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와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고 (준비편) 2005-07-21 13:47
3379
http://www.suksuk.co.kr/momboard/BFA_011/117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아테네와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고
 

클릭하시면 화면을 닫습니다.

 
 문명의 발상지, 인류 문명의 박물관, 동서 문명의 교차점,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찼습니다.
 이렇게 벅찬 가슴만으로 아는 것도 없이 아테네와 이스탄불로 날아가 버스를 탔습니다.
 
 듣던 대로 '단체 버스 관광'은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마음이 꽤나 헛헛해지는 일이었습니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하듯이
 절대로 그냥 '찍고'만 넘어 갈 수 없는 그런 엄청난 곳들을
 '아테네, 이스탄불, 트로이 찍고~' 이렇게 둘러보고 왔습니다. 
  
 역시 여행의 진수는 제 발로 꾹꾹 밟고 다니는 배낭여행이라는 아쉬움을 한켠에 새기며
 배낭 여행 만큼의 생생한 경험은 못된다 해도, 그래도 나름의 느낌과 깨달음은 있었기에
 이렇게 여행기를 남겨봅니다. 
   
  

 ◎ 여행의 개요.

 여행 기간 : 2005년 1월 15일(토) ~ 24일(월)

 여행지 : 그리스의 아테네, 터키의 이스탄불, 트로이, 파묵깔레, 에페스,

           카파도키아 등 터키 서부의 몇 몇 도시들.

 여행의 주요 개념 : 문명의 발상지, 동서 문명의 만남, 인류 문명의 박물관.

 여행 형태 : 단체 버스 관광  (중고등학교 교사 17명, 초등학교 아이 2명,

                      한국 여행사 가이드  1명, 터키 현지 한국인 가이드 1명,

                            터키 현지인 가이드 1명, 버스  운전사 1명)

 

* 총 4편으로 나누어 '나만의 교육 다이어리'에 여행기를 올렸습니다.

  차례의 제목 옆에 해당편을 써두었으니 참고하세요.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습니다.

  다 읽기가 벅차신 분들은 제 4편만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구요,  

   교회를 다니시는 분들은 제 2편의 고린도 부분과 제 3편의 카파도키아

  부분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차  례------------------------

제 1편  ꁰ 가방을 싸며

          ꁰ 그리스와 터키를 공부하다.

                여행을 위해 읽은 책들

               여행의 키워드

               초 간단 그리스어와 터키어  

 

           ꁰ 단체 버스 여행을 즐기려면

              단체 버스 여행 짐 꾸리기

              개인 배낭여행과는 다른 단체 버스 여행

              단체 여행은 TC (Tour Conductor) 하기 나름?

 

제 2편   ꁰ 10일간의 여행

               제 1일. 서울에서 이스탄불로

               제 2일.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오르다.

            제 3일. 눈물의 고린도여!

            제 4일. 다시 이스탄불로

                            시대가 겹겹이 덧칠해진 성 소피아

                            지하 궁전(지하의 거대한 물 저장고)

                            그랜드 바자르(GRAND BAZZAR)에서의 묻지마 쇼핑

 

제 3편    제 5일.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한 트로이 유적지

              제 6일. 고대 도시 에페소 / 온천 휴양지 파묵깔레

            제 7일. 죽은 자들의 도시 네크로폴리스 / 산 자들의 도시 히에라폴리스

                         석회층 노천 온천 / 동굴 속의 밸리 댄스 

              제 8일. 아름다운 자연 속에 고통스런 인간의 역사가 - 카파도키아

 

            제 9일. 오스만 제국의 영화, 톱카프 궁전 /

                         탁심 광장에서 터키인들과 원 없이 부딪치다.

              제 10일. 드디어 서울, 오! 물냉면, 아! 김치!

   

제 4편   ꁰ 여행을 추억하며

            터키 사람들 / 터키에서의 의사소통 / 터키에서의 식사 /

            엄마의 쇼핑과 딸의 콜렉션 / 여행의 아이러니한 묘미, ‘느닷없는 사건’들/

            여행 중 최대의 유행어들 / 터키를 다녀온 후 / 다음에 터키를 간다면 

 

---------------------------------------------------------------------

 

ꁰ 가방을 싸며

 여행을 앞둔 사람들은 누구나 기대에 찬 설렘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뒤범벅된 복잡한 감정이 되게 마련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는 더더욱 마음이 바쁘고 복잡합니다.

 터키를 단체 버스 관광으로 다녀오신 경험이 있으신 분들께 들은 바에 의하면 어린 아이나 연세 많으신 분들, 당뇨나 고혈압 등의 지병으로 특수 식단을 필요로 하는 분들께는 터키 여행이 다소 벅차다고도 합니다.

 먹거리가 우리네와는 많이 다른 이국으로의 여행이기에, 그동안 몇 차례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오다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선 듯 보이는 작은 아이의 아토피가 걱정되기도 하여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아이만 데리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작은 아이는 아이 이모네 집에 맡겨지게 되었고, 작은 아이의 섭섭함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3년 전에 큰 아이만 데리고 미국에 갔을 때도 아이 이모의 말에 의하면 작은 아이가 이를 닦다 말고 욕실에 공룡이 있다며 칫솔로 구석 벽을 긁어대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었답니다.

 전에 없었다던 강풍까지 호되게 맞으며 다닌 여행이라, 이번 여행에 작은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를 잘 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다음 여행부터는 작은 아이도 꼭 데리고 다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2살, 6살 사내아이들이 있는 동생네 집에 작은 아이를 맡기자니, 동생은 오히려   사내아이들 등살에서 해방될 수 있다며 좋다고 하지만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는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무슨 ‘쌀’까지 보냈냐며 동생이 핀잔을 했지만 과일이며 반찬거리, 간식거리 등을 한 보따리 주문해서 보내고 나니 마음의 짐이 조금은 덜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작은 아이에게도 아이 이모에게도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여전히 남습니다.          

 24일에 돌아오는 일정인데 얄궂게도(다행히도? ) 23일이 시댁 제사라 시어른들께도 송구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고, 두루마리 휴지와 샴푸, 쌀, 식용유, 참기름, 간장, 밀가루 등의 생필품들을 잔뜩 사들고 낑낑대며 나르는 것으로 가까스로 맏며느리의 체면을 치렀습니다. 17일이 생신이셨던 친정 어머님께도 평소보다 용돈을 조금 더 드리는 것으로 맏딸 노릇을 대신했습니다.

