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지기... 2011-08-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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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나와 그동안 자신이 많은 연구를 한 전문분아에 대해 대중들에게 잘 설명하는 분들을 보면 참 존경스럽습니다. 대중을 위해 유익한 정보를 아낌없이 주시는 구나...싶어 고마운 마음에 단정한 자세로 앉아 꼭꼭 새겨 듣게 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저 분들도 고민이 있을텐데...'싶기도 합니다.

저 분들도 누군가에게 조언을 얻고 위로 받고 싶으실텐데, 그럴 데는 있을까...

"사실 내가 이런 고민이 있다."고 누군가에 털어놓았다가, 그가 조심성없이 떠벌리는 바람에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혼자 끙끙대는 건 아닐까...

 

어떤 정책을 발표하면서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며 확신에 차서 강한 어조로 말씀하시는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가들을 보면,

'미래를 알 수는 없으니 본인들도 속으로는 염려가 좀 되는데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단정적인 어조로 말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이 정책이 잘 될런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한번 해 보고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때 가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지요.'라고 했다가는 쏟아지는 비난을 피할 길 없을테니까...

 

사회를 이끄는 리더의 입장이 아니라도, 소소한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식 문제에 있어서는 '솔직히 까놓기'가 참 어렵지요.

 

다 큰 것도 아니고 '아직 키우는 중'인 상태에서 "내가 이렇게 했는데 그랬더니 성공했다. 그러니까 내 방법이 정답이다."라고 섣불리 주장하기도 어렵고,

동갑 내기 자식 키우는 엄마들에게 개인적인 속사정을 들킬까봐 두렵고,

극단적인 말을 섞어가며 자식 흉을 보았다가 말이 씨가 될까 두렵고.

큰 맘 먹고 비법을 알려주었다가 "잘난척한다"는 비아냥만 되돌아 올까 두렵고,

너무 고민이 되어 누군에게 기껏 조언을 구했다가 "어머, 그런 것도 아직 몰랐구나~"하는 소리를 들을까 싶어 소심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막함과 갈등을 참을 수 없어, 두드리게 되는 데가 인터넷 커뮤니티가 아닐지...

 

익명의 공간이라지만 단단히 맘 먹은 자에 의해 신상털기를 당하면 곧 나의 정체가 밝혀질 수도 있는 곳이지요.

하지만, 유명인사도 아닌 데 누가 나의 신상을 털까...싶어서 맘 놓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도 합니다.

근데 '같은 반 엄마도 회원일 수 있고 게다가 우리 애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아이니까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누군지 다 알지. 그러니 게시판에 뭘 물어볼 때는 최소한의 정보만 드러내고 조언을 구해야 해.'하는 속마음을 갖는 것은 아닐지요.

 

조언을 해 주는 입장에서는...,

받는 편이 아니라 주는 입장이라는 게 좋고, 공익에 이바지하는 것 같아 신이 나서 보물 보따리를 풀어놓기도 합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완전히 다 주기엔 좀 아깝고 '저 중에 우리 아이 라이벌이 있을 수도 있어!'싶어 결정적인 핵심은 은근슬쩍 넘어가는 분이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언젠가부터 주는 사람 따로, 받는 사람 따로...그렇게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조언을 해 주는 사람도 정보를 얻거나 조언 받고 싶을 때가 있는 데,

보물이 그득한 사람은 정작 내 놓지는 않으면서 다른 이들이 올린 정보만 조용히 수집하는 현상...

정보는 보따리에 꽁꽁 싸여 소통되지 않는 현상의 반복...

익명의 공간 안에 또다른 익명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

 

저의 경우, 필명이 아닌 실명을 사용하고 있는데요...수학 이야기 외에 종종 아이 이야기도 써 왔습니다.

아이 이야기는 팁이 될만한 정보라기 보다는 거의 사는 이야기 수준이지만, 저로서는 나름 대단한 각오로 쓰는 글들입니다.

우리 아이의 학교 엄마들이 여기서 제가 올린 글을 읽거든요.

그 엄마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여기서 본 것을 이야기하고 그 친구들이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를 또 우리 아이에게 낱낱이 해 주는 바람에, 어느 날 아이가 제게 자기 얘기는 쓰지 말라고 당부 했었어요. 엄마가 왜 함부로 자기 프라이버시를 해치냐고... 

그래서 제 카페에 올리던 아이 이야기도 되도록 자제하고 있습니다.

내 이름으로 내 이야기를 쓸 수는 있지만, 내 아이는 엄연한 타인이니 존중해주어야지요...

(땅이라도 파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해야 하나..)

 

성적표에 석차가 없는 초등학교 때와 달리,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 모두가 경쟁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중학교 때까지도 그런 생각이 거의 없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약간의 패닉 상태를 겪었어요.

