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적 상상력을 찾아서 2001-01-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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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험

저희 아이가 color 만 떠들어 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와 하루는 물감을 가지고 섞어보는 놀이를 했었습니다.
아이는 벌써 컬러에 대해서 자신 만만 했고 첫발견의 color 책을 읽어 색의 몇몇 혼합 정도는 벌써 알고 있는 단계였습니다.
Look ! Blue and yellow mixed together make green.
아이가 대답을 못하더니 No , No 합니다 .
그러고 보니 그것은 green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든 녹색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조금 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노란 물감으로는 칙칙한 파랑색 밖에 만들 수 없었습니다.
며칠 후 다시 새 물감으로 아이와 노랑색을 짜면서 물어보았습니다.
“What color can you see if mommy mixes blue and yellow ?”
“It is green”
아이는 물감을 채 섞기도 전에 책에서 외운 말을 내 뱉었습니다.

2. 경험의 오류

녹색이 나오려면 동일량,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물감으로는 조금 더 노랑색을 써야 아이가 납득할 만한 녹색이 나옵니다.
무조건 두 가지 색깔을 섞기만 한다고 녹색은 나오지 않습니다.
책으로 미리 결과를 알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다가 비슷한 양의 파랑과 노랑을 섞으니 녹색이 되더라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편이 나을 뻔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각 색깔의 양의 개념을 제시하며 그런 과정을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었어야 했습니다.
저는 녹색이라는 어른들의 정답을 아이에게 말해주지 않았던 편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궁금해 하기 전에 알아버렸고 이해하기 전에 답을 암기해 버렸습니다.

3. 오류가 나온 까닭

첫째,
저 스스로 객관식,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았던 교육을 받아 왔고
달달 외웠던 지식에서 자유롭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리고 그 지식에 대해 더 넓은 안목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있어 과학의 중요성은 사물을 바라보는 호기심과 탐구력을 키워주는데 있습니다.
물론 녹색이란 정답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저는 녹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론 적으로 아이에게 녹색이란 정답을 요구한 꼴이 되어 버렸고 너무 빨리 암기를 잘해버리는 저희 아이는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녹색이라고 말을 해버린 것입니다.
물감으로 처음에 접근을 하며 아이에게 그냥 보여주기만 했다면 아이는 그런 대답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더 변하는 과정을 신기해 했을 수도 있고 다른 물감을 가지고 이것 저것 자기가 섞어 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결과가 도출된 책을 , 또 그런 정확한(?) 문장을 아이에게 들려주었던 것이 나았을까 이런 의문을 가져 봅니다.

셋째,
영어로 말해주고 싶은 욕심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한국말로 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늘 확실하게 아는 문장, 어디선가 본 문장만을 선호하게 됩니다.
준비한다 해도 저의 놀이 계획에서 늘 확대, 변형되어 놀이를 하는 아이에게
준비된 정확한 영어를 항상 써준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영어로 이야기하면 저의 상상력은 많이 가라앉습니다.
저는 한국말로 사고하고 한국말로 머리에서 논리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컬러에 대한 빈약한 접근 방식이 이런 오류를 낳은 첫번째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blue and yellow mixed together make green 라는 문장,
mix 와 make 라는 단어에서 완전히 자유로왔다고는 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의 빈약한 과학적 안목을 영어의 중압감이 더 짓누른 꼴 입니다.

4.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 아이들에게 과학적 사고력, 안목을 키워주고 싶은 것은 모든 어머님들의 바램일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어머님들이 과학 책에 대해서도 늘 관심을 기울이고 대개 비싼 전집이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사주기도 하십니다.
한동안 자연에 대해 , 과학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에 대해 고민한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설명’ 이란 말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것입니다.
사이언스 스토리 북의 유머러스함 , 주제를 찾아 거꾸로 정의를 내리도록 유도한 접근 방식을 보고 참 좋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첫 발견의 그 멋진 삽화(대개의 의학 서적은 삽화일 만큼 삽화는 특징이나 이해를 높이는데 사진보다 휠씬 효과가 있습니다.), 삽화로 한가지 주제를 다양한 방면에서 주제를 전달 할 수 있도록 접근한 것에 대해 경탄을 한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이언스 스토리 북에서도 첫발견으로 부터도 31개월 된 저의 아이에게 그림책이상의 어떤 것을 요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접근 방식도 31개월된 아이에게는 통합적으로 이끌어낼 인지 능력이 되지 않으며,
아무리 좋은 삽화도 거리개념, 양의 개념, 시간의 개념 등의 기본적인 인지 능력이 갖추어 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어른이 기대하고 감탄하는 효과를 거두기 힘듭니다.
생각 할 수 있는 능력 밖에서의 반복되는 자극은 암기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암기는 아이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가로막을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5.과학적 상상력을 찾아서

