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고민, 유치원 고르기(1편) 2001-11-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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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음 아프고 씁쓸했던 기억들

( 예전에 제가 이 게시판에서 어느 분께 답글 드렸던 글을
정리하여 붙였습니다.)

엄마로서 놀이방, 유치원 선생님이나, 아이를 맡아주시는분에게
실망하고 화나는 일이 있을 수 있는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잊을 수 없는 것들까지
이런 경우는 참 많습니다.

다행히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펄펄 뛰며 화냈던 일도 금방 잊어버리는 일이 많아서 일일이 기억은 안 나지만
한 두가지는 기억납니다.

아이의 두 번째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아이가 집에 올 시간이 훨씬 넘었는데도 안오길래 연락했더니,

아이가 화장실 간 걸 모르고 차가 그냥 출발해버려서
돌아오는 버스 태워서 보내겠다는 대답을 듣고,

아니 아이가 차에 탔는지 확인도 안하나?
유치원이었기 망정이지 어디 견학이라도 갔다 그랬으면 어떡할거야 하며 씩씩댔었습니다.

그런후 며칠뒤,
아이가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며 거의 울려고 하더니
문을 연 동시에 더 크게 울며 바지에 쉬를 싸고 말았습니다.

저번 일로 해서 하필이면 버스탈 시간에 쉬가 마려운 몹쓸 버릇을 가진 아이를
버스 타야한다며 이번엔 아예 화장실을 못가게 한거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나 기막히고 가슴아픈 일들을 한 번 정도씩은 경험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도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을 남겨준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세 번째 유치원을 다닐 때의 일입니다.

제작년 겨울이었던가요?
정말 추웠던 날들 기억하시죠.

이집 저집 수도 파이프 얼고 수도 녹이는 집엔 아예 연락도 안닿던
그 추웠던 날들말입니다.

영하 19도의 그 추웠던 날,
아이가 유치원 간다고 나간지 한시간만에
눈물자욱이 말라 얼어붙어서 탱탱 언 볼태기를 해가지고 들어왔는데
입도 얼어붙어 제대로 말을 못하더군요.

"엄마, 유치원 차가 너무 안와요. 와아아아아앙 엉 엉 엉 ......"
( 지금도 눈물이 핑그르르 돕니다)

저는 그순간 가슴에 불이 확 붙어 순식간에 타버리고 숯검댕이만 남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말 안하고 아이옷과 양말을 벗기고
볼과 손발과 등짝과 다리를 하염없이 문질러 주었습니다.

제 손이 너무 따뜻해서 아이에게 너무나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아이의 피부 밑이 온통 얼음인것만 같았습니다.

' 차가 너무 안오면 좀 기다리다 그냥 집에 오지,
한시간씩이나 그 추운데서 ( 그냥 '춥다'라는 말로는 표현 못하는 그런 추위였습니다)
떨고 서 있었니?'라는 말도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유치원에 전화했는데,
더 기막힌건
아이가 유치원에 안왔다는 사실조차 모르는겁니다.

그 날 그시로 유치원에 아무 연락도 없이 다시는 유치원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게
그때의 제 심정이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따지고 싶지도 않았고,
아주 사무적으로 건조하게 사실전달만 했습니다.

대답은
차가 운행중 고장나서 저희 아이를 태우는 차의 기사분이
다른차 기사에게 우리 아이를 부탁했는데
그분이 잊으셔서 그렇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를 부탁받고 잊은 다른 차 기사도,
아무리 다른 차에 부탁했어도
자기가 맡은 아이가 무사히 유치원에 왔는지 확인 안한 기사분도 원망스러웠지만

무엇보다도 아이가 유치원에 왔는지 확인도 안한 담임 선생님께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교양이고 뭐고 다 허울이라고 느껴지면서
아주 무식한 그러나 자식일에는 물불을 안가리는 그런 엄마가 되어
아주 원초적으로 뒤집어 엎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루종일 분이 안풀렸습니다.

밥을 먹어도 모래가루를 씹는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부글 부글 끓어오르는 거품이 걷히고 조금씩 머리가 식기 시작하니까

'음, 그래, 매일 첫 시간(1시간 30분간)이 원어민 교사가 수업하는 영어시간이니까
무슨 사정이 있어 담임 선생님께서 출석체크를 못하셨을 수도 있겠구나.'하고
저도 모르게 유치원 선생님을 용서할 실마리를 찾고 있더군요.

아이를 맡기는 엄마마음이라는게 이렇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는 그 때 아무말 안하고 참았던 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공개수업등의 일로 유치원을 찾아갈 일이 몇번 있었는데

저의 센서티브한 안테나로 감지했을때
선생님께서 말씀은 못하시지만
( 사실 말씀 안하시는것도 불만이지만,
미안하다고 느끼면서도 말을 못하는 그런 성격과 상황이라는게 있는거니까요.)
충분히 미안해 하고 계심을 느끼고 그저 아무일 없었던 듯 평상심으로 대했습니다.

제게 아주 깊은 상처를 준 일이었지만
그 선생님께서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 애쓰신 나머지 날 들을 생각해보면

그 한번의 일로 그 선생님을 '좋지 않은 선생님'으로 밀어놓기에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과 아이를 대하시는 선생님들께
바라고, 요구하고 싶은 것들은 너무도 많지만

내 아이 하나만 상대하면 되는 엄마와
모이면 더 까불고 말을 안 듣기 마련인 여러명의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 선생님이
같을 수는 없다는 생각과,

'엄마인 나도 하기 힘들고 귀찮아지는 일들을
선생님들은 해 주셨으면 하고 바라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반성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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