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 하는 방법-뉴욕 학교 지침서 2001-09-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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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힘센 나라 미국에서
전대미문의 테러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텔레비전과 신문을 함께 보는 딸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생각해보던 중 뉴욕 현지에 거주하는 우리 기자의 르뽀 기사를 보았습니다.

--------< 기사 중 일부>-----------

이방인인 기자의 눈에 비친 의외의 그리고 참으로 감동적인 모습은

미국인들이 사상자 개개인과 그 가족의 비극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미국 언론은 유명인사 몇몇을 제외하고는 사상자들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고,

가족들이 오열하며 몸부림치는 장면을 중계하지 않았다.

대신 뉴욕시민들은

구조대원들의 용감한 구조 활동에,

생존자를 찾으며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에,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인간애에 주목하였다.


뉴욕의 롱아일랜드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기자의 딸이 학교에서 지침서를 받아왔는데,

그 책엔 우리의 사고와 정서로는 다소 생소하지만 상황에 딱 맞는 다음과 같은 글이 써 있었다.

" 아이에게 '울지 마라, 괜찮아질거야, 라는 식으로 말하지 말라.

상황을 직시하고 희생자를 돕는일에 동참하라.

평화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아이와 함께 생각해보라"


-------------------------------------------------------------
아이가 할지도 모를 질문에 아직 준비하지 못한 엄마의 상태를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는지,

짐짓 걱정스런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미간까지 찌푸리며 신문기사의 사진들과 설명들을
유심히 읽은 후에도 아이는 질문이 없었습니다.

못말리는 문자 중독증인 아이가 읽기는 열심히 읽었으나
가본적도 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없었던가 봅니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 중 하나가

이 사건에 관하여 무슨 이야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시작하였으나
10분을 넘길 수가 없었답니다.

세계 정세에 대한 논평을 할만한 자신의 혜안이 부족했고,
화면에 비춰진 가공할만한 테러 장면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무슨 영화이야기 하듯 하는, 신나보이기까지한 아이들을 진지함으로 이끌 기술이 부족함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친구의 이야기와
뉴욕 현지에 거주하는 기자의 르뽀기사를 보며

내 아이에게
그리고 복직하여 만나게될 학교의 아이들에게

'재난'에 대하여
재난까지는 아니더라도 살면서 직접 간접적으로 겪게 될 '어려움'에 대하여 같이 생각해 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재난을 총체적으로 겪고 있는 뉴욕의 학교에서 나눠준 지침서에도 있듯이

'상황을 직시해야한다' 는 것,

참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제가 살아온 경험으로도 그러하고

'걱정'에 싸여 있는 아이에게
" 걱정하지마"라는 말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공허한 말임을
아이를 키운 경험으로도 느끼고 있습니다.

'걱정'의 '실체'에 대해
아이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사랑하는 부모의 '정확한 이해'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함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8살 아이에게 이 사건의 전말을 이해시킬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아이의 질문이 없는 것으로 보아 명백해보입니다.

더더구나 테러의 정치적 배경같은 이야기는 필요없음이 분명합니다.

희생자를 돕는 일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그런 상황을 실제 몸으로 겪어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는

희생자를 돕는 '가치'있는 일을
교과서적인 무미건조한 '관념'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럼,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
아이가 이를 내면화함으로써
그런 재난에 즈음하여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가치 있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속에서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서 도달한,
나의 어린 딸들에게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한 덕목은,
이미 그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왔던 것이지만 더욱더 절실히 느끼게 된 것은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생명이 있는 것들에 대한 경외감과 존중'
이었습니다.

'생명'의 진정한 '무거움'에 대한 깨달음이 필요함을

비둘기의 생명과 사람의 생명,
피부색과 신념이 같은 사람과 다른 사람들의 생명,

그 생명의 무게가 같음에 대하여 지식의 차원을 넘는

마음속 울림의 경험을 통한 '내면화'가 필요함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가 좀더 크면
'평화'라는 것이
그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평화를 지키려는 치열한 노력으로 지켜지는 소중한 것이라는 것도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중학교의 아이들에게도
팍스 아메리카나 중동의 상황에 대한 정세 설명에 앞서

'생명에 대한 존중과, 평화에 대한 바른 이해'가
먼저 마음속에 심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세계의 정세를 공부하고자 하는 생각,
희생자를 돕는 구체적 실천의 필요성을 느끼고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일들은

'생명과 평화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느끼고 있는 아이라면

반드시 생각하고 행하게 되고야 마는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로 다를지라도
목표가 어디인지 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 젖병을 빨고 있는 아이와 미국 테러 사건은 무관한 듯 보이지만
아이는 그런 일을 겪을 수 있는 시기에 언젠가는 도달합니다.

아이 키우기가 운전하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앞차를 주시하는 동시에 먼 앞길을 보아야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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