아...이렇구나, 이런 거였구나...하고.

세상이 그렇더라도 상생하며 살아야지...라고 생각했고, 고1 초에 자발적으로 우리 반 학부모 카페를 만들어서 우리 반 엄마들에게 제가 새로 얻은 정보들을 그때 그때 공개하고 있습니다.

엄마들이 좋아하시고 고맙다고들 하시니까 그게 보람이지요.

같은 반이면 그야말로 모두가 다 경쟁자인데 오지랖 넓게 별 일을 다 한다는 분도 있고, 가끔 내가 왜 이런 일을 하지? 싶을 때가 있기는 합니다...

 

그냥 이것저것 떠오르는 대로 걍 수다를 떨어보았습니다....^^;;;

 

      

   

  



원본 게시물: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B_003&number=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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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엄마 2011-08-12 18:55 

강미선 선생님... 정말 동감합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아이가 점점 자라다 보니 누구와 말을 튼다는게 참 어렵더라고요.

제 아이 갓난쟁이였던 때부터 이곳을 드나들기 시작해서 그 아이가 지금은 열두살입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이런 저런 글도 많이 올리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두렵더라고요. 강미선 선생님의 표현대로..

오지랍 넓게 내가 누군가의 일에 관여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해 주었던 충고.. 그 충고가 내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

 

점점 인터넷 공간에서 소통을 한다는 것이 무섭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계획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눈팅족이 되었네요.

 

반성해봐야겠습니다. 누군가의 것을 내가 너무 거저 취한것은 아니었는지...

강미선 2011-08-12 23:38:16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 나이만큼 정말 부모도 자라는 것 같아요.
그땐 그게 전부였는데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아... 그게 전부가 아니었구나...할 때도 있고요.
그래서 더 신중해지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지고...그렇다보면 소극적이 될 수도 있지요.

소통을 안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나름 갈고 닦으면서 소통하는 법을 익히려고요...
개구쟁이맘 2011-08-11 11:16 

강미선 선생님.

항상 올려주시는 글마다 진솔하고 핵심을 찌르는 솔직함에 놀라곤 합니다.

저도 쑥쑥에서 죽 치고 앉아 글 올리던 시절이 쌓이다보니

어떨때는 혹시 아이 같은 반 엄마나 다른 이웃들이 알아보지 않을까 살짝 부담스러울때도 많답니다.

그러다보니 자꾸 비공개 모임터나 개인적으로 쪽지 교환으로 가게 되기도 하구요..

 

실명을 쓰고, 자기 아이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기 정말 어렵다는걸 자꾸 느낍니다.

댓글 달지 않고 묵묵히 눈으로만 보시는 수많은 회원들이 있는 공개된 공간이라 더 그렇게 느끼는것 같구요.

그래도 사실 쑥쑥을 오래 하면서 용감하게 글 올려주신 분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도움을 받아왔는데... 그런걸 떠올리면 잠수 타고 있는게 죄송해지기도 하구요.

 

며칠전에도 선생님 칼럼글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는데

이렇게 진솔한 게시글로 다시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강미선 2011-08-11 13:56:52
그저....감사드린다는 말씀 밖에는...

제가 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개구쟁이맘님과 같은 회원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신생아님 2011-08-10 22:22 

쑥을 안지 13년 그사이 우리딸도 저리 켰지요.

늘 도움만 받고 능력이 없어 도움이 안되서 죄송 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8할은 쑥에서 배으ㅜ고 익힌 교육 철학으로 키운 답니다..

늘 감사드려요 강미선님 ,하니비님...

강미선 2011-08-11 08:28:05
와...13년 되셨으면 정말 원조멤버!!! 반갑습니다!^^
이렇게 쑥을 지키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사이트 운영자들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될 거에요.
도움이 안되신다니요...덕분에 보람을 느끼는 분들이 얼마나 많을텐데요...
저도 감사드립니다, 신생아님....
타조알 2011-08-10 21:08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쑥쑥에 10년 넘게 드나드는 회원이에요.

오래 드나들다보니 이것저것 느끼는게 많았는데

강미선님의 글에 구구절절 공감하게 되네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

강미선 2011-08-11 08:22:29
저는 이제 거의 10년이 되는 것 같은데, 정말 원조 멤버시군요, 반갑습니다!!!^^

한 곳에 오래 있다보니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는 것 같지 않으세요?^^;;
여러 일을 겪으면서,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도 생기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이트를 일종의 '유기체'로 대하는 마음까지 드네요.
감사드리고,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에비맘 2011-08-10 18:27 

얼마전 어떤맘님께서 강미선님의 글을 읽고 마음을 잡는다는 글을 읽고 저두 칼럼을 열심히 찾아 읽었답니다.

