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원문과 한글책을 놓고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보내는 편지 2001-10-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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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당신같은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공사니 비룡소니 사계절이니 하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번역 창작 그림책이나 첫발견 번역본 보면........그런 거 읽어 줄 시기가 온 것 같은데..... 영어 원문을 보니 글이 너무 긴 것 같고 문장도 만만치 않고...
그냥 번역본 읽어 주면 편하겠다....... 이런 생각했었습니다.
번역본은 그냥 몇 번 좍 읽어보면 feel이 딱 오고 준비 안 해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어 줄 수 있고....... 질문 걱정, 문법 걱정, 발음 걱정 이런 거 안해도 되고........괜히 영어 그림책 읽어 준다고 이런 느낌 반도 못 전해 주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도 욕심이 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간단한 사물인지 그림책으로 우리 아이 영어 그림책을 끝내려니 어쩐지 부족한 거 같고..... 영어 그림책을 읽는다면 이 정도는 읽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영어 서점에 쌓여 있는 쉽지 않은 원문 책들을 보며 .... 아득해지기도 하다가........ 엄마라는 욕심으로 덜컥 덜컥 사버리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당신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당신은 묻고 싶겠지요.
저희 아이가 어떻게 책을 읽고 어떻게 반응을 했는가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당신에게 다시 한번 묻고 싶군요.
번역본을 포함한 한글 그림책과 영어 그림책이 있을 때 당신은 어떻게, 어떤 선택을 하십니까?
많은 분들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냥 원본이 있는 책은 영어로, 전통이 담겨있는 우리 나라 좋은 책은 한글 책으로......
이 말은 편리한 말이기는 하지만 또 말만큼 쉽지도, 정답도 아니란 생각을 저는 하고 있습니다.
한번쯤은 저도 멈추어서 생각했던 내용들이기에 당신이 머물러 생각하고 있는 모습에 그냥 지나갈 수가 없어 펜을 들었습니다.

생각 하나-----> 해.석.이 아닌, 해.석.을 넘어 느끼는 번역 문학의 즐거움

많은 어머님들이 영어 그림책을 읽어 주시면서 투덜거리시는 것이 해석에 대한 문제입니다.
해석을 해주어야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한번 읽고 한번 해석해 주고 그래도 되나요?
이런 질문들 말입니다.
그런 것들에 대해 이미 많은 분들이 벌써 좋은 의견을 내놓으셨습니다.
아이가 영어 그림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석을 해 주되,
너무 친절하게 해석을 해 주면 익숙한 한국말에 자꾸 기대게 되니 직독직해 만큼은 피해라....... 이런 의견들이시죠.
저도 이 내용이 가장 설득력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질문들을 접하면서 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많은 엄마들이 해석까지는 생각을 해도 번역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 구나..... 이런 아쉬움입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라는 책 아시지요?
이와 비교해 영어본인 "The Story of the Little Mole"을 읽으면서
번역된 한글 그림책이 무척 재미있게 잘 되었구나 .... 원본인 독일 본은 이렇게 직설적으로 씌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실거에요.
영어본에는 "poop" 이라는 말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키득거리며 좋아하고 흥분할 요소인
" 네가 내 머리에 똥쌌어?" 이 대사가 영어로는 "Did you do it like this?" 로 점잖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제목도 "작은 두더쥐의 이야기"라니..... 거기에 비해 한글본인 "누가 내머리에 똥쌌어" 는 얼마나 우리에겐 유쾌, 상쾌, 통쾌 입니까?
이 책을 아이가 원문으로 접하다 보면 절대로 아이는 영어로는 "Poop" 이란 말을 공개적으로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겠지만 누군가가 내 머리에 못할 일을 한 황당함을 그리도 신나게 느끼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런 재미를 경험하는가 하면 가끔 번역본들을 통해 원문의 그 무엇이 빠졌다는 상실감을 느끼게도 됩니다.
유명한 그림책 비평가이신 최윤정씨가 번역한 비룡소에서 나온 "나는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가 저에게는 그런 느낌을 주었습니다.
벌써 원문이 들어오기 몇 년 전에 번역이 된 이 작품들은 우리에게는 "Little Bear" 로 잘 알려진 " I CAN READ BOOKS"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미국에서 아이들 리딩 교재로 씌어진 책입니다.
대부분의 창작 동화가 과거형인데 비해 이 작품들은 글 대부분을 고집스레 현재형으로만 처리했고,
가장 쉽고 단순한 단어만 골라 책을 썼다는 노력이 역력하게 보이는 작품들이지요.
그런데 이런 리딩시리즈가 번역이 되다보니 우리 한국에서는 스토리 중심의 이야기책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각각의 번역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작가가 심혈을 기울였을 쉽고도 간단한 영어 문맥을 읽는 즐거움은 사라져 버린 듯 합니다.
번역작품을 대할 때 느끼는 부조화를 전형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제가 이 두 가지 책을 예로 들은 이유는 한글과 영어, 두 가지 언어로 책을 접하게 된다면
한가지 언어로 느끼는 느낌과는 또 다른 문화의 차이점, 어학적 감수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작품을 영어와 한글 모두를 읽어 주자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중심이 되어야 하는 언어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원문이 있고 아이나 엄마 모두 원문을 소화할 능력이 된다면 굳이 번역본부터 읽어 줄 필요는 없겠지요.
단지 어떤 작품은 원어인 영어로 어떤 작품은 한글로....... 이렇게 나누는 것으로 끝나지는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다섯 권의 원문 책을 읽어 주셨다면 한 권 정도는 번역본을 찾아 읽어주시면 어떨까 .... 조심스럽게 제안해 봅니다.
읽혀야 할 책이 많은데 그렇게 되면 읽는 책의 양이 줄어 들거라고요?
저는 양이나 부피로 책 읽는 가치를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처음에 읽던 언어만 고집한다고요?
이러한 작업에 아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시도해 보시면 어떨까요?
번역은 해석과는 또 다르게 작품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문학의 또 한 장르라는 것을 많은 어머님들이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두 나라의 인쇄기술이나 종이질의 차이로 인해 똑 같은 작품이라도 그림이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그러한 세세한 감성까지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당신의 보너스입니다.


