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농장 다녀 보셨나요 ? - 주말농장 체험일지 2001-10-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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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사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흙을 만지고 맨발로 밟아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더군다나 메뚜기, 청개구리도 잡아보고, 무당벌레도 보고
토마토 나무의 독특한 향기를 맡으며 따보는 재미를 아이들은 좀처럼 갖기가 힘들죠

주말농장 많이들 해 보셨나요 ?
일년동안 열평(정도)의 땅을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거요.
우리 아이가 작년 5월생이거든요.
올초에 주말농장을 신청하면서, 올해는 아이가 너무 어리니까
별로 기대하는 것 없이 시험삼아 해 보자는 거였어요.
내년에 만 두돌이 되면 아이한테 직접적인 자연체험의 기회가 되겠다 싶어
신청을 했었답니다.

가족들의 반대가 많았지요. 아이가 너무 어리다 또는 말이 주말농장이지
그건 농사다. 몸이 얼마나 힘든줄 아느냐는 등등.....

물론 그정도야 저도 각오를 했지요.
밑져야 본전이다. 그냥 한 번 해볼란다고 시작을 했답니다.
열평에 5만원을 내고....

그런데 대상이 서울 시민이더군요. 저는 거주지가 구리시거든요.
다행이 직장이 서울이니까 직장주소로도 가능하다고....

10월은 주말농장도 거의 막바지거든요..
겨울농사(?)를 이미 지었어요. 어느날 갑자기 주목먹한 우박이 떨어진다거나
펄벅의 소설 '대지'에서처럼 거대한 메뚜기떼의 공격이 없는 한 겨울 양식은
될 듯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만족이예요.
그동안 힘이 들기도 했지만, 일년동안의 주말농장 일지를 간략히 소개할께요.
혹시 생각이 있으신 분들 내년에 한 번 해보세요.
저요 ? 내년에 또 할거예요. 같은 장소에다가.....

참, 서울시청으로부터 우편물이 수시로 와서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알려준답니다.
시키는대로만 하면 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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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농장 일지



2001년 2월 12일(월) 신청(추가신청. 이미 정식 기간이 끝났단다)

2001년 4월 21일(토) 주말농장 개장일.. 처음으로 주말농장에 갔다.
초행길이라 시청에서 온 안내문(지도)을 보고 탖아갔다.. 남양주시 송촌리에 위치해 있다.
양평대교 근처, 양수리 영화종합촬영소 가는 길이다. 우리집은 구리이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운
편이다. 한 40분정도 걸렸다.
산속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주위가 둥그렇게 산이다.. 냇물이 흐르고 있다.
물이 많지는 않지만 깨끗하고, 물위에는 하얀색 오리가 서너마리 놀고 있다..
우리 아이는 오리에 관심이 많았다. 아직 걷기도 말도 못하지만,
오리를 가르키며 연신 신나서 소리를 지른다..
진달래, 개나리 꽃이 한창이다.. 아 ~ 정말 좋다...
각자의 공간에 하얀색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땅은 정리가 잘 되어있다.
호미며 꽃삽 가위가 들어있는 가방을 관리인이 나누어 주셨다.
고추모와 상추모, 감자줄기 그리고 상추씨, 배추씨, 무씨, 쑥갓씨를 받았다.
쑥갓씨는 이렇게 작고 붉은 것을 처음 알았다. 씨를 골고루 뿌리고,
나머지도 예쁘게 줄을 맞추어 정성껏 심었다. 유기질퇴비도 정성껏 뿌려주었다.
열평의 땅에 여러 가지도 심었다.
친구네가 김밥을 싸가지고 와서 평상에서 맛있게 먹고 개나리 꽃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쑥도 많이 뜯었다. 친환경농장에서 자란 쑥인만큼 더 맛있을 것 같다.

2001년 5월 12일(토) 그동안 이런 저런 일 때문에 못가고 지난주에 친구네가 다녀왔는데,
전에 심어놓은게 거의 죽었단다. 그곳 관리인의 얘기로는 날이 추워서 죽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인지, 가물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적다.
그래서 고추랑 상추, 가지를 화원에서 사가지고 갔다..
4월에 심어놓은 씨가 뾰족히 올라와 있다. 풀인지 채소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작으마하다... 과연 이것들이 살아줄까가 염려스러웠다. 모두 다시 심고 물도 주고...
배나무가 많다. 하얀 배꽃이 이쁘게 피었다. 이름모르는 들꽃도 많고..
아이 이모는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바위위에 올려놓고, 풀밭에도 앉혀놓고...
아직 아이는 환경이 낯선 모양이다. 바위에 혼자 앉히면 겁이나는 모양이다.
배꽃을 아주 조심스레 건드려본다.