 여행을 앞두고 마음 쓸 일이 이 것 저 것 많지만 어쩐지 성의 없게 ‘돈’으로만 때우는 듯해서 제 뒷 꼭지가 어째 좀 머쓱해집니다.     

 학창 시절 시험공부 할 때 이후로 접어두었던 세계사 공부만으로도 머리에 쥐가 나고 용량이 초과되는데, 여행에 필요한 물건 장보기와 집 안에서 키우던 화분이며 냉장고의 음식 처리, 신문 배달 중지 등의 잡다한 일들로 간만에 여행 좀 떠나보려는 아줌마의 하루 하루는 바쁘기만 했습니다.

 여행 기간 동안 못하게 될 피아노 레슨, 수영 레슨, 씽크빅, 튼튼 영어, 방학 중 심화 미술 특강, 오르다 등의 선생님들께 일일이 연락을 드리면서, 아무 것도 안 시키고 있다고 생각했던 제 아이들이 사실은 너무 많은 것들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바로 전 날 저녁에 가습기를 청소해서 말려두고, 난방 코크도 혹시 모를 한파에 동파되지 않을 정도로만 열어두고, 먼지 앉지 않게 여기 저기 덮어씌우고 집안 정리 하고, 마지막으로 손톱도 깎고 나니 이젠 정말 여행을 가긴 가는구나 싶었습니다.  

          

ꁰ 그리스와 터키를 공부하다.

 터키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일상에 매몰되어 제대로 된 공부를 꾸준히 하며 내공을 쌓아오지는 못했습니다.

 간혹 이리저리 채널 돌리다 우연히 관련 프로그램을 조우하게 되면 관심 있게 보는 정도의 불연속적이고 심도 낮은, 준비랄 것도 없는 준비를 어영부영 해오다,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공부는 여행을 한 달여 앞두고 하루에 책 한권씩 혹은 두 권씩 읽어대며 벼락 치듯 소나기 퍼붓듯 했던 것이어서, 소나기 퍼부은 뒤 하늘이 말짱~하듯 여러 권의 책들을 읽고 나서도 발효와 소화과정을 거치지 못한 날 것인 채로의 지식과 정보들로 머리엔 체증이 나고 어지럽기만 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명심했어야할, 그에 상응하는 실천이 뒤따랐어야 할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진리를 여행을 다녀와서야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건데......쯧쯧쯧’ 하며 후회하는 우를 또 범하고 말았습니다만 어쨌거나 너무나도 낯선 곳으로의 여행인지라 누가 뭐래도 사전 공부는 필수였습니다.

   

 터키 지도


클릭하시면 화면을 닫습니다.

        * 여행 경로(지도 상의 붉은 글씨로 쓰여진 곳들이 일반적인 터키 관광의 주요 관광지):

 이스탄불(Istanbul) → 트로이(Troy) → 에페소 (Ephesus)→ 파묵깔레(Pamukkale) →  카파도키아(Kapadokia, Valley of the Fairy Chimneys) → 앙카라(Ankara)

→ 이스탄불 (이스탄불부터 반시계방향으로 터키 서부를 일주하는 여행)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권의 책들을 읽은 것 외에 여기 저기 웹 서핑 하는 즐거움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낯선 이국의 지도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볼 때의 그 설렘은 여행자의 큰 기쁨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자주 들락거렸던 웹 사이트는 ‘이글 아이’라는 곳과 ‘론리 플래닛’이라는 곳이었습니다.

http://www.eyeofeagle.co.kr/Eagle/main.asp

http://www.lonelyplanet.com

 

 여행을 위해 읽은 책들 ( 책 제목/ 지은이/ 출판사 )

  * 터키-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 / 이희철 / 리수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읽었던 책입니다.

신화, 성서, 이슬람. 이렇게 터키를 상징할만한 키워드가 모두 들어있는 책 제목에 야심차게도 이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기본 상식에 참으로 무지한 제가 이 책을 첫 번째로 읽은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기초 실력 없는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던 호소를 건성으로 듣던 교사로서 그런 아이들의 호소를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에선 좋은 체험이었긴 하지만 말입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이 책을 읽으며 꼭꼭 씹어 먹으면 더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고/ 시부사와 사치코/ 디드로

 제 여행기의 제목도 이 책의 제목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터키에 매료당한 일본 여성이 터키를 혼자 배낭여행한 경험과 느낌을 기록한 여행기입니다.

 제 경험으로도 자신의 발과 눈과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쓴 여행기 이상으로 생생한 여행기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터키어를 할 줄 알고 평균적 여성보다 다소 강심장을 소유한 듯한 필자처럼 터키를 여자 혼자 다닐 만큼의 용기는 없다 해도 그 생생한 여행기는 터키를 특히, 터키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매혹의 그리스 / 리네 그리모 / 효형 출판 

 라루스 어린이 백과로도 유명한 프랑스의 라루스 출판 원작을 효형 출판에서 번역한 책으로서 신비의 이집트, 열정의 이탈리아 등과 함께 ‘낯선 곳으로의 열정’시리즈 중의 한 권입니다. 이 시리즈는 계속 출간될 예정인데 하나같이 아주 훌륭한 ‘그림책’들입니다.

 백 마디의 말을 대신하는 생생하고도 화려한 사진 자료들이 페이지마다 펼쳐져 있어서 눈이 아주 즐거운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인문학적 지식에 깡통인 저 같은 사람들을 염두에 둔 듯 그림과 글이 반 반 정도로(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페이지들도 많습니다.)그리 많지 않은 문장들로 간단하고도 편안한 설명과 시원스런 편집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눈도 머리도 편안한 그림책입니다.           

 

* 인류 문명의 박물관 이스탄불 기행 / 진순신 / 예담

 어떤 기행문이건 사진이나 화보자료가 독자의 상당한 이해를 돕는 것이 사실이지만, 터키는, 특히 이스탄불의 그 이국적이고도 화려한 모습을 사진 없이 제대로 느끼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터키를 다녀와서도 또 다시 펼쳐 들게 되는 책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인명부터 지명, 역사적 배경까지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는 무지한 여행 준비자로서 찢어진 신문 보듯 어지러운 머리로 이 책을 읽었고, 수박 겉 핧기만도 못한 버스 관광이나마 일주일간을 터키에 머무르고 온 뒤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조금쯤은 더 많은 퍼즐 조각과 찢어진 신문 조각이 맞춰지는 듯 합니다. 역시 공부는 예습 못지않게 복습이 중요합니다.    

 

* 이희수 교수의 세계 문화 기행 / 이희수/ 일빛

  이스탄불에 관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희수 교수의 쉽고도 진지한 글로

세계 곳곳의 문화유산들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책입니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한번쯤 읽어둘만 합니다.

