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의 문화인류학* - 2. 어른들의 일을 모르는 어린이들 2002-02-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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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문화인류학*

하라 히로꼬 지음 / 최정순 옮김, 도서출판 삼동자

2. 어른들의 일을 모르는 어린이들

오늘은 *어린이의 문화인류학*,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먼저 아래 요약한 내용을 먼저 읽어보세요.


"무사 계급이 거의 유일한 봉급생활자였던 과거에 비해 샐러리맨 세대가 증가했다는 것은 어린이의 생활터와 어른들의 일터가 서로 떨어지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부모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자영직 세대의 어린이들과 달리 샐러리맨 가정의 어린이들은 부모들이 근무처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또 업무상 비상시에 부모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을 보고 익힐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형제자매의 수도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적어져 누나나 형들이 무엇을 하는지 훔쳐보고 놀이 속에서 흉내내던 경험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어린이가 "야! 멋있다. 저런 일을 한번 해보았으면... 어른이 되면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하고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이 요즘에는 거의 텔레비전 속에나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텔레비전 속의 스타들은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이미지이지, 어린이가 직접 확인해 본다든지 의문을 품어 본다든지 하면서 접촉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점이지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만, 최근의 대학생들 중에는 자신이 정말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몰라 고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렇게는 적어도 되지 말아야겠다는 철학도 부재한 경우가 많지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보고 배우며 '나도 하고 싶다, 해내야 한다'는 등의 절실한 체험이 부족한 데서 오는 것이 이러한 방황의 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모나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일을 친구인 동급생보다 잘 하게 되면 칭찬을 받습니다. 이러한 체험이 어린이에게 커다란 부분을 차지해 버리면 자력으로 자신의 인생을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이 쇠퇴하지는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부모나 형제, 조부모 등 생활을 함께 하는 연장자가 뭐든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볼 기회가 적어진 요즘의 세태가 자기가 열중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1960년 당시 헤어 인디언 사회에서는 어린이들은 수렵채집민으로 자랄 수밖에 없었지요. 7세 정도부터 훌륭한 사냥꾼으로서의 자기 기량을 충실히 닦기 시작하는 그곳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린이나 청년 모두 자신감 넘치고 생기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직업을 고를 필요가 없는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일 수도 있겠지요. 어린이들이 스스로 설정한 사냥꾼이라는 목표를 향해 능력을 갈고 자기를 시험할 수 있는 무대가 도처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날처럼 직업이 다양화되고 인생에 관한 여러 가치관이 공존하는 우리들의 사회를 헤어 사회처럼 단일한 생업으로 생활하는 사회로 바꿀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만, 어른들이 무엇인가에 열중하는 모습을 어린이들에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에 커다란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샐러리맨의 가정에서 직업생활을 어린이들에게 보이기는 어렵더라도, 취미라든가 부업에 열중하는 부모의 모습을 어린이에게 보여 그 준비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아이가 볼 수 있도록 할 수는 있겠지요.

헤어 인디언의 어린이들은 사냥의 명수라 할 만한 사람은 물론, 아직 실패를 거듭하는 젊은 사냥꾼의 모습도 보며 자랍니다. 때문에 이곳의 어린이들은 자신이 직접 사냥에 참여하게 될 즈음 어지간한 실패에는 좌절하지 않게 되지요. 즉,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동경하기 쉬운 상황과는 달리, 헤어 인디언 어린이들은 다양한 본보기를 접하며 자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체험의 기회를 이제 우리 사회의 어른들도 어린이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요?"


이상이 이번 소제목의 간추린 내용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갖추어야 할 능력 중 하나는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수 몇 점 더 맞기 위한 문제 해결 능력이 아니라, 어떤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중심을 잃지 않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 말입니다. 시작에서 마무리까지 어른들이 행하는 어떤 작업을 어려서부터 지켜보며 자라는 헤어-인디언의 아이들이 웬만한 실패에 좌절하지 않으며 자신의 기량을 조금씩 다듬어 나간다는 대목에서, 우리는 이 '문제 해결 능력'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히로꼬가 지적하는 요즘의 아이들은 자신이 진정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도 모르기 일쑤이고, 조그만 실수에 쉽게 좌절하는 경우도 많지요. 학교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입시에 실패했다고 해서 자기 목숨을 끊는 아이들은 인생 전체에 비춰보면 티끌에 불과할 작은 실패에 너무나 쉽게 좌절하고 마는 것이지요.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에게 자신들이 하는 일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체험하게 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취미 생활이라도 정말 여유를 갖고 아이와 같이 즐길만한 시간을 마련하기 힘든 부모들도 많죠. 아니, 대부분이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히로꼬가 말하는 샐러리맨이라면요.

현실이 그렇다면, 아이에게 정말 살아있는 체험 교육이 될만한 대안을 찾아 봐야겠지요. 물론, 야외로 나가 대자연을 만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겠지만,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저는 '육체적 노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거지나 청소 같은 집안 일도 좋고, 작은 가구를 만들어 보는 작업도 좋겠지요.

책에서 얻는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설거지 같은 작은 노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마쳤을 때 얻을 수 있는 산 경험이 어쩌면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육체적 노동의 신성함을 아이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구요. 사족입니다만, 전 정신적 노동이 육체적 노동보다 고차원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육체적 노동의 신성함은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기 힘든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단순 반복적인 작업이라도 정말 몰두해 아무런 잡념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하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사회의 음지에서 고생하시는 노동자들이 제 글을 본다면 '배부른 소리'라 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육체적 노동을 제대로 경험해 보지도 못하고, 그 안에 담긴 신성함을 알지 못하는 정신적 노동자들, 소위 권력층들이 육체적 노동을 근거 없이 폄훼하고, 노동자들을 박대해 온 데서 오는 박탈감이라 이해합니다. 글 좀 읽었다는 사람들이 노동자를 무시하고, 정신적 노동자에 비해 육체적 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부당하거나 불안정하게 하는 현실이 문제이지요.

전 그런 면에서 제 아이들에게는 육체적 노동에 몰두했을 때의 희열이 어떤 것인지를 체험하게 해 주고 싶습니다. 화단에 난 잡초를 다 뽑아 내고 나서 땀을 닦으며 "다했다"라는 한 마디를 내뱉는 것과, 고상하고 어려운 책을 다 읽고 난 뒤 "다 읽었다"라며 책을 덮을 수 있을 때의 만족감과 희열이 결코 다른 것이 아님을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아니, 오히려 전자의 만족감이 더 솔직하고 진실한 것일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사실, 아무리 어려운 책을 섭렵한들 진정한 자기 체험이 없이는 그것이 자신의 '지식'이라 쉽게 내세울 수 없는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현실보다 텔레비전에 비치는 스타의 허상에 더 매료되고, 그러한 허상이 자신의 미래인 양 쫓는 것과 다를 바 없지요. 적절한 육체적 노동의 경험은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현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고, 또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일이라도 끝까지 마무리하는 습관을 들일 때 히로꼬가 말하는 바와 같이 '실패에 쉽게 좌절하지 않는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지요. 더불어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비질 소리를 아름답게 여길 수 있고, 그 분들의 수고로움에 정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구요.

적어도, 열심히 구슬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너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 이런 말을 아이들에게 해주어서는 안되겠지요.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아무런 가식 없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고, 적어도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분명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유명하다는 책을 꿰차고 앉아 그것이 모두 자신의 산 지식인양 여기다 조그만 위기가 닥쳐도 허둥대는 죽은 지식인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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