(그 다음주 20일은 덕수궁 야외음악회 때문에 27일은 아이 돌잔치 때문에
주말농장에 가지 못했다)

2001년 6월 2일(토) 거의 한달만에 갔다. 별 기대없이... 그런데 우리는 눈을 의심했다.
열평의 밭위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배추와 무(열무), 상추가
땅이 좁아라 자라있었다. 그동안 소홀함에 비해 너무 자 자라주어 미안할 정도였다.
고추도 열리고, 보라색의 예쁜 가지꽃도 피었다.. 가지꽃을 만지게 해주니 아이는 가시가
따가운 모양이다. 흠칫 놀라는 모양이 재미있다.
모두 뽑아야 한단다. 라면박스에 네박스를 뽑았다.
옆에는 7세 4세 아이들은 둔 은행가족이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동료의식 같은 것이 느껴졌다.
청개구리를 잡았다. 징그러워서 손으로 잡지는 못했지만, 새삼 신기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오리에 열광했다... 배추며 열무를 뽑은후 다시 씨를 뿌렸다.
트렁크 가득 수확을 하니 마음 뿌듯하다.
친구네도 한박스 우리도 한박스, 아이 고모네도 한박스, 옆집도 한박스....
벌레먹고, 뻣뻣했지만, 자연진화적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먹거리인 만큼 모두들 반겨했다.

2001년 6월 6일(수, 현충일) 며칠전의 감동이 다시 주말농장을 찾게했다.
딱히 집에서 할 일도 없고해서 드라이브 겸해서 갔다. 날씨가 무척이나 덥다..
농장에는 풀이 많이 났다. 풀을 메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고무신을 신겨서 갔다.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휙휙 벗어던지더니
맨발로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아직 걷기를 잘하지 못해서 이모가 뒤에서 양손을 잡고
종일 뛰어다닌다. 나도 덩달아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밟아보았다.
부드러운 흙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러고는 오리와 닭과 염소 구경을 한참동안 했다.
역시 잘했다고 다시 한번 느끼는 날이었다..
이렇게 사소한 일에 의미를 두는 엄마의 마음... 아이는 알까 ?

(그동안 한번정도 갔지만 별다른 특별한 일은 없었다.
풀을 뽑아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일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2001년 7월 17일(화) 아이들은 벌써부터 불놀이를 한다. 어른들도 함께....
지난번에 비가 많이 와서 물도 많고 깨끗하다. 유난히 사람이 많다. 산은 온통 초록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산과 들의 모습,, 자연의 모습을 우리 주원이는 보고 느낄 수 있을런지.....
고추도 많이 열리고 가지도 많이 열렸다. 풀이 무성하게도 자랐다...
몇번씩 뜯어서 먹었는데 상추는 잘도 자란다.

2001년 8월 7일(화) 여름날의 주말농장은 한숨이 푹푹나온다. 더위도 더위지만
밭에는 상추외에는 거두어들일 야채도 별로 없다. 휴가철이라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다.
물놀이를 하는 사람, 온가족이 와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모습.... 상추랑 고추는 밭에서 바로
따기만 하면 되니까... 오늘은 휴가를 다녀오는 길에 들러서 물놀이를 했다.
아이는 제법 물에서도 신나게 논다. 옥수수도 따고 빨갛게 익은 고추도 땄다.
정말 더운 날씨다...

2001년 9월 1일(토) 김장용채소가꾸기를 할 시기다.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으란다.
원래는 처서를 전후로 심는 것이 맞다는데 1주일정도 늦었다.
시기를 맞추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오늘은 그동안 밭에 심겨져 있던 모든 것들을
뽑아내야 했다. 고추도 모두 뽑고, 가지나무도 뽑아내고... 쉽게 뽑힐 줄 알았는데,
여간해서 뽑히지가 않는다. 가지나무를 붙잡고 땅을 버티고 뽑는 모습이
'커다란 순무'(글/알릭셰이 톨스토이, 그림/헬린 옥슨버리)라는 그림책이 생각이 났다.
...... 옛날에 할아버지가 조그만 순무씨 한 알을 땅에 심었는데, 순무는 쑥쑥 자라
할아버지 혼자서는 뽑지 못할 정도로 커진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불러 함께 뽑아보지만
역시 소용없다. 할머니는 손녀를, 손녀는 개를, 개는 고양이를, 고양이는 쥐를 불러와
힘껏 힘을 쓴 뒤에야 겨우 뽑는다......
하지만, 내 뒤에는 아무도 없고, 대신 남편이 뽑았다.
딱정벌레가 많다. 흠... 그림책에서 볼 때는 꽤 큼직한 줄 알았는데
우리아이 엄지손톱보다도 작다.. 건드리면 호로록 날아가는 모습이 귀엽다.
희색, 노란색 나비들도 많다.
아이는 방울토마토를 따는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무, 배추 모종과 씨를 뿌렸다. 이곳에서는 퇴비로 계분(닭똥)을 쓴다. 냄새가 고약하다.
색깔은 거무튀튀하고 만져보면 포송포송한 느낌이다. 이젠 그 정도는 손으로도 만진다...
오늘은 정말 힘든 날이었다. 풀을 메는 일이 특히 힘이든다. 오늘은 콩도 많이 땄다.
가물어서 쭉정이가 많지만, 여기서 따가지고 간 콩으로 밥을 해서 먹으면 시장에서 사온
콩으로 밥을 했을 때랑은 기분이 다르다. 가족들은 콩이 특히 맛있다면서 한마디씩
거든다..... 난, 콩밥은 안먹는데....

