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증후군 극복기 2002-07-25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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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둘이 되면서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TV 드라마가 재미있어지고,


몇몇 남자 배우들이 근사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분명 서른 한 살 까지는 내 곁에 있는 남자가 최고라고 믿었던 모양입니다.


그때 까지는 대한 민국의 남자 배우들이 시시했으니까요.


그런 제가 올 봄에는 겨울 연가 라는 드라마에 빠졌었습니다.


아이가 배 용준을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아저씨라 부르고


시어머니께서는 E-mail 배경으로 겨울 연가 OST를 보내시기도 했습니다.


그런 나를 멀리서 바라보면서 불안했습니다.


내가 외로운가? 내가 로맨스가 필요한가?







그리곤 여름이 왔습니다.


월드컵이었죠.


축구라는 이름으로 설거지 따위는 미루어도 용서가 되고........


대한 민국 이라 소리 내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애국심과


황 선홍의 은테 안경에 감동해 하는 선데이 서울 같은 호기심이 뒤 엉켜

한달 내내 마음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월드컵은 끝났고, 카 퍼레이드도 끝났고


7월이 와 버렸습니다.


태풍은 뉴스에서만 요란하게 지나갔는데

마음은 장마가 진듯했습니다.


눅눅하고 약간은 우울하기도 하고 늘어졌습니다.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1단계) 물품 정리




태극기, 빨간 티셔츠, 코리아 머플러, 삑삑이 등은 깨끗이 빨아서 정리했습니다.

언젠가 있을 그날을 위해 서랍 깊숙한 곳에 보관하는데 꼭 독립 투사가 태극기를 숨겨두는 마음 같았습니다.





2단계) 세금과 통장 가계부 정리



7월은 내야 할 세금이 많은 달입니다. 자동차 보험까지 겹쳤네요.


자질 구리한 공과금에 돈 쓸 곳도 많고 적금 통장을 보고 나니 정신이 또랑 또랑해집니다.


살펴보니 6월 달엔 우유 값도 신문 값도 모두 안 냈더군요.





3단계) 남편에게 사랑과 정성을




차두리, 황선홍, 송종국에 흥분해 있는 동안 남편이 무슨 반찬을 먹고 출근했는지 말하긴 곤란합니다.곰국을 끓이고, 수삼 물도 끓여 놓고, 미장원에 가 머리도 깎고 염색하고, 냉장고에 남편 팬티 넣어 놓고 땀 흘리며 돌아 올 그를 기다렸습니다.





4단계) 아이와 축구를




요즈음 아이는 장래 희망이 요리사에서 축구 선수로 바뀌었습니다.


지금 아이에게 최고의 엄마는 같이 축구를 해주는 엄마이지요.


골을 터 뜨리면 골 세리모니도 하는데 세리모니 폼만은 안 정환입니다.


뛰기를 싫어하는 엄마는 20분 정도 뛰다가 만만한 초등 학생을 꼬십니다.


그러면 녀석들은 거만한 표정을 짓지만 형들답게 다섯 살짜리 꼬마와 축구를 합니다.


집에서도 아이는 여전히 비닐 공을 가지고 축구를 합니다.


엄마는 그런 아이가 목말라 우유를 마시는 시간을 놓치지 않습니다.


월드컵 기간 내에 열심히 읽은 “FOOTBALL" 이란 영어 그림책과


지난번 영어 박람회에서 산 “Preston's Goal! " 이란 영어 그림 책으로 유혹을 하면서 은근히 영어 학습을 시키기도 합니다.





5단계) Oh! English!




월드컵 기간 동안 거의 같은 기사만을 만들어 내는 5대 스포츠 신문과 몇 개의 일간지들이 지겨웠습니다.

대한 민국의 눈으로 걸러오는 똑같은 기사보다 CNN이나 BBC의 글들이 궁금했습니다.


게시판의 글들을 읽으면서 또 그들의 이야기에 또 내 의견을 써 넣으면서.....


유명 구단, 유명 선수의 홈페이지를 드나 들며 그들에 관한 정보를 얻으면서.....


여러 감독, 선수 들의 인터뷰가 너무 간단히 편집되어 자막이 흐르는 것이 못 마땅해 하면서............


영어를 더 잘 한다면 훨씬 세상을 재미있게 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의 영어 교육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최소한 40년은 더 살고 싶은 나도 영어를 훨씬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몰려왔었습니다.


우선 예전에 공부했던 영어 책들을 꺼내어 책상에 펼쳐 놓습니다.


시작이 반이란 말은 늘 희망을 줍니다.





6 단계) 추억 그리고 인생과 당당하게 놀기





아이랑 상암 경기장 가서 찍은 사진 현상하기, 남편이 다녀온 우리 나라와 독일의 4강 티켓 앨범에 끼워 넣기, 아이와 지난 월드컵 토너먼트 그려보기는 즐거운 추억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무리 하고 싶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즐거운 몰입, 신명 나게 노는 열정 이지요.


고백하자면 저는 인생을 통해 꼭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위인전 식 사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은 꼭 얼마쯤은 있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도 있고요.


그렇게 살다 보니 욕심과 게으름에 능력 부족까지 뒤 범벅이 되 가끔 두통이 오는 걸 느낍니다.


더 고백하자면 제 마음이 아수라장이 되었던 6월 조차도 전 아이 생각에 덜덜 떨며 시청 앞에도 못 가고...... 이런 저런 원고 작업을 끝내지도 못한 채 시간만 질질 끌면서 더 화끈 히(?) 놀지도 못했습니다.


또 배 용준 이나 차 두리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아직도 쑥스러운 것은 또 뭐라고 설명해야 합니까?


이런 인생에 이번 월드컵이 고맙게도 딴 지를 걸어 준 듯 합니다.


열심히 살고 싶은 당신, 제발 당.당.하.게. 놀.아.라.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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