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고민, 유치원 고르기(1편) 2001-11-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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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사이에 유치원이며 학원등의 광고지들이 많이 끼워져 옵니다.
바야흐로 유치원 접수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큰 아이의 유치원을 고르며 고민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작은 아이의 유치원을 고르느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큰 아이때의 여러 경험들로 인해
되도록 유치원등의 교육기관에 아이를 보내는 시기를 늧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지만
복직을 앞둔 처지라 어디로든 보내야 하는 형편입니다.

큰 아이때의 경험이 있어서
어떤 유치원이 아이에게 좋겠는가 하는점에 대해
제나름의 생각이 정리되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아이의 유치원 고르기'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광고전단에 실린 글귀들과 사진자료들,
동네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들만으로는

'과연 그 유치원들이 내가 바라는 유치원의 모습일 것인가'
하는 점을 확신하기가 쉽지 않고,

신중한 선택 끝에 고른 유치원이라 하여도
그곳이 '내 아이'에게 맞는 곳일지는
사실, 보내고 난 후에 차차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큰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전에
놀이방을 한 곳, 유치원은 세 곳이나 다녔습니다.

큰 아이의 유치원을 고를 때
제가 고민헀던 생각들, 따져 보았던 이런 저런 것들 ,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있었던 여러 일들을 떠올려 보는 것에서부터

작은 아이를 위한
'유치원 고르기'의 고민을 시작하였습니다.


1. 아이의 유치원 고르기,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

큰 아이때
그야말로 좌충우돌 육아 휴직 2년을 마치고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만2세된 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유치원도 있었지만
엄마와 처음 떨어지는 아이가 급작스럽게 단체 생활하는 것도 버거운 일일텐데
짜여진 일정이라는 것이 있는 유치원이라는 곳이

세상 경험이 24개월밖에 안된 우리 큰 아이에겐,
그리고, 겁이 많고 걱정이 많은 엄마인 제겐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시어머님과 친정 어머님 모두 건강이 좋지 못하셔서
아이를 봐주실 형편이 여의치 못하기도 했지만,

고부간의 갈등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로 마음 고생을 하시며
당신들 자식 기르시느라 숨가쁘게 살아오시다
이제 겨우 '여유'라는 걸 느껴볼까 하시는 분들에게
자식의 자식까지 봐주십사 하는 말씀을 차마 드릴 수가 없어서

크게 '학습'하는 것은 없어도
아이가 '안전'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고,
'친구'들도 사귀고, '낮잠'도 잘 수 있는
'놀이방'이라는 형태를 선택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 저희집 대문 바로 앞에
가정집을 겸한 놀이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문 바로 앞'
얼마나 매력적입니까?

평소에도 놀이방 선생님과 눈인사정도는 했었고
골목에 나와 노는 놀이방 아이들을 일상적으로 보아오긴 했지만

내 아이를 보내려고 하니 좀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어느 날 놀이방 문이 열려 있길래 들어가 보았습니다.

밖에서 슬쩍 슬쩍 보고 짐작했었던 것보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무척 협소했고
그냥 가정집인 저희집보다도 더 썰렁하게 꾸며져 있어서
약간 실망했던 참인데, 선생님은 안 계셨고 아이들만 놀고 있었습니다.

두리번거리는 저를 보고
놀고 있던 아이들 중 조금 큰 아이가 눈치빠르게도 선생님을 찾고 있다고 여기고
닫혀있던 방문 중 하나를 열어 젖히며
"선생님 자요" 하고 목소리도 크게 말했습니다.

부스스 눈을 뜬 선생님은
" 야~ 문닫어~" 하시다가 그만 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결점 투성이인 제자신에 비추어
남들이 다 욕하는 사람에게라도
'뭐 그럴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며
섣부른- '정확한 비판'이 더 적합한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비판을 잘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 때의 '황망함'과 '실망감'이라니......

무엇보다도
'놀이방 선생님'이라는 분이
골목에 나와 노는 아이들까지도 있었는데
아무리 피곤하셔도 그렇지 임시로 대신 돌봐줄 사람도 없이
방문닫고 누워 자고 있는 일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이 컸고,

다른 놀이방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어쩄든 직장에 출근해야할 날이 다가오는지라
여러 놀이방을 알아본 끝에 직장 복귀하기 한달전 쯤에

저희집 골목 다음 골목에 있는 놀이방을 아이가 다닐 놀이방으로 결정하였습니다.
( 지금 사는 동네에 비하면, 근처에 놀이방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 손잡고 여기 저기 놀이방을 알아보러 다닐 때에도
'넓은 공간'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그 놀이방을 유난히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무척 넓고, 아이들이 다칠만한 위험한 부분이 없어보인다는 점과
경험이 많아보이는 두 분의 아주머니 선생님들께서 20명 안팎의 아이들을 돌보아 주신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기전에
하루 정도는 아이와 함께 그 놀이방에 몇시간을 머물러 보았습니다.