생각 둘-------> 모국어와 영어가 부딪쳐서 만나는 교집합과 합집합

창작 그림책분야에서 번역 문학의 즐거움을 언급했다면
과학, 음악, 미술의 내용을 전달하는 지식 그림책에서는 개인적으로 번역을 강조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식그림책에는 "개념" 이라는 내용이 언어가 주는 아름다움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이 읽는 지식그림책의 내용이란 것이 영어 그림책이건 한글 그림책이건 살펴보면 대체적인 흐름이 있고 개념도 중복되기 마련입니다.
단지 두 언어의 차이로 인한 "용어" 의 차이가 왠지 크게 느껴질 따름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 용어에 대한 낯설음을 극복시키면서 아이에게 지식과 영어를 함께 접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앞으로의 아이의 영어교육에 있어서도 이런 지식을 다루는 "용어" 는 상당히 중요할 터인데 어떻게 부담 없이 이 용어를 아이에게 전달해 줄 수 있을까?
저는 First Discovery에서 "Butterfly"를 보고 아이가 나비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인다면,
한글 번역판인 첫발견 시리즈의 "나비" 를 보여 주기 보다는 다른 한글 자연 그림책 중 "나비"를 골라 읽어 주는 것이 지식을 이해하거나 언어를 이해하는 모두에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개념을 정립하는데는 똑같은 내용보다는 여러 가지 다른 예(그림이나 사진)들을 살피고
조금씩 내용이 다른 방식의 설명을 듣는 것이 훨씬 이해가 잘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영어 지식 그림책을 읽어 줄때도 모국어를 사용해서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한글책을 통해 아이에게 익숙한 모국어와
아이에게 좀 더 친근한 소재들 (예를 들자면 나비의 경우 호랑나비, 배추 흰나비, 노랑 나비)로 설명되어 질 때 훨씬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식을 이해하는 데는 "관찰, 실험, 비교" 라는 가장 기초적인 덕목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덕목들은 비슷한 개념을 가진 다양한 책을 가지고 풍부한 예를 통해 어머님들은 보다 쉽게 그 내용을 전달해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비슷한 수준과 내용의 한글 책과 영어 책을 동시에 접하면서
서로에 대해 일종의 Prior Knowledge(사전 지식) 가 생김으로서, 훨씬 쉽게 영어 지식그림책에도 다가설 수 있지 않을 까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저는 개인 문학 작품인 창작 그림책을 택할 때는 더 새롭고 더 다양한 내용과 새로운 기법의 그림을 찾지만, 지식 그림책을 택할 때는 비슷한 내용을 포함하는 책을 여러 권 사는 것을 즐겨 합니다.
저는 한글 지식 그림책과 영어 지식그림책의 경우,
이들이 만났을 때 교집합과 합집합같은 영역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집합엔 같은 내용을 의미하는 각각의 지식 용어가 존재하며,
합집합엔 두 언어의 내용이나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표현된,
갖가지 다양하고 풍부한 여러 가지 예들이(자연들, 작품들, 사람들, 물건)존재하고 있습니다.