 
* 이슬람 문화(살림 지식 총서 016) / 이희수 / 살림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을 걸 그랬습니다. 책의 크기며 두께며 난이도의 정도가 제게 딱 맞는 수준의 책입니다. 터키의 문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이슬람’이라는 주체어로 개론적인 내용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과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필자의 의지가 엿보이는 책입니다. 


* 이스탄불(동서 문명의 교류, 살림 지식 총서 103)/ 이희수 / 살림

* 아테네(영원한 신들의 도시, 살림 지식 총서 101)/ 장영란 / 살림

 저처럼 인문학적 지식이 빈약한 사람은 살림 지식 총서나 디스커버리 총서 같은 문고판 책들을 펴내는 출판사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책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핑계, 기초 지식이 없어서 이해가 안 된다는 핑계, 이 같은 핑계들도 이 얇은 책들을 앞에 두면 그야말로 ‘핑계’가 되고 맙니다.   

 몇 페이지 안 되는 자그마한 책에 결코 가볍지 않은 ‘인류’와 ‘자연’을 친절하게 요약하고 요리하여 가벼운 듯 담아놓는 이 책들은 어느 한 쪽을 제외한 지식 외엔 그 지식이 일천한 제가 가슴 벅차게 올라앉을 수 있는 ‘거인의 어깨’가 되어줍니다. 


* 세계를 간다 TURKY(해외 여행 가이드 22)/전명윤, 김영남/ 랜덤하우스중앙

 어느 나라를 여행하건 외국을 여행할 때마다 제가 ‘꼭’ 보게 되는 책이 바로 ‘세계를 간다’ 시리즈입니다. 여행갈 때 딱 한 권의 책만 가져가야 한다면 이 책을 가져갈 것이라 생각할 만큼 가장 ‘실질적인 여행 지침서’입니다. 특히 배낭 여행자에게는 이런 여행 지침서가 안성맞춤일 듯 합니다.

 도보 여행자도 참고할만한 세밀한 지도들과 각 지역마다 관광지 정보는 물론 식당, 호텔 등의 정보들이 간단 간단하면서도 있을 것은 다 있는 식으로 질적 양적으로 적당히 편집되어 있어서 외국 여행 갈 때마다 여행 가방 안에 챙겨 넣게 되는 시리즈입니다.

 

 여행의 키워드

 

 * 그리스 신화

 아테네 유적지를 관광할 때는 그리스 신화나 성경의 내용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으면 유물이나 유적 등이 상당히 피상적으로 보이기 쉽습니다.(저의 뼈아픈 경험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가이드의 설명을 꿰어 들을 수 있습니다.

 함께 여행했던 일행 중 두 꼬마 녀석들이 가장 신화에 정통하고 신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더군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공로상’이라도 줘야겠습니다.

 신화 속 그리스 신들을 한번쯤 간단히 정리해보는 것도 여행에 도움이 됩니다.

 

 * 아타튀르크 (Atatürk)

 터키에서 아타튀르크를 모르면 ‘그야말로’ 간첩입니다.

케말 파샤(케말 장군), 즉 무스타파 케말은 터키 공화국의 창시자이자 초대 대통령입니다.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측과 연맹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전쟁에 패하면서 이스탄불은 연합군에 의해 점령당하고 오스만 제국은 붕괴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아타튀르크는 터키를 분할 통치하려는 연합군을 터키 영토에서 격퇴하고 조국인 터키를 위기에서 구합니다. 그리하여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공략하고 세워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타도하고 술탄을 축출하여 새로운 터키 공화국을 수립하게 됩니다.

 아타튀르크 케말은 초대 대통령으로서 수많은 개혁 정책을 통해 터키 공화국의 초석을 단단히 한 인물로서 터키인들로부터 아타튀르크, 즉 ‘터키의 아버지’라 불리며 터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슬람권에서는 유일하게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것과 아랍어로 표기되던 터키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도록 한 문자 개혁 등은 터키의 정치적, 사회적 발전에 가속도를 붙게 한 매우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이스탄불의 모습을 보면 아타튀르크의 ‘탈 이슬람주의’의 성과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돌마바흐체 궁전 안의 모든 시계는 아타튀르크가 서거한 시각인 9시 5분을 가리킨 채 멈춰있습니다. 일제히 9시 5분을 가리킨 채 멈춰있는 돌마바흐체 궁전의 모든 시계들과, 액수에 관계없이 모든 지폐와 동전에 새겨진 아타튀르크의 초상화는 터키가 얼마나 그를 기념하고 존경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클릭하시면 화면을 닫습니다.

                          그림2.  터키의 모든 화폐에는 아타튀르크 초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 바이람

 단식월인 라마단에 이어 세케르 바이람, 쿠르반 바이람등으로 이어지는 이슬람 최대의 명절이 바이람입니다. 음력인 이슬람력에 따르므로 매년 그 날짜는 달라집니다.

  라마단 - 이슬람 교도의 의무인 신앙 고백, 예배, 성지 순례, 희사, 단식 중의

 하나인 단식 기간(제 9월)으로서 근 한달여의 기간동안 일출과 일몰 사이의 시간에 단식을 해야 하므로, 라마단 기간에는 해뜨기 전 음식을 먹고 낮 시간 동안에 음식을 일절 입에 대지 않다가 일몰 후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합니다.

 (2004년 10월 15일 ~ 11월 13일)   

 세케르 바이람(설탕 축제) - 라마단의 마지막을 축하하며 단 음식을 먹는 3일 간의 축제입니다. (2004년 11월 14일~11월 16일)     

 쿠르반 바이람 - 제 12월에 가정마다 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4일간의 축제로 대개 각 가정에서 양을 잡으며, 잡은 양은 온 가족과 나눠 먹고 양을 잡을 형편이 못되는 이웃들에게도 나눠줍니다. (2005년 1월 20일 ~ 23일)


* 술탄 (Sultan)

 이슬람 세계에서 세속적인 지도자를 일컫는 칭호로서, 코란에 쓰여 있는 원래의 의미는 도덕적, 정신적 권위를 뜻하며, 종교적 권위자인 칼리프(Caliph)의 위임을 받아 군주로서 통치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황제는 술탄과 칼리프 양쪽을 겸임하였으며, 사람들에게 더 익숙한 술탄이라는 명칭이 황제를 지칭하는 뜻으로 불려져 왔습니다. ‘술탄’은 그 자체가 막강한 권력과 제국의 영화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 폴리스(Polis)

 폴리스는 도시국가를 의미하는 말로서 그리스나 터키에는 폴리스라는 명칭을 가진 유적지들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아크로폴리스는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곳의 고유명칭처럼 여겨지지만, 높은 곳에 있는 도시를 뜻하는 일반 명사이기도 합니다.