첫째,
'과학책’이라는 이름으로부터 먼저 자유로워 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롭고 보니 아이가 그 동안 읽고 있던 책에는 과학적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소재들의 책이 너무 많이 있었습니다.
요즘 저희 아이가 가장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은 Maurice Sendak 의 In The Night Kitchen 과 Marcus Pfister 의 The Rainbow Fish 입니다.
In The Night Kitchen에서는 주인공인 미키가 밀가루 반죽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은하수로 날아 갑니다. 그리고 은하수 에서 우유를 얻습니다.
그리고 The Rainbow Fish 에서는 무지개 물고기가 반짝이는 비늘을 하나씩 떼어서
다른 물고기에게 나누어 줍니다.
저는 이 두 이야기가 비행기에 대한 다른 어떤 설명보다도
구체적이며,아이에게 훨씬 비행기를 가깝게 느끼게 해주고, 아이도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열려 있게 한다는 점에서 과학적인 상상력이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지개 물고기는 그 비늘이 사실적이지 않게 그려졌다 해도 훨씬 비늘이라는 존재를 아이에게 인지 시키는데 어떠한 물고기 과학 책보다도 이상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둘째,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과학책, 혹 한 두 권씩 더 살지도 모를 우리 아이의 과학책은 그냥 편히 그림책처럼 보게 하려고 합니다.
읽어 주다 보면 이상하게도 아이는 내가 한 문장을 그대로 내뱉고 내가 한 감탄사 까지 따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미없는 암기라도 언어의 자극은 있을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의 자극으로 혹시 그 사물에 대해 더 빨리 이해하고, 앞으로 그 사물을 대할 때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 가르쳐 주지 말고 읽어 주지 말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 시기를 조금 더 뒤로 미루자는 말입니다.
저는 31개월된 저의 아이가 달에 대해 Solar System 이라는 단어를 내뱉기 보다는 저녁이 되면 스스로 소파 뒤로 가서 달을 하늘에서 찾아보고 반가워 했으면 좋겠습니다.
달에 토끼가 있느니 없느니로 이야기를 했던 초등학교 이학년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이학년때 어떻게 어느 정도로 사물을 이해 할 수 있었는지 되돌아 봅시다.

셋째,
더 많이 시장에 데리고 나가고, 더 많이 산에 오르며,더 많이 놀이 공원에 데리고 가고, 더 많이 바다에 갈 것이며, 더 많이 흙을 만지게 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그냥 많이 쳐다보고, 많이 만져보고,많이 냄새를 맡아 보고, 흠뻑 물에 젖게 하며
추위와 더위에 우리의 사계절에 노출 시킬 작정입니다.

넷째,
영어로 말해 주려는 욕심으로부터 더 자유로워 질 작정입니다.
영어보다는 아이와 똑 같이 더 넓어진 상상력으로, 정확한 영어 문장이나 과학 용어를 배우려는 노력과 함께, 나 자신도 모르게 굳어 있는 과학적 상상력을 깨우치기 위해 더 많이 자유로워지고 더 많은 책을 읽겠습니다.

다섯째,
과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많은 Story Book들의 이야기를
요리를 하다가, 밤에 잠을 자려고 불을 끈 후, 아이랑 버스 안에서 소근 소근 이야기해 볼 작정입니다. 책의 그림 속에 묶여 있는 상상력을 내 아이의 장난감으로, 이불 속으로, 아이가 디디고 있는 땅 위로 끌고 들어올 작정입니다.
마치 한때 제가 ‘고고’에 나왔던 문장 이나 단어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의도된 설정을 연출했던 것처럼 ,
생활의 한복판에서 아이가 읽고 보아왔던 상상력을 책 뿐이 아닌 아이 곁으로 다가 갈 수 있도록 도와 줄 작정입니다.

어제 밤, 아이랑 손을 잡고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데 In The Night Kitchen 에서 본 달이 생각났습니다.

엄마랑 같이 달에 가자....
미키는 밀가루 반죽으로 비행기를 만들었지.
너는 무엇으로 비행기를 만들거니?

아이가 대답을 하지 못하더군요.
저는 그냥 빙긋 웃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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