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를 죽이는 절반의 책임은 학부모에게 있습니다. 2002-09-29 00:16
6792
http://www.suksuk.co.kr/momboard/BFA_011/110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꽤 오래전에 유아 영어게시판에 어느 분의 글에 대한 답글로 올렸었던 글을
조금 다듬어 옮겼습니다.
학교에 복직하기 전에 올렸던 글인데
복직한 지금 다시 읽어보며 저 자신에게 다시한번 다짐을 하게 되네요.
------------------------------------------------------------------------------------------

우선 님의 글을 읽고 교사로서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도 교사 발령 받고 처음 촌지를 건네 받았을때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네 아이 키우신 우리 어머니도 촌지 한번 하신 적이 없었고
촌지라는 말조차 별로 들어보거나 한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 4형제 그로 인해 크게 멍들어 본적도 없고
모두 각자의 훌륭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촌지를 처음 받았을때
그의미가 마음에 닿지 않아 멍하니 얼떨결에 받아들고,
혼자 그 의미를 짚어가다 역부족임을 느껴
동료, 선배 교사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저는 참 행운이 있는 교사였습니다.

그때 도움말 주신 분들로 인해 참교사의 마음가짐과 행동거지에 관한 상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려드리는 일도 간단치 않았습니다.

돌려드렸더니 액수가 적어서 그러냐며 2배의 돈을 넣어 다시 보내셨더군요.

그런게 아니라며 장문의 편지글과 함께 다시 돌려 드렸는데
그분은 일년내내 저에게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내보이셔서
저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그 뒤로도 길고 지루하게 촌지를 두고 밀고 당기는 학부모와의 줄다리기는 계속되었습니다.

때로는 거절하는게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키고, 거절하는게 더 힘들어서 받기도 했습니다.

일관성없이 경우에 따라 받았다 안받았다 하기를 여러해 하는 동안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실은 언젠가는 통한다는 믿음으로
원칙을 정해서 나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직 생활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또 그렇게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촌지가 '촌지'의 원래 의미를 찾았으면 합니다.

그야말로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작은 정성',
바라는 것도, 그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이면도 없는
순수한 감사의 마음을 주고 받았으면 합니다.

교사로서의 저는
학년을 다 마치고 난후 찾아오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주시는 선물은
_ 이런분들은 절대 돈봉투 내밀지 않습니다.-
감사히 받습니다.

학부모로서의 저는
우리 아이 유치원 졸업식때 담임 선생님께 -애기가 백일 정도된- 드릴 선물로
우리 아이가 좋아했던 DK 터치 앤 필 책 몇 권을 고르면서

젖먹을 힘밖에 없던 우리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하게 되기까지의 지난 시간들이
새삼스러워 지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고,
짜증도 자주내고 부족한점도 많은 우리 아이가 밝게 자라는데 큰 도움을 주신 선생님께
-물론 선생님께 섭섭했던 적도 간혹 있었지만 평가란 항상 총체적이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촌지를 받지 않으면 주지 않는다고만 생각하시지 말고,
주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는 면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속된 표현을 빌면 선생님도 길들이기 나름입니다.

학부모의 아킬레스건도 충분히 압니다.

아이를 인질로 잡힌 것 같은 그 불안감 말입니다.

그러나 아이를 교육하는 과정에서의 일이므로
부모들이 더욱더 굳은 마음과 당당한 태도를 견지하셔야 합니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과 이야기해보면
초등학교때 선생님의 편애로 인해
상당히 많은 마음의 멍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나머지 인생을 사는동안
그때의 상처가 그렇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아이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닐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중고등학교보다는 초등학교때 아이가 교사에게 받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몹쓸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생겨난것이 아닌가 합니다.

촌지를 주시려는 노력과 고민을
촌지 받고 아이들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담임 교사밑에서도
심약해지지 않고 자기 존중감과 당당함으로 버틸 수 있는 인성의 소유자로
아이를 키우시는데 쏟으셨으면 합니다.

촌지로 얻은 담임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
-애정이라고도 할 수없지만요-은 절대 그 아이의 마음의 재산이 되지 않습니다.

촌지로 버틴 아이는 이 세상을 항상 촌지로 버티며 살아가야 합니다.