* 인샬라

 터키어로 ‘신의 뜻대로’ 라는 뜻을 가진 ‘인샬랴’는 절대자로서의 신성을 떠받드는 말인 동시에 인간적 노력의 부질없음을 의미하는 말로도 상용되는 듯 합니다.

 ‘신의 뜻’이라는 말 한 마디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위로받을 수 있기도 하지만, 뭐 다 신의 뜻인 것을 미약한 인간이 애쓴다고 될 일인가 하는 체념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슬람교도가 98%이상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터키인들의 삶에 대한 사고방식이 압축되어 있는 말로도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무장하고 달려온 한국인들과는 어딘가 다른 면모가 느껴지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인사 대천명’에서 우리는 과연 ‘진인사’와 ‘대천명’ 중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일까요? 


* 자미(camii)

  

                           클릭하시면 화면을 닫습니다. 

                          그림 3. ‘자미’는 터키어로 이슬람 사원을 말합니다.

                                      둥근 지붕(모스크)과 첨탑(미나레트)이  특징입니다.

 

 우리에겐 모스크(mosque)라는 말이 더 익숙한, 이슬람교의 예배하는 건물(이슬람 사원)을 이르는 말로서 공동체 신앙의 중심이 되는 곳입니다.

 대개의 이슬람 세계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미는 신앙의 중심인 동시에 생활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자미의 주변에는 관공서나 시장 등이 위치하고 있어서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사원 근처의 시장에서 생활용품과 먹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슬림들의 오랜 일상이었습니다.

 터키의 자미는 둥근 천정의 돔과 연필심 모양의 첨탑(미나레트)이 특징입니다. 술탄 아흐메트 자미, 쉴레이마니예 자미 등은 그 아름다운 외관과 내부 장식으로 보는 이의 경탄을 자아냅니다.

 터키 자미의 필수 요소는 예배 시간을 알리는 첨탑인 ‘미나레트’와 메카의 방향을 나타내는 ‘미흐라프’, 그리고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정결히 한다는 의미로 손을 씻을 수 있는 ‘수전’ 등입니다.


* 케밥과 챠이(Kebabı & Çay)

 터키인들이 먹고 마시는 대표 음식과 차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케밥’과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챠이’입니다.

 

  클릭하시면 화면을 닫습니다.        클릭하시면 화면을 닫습니다.

그림 4.  되네르 케밥(회전 숯불구이)과 요리사      그림 5. 터키식 홍차, 챠이.

 

  터키의 조상이 유목민족이었음을 상기시켜주는 터키의 대표 음식 케밥은 육류요리를 아우르는 말로서 고기의 대부분은 양고기나 닭고기를 많이 사용합니다.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터키 항공 비행기 안에서도 돼지고기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볼 수 있었고, 여행 기간 동안 돼지고기는 보지도 먹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케밥 전문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되네르 케밥(회전구이)을 비롯하여 쉬쉬 케밥(꼬치구이), 타부크 쉬쉬(닭고기 케밥), 아다나 케밥(매콤한 케밥)등 그 종류와 조리법이 다양합니다.

 챠이는 터키인들이 하루에 열 잔 이상도 마신다는, 그야말로 터키를 대표하는 차로 터키식 홍차입니다. 어느 식당이건 투명하고 작은 잔에 챠이가 나옵니다. 가정집에 온 손님에게는 물론 가게에 들른 고객에게도 관심과 친절을 표하는 첫마디는 “챠이 한 잔 드실래요”랍니다.

 

* 차도르(chador)   

 여성의 머리카락과 맨 살이 부적절한 욕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정결한 신앙생활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인데, 터키에서 차도르를 쓰고 있는 아름다운(터키의 여성들은 참 예쁩니다)여성들을 보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그녀들의 아름다울 머리카락이 안쓰러워지며 차도르를 벗겨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터키를 여행하며 바이람 명절을 맞아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 나온 여성들이나 신시가지의 번화가를 제외하고 일반 관광지나 시장, 거리에서는 한국에서만큼 여성들을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직업을 가진 여성 자체가 적고, 여성의 외출이 제한적인 것 같습니다.

 

                      클릭하시면 화면을 닫습니다.

             그림 6.   바이람 명절을 맞아 성지 순례나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 나온 무슬림들.

                        사진 찍히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무슬림 여성들을 너무 의식하며 황급히 찍은 탓에,

                        또 차도르를 쓴 여성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입고 있는 탓에

                        그리고 제 사진 기술이 미흡한 탓에 사진이 무척 흐립니다.

 

 

초 간단 그리스어와 터키어

 비바람과 함께 버스를 타고 다닌 아테네에서는 식당 종업원과 파르테논 신전 관람객들을 제외하고 길거리에서 단 한 명의 그리스인도 만난 기억이 없습니다. 호텔 직원들도 영어가 통했으므로 결국 그리스 말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현지인과의 접촉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단체 버스 관광이라는 특성상 터키에서도 상황이 그리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한국인 가이드나 현지 가이드로부터 주워들은 간단한 터키어 몇 마디 정도는 해보았습니다. 우리도 외국 관광객이 잘 안되는 발음으로 “안뇽하쎄요우~?” 하면 참 대견하고 기특하지 않습니까?

 터키로 올 때의 비행기 안에서는 알아들을 수 있는 말 하나 없던 기내 방송이었는데, 한국으로 돌아갈 때의 비행기 안에서는 테셰키르 에데림(teşekkur ederim 고맙습니다) 하나는 아주 잘 들렸습니다.

 터키어는 일본어와 마찬가지로 우리말과 어순이 같아서 영어에 비해 단어만 알아도 쉽게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 그리스어

아침인사 : 갈리메라  / 저녁 인사 : 갈리닉따

네(예) : 네           / 아니오 : 오히

안녕하세요? : 야사스  / 사랑합니다 : 사가뽀


* 터키어 

안녕하세요 : 멜하바 (merhaba)  / 오전 인사 : 귀나이든 (gunaydın)

고맙습니다 : 테셰키르 에데림 (teşekkur ederim)  / 고마워 : 사올 (sağ ol)

안녕히 가세요 : 귈레 귈레! (gűle gűle!)  /

안녕히 계세요 : 호쉬차 카른 (hoşça kalın)

나는 한국인입니다. : 벤 코레 (Ben Kore)

이거 얼마예요? : 부 네 카다르? (Bu ne kadar?)

