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재] 영어 원문그림책과 우리말 번역본 2002-12-0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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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9일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한번쯤은 영어 원문으로 읽어 주어야 하는 가? 아니면 우리말 번역본을 읽어 줄 것인가? 에 대해 고민을 해보셨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커갈수록 즉, 우리말 실력과 영어 실력의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서 고민은 점점 더 커지기만 하네요. 그렇다고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요.





1.우리말 번역본과 영어 원문 그림책 중 어떤 것을 “먼저” 읽어 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아이의 영어 실력과 성향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말 번역본과 영어 원문 그림책이 두 권이 있으면 보통의 아이라면 자기에게 편한 우리말 번역본만을 고집하기도 하니까 영어로 꼭 읽어 주고 싶을 때 우리말 그림책이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2.어려운 영어 그림책을 반복적으로 읽어 주면 아이가 내용을 이해할까요?



아이는 현재 읽어 주려고 하는 어려운 영어 그림책 단 한 권을 통해서만 영어를 습득하지 않습니다.

다른 영어 그림책, 영어 비디오도, 시디 롬 또는 엄마와의 대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영어를 습득하게 되지요.

따라서 다양한 방법을 병행하면서 어려운 영어 그림책을 반복적으로 읽어준다면 아이가 내용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잠깐 멈춰서 "그림책의 내용을 이해한다" 라는 점을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아이는 그림책의 글(텍스트)을 다 몰라도 "그림"을 통해서 많은 것을 이해합니다.

특히 그림의 해석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더 잘 하지요.

우리 아이는 글은 전혀 모르지만 한번도 읽어 주지 않은 그림책의 그림만을 보면서도 글의 내용과 거의 비슷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다시 말해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을 반복적으로 읽어 준다고 해서 영어 텍스트 자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대충”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유추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이런 과정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영어 그림책을 통해 영어의 감을 잡는 것 (유창성)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이가 영어를 감으로 안다는 것(유창성) 못지않게 쪼개서 하나하나 아는 것 (정확성) 도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3.영어 그림책과 우리말 번역본을 읽어 주는 순서에 따라서 영어 습득면에서 차이가 나나요?



우리말 그림책을 먼저 읽어서 뜻을 알고 영어 그림책을 접한 경우와 영어 그림책만을 반복적으로 읽어 준 경우 영어 습득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두 가지 다 유창성을 위한 것이지 정확성을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같은 유창성을 키운다고 해도 우리말 그림책을 먼저 읽고 나서 영어 그림책을 읽어 주었을 때는 우리말이라는 사전 도움 즉 클루(clue) 하나를 더 주었다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친절하게(?) 제공되는 사전 도움은 아이 스스로 배경지식(Schema)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꼭 영어로만 읽어 주어야 하는 그림책이 있나요?



“꼭”이라는 단서를 붙일 필요는 없지만 되도록



①아이가 그림만으로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짧은 문장의 순수 창작 그림책 (Authentic Books) -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Eric Carle), Freight Train (Donald Crews) 등의 책



② 라임이 살아 있는 책 가운데 문장이 짧은 책 – Mother Goose, Silly Sally (Audrey Wood) 등



③ 미국에서 읽기용 교재로 나온 책 (Readers) 가운데 낮은 단계의 책 – Hello Readers, Step into Reading, Learn to Read 등 (이런 종류의 책들은 거의 번역이 되지 않습니다만..)





5.영어 그림책으로 보다는 우리말 그림책으로 읽어 주는 것이 더 나은 그림책도 있나요?



아이의 영어 실력이 되고 또 엄마가 어려운 단어나 문장을 자유롭게 영어로 풀어서 옮길 수 (rephrase) 있다면 영어 그림책으로 읽어 주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영어로 읽어 줄 때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책들이 좀 있습니다. 주로 작가의 특성에 따라서 인데



①William Steig – 대부분의 책들이 다 어렵습니다. Sylvester and the Magic Pebble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다산기획) , The Toy Brother (장난감 형 / 시공 주니어), Zabajaba Jungle (자바자바 정글 / 웅진닷컴) 등..



