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일반] 엄마와 아줌마의 낮은 사회적 위치를 개탄한다. 2002-06-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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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5일



저는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을 들자면 우리 아이의 “엄마”가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다이어리에 [ 아이 때문에 너무 행복한 엄마의 이야기 ] 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지요.



그런데 가끔씩 엄마이기가 싫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 때입니다.

바로 세상에 있는 세가지 성이 있음을 느낄 때 이이지요.



1. 남성 2. 여성 3. 아줌마 – 엄마



라는 세 가지 성 말입니다.



엄마가 되기 전에도 저는 1. 남성 2. 여성 세상에는

두 가지 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두 성의 관계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일한 분야가 본래 남자들이 많이 일을 하는 분야 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경제신문 증권면을 보면 여자 이름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을 보면 많이

달라진 것 같기는 합니다.)

어쨌든 제가 일할 당시에 증권회사에서 여자가 비서 일 이외의 일을 하는 경우가

무척 드물었습니다. (비서 일이 가치 없는 일이라는 의미는 절대로 아닙니다.

미리 그어져 있었던 선 을 말씀 드리는 것이지요.)



저는 여자 사원이든 남자 사원이든 열심히 일하고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제 남자 상사가 앉아있는 자리에 앉아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제 착각이었습니다.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는 것을 안 것은 회사 생활을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지요.

제가 그 벽을 넘기가 힘든 것은

(이것은 제 상사에게 직접 들은 말입니다.)



1. 여자이기 때문이다.

2. 소위 S대를 나오지 않았다.

3. 미국의 유명 경영대학원에서 받은 석사학위가 없다.



였습니다.



위의 세가지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일을 배울 기회조차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받으면 항상 남자를 찾는 또 다른 남자들을 만나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 벽 뒤에 있는 세상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얼마나 어마어마하고 어려운 일이길래 그럴까 하는 생각을요.

그리고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선천적으로 궁금한 것은 그냥 못 넘어가고 한번 하면 끝까지 해보는

제 장점이자 단점인 성격이 많이 작용을 했습니다.

그러그러하게 열심히 하다 보니 저도 “별 일 아니네. 나도 할 만한 일이네.

아니, 어떤 여자도 배울 기회만 갖는 다면 할 수 있는 일이네.” 라는 것을 알았고,

회사에서도 “여자인 ~ 도 우리가 하는 일을 할 수 있네.” “아니 어떨 때는 더 잘하네.”

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물론 일을 하면서 정말로 똑똑하고 잘난 남자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똑똑한 외국의 많은 여자들을 만났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사람은 딱 한 사람 있었습니다. 그나마 홍콩에서 근무하는 사람이었지요.



그렇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직장을 그만 두고 아이를 낳았지요.

그리고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워 보면서 가장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제게는

증권회사 다니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던 것이 아이 키우는 일보다는 더 쉬웠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아줌마가 하는 일은 대단합니다.



그런데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어찌 된 일인지 저의 사회적 위치는 더 떨어진 것 같더군요.



아줌마(~엄마) = 아마추어= 낮은 사회적 가치 라는 도식이

은연중에 형성되어 있음을 느끼면서 더 느끼게 됩니다.



아줌마가 무슨 일을 좀 잘하면 “아줌마가 제법이네.” 이런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다가 무슨 일을 잘 못하면 “아줌마가 그렇지, 별 수 있어.” 이런 소리를 듣습니다.

결혼 전에는 “여자가 제법이네.” 또는 “여자가 그러면 그렇지.” 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을 했는데 지금은 여자보다 더 한 단계 내려간 아줌마라는 성에 끼여서

이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이런 제게 자격지심을 버리고 자존감을 키우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세간의 이런 시선이 잘못된 것이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면서

아니 그 이전에 아줌마들이 한 단계 실력이 낮은 사람으로 아니면

가벼운 세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홍보성 인물 정도로 대접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저를 비롯한 우리 아줌마들도 할 일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을 하고 실력으로서 정당하게 주부도 전문가라는 것을 내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 하나가 나 하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 세상의 많은 아줌마들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 입니다.

(결혼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맘에 넣고 있었던 것이 나 하나 때문에 나 이후에 들어오는

여자 직원들이 “여자는 그러면 그렇지”라는 시선을 받지 말게 해야겠다는 점이었습니다. )



제가 생각할 때 그런 의미로 우리 아줌마들이 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스스로 커나가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 삶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도 다른 사람들의 방법론에만 관심을 갖기 보다는

스스로의 방식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이 주는 것을 그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해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이론을 내 아이에게 적용해보는 반복적인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요.



아줌마는 실전에 강합니다.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전이고 경험이라는 것이 일반화되기에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모든 아줌마의 이론이 일반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것이 전문성을 띠려면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목적이라도

가끔씩 눈을 좀 멀리 두고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내 아이를 바라보았을 때

그 때 일반화된 이론의 개별적인 적용방식이 눈에 보이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내 아이에게만 제한된 경험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고

또한 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글을 쓰다가 잠깐 일어나 잠을 자고 있는 아이 얼굴을 보고 왔습니다.

정말로 너무나 행복합니다.

내가 우리 아이가 아니었으면 내 삶에 대해서 이만큼 진지해질 수 있었을까?

이렇게 치열해질 수 있었을까? 를 생각하니 아이에게 너무나 고맙습니다.



아이가 올해부터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또 하나의 이름이 생겼습니다.

“~ 엄마”라는 것이지요.

저는 유치원 선생님께 가끔씩 편지를 쓰는 데 편지 끝에는 항상 “~ 엄마”라고 써 넣습니다.

홍.기.영 이라는 이름 석자만큼이나 자랑스러운 “~ 엄마” 라는

또 다른 나의 이름을 꾹.꾹. 눌러서 쓰면서 다짐하지요.

아이에게 정말로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어야 겠다고요.



항상 나를 나 이상이게 만들어 주는 우리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깨어있도록

그리고 적어도 아줌마라는 제 삼의 성이 한 단계 낮은 성으로 대접 받지 않도록

조금이나마 일조를 해야겠다고 굳게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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