할인 : 인디림(indirim)

 터키인들은 말로 표현하는 의사소통 외에 표정이나 제스츄어 등의 행동언어도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행동을 표현하는 언어가 부족하여 행동언어가 발달하게 되었다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 터키인들의 제스츄어 언어 몇 가지

 손가락을 모아들고 흔든다 : 좋다, 좋아한다. 맘에 든다.

 턱을 약간 치켜들고 ‘쯧’소리를 짧게 내뱉는다 : 아니. 싫어. 맘에 안 들어.

 손바닥을 펴서 가슴을 두 번 가볍게 친다 : 고맙습니다.

 손바닥으로 가슴을 두 번 친 후 손바닥을 뒤집어 보인다

                                                     : 감사합니다만 사양합니다. 

 어깨 위에서 양 손을 머리 옆에서 하늘을 향해 거칠게 흔든다. : 화난다.    

 

ꁰ 단체 버스로 터키 여행을 즐기려면


단체 버스여행 짐 꾸리기

 단체 버스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은 개인 배낭여행과는 좀 달랐습니다.

 어떤 형태의 외국 여행이건 기본적으로 여권, 비행기 티켓, 여행 경비,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되는 일이겠지만, 이 것 저 것 넣었다 뺐다 하며 ‘간단히’와 ‘그래도 혹시나’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게 마련인 여행자의 가방은 어느새 꾹꾹 눌러 담아야 겨우 잠글 수 있을 정도가 되어 버리곤 합니다.


■ 꼭 준비하는 것이 좋은 것들   

1달러짜리 지폐 여러 장

 한국에서 유로화는 환전이 가능하지만 터키의 경우 아직 유로에 가입하지 않았고, 터키 화폐는 한국에서 환전이 안 되는데다 인플레이션이 심한 터키 현지에서도 자국 화폐인 터키 리라보다 유로화나 달러를 더 선호하기도 하므로 터키나 그리스 여행 경비는 달러로 준비해가는 것이 편합니다.          

  단체 관광의 경우 식당 등에서 개인적으로 팁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호텔에서 벨보이나 객실 청소 직원에게 팁을 지불하거나 간단한 물건들을 구입할 때를 위해서 하루에 2, 3달러 정도씩 필요한 것으로 계산하면 될 것 같습니다.        


카메라 (충전기, 충전용 어댑터, 여분의 메모리 칩)

 가격이나 편리함 면에서 건전지나 충전지 등의 소모품은 한국에서 미리 구입하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고 하지요. 포맷도 여행 출발 전에 미리 해두는 것이 편합니다. 자신이 사용할 카메라의 사용법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저는 그렇지 못해서 좋은 순간들을 번번이 놓치기도 했답니다.

 터키의 전압은 한국과 같은 220V 이므로 별도의 어댑터는 필요 없고, 호텔 객실에도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가 있으므로 한국에서 쓰던 충전기와 충전용 어댑터를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방수, 방풍 기능의 점퍼 / 접는 우산

 그리스와 터키는 겨울이 우기고 또 간혹 비바람이 몰아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후드가 달려있는 방수, 방풍 기능의 점퍼를 언제라도 입을 수 있게  준비해 두는 것이 좋고, 우산도 꼭 필요합니다.

 감기는 목으로부터 온다는 말처럼 목은 특별한 보온을 요하므로 터틀넥 셔츠나 머플러 등이 요긴합니다.

 겉옷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갈아입는 것으로 계산하여 여벌로 한두 개 정도씩만 더 가져가고, 속옷은 서너 개 정도 준비하여 호텔 욕실에 있는 비누로 간단히 빨아서 라디에이터 등에 걸쳐 놓으면 호텔 객실이 건조한 편이므로 밤사이에 건조시킬 수 있습니다.

 여유 있는 개인 여행자라면 호텔에 세탁서비스를 맡길 수도 있지만 버스 단체관광은 대개 저녁 늦게 호텔에 도착하여 다음날 새벽 일찍 출발하는 일정이 계속되므로 세탁 서비스를 맡길 시간적 여유는 없습니다.

   

비상약품 / 수영복 / 시계

 비상 약품은 ‘만일’을 대비하는 것이므로 소화제, 해열제 , 지사제, 밴드 등을 몇 개씩만 준비합니다.

 터키는 파묵깔레를 비롯하여 온천 관광지가 많은 탓에 터키 여행 코스에는 꼭 온천 관광이 포함되기 마련이므로 수영복은 준비해가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에서 휴대폰으로 시계를 대신하던 버릇 때문에 여행갈 때 시계를 챙기지 않기 쉽지만 시간 맞춰 집합할 일이 많은 단체 관광객에게 시계는 필수 입니다.

 저는 외국 여행 나갈 때 한국 시각이 궁금해져서 ‘듀얼 타임’ 시계를 가지고 가곤 했는데, ‘시차’를 고려하여 한국에 전화를 건다거나 할 때 좀 편리한 면도 있지만, 사실 여행지에서는 살던 곳의 시간을 잊는 것이 현지 적응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살던 곳의 시간으로는 한참 꿈나라로 가고 있을 시간에 저녁 성찬을 먹으면서 자꾸 한국 시간을 생각하다보면 지레 소화가 안 될 것 같은(실제로 그렇기도 하겠지요)생각에 불편해집니다. 


약간의 한국 돈과 휴대폰

 여행 현지에서는 사용할 일이 전혀 없는 것들이지만 귀국하자마자 바로 ‘교통’과  ‘통신’을 해결하려면 필요한 것들입니다. 수신자 부담 전화(1541 또는 1677 또는08217)로 전화 걸고, 남은 달러를 공항 은행에서 환전하여 써도 되겠지만 말입니다.


* 나만의 준비물

 사람마다 여행 가방 속에 챙겨 넣는 물건들은 조금씩 다르고, 저마다의 여행 가방을 열어보면 가방 안을 채운 물건들은 어딘지 가방 주인을 닮아 있기도 합니다.

 죽으나 사나 제 짐을 제가 들고 다녀야 하는 배낭여행이라면 ‘짐 줄이기’ 작전에 거의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을 터이지만, 큰 짐을 버스에 싣고 다닐 수 있는 ‘버스 여행’은 여행자로서 좀 더 ‘호사’를 누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번 터키 여행을 위해 꾸린 가방에도 ‘나만의 준비물’들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욕실용 실내화와 실내용 덧신

 유럽 호텔의 욕실에는 보통 욕실용 실내화가 없는데, 대리석 욕실 바닥을 맨발로 들어가려면 몹시 한기가 드는 듯하고, 유럽의 호텔 실내는 대개 좀 으슬으슬해서 여름에도 간혹 발이 시린 저는 꼭 욕실용 실내화와 덧신을 챙깁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충 잘 참고 신경도 안 쓰는 일인데 개인적으로 몹시 불편해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한 두 가지씩은 있게 마련이지요. 