'사전 훈련'격으로 간간이 '플레이 그라운드' 같은 곳에 자주 데리고 다녀서 그런지
아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놀이에 열중했고
저녁때가 되어 집에 가자고 해도 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리기까지 해서,

아이가 그 놀이방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3일 정도는
엄마와 떨어지는 연습을 조심스레 시작해보았는데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라
무슨 일이 생겨도 한걸음에 달려와 볼 수 있어서
엄마인 저도 마음이 그렇게 불안하지는 않았고
아이도 의외로 쉽게 엄마는 이제 가도 괜찮다고 윤허(?)를 해주었습니다.

당분간은 오전반 정도로 낯설음을 극복한 후 종일반으로 가려고 했는데
아이는 노는데 정신이 '쏙' 빠져서
이제 데려가 볼까 하고 드르륵 문열고 제가 들어서기라도 하면
땀으로 범벅되어 다 젖은 머리카락을 해가지고서는

" 아니야, 아니야, 안 갈거야, 안 갈거야" 하며
제가 미처 붙잡을 겨를도 없이
놀이기구중 엄마가 잡으러 올 수 없다고 생각되는 구석으로
날쌔게 도망가버리곤 해서

' 그동안 엄마인 내가 너무 재미없게 해줬나?'하는 자책마저 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쉽다고 생각했던 적응기간이 얼마간 흐른 뒤

정작 출근해야할 날을 며칠 앞두고
'엄마가 매일 자기를 놀이방에 놔두고 사라진다'라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듯이
아이는 엄마를 붙잡기 시작했습니다.

며칠후면 출근을 시작해야 하는데 정말 난감했습니다.

아이를 어찌 어찌 달래어 놀이방에 보내는 며칠이 가고
드디어 '출근'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은 착하지만 뭘 도와줘야 할지를 모르는 남편과,
혼자서 옷이라도 다 입으려면 30분은 족히 걸리는 만 2살된 아이와,
해놓은 밥이 없으면 안 먹고 말아버리는 친정 동생 셋을 모두 끼고 살았던
저의 아침 시간은 문자그대로 '전쟁'이었습니다.

출근하는 첫날,
아이의 손을 선생님께 넘겨드리려는 순간,
아이는 너무나 처절하게 찢어지듯한 소리로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제 손으로부터 아이손을 잡아쥐신 선생님께서는
출근 시간에 늦겠다며 우는 아이를 안아 들이시고는 걱정하지 말라시며
문을 닫으셨습니다.

놀이방 밖으로 아이의 서러운 울음이 계속 들렸고
저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밖에서 울고 서 있었고
이런 일은 며칠간 계속되었습니다.

2년 휴직한 빈틈을 메우기에도 벅찼던 저는
그저 아이가 견뎌주고 참아주기만을 바랬습니다.

집에서 엄마와 '느린'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던 아이에겐
매일 아침 엄마에게 재촉을 당하며 서둘러야 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고,

뒷일을 생각안하고 죽을 힘을 다해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에겐
노는 일도 피곤한 일인지라

아이는 짜증이 늘었고,
놀이방이나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대개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병치레가 잦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여유있게' 봐주시는 놀이방 선생님들의 넉넉하신 마음,
가짓수는 별로 없지만 깔끔하고 맛난 반찬과 밥과 국을 먹을 수 있는 아이들 식사시간,
과자나 사탕보다는 고구마나 옥수수, 사과, 귤같은 '자연 친화적' 간식거리등

그만한 놀이방 찾기 힘들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아이를 보내고 있었지만
잊을만 하면 한번씩
" 그냥 집에서 엄마랑 놀면 안되요?"
하고 말해서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아이가 만 3세가 되자
이제 아이가 그냥 노는 시간들을
뭔가 배우는 시간들로 바꿔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겼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적어도 만3세이후에 유치원이라는 곳에 보내는 것이 좋다' 라는 말의
그 '만3세' 가 되자
'유치원'이라는 곳에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 아이의 첫 유치원,

제가 일하는 곳에서 도보로 5분도 안될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유치원이라서
제가 있는 곳으로부터 아이가 아주 가까이 있다는 안도감이 가장 큰 장점이었던 그 유치원
은 멀리 이사오느라 일년을 채 못 다녔지만

지금도 참~ 좋은 유치원이었다는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유치원비도 다른 유치원들과 별차이 없는 유치원이었지만

유치원 건물 건축심사전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건물,
공간 자체가 아이들의 창의성을 일깨울 수 있을 것 같은 내부 공간의 분할과 흐름,
콘크리트 벽대신 문부터 벽들이 모두 곡선 통유리로 되어 있어
막혀 있으면서도 터져 있는 절묘한 활동 공간들은

'물리적 공간' 이 아이의 심상에 일으킬 수 있는 '파문'에 대하여,
'유치원'이라는 것에 대하여 이런 것 까지는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저에게
"오호~!" 하고 새로운 깨달음이 있게 했습니다.