열심히 프린트해서 시시때때로 읽고 또 읽고 한답니다.

저두 유령회원처럼 자주 댓글을 달지 못하는 미안한 맘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두 두렵고 너무 멋지시고 똑똑한 아이들을 키우고 계신 맘님들이 많아

자꾸 주눅이 들곤 하더군요..

이야기보다리를 읽으면서 가끔은 피식 웃으며 공감하고 마음한곳이 뻥 뚫리는 것 같고,,,,

쑥에 오는 이유가 공감,,,또 공감  때문인것 같아요.

아이키우며 힘든 마음이 여기에서 많이 풀렸어요...

그리고 강미선님이나 하니비님 처럼 따뜻하고 고마우신 분들 때문에 더 오는것 같아요..

모두가 이런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살았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정말 고마워요 

강미선 2011-08-11 08:12:54
저 역시 눈팅만하는 사이트도 있어요.
내가 주인인 공간도 있고 내가 중심이 되는 공간도 있지만, 내가 손님이나 구경꾼이 되는 공간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어디에 가서나 열심히 글 쓰고 그러는 건 아니라는 거죠.^^;;;

서로 서로 위로하고 힘을 얻고 서로 감사하고...그러면 좋은 세상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브죵 2011-08-10 14:19 

초등아이 키우는 엄마라 이곳에 가끔씩 들어오긴 하지만..

글을 남기긴 어렵습니다.

 

공감이 되는 글에 그냥 추천만 누르고 사라지기 죄송해서

오늘은 댓글 달아봅니다..

 

강미선 2011-08-10 17:12:21
중등 게시판에서 종종 뵌 것 같은데. 초등맘이셨군요.
반갑습니다!^^
브죵 2011-08-10 17:14:04
최근 일련의 일들로 댓글을 두세번쯤 쓴 것이 처음입니다..^^
전 초게 죽순이에요..
=========
라고 댓글을 쓰고 혹시나해서 검색해봤더니.
가끔씩 댓글을 쓰긴 썼던 것 같네요.. ^^
재경 2011-08-10 13:07 

생각과 행동의 거리가 참 가까운 분이시라 느끼고 있습니다.

흉내 비슷하게라도 내어 보고 싶어 님의 글을 찾고 마음을

잡아 봅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보여지는 자리에서 꿋꿋하심에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강미선 2011-08-10 17:11:25
아....감사합니다.
큰 힘이 됩니다.
격려해 주신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비투스 2011-08-10 12:56 

당연히 오지랍넓히셔야죠!  강미선님의 칼럼(우리아이의 중학생활보기...)은 

나에게 몇가지 고민거리를 만들어주었고, 거그서 빠져나오는데 시간이좀 걸렸습니다.

큰아들녀석에게 님과같은 흉내만 내었어도 달라진 모습이었을텐데.... "난 무능했다" 

거기까지 미치자 큰애에게 미안해서 ....

.좌. 절.

.심각함.

엄마는 앞을 내다볼줄알아야한다.

주위환경에서 도움받지 못한다면, 책이라도 많이 읽어야한다.

내아이가 재미없어하면 다른것(현명한것)을 제시할줄알아야한다.

그리고

지금도 늦지않았다.

그것을 가르쳐주셨으니....  더 오지랍넓혀서 나같은사람 깨워주셔야지요!

 

 

 

 

 

강미선 2011-08-10 17:08:23
에고...무슨 겸손의 말씀을...^^;;;

오늘 아침 KBS 아침마당 보셨어요?
6남매를 기르는 엄마가 인터뷰를 했는데, "저 아이들을 보면..."이라고 하는 대목이 있었어요.
순간 저는 그 다음 말로, "잘 길러야할텐데...어떻게 키워야할 지 걱정이예요."라고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엄마는.
"설레요. 저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 지 정말 기대가 되요."라고 하시더군요.
가슴이 뭉클...감동 받았잖아요.
엄마가 저렇게 생각하니까 아이들이 반듯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절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꺾을 수 있는 고난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습니다.
비투스님과 저도 아이들의 미래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보아요~^^
momom 2011-08-10 12:31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강미선 2011-08-10 17:03:29
저도 감사합니다!^^
휘남매맘 2011-08-11 13:51:27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낸 선배들의 글을 빌리자면,
내 아이만 잘되어서는 잘되어진게 아니고.. 주변의 아이들 더 나아가서는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잘되어야,, 잘 키워지는거라는 말에 참 공감했습니다..
님처럼 정말 자녀들의 경쟁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공개하며 같이 이끌어가는 님이
진실한 맘을 가진 부모로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