 

보온 물병과 무릎덮개

 호텔에서 아침 식사할 때 두 컵 분량 정도 용량의 작은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넣어 다니다가, 피로와 추위로 따끈한 커피가 간절해질 때 따로 준비해 간 커피믹스나 티백을 넣어서 한 잔씩 마십니다.

 코가 빨개지고 눈이 따갑도록 바람을 맞으며 유적지를 돌아본 후 버스에 올라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는 그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호텔 조식에 제공되는 챠이(터키식 홍차)를 보온병에 좀 담아가도 됩니다.     

 비행기 안에서는 제공되는 담요를 사용하면 되지만, 관광버스 안에서는 히터를 틀어도(외국 버스 기사들은 우리처럼 후끈하게 히터 틀 줄을 모릅니다) 으슬으슬할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우산을 준비해 갔어도 카메라와 필기도구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웬만한 비엔 우산을 포기하게 되다보니 옷이 척척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심히 카메라 셔텨 누르랴, 가이드 설명 들으며 적으랴 할 때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다가, 막상 버스에 올라타면 젖은 옷 때문에 불쾌한 한기가 느껴지곤 합니다. 이럴 때 무릎 담요라도 덮으면 한결 낫습니다.

 이거야 원 아줌마의 여행기가 아니라 할머니의 여행기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영양제 / 쌍화탕 / 자일리톨 껌

 터키와 우리나라는 7시간 정도의 시차가 있어서 시차 적응도 힘든 일이거니와 워낙 여행을 한다는 것이 체력 소모를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평소에 영양제를 잘 먹지 않는 저도 종합 비타민 영양제 몇 알을 챙겨갔습니다.

 어쩔 수 없이 피곤해지는 몸에 플라시보(위약) 효과라도 있겠지 싶어서 저녁마다 꼭 꼭 챙겨 먹었습니다.

 겨울에 어딘가로 여행을 떠날 때 제가 꼭 챙기는 ‘나만의 준비물’은 바로 쌍화탕입니다. 평소에는 감기에도 배탈에도 약을 먹지 않고 자연 치유를 꾀하는 편이지만,  머나먼 나라를 여행하는 여행자는 아프면 무조건 안 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몸살 기운이 느껴지면 잠자기 전 쌍화탕 하나 따끈하게 데워 마신 후 이불 푹 뒤집어쓰고 일찍 잠자리에 들면 다음 날 아침 개운한 몸이 되곤 합니다.

 여행지에선 식사 후 양치질하기가 어렵기 때문에(그래도 그 와중에 휴게소 화장실 등에서 양치질 하시는 놀라운 분들도 계십니다.) 평소엔 씹지 않던 껌이지만 ‘자일리톨’ 껌의 이름값을 기대하며 심심풀이 겸해서 아이와 하나씩 씹곤 했습니다.  


커피 믹스 / 코코아 믹스 / 쵸코렛 바 / 컵라면

 커피를 제외한 나머지는 평소에 거의 먹지 않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먼 나라에서의 여행이란 것이 원래 여행자를 잔뜩 긴장시키기도 하고 일상에서 일탈하게도 만듭니다.

 엄마만 커피 마신다고 딸아이가 원망할까 싶어 코코아 믹스도 준비하고, 피곤할 때는 뭔가 단 것이 먹고 싶어지기 마련이므로 쵸코렛 바와 사탕도 약간 챙겼습니다.

 유럽에 배낭여행 갔을 때 ‘컵라면’이 무척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여행에도 컵라면 몇 개 챙겼습니다. 저는 컵라면 용기 그대로 싸갔는데, 선배 교사 한 분은 컵라면 12개의 내용물만 꺼내 비닐 팩에 넣고 보온 죽통을 따로 챙겨오니 제가 싸온 컵라면 3개보다 선배의 라면 12개의 부피가 훨씬 작았습니다.

 하지만 호텔에서 컵라면을 먹는 일은 상당히 주의해야 합니다. 먹는 사람은 맛있지 만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맡아야 하는 외국인 입장에선 상당히 불쾌한 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우리 일행이 묵었던 호텔들은 한국 단체 관광 전문이라도 되는 듯 투숙객의 대부분이 거의 한국 사람이거나 우리 일행 외엔 손님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편안하게 컵라면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입맛엔 다소 익숙하지 않은 음식들을 며칠 먹다보면 배불리 먹어도 뭔가 속이 헛헛하기도 하고 호텔 안이 좀 썰렁하기도 해서 그런지 평소엔 거의 먹지도 않던 컵라면의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그리워집니다. 게다가 뜨거운 물만 부어 후루룩 먹고 버릴 수 있는 그 간편함은 여간 매력적인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선 바짝 긴장해있던 ‘친환경’이 터키에선 맥없이 무너집니다.         

읽을 책과 구슬 퍼즐 

 장시간 비행기나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여행에서 아이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평소에 아이가 즐기던 구슬 퍼즐을 가지고 갔습니다. 비행기나 버스 안에서 구슬 퍼즐은 무척 유용했지만 퍼즐 조각이 좀 작아서 바닥에 떨어지거나 하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워낙 ‘게임기’에 정신적 알레르기가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세상에 없는 물건’쯤으로 알고 살라고 하지만 이렇게 장거리 여행을 다닐 때는 게임기 하나쯤 챙겨 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클릭하시면 화면을 닫습니다.

       그림 7. 버스 안에서 구슬 퍼즐 게임으로 장시간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는 딸아이 

 

 

수첩과 목걸이 볼펜

 저는 ‘기록’이 취미인 사람입니다. 고상하게 취미라고는 하지만 사실 부족한 용량을 커버할 수 있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지요. 여행을 다녀온 후에 머릿속 기억은 시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사라지고, 어쨌거나 남는 것은 수첩에 끄적거린 것들과 사진뿐입니다.

 기억을 위해, 설명에 집중하기 위해, 그리고 다분히 습관적으로 수첩을 펼쳐들고 계속 적습니다. 볼펜을 꺼냈다 집어넣다 하는 것도 번거롭고 부산스러운 일이라 목걸이 볼펜 하나 걸고 다니면 아주 편합니다.      