숙제도 없었고( 저는 무엇보다 이점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
문자 교육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에게만 기초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컴퓨터 교육이니 영어 교육이니 하는 '별책부록'같은 프로그램도 없이
원장 선생님 나름의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유치원 본연의 교육에 충실하였던
'간결한' 유치원이었습니다.

작은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 하는 기간동안
큰 아이를 잠시 시어머님께 부탁드렸는데
매일 아이가 유치원 가고 오고 하는 것 신경쓰기 번거롭다고 하셔서
엄마의 산후조리 기간과 유치원 방학이 이어지는 시기에
멀리 다른 동네로 이사도 가게 되어서 아이가 유치원을 몇 달 쉬게 되었습니다.

기나긴 겨울동안 아이는 제대로 한 번 나가 놀지도 못하는 지루했을 날들을 지내며
갓난 아기 동생에게 온통 몸과 마음을 빼앗긴 것으로 보이는 '정신없는 엄마'를
그럭저럭 잘 견뎌 주었습니다.

이사온 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추운 겨울에 갓난 아기와 함께 외출도 하기 힘들어서
아이의 유치원을 선택하는데 '발'로 확인하지 못하고
몇 몇 동네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귀'로만 확인한 채
아이의 두 번째 유치원 선택은 좀 '성급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동네 다른 엄마들이 좋다고 말하는 유치원을 찾아가보니
건물이 지하 한층을 포함하여 전체 4층인 유치원 단독 건물이었고
여러 가지 시설도 썩 괜찮아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그 동네에선 제일 좋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좋다는 기준이 저 나름의 기준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음을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IMF의 여파탓인지 좀 늦은 시기였는데도 유치원 접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여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의 '기초조사'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20분정도의 시간동안
그 유치원의 원장이라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원장'이라는 사람에 대해 썩 내키지 않는 무언가가 자꾸 걸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학부모'를 상대하는데 더 익숙해보이는 사람이라는 느낌,

아이들의 진정한 성장보다는
재롱잔치에 더 신경 쓸 것 같은 그런 사람이라는 느낌이 얼핏 스쳤지만

20분 정도의 대화로 어찌 그 사람의 가치관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겠나 싶어
그런 느낌들을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그런 '첫인상'이라는 것이
무시되기만 해서는 안될 , 아주 중요한 평가기준이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새로운 유치원에 다시 들어가기 전 길고 지루한 겨울 동안
" 엄마 유치원 가고 싶어요. 언제 유치원 가요?"하는 질문을 여러번 했습니다.

봄이 와서 따뜻해지면 갈거라고 말해주었더니
아이는 며칠에 한번씩 " 이제 봄이 왔어요?"하고 물어보기를 되풀이하다가

아이도 책등을 통해서 봄에는 꽃피고 새가 운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으련만
꽃피고 새울어 봄이 왔음을 실제 느껴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어떻게 봄이 온 걸 알 수 있어요?"하고 물었습니다.

봄 풍경이 그려진 책들을 읽어주기도 하였지만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아이가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이러이러할 때 봄이 온거다라고 말해줄 만한 것이 별로 없어서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에 아이들이 나와 노는 소리가 크게 들리면
그 때 봄이 온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유치원에 다시 나갈 날이 며칠 안 남은 어느날
환기를 위해 잠시 창문을 열어 두고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 엄마! 드디어 봄이 왔어요."

무엇을 보고 저러나 싶어 창문 밖을 쳐다 보고 있으려는데
"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소리가 들려요"
하며 아이가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자세히 귀기울여 들어보니 아직은 꽤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놀이터에 나와 노는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그네 삐걱거리는 소리등이 들렸습니다.

그 겨울이 아이에겐 너무도 길고 지루했었던가 봅니다.