생각 셋-------> 언어 레벨을 고려하지 않는 책 선정의 미련함

아이가 커나가면서 영어 부분에 있어서는 언어레벨과 인지레벨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음을 크게 느끼게 됩니다.
대개 그 차이를 엄마들이 인정하는 시기는 만 2세에서 만 3세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영어 그림책을 읽어 주시던 엄마들도 시공사니 비룡소니 위대한 탄생이니 하는 책들을 전집으로 들여 놓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아이들이 자꾸만 해석해 달라고 해서 이젠 더 이상의 영어 그림책은 읽어 주시기가 곤란하다는 말씀들을 하시면서 속상해 하는 시기기도 합니다.
혹시.... 당신도 그렇다면....... 아이가 해석해 달라고 조르던 그 책의 영어 언어 레벨은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대체적으로 많은 엄마들은 아이에게 늘 아이의 나이보다 한 단계 어려운 책을 읽어 주고 싶어하십니다.
아이가 너무 쉬운 책만 좋아하면 조금 불안해지기도 하지요.
영어책도 마찬가지여서 지난달에 산 책 보다는 이번 달에는 더 어려운 책을 꼭 사야만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한글책과 같은 인지 레벨의 영어 그림책을 읽는 것은 아이의 나이가 들 수록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인 우리 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곤란함이 있지만......... 영어 그림책 읽어 주기를 중단하기보다는,
아이의 영어 언어 레벨에 맞는 쉬운 책을 골라 주시면 어떨까요?
물론 부지런히 인지 레벨에 맞게 영어 언어레벨도 키우기 위해 다른 노력도 겸해야 할 것 입니다.
학습의 개념을 도입해도 좋은 나이가 되었다고 판단 된다면 여러 리더스 시리즈나 학습지, 전문 선생님이나 교육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영어 대화를 조금씩 실천해 나가거나 영어 비디오나 영어 CD등 다른 환경에도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 넷--------> 돈 안들이고 책 읽는 재미

처음에 번역본을 함께 접해주자는 말과,
또 지식 그림책을 읽힐 때 영어와 한글 그림책 구별 없이 다양한 책을 읽히자는 말을 읽으시면서 당신은 얇은 지갑을 걱정했을 터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책 욕심이 많아서 책으로 들어가는 책값이 만만치 않은 형편임에도 서점에 가면 늘 책을 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요즘은 출판계 전체가 어린이 책 시장에 뛰어 드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어린이 책이 많이 출판되어 나오고,
하루가 다르게 좋은 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수입되는 영어그림책들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현실 앞에서 경제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하여도 당신과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1) 서점에 가서 실컷 책읽기

저는 서점에 가서 아이에게 읽어 주는 책의 종류가 세 가지 있습니다.
아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의 원본이나 번역본을 읽어 주는 것이 그 첫 번째이고,
돌이나 두 돌 짜리 책으로 나온 아주 쉬운 영어 책이나 한글 책을 골라서 읽는 일이 두 번째이며,
재미있는 장난감이나 장치가 있는 영어 책이나 한글 책을 아이에게 골라서 읽히는 것이 세 번째 입니다.
경험상 처음 대하는 책보다는 아이가 많이 경험한 책의 원본이나 번역본을 읽어 주는 것이 좋았고 아주 쉬운 책을 읽어 주는 것이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신간이나 새로 수입되어진 쉽고도 좋은 책들을 모두 살 수는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저는 이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2) 도서관에서 책 빌려 보기

대개 각 구에는 도서관들이 있고 도서관이 가깝지 않은 곳에는 이동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회원이 되면 대개 2주에 3권씩 책을 빌려 볼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책들은 많이 낡기는 했지만 서점과는 다르게 좀 오랫동안 책을 볼 수 있고 도서관이라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랑 이것저것 책을 골라 열람실에서 함께 읽다가 아이가 빌리고 싶어하는 책을 골라 빌리게 합니다.
저는 다양한 그림의 쉬운 과학 그림책들을 많이 빌려 보기도 하고 아이가 가지고 있는 영어 원본의 번역본을 자주 빌려보는 편입니다.

3)이웃과 책 바꿔보기

아이들 친구 집에 가면 늘 아이의 책꽂이에 눈길이 머뭅니다.
그리고 어떤 책을 아이가 좋아하나 어떻게 좋아했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저는 즐겨합니다.
처음에는 책을 빌려 달라는 것이 어려웠었는데 서로 빌려주고 빌려 받으니 요즘은 몇몇 친구들과 이러한 바꿔 보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영어 모임을 하고 있다면 영어 모임에서 이러한 책 바꿔보기를 활성화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경험상 이 방법이 효과를 거두려면 기간은 최소 한달 이상, 그리고 시리즈 물이라면 시리즈 전체를 바꾸어 보는 것이 큰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달 정도 보고 있으면 어느 정도 아이가 책에 많이 접촉이 되고 시리즈 물이라면 전체적인 흐름이 눈에 들어오게도 됩니다.


영어 책을 아이에게 읽어 주다 보니 영어를 떠나 배우게 되는 것이 많아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 줌으로써 다양한 좋은 그림 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필 수 있게 된것을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윌리엄 스타이그의 "부루퉁한 스핑키"라는 책을 "Spinky Sulks" 라는 영어 원본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특히나 흐뭇한 일입니다.
이젠 망설이지 않는 가을입니다.
푹신한 쿠션을 뒤로하고 따뜻한 담요와 함께 아이와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는 것도 따뜻한 가을을 보내는 한 방법이 되겠지요.
또 긴 글을 당신에게 드리고 말았습니다.


2001 10월에


이 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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