실제로는 엉뚱하게 다른 것과 연결짓거나 그럴 듯한 말을 지어내는(단지 '아는 척'하기 위한!) 의미없는 의사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학습 목표에는 버젓이 '모든 학생들이 정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는 "도대체 교육 당국은 아이들의 실제 상황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모른체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개탄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님은 미국의 예를 들었지만, 세계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하지 않을까...) 

 

Vinner 교수의 주장은, 수학이 학생들과 맞지 않으니까 가르치지 말아라가 아니라(^^;;;),

최소한 학생들의 인지적 능력을 감안해서 학습 목표를 세우고, 기초 학습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교육 당국 뿐 아니라. 학교, 가정, 학원들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각종 경시대회며 선행학습의 유행 대열에 끼어있는 아이들이 정말이지 기초적인 개념들을 정확히 알고는 있는 걸까, 교사들 또한 각각의 개념들을 정확히 알고 있는 걸까? 하는 회의에 들곤 합니다.

개념 학습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개념학습을 무시하거나, 소홀히하는 것은 바람직한 수학 지도가 아닐 것입니다.

개념을 익히고 추론을 하는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목이 수학교육의 목적이라고 했을 때 말입니다.

 

...수학 학습 지도와 관련해서 Vinner 교수의 의견에 크게 공감하였고, 저만 읽기 아까와서 일부 인용해서 올렸습니다.

내용 자체는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이긴 하지만, 좀 더 객관적이고 강한 인상을 드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중등 수학의 방향 잡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도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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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stn 2007-05-09 14:25 

평소 개념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비슷한 주장을 하는 글을 읽으니 반갑네요.

주번 2007-05-04 21:51 

수학이라하면..워낙 꽝이다보니..

강미선님 글 나오면 잘 챙겨읽고 있어요.ㅎㅎ

서점에서 저번 출판하신 책도 구입했구요.

정말 참 수학 꽝 ~~무지했다란 생각으로 반성 많이 되었고

도움 많이 받았답니다.

기초..개념..

좋은 글 잘 읽고 가요

감사합니다.

lazy 2007-04-19 08:48 

7-가 집합문제를 푸는데 개념을 설명하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제게 마치 잘 모르는 아이를 가르치듯이 친절하게 예제까지 만들어보이면서 설명을 풀어가는 모습이 참 이쁘고 고마우면서 동시에..아..개념이 서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했었습니다.

개념을 제대로 숙지하고 유연하게 소화해내기 전에 스킬을 익히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부분에서 오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전 수학에는 완죤 꽝! 입니다만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강미선 2007-04-18 12:08 

이 분의 연구는 주로 고교생과 대학 신입생 대상으로 실험한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지금까지 계속 함수를 배워온 고1, 고2 아이들에게 "함수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한 거죠.

그리고, 미적분 수강을 신청한 자연계열 대학생들한테 "함수의 연속성이란 무엇이냐?" "도함수(미분)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사실 이 내용은 교과서 단원 맨 처음에 나오는 것들이지요. 맨 처음 한 줄로 간단히 설명된 '정의'. 

이 학생들은 대학 입학 시험을 치루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문제를 풀었을 테지요. 아마도 꽤 많이 풀었을 거에요.

근데 상위권 학생들(입학 시험에서 A를 받은)조차 정확하게 대답한 학생들은 30%를 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뭐 그리 복잡한 응용 문제를 풀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정의가 무엇이냐? 그 정의에 맞는 게 뭔지 다음 중에서 골라봐라...그런 간단한 문제를 낸 건데! (말하자면, 학교 시험에서 1번이나 2번에 나오는 문제)

 

교사들은, 오랫 동안 수학을 배운 아이들이 다른 건 다 까먹어도 최소한 이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그런 걸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사실은 '최소한 이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다들 너무 높은 데만 쳐다 보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아이들에 대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개념 하나 하나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가 다 개발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제 시작이라고 봐요. '함수'가 무엇인지, '넓이'가 무엇인지, '분수'가 무엇인지, '변수'가 무엇인지 '소수'가 무엇인지...지금 하나하나 밝히기 시작했거든요. 최근에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들 그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자세히 살펴보니, 이게 참 간단치가 않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거죠.

그래서 아직은 개념 중심의 교수학습 방법이 개발되어 나와있지 않습니다. 시중에는 문제 풀이 방법은 무수히 널려있지만, 정의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개념의 실체를 꼼꼼히 들여다 본 책들은 극히 소수입니다.

 

학부모들이 개념 교육에 관심을 갖는다면, 학교도 학원도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가르치는 분들도 '이게 다가 아닌데...'라는 생각만 하고 현실을 개선하는 것에는 소극적이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이 알아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개인이 하기엔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개념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연구가 활발해지면, 우리 아이들이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 지를 알면서 공부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고, 나아가 그 사고패턴을 다른 영역에 확장해서'사용'하는 법을 깨닫게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청춘의 이 귀한 시간에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수학적 사고 패턴'을 익히는 것이므로, 이렇게 진행된다면야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강 2007-04-18 11:59 

개인적으로 자식 교육때문에 의견충돌로 싸우시는 분들 참 부럽습니다. 전 뭐든지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 해결해야 되네요. 울 애 아빠는 의논을 좀 할려고 하면 "나는 모른다"로 일관을 하니 속이 터집니다.

중1맘 2007-04-18 11:32 

기다리는 분들의 글이 올라와서 너무 좋아요.

좋은 말씀 꼬옥 새기고 있으니 앞으로 자주 자주 오세요.^^

임정욱 2007-04-18 11:26 

개념을 스스로 정확히 터득하면 해결 못 할 문제가 없다고 늘 주장하는 남편말 때문에

저는 개념원리라는 책으로 혼자서 개념을 터득하면서 공부하라고 하는데...

설명을 듣고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요즘 문제집은 개념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소리내서 읽어보며 공부하는데..

어제 아주 쉬운 개념(정확히는 계산 문제)에서 틀려서 오답이 나오더군요.

개념을 정확히 이해했다해도 반복을 통한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그렇다면 문제집의 양치기(많은 양을 풀어보며 연습하기)를 해야 하는가?

 

정확한 개념을 잡는다는 것...

남편은 이 세상의 문제집을 모두 풀고 시험을 볼꺼냐? 개념만 정확히 알면 된다고

큰소리 치면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네요..그래서 싸움...ㅠㅜ

 

사랑가득 2007-04-18 10:48 

개념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 정말 공감합니다.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고 그냥 마구잡이로 문제만 많이 푸는 게 얼마나 위태로운 발상인지...

 

개념,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릅니다. 역쉬 강미선님이 나타나시니 분위기 확 띄워지네요. 너무 감사하고요, 염치 없지만 이런 좋은 글 앞으로도 많이많이 올려주시면 방황하지 않고 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쁘신데 이런 좋은 글 너무나 감사합니다. 언제 나타나시나 몇 달을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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