아이 말대로 드디어 봄이 와서
아이는 3월부터 좋아라하고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달도 채 못가서 아이는 유치원 부적응 징후들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유치원 갈 시간이 임박하여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하는 날들이 점점 많아지더니
유치원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우리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건지 조심스럽게 상담을 드려보았지만
유치원 생활을 아주 잘하고 있고 걱정하실 일은 전혀 없다는 말씀만 하셨고
아이도 왜 유치원에 가기 싫은지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지 않아서

아이가 적응을 못하고 있는 부분이 뭔가 있는가본데
시간이 좀 흐르면 아이 스스로 적응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찌어찌 달래고 달래서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유치원은 '별책부록'이 너무 많은 유치원이었습니다.

영어, 태권도,등의 교육들이 실속없는 종합 선물세트처럼 이것저것 끼워져 있었고
재롱잔치류의 행사를 자주 하였는데,

이런 것들이 운영만 제대로 된다면야 탓할 것이 없겠지만
유치원에서 보내오는 계획서나 아이의 결과물들을 살펴보건대
실속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원래 미술학원으로부터 시작해서 미술교육도 제대로 이루어 지고 있다는
원장 선생님의 자랑은
아이가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자면
'글쎄~'하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었습니다.

소꿉놀이 하는 아이들을 보면 각각의 아이들의 '가정'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아이가 집에 와서 노는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면
선생님의 언행등 유치원 생활을 조금은 엿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며
" 나가지 마세요, 나가지 마세요~, 나가지 마세요 나가지 마세요~."
라는 노래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그림 그리다 말고 어딜 자꾸 나가나? 하고 의아해하다가
아이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좀 더 지켜보니
크레욘으로 색칠할 때 테두리 선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뜻으로
유치원에서 그림 그릴 때 하는 노래였습니다.

필력이 다소 부족한지 글씨쓰기도 너무나 싫어하는 우리 아이가
아주 힘들어 했던 것 또 하나는
빈틈없이 꾸욱꾹 눌러서 진하게 색칠하기였는데,

유치원에서 미술교육 결과물로 가져온 걸 보면
아이가 한 활동은
윤곽선이 이미 그려져 있는 그림에
이렇게 진하게 테두리 밖으로 나가지않게 칠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그 그림들은 (미리 윤곽선이 그려져 있는 그림들)은
모교수의 미술교실 광고에서 본, 분할된 면을 알록달록하게 칠한 물고기 모양을 비롯해서
대개가 '.....의 미술교실' 풍의 그림들이었습니다.

[테두리 선 밖으로 나가지 않기, 흰종이 부분이 보이지 않게 진하게 색칠하기]

유치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미술교육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유치원의 '교육 마인드' 가 의심스러워졌고
더 늦기 전에 뭔가 '결정'을 해야하는건가 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각종 행사준비도 아이가 기쁘게 참여 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지치도록 연습을 시키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도 저도 갈등은 계속되었었지만
이미 유치원을 한번 옮겼는데 또 옮긴다는게 좀 조심스러운 일이어서
아이가 힘겨워 하는 시간들이 너무 오래 계속되는 걸 방치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유치원 갈 때마다 씨름하던 날들이 이어지던중 문자교육이 시작되었고
매일 종합장 두페이지 분량의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체계적으로 한글을 깨친 것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독서량으로 자기 혼자 한글을 깨친 우리 아이에겐
두달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문자 교육은
'고통스러운 지루함' 그자체였습니다.

ㄱ,ㄴ,ㄷ...1,2,3 등을 필순에 따라 색연필 색깔을 바꿔가며
낱자 하나마다 종합장 두페이지씩 유치원에서 쓰고
같은 낱자를 또 집에서 같은 분량만큼 써가는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아이의 '저항'이 배아프다, 머리 아프다 라는 차원을 넘어서더니
어느 날 아침 급기야는
유치원 가방을 맨채로 현관문틀 위에 가로 누워버렸습니다.

소시적 유치원 입학도 해 본적이 없고,
아무리 아파도 학교가서 쓰러질지언정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엔 가야 하는거라고 교육받은
엄마로선 참 난감한 일이었지만

'아무리 좋은 유치원이라도 아이가 이렇게 싫어하면
아이에게 무슨 소용인가?
게다가 여러 가지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많은 유치원인데......'
하는 생각에

아이를 바로 앉혀 아이의 두 손을 모아잡고
엄마가 뭘 도와주면 될지 생각해 볼테니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차근 차근 말해보라고 하였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계속 가기만을 바라며
평소에 건성으로 " 왜 유치원 가기 싫은데?" 하고 물었을 때는

아이의 대답도 "그냥" 등으로 건성이었는데

진심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아이와 눈을 맞췄을 때는 아이도 진지해졌습니다.