NO PAIN NO GAIN

촌지를 주지 않아서 받는 불이익에 당당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아이가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이어린 아이에게는 감당하기 너무나 어려운 일일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확신과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아이도 성장해서 촌지 한번 건넨적이 없는 부모를 자랑스럽게 여길것이라 믿습니다.

제가 대학 4년을 강남에 사시는 외삼촌댁에서 생활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강남에서 촌지 없이 버티기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웠으리라 여겨지지만
그때 외숙모님의 방침은 확고하셨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막내 사촌 동생은 초등학교 1,2 학년때
촌지안주는 부모때문에 어느정도 몸과 마음이 고생스러운 경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부모도 아이도 무덤덤했습니다.

불이익을 당하면 당하는대로 집에와서 실컷 선생님 욕하고 그걸로 그만이었습니다.

부모의 불안과 심약함은 아이에게 강력히 전염됩니다.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는 사촌 동생에게
그때의 부모님의 처신의 결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전혀 없다고 확신합니다.

아이가 영원히 초등학생으로 남지는 않습니다.

중학교,고등학교를 거쳐 몇배로 더 긴 인생이 남아 있습니다.

선생님께 드릴 촌지로
아이가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런 경우 저런 경우를 많이 겪을 수 있는 경험을 하는데 쓰셔서
아이를 '강하게' 키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질오염이 심하다고 정수기 사용하고,
대기 오염이 심하다고 공기 청정기 쓰고 방독면 쓰는 것으로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자식 사랑이 방독면식 사랑은 아니었나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 급한 마음에 방독면이라도 씌워 주고 싶은게 부모의 마음입니다만 )


그리고 이 악질적인 컨넥션이 학부모와 교사 ,
이 양자사이만의 문제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총체적으로 비틀린 교육현실에서 양자 모두 같은 피해자 입장이기도 합니다.

물론 문제 해결의 열쇠중 누가 더 결정적인 열쇠를 가지고 있느냐 한다면
당연히 교사일것입니다.

저 하나 처신 똑바로 하는것 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일개 교사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항상 고민하고 노력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노력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리 넉넉치 못한 보수로 인해 나름대로 사는게 버거운 소시민으로서의 교사들에게
촌지란 너무나도 달콤하여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인지도 모릅니다.

얼떨결에 받는것으로 시작해서
좀더 지나면 은근히 바라게 되고
안주면 섭섭하고
좀더 중독증이 심하게 되면 안주면 안되게끔 아이를 볼모로 학부모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저도 교사지만 참 부끄럽습니다.

저의 학생으로서의 경험과 교사로서의 경험, 학부모로서의 경험을 종합해보건대
소위 엄마의 치맛바람으로 화려한 소시적을 지낸 아이들의 인생이 끝까지 화려한것은
아니라고봅니다.

학교에서 별로 선생님 눈에 안띄는것에 대해서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갖지 마십시오.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는것은
담임 선생님이 아니고 아이 자신이며,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토양의 질은
학교교사보다는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아이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가장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에 의해 결정되는것입니다.

학부모가 할 일은
촌지를 밝히는 탐욕스런 교사를 만족시켜서
아이의 성장에 전혀 도움 안되는 불온한 관심
-처음엔 효과있는것 같지만 결국엔 식물 자신은 물론 토양마저 황폐화시키는
화학비료와 같은것입니다.-을 받게 하는것이 아니고,

그런 교사가 교단에 설 수 없게 하는 풍토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자식에 대한 관심과 기대와 우려가 너무 큰 나머지
잘못된 비료, 불필요한, 과다한 비료를 퍼붓곤하는데,

아이들은 지극히 약한것 같으면서도 생각이상으로 강하며
꼭 필요할때 조금씩 도와주기만 하면 스스로 자란다고 믿습니다.

제가 늘 쓰는 학급 급훈입니다.

"들풀은 스스로 자란다"

아이는 스스로 자랍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내 아이를 믿으세요.

---------------------------------------------------------------------------------

ps. 촌지때문에 상처받는 것은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랍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는 (특히 요즘엔) 촌지를 생각지도 바라지도 않으시며
수업연구와 아이들 지도에 힘쓰고 계십니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독후활동 워크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