비닐 봉투

 비닐 봉투 몇 개 쯤 챙겨 가지고 다니면 쓰레기봉투나 기타 허드레 용도로 꽤 쓸모가 있습니다. 챙기기는 귀찮은데 없으면 아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비닐 봉투입니다.  

 

* 준비해 갔지만 거의 쓸 일이 없었던 것들.

썬 크림과 썬 글라스

 도대체 썬(sun)을 볼 수 있었어야 말이지요. 그래도 챙긴 것이 아까워서 잠시라도  해가 나면 폼으로라도 얼른 썬 글라스를 썼습니다.   


알람시계 겸용 소형 전자계산기

 공항에서 급히 배터리도 사서 넣고 챙겨간 것이었지만, 아침마다 호텔에서 모닝   콜을 해주기 때문에 알람시계도 필요 없었고, 그리스와 터키의 상점에서는 모두 말이 필요 없이 ‘귀신같이’ 계산기를 이용하여 고객과 흥정을 하기 때문에 고객인 제가 계산기를 가져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유럽을 여행했을 때는 보지 못하던 풍속도인데, 그리스와 터키 특유의 모습인지 아니면 요즘에는 전 세계 어디나 관광지에서의 흥정 모습이 이러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형 랜턴

 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온통 사회가 악몽에 시달리던 무렵 한동안 신문 등에서는 사람이 밀집한 건물이나 지하철 이용 시 소위 ‘재난 세트’(생수 병, 마스크, 랜턴)를 가지고 다닐 것을 권고하기도 했었지요.

 잠시라도 가스를 걸러 마시기 위한 마스크, 필터 역할을 위해 마스크를 적실 물, 정전 시 무사히 외부로 탈출하기 위한 랜턴, 이 같은 ‘재난 세트’운운에 순간 피식 웃음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다음 순간 ‘웃기만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스치며 피식거리던 입 꼬리를 어찌 정리해야 할지 어색해지기도 했습니다.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 재해’라면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담담할 수도  있겠지만, ‘도시’를 사는 인간들이 언제 어디서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무관심과 무지에 의한 것이거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거나, 악의적이거나 혹은 폭력적인 ‘인재’라면......

 한창 사건 후일담으로 사람들이 막연한 공포에 휩싸여 있을 때는 지하철에서 누군가 물 마시려고 가방에서 생수병만 꺼내들어도 ‘의심’의 눈길로 보게 되는 등, 필요 이상의 막연한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지진 대 참사를 겪었고 항상 지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터키는? 하는 마음에 슬며시 랜턴을 여행가방 속에 밀어 넣었습니다. 뭐 꼭 이렇게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고, 제 큰 아이가 이불 뒤집어쓰고 랜턴 불빛으로 책을 읽는 것을 즐기곤 하기 때문에, 아이의 ‘낭만’을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클릭하시면 화면을 닫습니다.

    그림 8 짐 꾸리기를 마친 여행 가방.  줄인다고 줄였지만 역시나 많은 짐.

 

개인 배낭여행과는 다른 단체 버스 관광

 배낭여행과 단체 관광 양자간에 장단점이 각각 있게 마련이지만, 저로서는 처음이었던 단체 버스 관광은 개인적 여행이나 배낭여행과는 그 체험의 내용이나 체험의 폭과 깊이가 사뭇 다른 것이었습니다.

 터키를 다녀오신 분들이 입을 모아 하시는 말씀이 터키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여행 일정이 힘들다는 얘기지요.

 24살에 유럽을 배낭여행 했던 것과 39살에 터키를 버스 단체 관광 하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었습니다.

 24살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걸어 다니고, 끼니는 대충 바게트 하나 입에 물고 목적지에 가면서 먹고, 잠도 도시 간 이동을 하면서 야간열차에서 해결하고(침대칸도 아닌 일반 콤파트먼트 객실에서), 숙소에서 자는 것은 빨래를 위해 일주일에 한번 씩만 역 주변 허름한 펜션에서(말이 펜션이지 때론 더운 물도 안 나오는 여인숙 수준의 숙소) 해결하고, 이렇게 거지같이 살기를 한달 정도 했어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마냥 신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다니며 정해진 호텔에서 자고 아침마다 더운 물로 샤워하고, 차려진 밥 먹고, 모든 수속 절차도 가이드가 대신 해주고, 유적지나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해주는 설명을 듣기만 하는데도 39살 아줌마는 나이가 원망스럽습니다.

 터키의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세 배정도로 넓은데다, 터키 일주 여행을 할 때 경유하는 도시간의 거리도 상당히 먼 편이어서 길게는 하루에 열 시간이상 버스를 타야 할 때도 있습니다.

 터키 여행을 앞두고 체력 보강한다며 요가도 열심히 하고 인라인 스케이트도 열심히 탔건만 생각만큼 생기 있는 모습으로 여행하지는 못했습니다.            

 15년 전 유럽 여행의 기억이 한 달 전 터키 여행의 기억보다 더 생생한 것을 보면 여행의 진수는 역시 자신의 발로 꾹 꾹 밟아가며 보고 듣고 느끼는 배낭여행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설명해주는 이 없이 오로지 자신이 보고 느껴야 한다는 사실은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해서 공부도 더 열심히 했다는 기억이고, 제 눈으로 보고 듣고 느낀 그 모든 기억과 느낌은 아주 ‘구체적‘이기도 했고 또 ‘온전히 내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단체 관광은 여행자가 다분히 ‘수동적’으로 되는 것 같고, 여행하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도 어쩐지 온전히 내 것이 아닌 듯 허전한 느낌입니다.

 배낭여행처럼 그 때 그 때 상황과 느낌에 따라 행선지 등을 바꿀 수 있는 선택의 여지도 거의 없고, 단체 생활이다 보니 ‘나’라는 개인을 죽여야 할 때도 많습니다.       

 또한 여행의 큰 기쁨 중의 하나가 여행지 특유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일텐데, 단체 관광의 경우엔 여행사와 식당 간에 사전 예약이 이미 이루어져 있어서, 시간 맞춰 식당에 가면 ‘준비된 음식’이 척척 차려져 나옵니다. 한마디로 ‘주는 대로 먹어야’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현지인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 속에 들어가 볼 기회가 적다는 것이 단체 관광의 가장 큰 단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루가 저물 때마다 잠잘 곳을 찾아야 하는 수고를 안 해도 되고, 매끼마다 어디 가서 뭘 먹나 궁리하지 않아도 되고, 현지에서 살아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실과 느낄 수 없는 것들을 현지 생활 경험이 있는 가이드를 통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점입니다.        