" 첫째는요,
제가 너무 싫어하는 미숫가루가 매일 간식으로 나오는데요
그거 먹으려면 자꾸 구역질이 나려고 하는데 억지로 다 먹어야 하구요,
둘째는,
남자애들이 너무 장난이 심하고 선생님 말씀을 안 듣구요,
셋째는요,
글씨쓰는거랑 색칠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팔이 너무 아파요."

두 번째 이유는 아이에게 간간이 들었던 이야기였고,
세 번째 이유는 저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미숫가루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었습니다.

'미숫가루에 대한 생리적 구토와 유치원에 대한 정신적 구토'

유치원에는 일단 아이가 몸이 안 좋아서 하루 빠져야겠다고 연락하고
아이 이야기를 좀 더 들어주었습니다.

엄마 아빠 말씀을 듣기만 하며 자란 저로서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때때로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일'입니다.

"그럼 이제 유치원 가지 말까?" 했더니
아이가 마치 저를 구원의 천사를 바라보듯 얼굴 빛이 환~해지며
"네~ 엄마 좋아요~" 하며 유치원 가방을 내팽개쳤습니다.

"그럼 이제 나도 지선이(5개월 된 동생) 처럼
집에서 하루종일 엄마하고 놀 수 있는거죠?" 하며
제 방으로 휑~하니 들어가서는
'좀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지?'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일상적인 표정으로 책을 펼쳐들고 읽었습니다.

(자기가 유치원 가 있는 동안에도 엄마와 늘 함께 있는 동생,
이것이 또 아이의 마음을 편치않게 했었던 것 중 하나였네요.)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심심하면 욕조에 물 받아 물놀이 하거나 비누방을 놀이를 하며
시계와 달력을 볼 일이 별로 없는 날들이 두달정도 지나갔습니다.

새학기가 다가올 무렵,
신문사이에 들어있던, 영어학원에서 운영하는 영어 유치원 광고지를 읽던 아이가
" 엄마, 나 이제 여기 갈래요"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8절지 크기의 그 광고지 어디를 봐도
6살짜리 아이가 광고지만 보고
" 와~ 여기 가고 싶다"라고 할만한 이유를 생각하기 어려운데,

아마도 아이가 좀 심심했었나봅니다.

아이에게 영어를 어떻게 접해줘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참인데
아이가 영어 유치원을 가겠다고 하니
뭔가 '통로'가 보일 것 같은 생각과 '기대감'에 부풀어

그 광고지의 영어 유치원을 비롯하여 몇 곳을 탐색한 뒤
9월부터 아이는 영어 유치원이라는 곳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유치원이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전에 다닐 마지막 유치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지금까지 놀이방과 유치원을 선택해본 경험등으로
아이가 다닐 세 번째 유치원을 '깐깐하게' 골랐습니다.

그 유치원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첫째, 원장 선생님의 '첫인상'에서 느껴지는 ' 좋은 인품'이었습니다.

어느 한 부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보면
그 부분에 동물적 감각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한 조직의 CEO의 경영 마인드는
시설이든 인적자원이든 그 조직의 모든 부분에
어떤식으로든 반영되게 마련인데,
유치원도 그러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유치원 전체에 가득~ 들어오는 '햇빛'이었습니다.

'햇빛'
아이의 몸과 마음에 그 이상 가는 보약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햇빛이 '공간'을 얼마나 생동감있고 따뜻하게 하는지......

지금도 그 유치원은 '햇빛' 이라는 이미지로 제게 남아 있습니다.

세 번째,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자연스럽고도 여유롭게 대하셨고
특히 원어민 선생님들께서 아이들과 함께 하시는 모습들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한국인 선생님들은
부모가 있는 앞이라도 아이의 잘못을 적절히 꾸짖으시는 '일관성'을 보여주셨고,

원어민 선생님들께서는
담임도 아니지만 셔틀버스 기다리는 아이들과 '호호, 깔깔'대는 '생기발랄함'을 보여주셨고,

원장 선생님께서는
학부모를 세련되게 상대하는 법( 보통 이런걸 '요리'한다고 하지요)은 잘 모르셨지만
문제가 생기면 잘못을 시인하셨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시려고 애쓰셨습니다.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 아이의 얼굴은 '평안'했습니다.

'아이의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인가'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아이의 평안한 얼굴'에 있습니다.

큰 아이의 마지막 유치원,
참 좋은 곳이었고 작은 아이도 그 곳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유치원이 집에서 많이 멀어서 만 세 살된 아이에겐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언니처럼 6,7살 정도에 보내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작은 아이의 유치원 고르기'에 대한 고민이 진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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