2001년 9월 8일(토) 지난주에 심어놓은 배추와 무가 잘 자라고 있다.
풀은 여전히 많이 나 있다. 호미로 풀을 뽑아주는데 아이는 옆에서 꽃삽으로 흉내를
내고 있다. 다행이 옆밭에는 아직 채소를 심지 않아서 밟을까봐 조심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는 그림책에서 보던 손잡이 노란 꽃삽을 생각하고 있을까(흠.... 무리겠지).
내년에는 꽃삽이랑 물조리개도 사줘야겠다...

2001년 9월 23일(일) 오빠네 쌍둥이들이랑 언니네 아이들이랑 모두 갔다.
어제 아빠 생신이라 모두 모였다. 아이들은 물가에도 돌맹이 가지고 콩콩 두드려도 보고
던져보기도 하고, 물속에 발도 담그고... 운동화는 젖었지만, 서울에 살던 쌍둥이네도
오랜만에 즐거웠단다. 갓 두돌을 넘긴 아이들이라 아직도 손이 많이갔지만,,
뿔도 있고, 수염도 긴 까만 염소한테 먹이를 주는 일이 아이들은 재미있나 보다..
주말농장은 채소를 가꾸는 것이 주 목적이지만, 그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
잔뜩 싸가지고 간 음식이 동이 났다. 그 와중에도 무랑 배추랑 솎아주기를 해야 한단다.
그래야지만 무도 알이 들고 배추도 잘 자란단다. 솎은 배추랑 무가 두봉지나 된다.

2001년 10월 14일(일) 10월 중순경에는 배추 묶어주기를 하란다.
이제는 거리의 코스모스도 많이 졌다. 가을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나 보다.
일주일이 다르게 논의 벼들이 익어간다.
오늘도 아이와 남편은 동물구경을 하러 갔다. 이곳에 오면 남편은 주로 아이와 놀고
아버지는 물을 주기도 하시고, 엄마와 나는 풀도 뽑고 배추묶어주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눌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배추가 모두 60여포기가 된다. 무는 갯수를 셀 수 없다.. 배추 속이 덜찼다.
늦게 심어서 그렇단다. 그냥 평균정도 한 것 같다..
옆밭에는 시장에서 파는 배추보다 더 큰 배추들도 있다.
사람들과 인사를 한다.
"배추 참 잘 됐네요." "네, 그 정도도 괜찮은데 묶어주시면 좋아질 거예요"..
우리 배추도 아닌데 뿌듯하다. 모두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이제 마무리까지 한달 남짓 남은 것 같다. 그동안 배추도 무도 잘 자라서 맛있게
김장담그면 된다.
오는 길에 들러서 먹는 보리밥과 촌두부도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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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금까지의 주말농장 일지였습니다.
이제 수확하고 마무리하기까지 한달도 안남았지요. 송촌리는 여기보다는 더 춥거든요.
김장 맛있게 하면 나머지 알려드릴께요. 그곳에서는 토종닭으로 음식도 해준데요.
언제 먹어보자고 했는데, 늘 함께 놀던 동물친구를 요리해 달라고는 못하겠더군요.
지금까지 그곳에서 닭도리탕 먹는사람 한 번도 못봤어요.

굳이 경제성을 생각하다면 오가는 시간이나 자동차 휘발유값 따져보면
시장에서 사먹는 채소값이 훨씬 쌀거예요.
경제성 비경제성을 생각하기보다 제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아주 소박하답니다.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아스팔트가 아닌 흙을 밟게 해주고 싶고,
산을 보면서 사계절의 변화를 알았으면 좋겠고,
감자는 땅속에서 자라는 것임을 알게 해주고 싶고,
들판에서 나고 자라고 익어가는 곡식과
그림책에서만 보던 오리가 물속에 떠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그리고.... 엄마 아빠와 손을 잡고 염소에게 먹이도 주는 그런 시간을
갖게 해 주고 싶습니다.

이러한 소중한 체험이 우리아이에게 마음 풍요롭게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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