②Ludwig Bemelmans – Madeline 시리즈를 썼지요. 문장은 길지 않지만 라임을 많이 맞추다 보니 영어 자체로는 쉬운 편이 아니지요.



③ Pat Hutchins – Don’t forget the Bacons, The Surprise Party 같은 책은 말이 옮겨 가면서 내용이 와전되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어 문장이 길거나 복잡하지는 않지만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모르면 이해하기가 힘든 책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번역본도 없는 것 같군요.



④ Leo Lionni – 이 작가의 책은 영어 자체보다는 내용이 철학적이어서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내용도 우리말로 들으면 좀 쉽게 느껴지지요. 내용도 어려운 데 내용을 담은 언어까지 모른다면 더 답답하겠지요.





6.그러면 내용이 좀 긴 영어 그림책을 읽어 줄 필요가 없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의 연령이 낮을수록 언어 습득에서 정확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유창성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어 그림책과 우리말 번역본의 비율은 아이의 영어 실력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영어 실력이 좋을수록 당연히 영어 원본 그림책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겠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어 교재의 구성은 아이 수준보다 낮은 책 10~20% + 아이 수준 정도의 책 또는 조금 어려운 책 20 ~ 60% + 아이 수준 보다 높은 책 10~20% 입니다.

이런 구성으로 읽어 주다 보면 아이는 자기가 아는 내용의 책을 반복함으로써 자신감을 얻고 자기 수준보다 높은 책에서는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게 되지요.





7.우리말 그림책의 번역은 믿을 수 있나요?



저도 일일이 대조를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일단 믿고 읽어 주어야 겠지요.

그런데 가끔 번역이 눈에 거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은 과.잉. 번.역 때문이지요.

여러분도 잘 아시는 Harry the Dirty Dog (Gene Zion/ Margaret B. Graham) 과 개구장이 해리 (다산기획) 의 한 문장을 살펴보지요.



책에서 Harry 가 집안 식구들이 자기를 못 알아보자 실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어로는 그저 Harry gave up and walked slowly towards the gate” 인데

우리말 번역본에는 “해리는 슬펐어요. 집 바깥 쪽으로 터벅터벅 걸었어요.” 라고 되어있습니다.

영어 어디에도 ‘슬프다’라는 표현은 없는데 (아이들은 그림의 해리의 모습을 보고 해리가 슬프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아도 다 압니다.)

우리말로는 슬프다라고 아주 친절하게(?) 풀어서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또 한 권은 The Story of Babar (Jean de Brunhoff) 의 원문의 일부와 번역본 코끼리와 바바 (시공사) 입니다.



Luckily, a very rich old lady who has always been fond of little elephants understands right away that he is longing for a fine suit. As she likes to make people happy, she gives him her purse.



번역:

그때 마침, 길을 가던 귀부인이 바바를 보았습니다. ‘정말 귀여운 코끼리구나.’ 그 귀부인은 꼬마 코끼리를 무척 좋아하는 분이었어요. 귀부인은 어느 새 바바의 마음을 알아차렸어요.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알잖아요. -빨간 색으로 표시한 이 문장은 원문 어디에도 보이질 않지요.





8.가끔은 영어가 더 쉬울 때도 있어요.



흔히 지식 전달책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과학책 같은 것을 보면 우리말 표현보다 영어 표현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경우가 있거든요.

왜냐하면 과학 용어를 비롯한 많은 우리말 용어들이 한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적혈구, 백혈구 하는 말보다 아이들에게 red blood cell, white blood cell이 더 쉬울 수 있거든요.

따라서 저는 지식 전달책을 읽어 줄 때 어려운 부분은 우리말로 풀어서 이야기해 줄 때도 있지만 용어만큼은 우리말과 영어 두 가지 모두를 가르쳐 줍니다.





같은 내용이 그것을 담는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아름다움과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가 이런 아름다움과 기쁨을 저보다 더 많이 느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오늘 따라 더 강하게 드네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국어를 앎으로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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