단체 여행은 TC (Tour Condector) 하기 나름?

 단체 관광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사실 단체 관광에서의 ‘가이드’의 중요성을 미리 생각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서로 다른 두 명의 현지 한국인 가이드와, 한국 여행사 가이드, 서너 명의 현지 가이드 등, 여러 가이드를 겪다보니 가이드 하는 사람이 어느 만큼의 식견과 감성과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여행객들을 인솔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이 아주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꿈 많던 시절에 제가 꿈꿨던 수많은 직업 중에 TC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잘 아는 제 동생이 제 아련한 꿈을 한마디로 싹둑 자르더군요. 언니처럼 몸도 약하고 성질머리도 못된 사람이 무슨 TC를 하냐는 겁니다. 분하긴 했지만 틀린 말도 아니어서 그 꿈은 깨끗이 접었습니다.

 그러나 ‘사람 관찰’이 취미인 저는 아테네 가이드와 터키 가이드를 면밀히 비교 분석하였으며 그 같은 분석을 하느라 버스 여행의 지루함도 다소나마 덜어졌고, 저 자신이 교사로서 어떤 모습이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도 새삼 정리해 보았습니다. 역시 공부 중의 으뜸 공부는 ‘사람 공부’입니다.

 아테네를 가이드 하신 분은 50대의 남자 분으로서 아테네에 유학 오신 이후로 아테네에 살아오신지 25년이 넘은 ‘거의 그리스인’입니다. 터키 거주 3년차였던 터키 가이드와의 ‘현지 거주 경력’ 차이는 음식으로 치자면 ‘깊은 맛’과 ‘어딘가 허전한 맛의 차이’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같은 경륜과 연륜의 차이로 아테네 가이드는 여행자들을 쥐락펴락하며 완전히 장악했지만, 터키 가이드는 간혹(사실은 거의 일상적으로) 삐지기도 하는 등 우리 일행이 가이드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필요치 않은 에너지 소모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이미 대학생인 아테네 가이드는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사내아이를 ‘밝은 아이’라며 아이의 돌발적 질문도 아우르며 넘어가곤 했지만, 아직 미혼이고 따라서 당연히 아이를 낳고 키워본 일이 없을 젊은 아가씨인 터키 가이드는 사내아이의 호기심과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느닷없는 질문’을 아주 불편해 하고 나중에는 아이의 질문에 대꾸도 안하기도 해서 아이 엄마도 아닌 제 마음이 다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아테네에서 가이드 하신 분에게 2%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자존감이 너무 지나쳐서 그것이 자신을 향한 칼이 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다소 농도 조절이 필요한 자긍심의 소유자인 듯 했습니다.

학문적, 철학적 깊이와 감성의 울림까지 있는 그 분의 설명은 실로 감격적이고도 장엄한 것이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꼭 그리스 땅과 터키 땅을 밟아보고 싶으시다는 제 친정 어머님을 모시고 다음에 또 그리스 여행을 간다면 이 분을 꼭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깊은 인상을 받은 ‘역량 있는 분’임엔 틀림없지만 ‘지식에 비해 인격의 완성도가 ’아주 조금은‘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본인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해도 현학적인 설명이 지나치거나 다소 부적절하게 되면, 설명을 듣는 상대는 ‘순수한 압도’보다는 ‘언짢은 모멸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인 저로서도 깊이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유적지나 유물의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듯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 그 역사적 의미와 이면의 숨은 뜻을 짚어주고, 인생철학으로 귀결시키는 그 분의 열정적 설명은 어쨌거나 감동적인 것이었습니다. 그 분의 말마따나 ‘저한테 설명 듣게 된 사실을 영광으로 생각하시라’는 말이 빈말은 아니었습니다.  

 한편, 일행들이 빨리 모이지 않는다고 삐지고, 버스에서 설명 들으며 잔다고 삐지고, 피곤한 듯 나른한 듯 맥없는 표정과 목소리로 우리가 듣거나 말거나 ‘준비된 대사’ 읊듯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터키 가이드의 모습은 어쩐지 우리가 학생일 때 많이 본 듯한 어느 선생님의 모습인 듯도 했습니다.

 ‘혹시 수업 시간에 내 모습이 저런 모습인 것은 아닐까’ 제 수업 모습을 반추해보며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늘 대동소이한 코스를 돌며 설명 또한 늘 그 설명이 그 설명인 것을 반복해야 하니 매너리즘에 빠질 만도 하겠다며 일면 이해는 되지만 ‘진정한 프로’란 스스로 역동성을 창출해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지 한국인 가이드는 어찌되었거나 유적지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끊임없이 설명 하는 수고라도 한다지만, 비행기표 끊어주는 것 외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궁금한 한국 여행사 가이드와 현지 규정상 어쩔 수 없이 대동해야한다는 이유로 말 한마디 없이 서 있다가 돈만 받고 가는 현지인 가이드는 그들을 위해 소요되는 경비가 무척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지 규정상 어쩔 수 없는 현지 가이드 문제는 그렇다 치고, 한국에서 함께 출발하고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는 한국 여행사 직원에게는 여행 내내 이런 저런 불만거리가 생깁니다.

 일행 중에 신용카드를 잃어버려 사색이 되신 분이 계시는데도 신경 쓰는 둥 마는 둥이고, 고객이 투숙한 호텔 객실마다 문제는 없는지 일일이 체크해야 할 것 같은데도 객실에 들어가고 나면 아무리 객실에 문제가 있어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아침까지 다시는 가이드의 얼굴을 볼 수 없고, 틀린 정보를 알려주는 일이 다반사니,

나중엔 아예 그 존재를 잊는 것이 마음 편하다 싶기도 하고, ‘내가 TC라면 저렇게는 안할텐데......’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크루즈 여행할 때 내릴 곳만 알려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내릴 때쯤 다시 나타난 우리 팀의 가이드 대신 다른 팀 가이드 분의 설명을 엿듣기도 했었는데, 음~ ‘전문가의 숨결’이 느껴지더군요. 나중에 들어보니 현지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시고 계신 분이시랍니다.

 여행하며 만난 다른 팀들과 경비를 비교해보며 저희 여행팀의 경비가 무척 싸다는 사실만 기뻐했었는데, 경비의 차이엔 ‘가이드의 질’도 포함된 것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리 정해진 구성대로 가야할 것 같은 단체 관광이지만 사실은 ‘코디’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여간에 ‘단체 관광은 가이드 하기 나름’입니다. 가격을 낮추는 것 보다는 여행의 질을 담보해내는 협상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독후활동 워크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