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바라본 우리 나라 영어교육 2002-02-1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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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요즘 내일신문에 올리는 저의 원고 내용을 퍼온 것입니다.)

일본에서 바라본 우리 나라 영어교육

"함바아그(햄버그), 아이스쿠리무(아이스크림), 비이루(맥주), 산도위이찌(샌드위치)..."

이런 말이 무슨말인가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일본 나리따 공항에서 오다와라라는 조그만 소도시로 가는 기차안에서, 20대 초반의 여자 승무원이 음료수 실고 지나 다니면서 외치는 소리였다. 나는 입가에 어느새 웃음이 뭍어 나왔다. 일본 사람들 영어 발음이 안된다고는 하나, 정말 어슬프게 굳어진 외래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일본인이 맥도날드 햄버그를 '마쿠도 나르도 함바그'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일본인들의 영어 교육에 대해 궁금해 한적이 있다.

1990년도 대학 졸업 후 나는 주로 학원에서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강의를 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영어와 관계 없는 일본을 5번 정도 다녀올 일이 있었다. 2번은 석사 논문 자료를 모으기 위해 갔고, 1번은 히로시마에 있는 학원을 탐방하러 갔고, 4번째는 일본외국어 교육학회(JALT) 연례 학술회를 보러 갔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 것은 오다와라에서 열리는 LIOJ(The Language Institute of Japan) 30주년 여름 웍샵에 참여하였다.

그래서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일본을 왔다가면서, 일본인 영어 교사들과 교류하면서, 일본인들이 행하는 영어 교육에 대해 조금이나마 배우고 느끼려 했었다. 1992년도에 처음으로 일본을 갔을때의 그 느낌은...매우 난감함이었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우리 나라의 영어 교육이란, 여전히 수동적이고 문법에 치우친 교육 방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반면에 일본의 제도권내의 교육의 흐름은 우리와 흡사(입시 위주의 영어 교육)했지만, 사교육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영어 교육은 우리 보다 월등히 높은 것처럼 보였다.

학술대회의 규모도 어마어마(참가자 3-4천명)했지만, 영어 교재 전시장에 가보면, 국내에서는 구경도 못하는 좋은 교재나 정보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마도 일본 따라 잡으려면, 10-15년은 걸릴 것 같다고....

일본이 먼저 초등학교에 영어 교과목 신설과 영어를 제2외국어로 한다는 등의 논란은 우리 나라 보다 먼저 시작했던 것 같으나, 1997년도 부터 우리 나라 초등학교 정식 교과 과목으로 영어가 먼저 채택되었다. 학년별로 부분 수용되어 작년부터 3-6학년까지 학년이 영어 수업을 받고 있다. 이러한 여파와 영어 교육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으로 현재 우리의 영어 교육은 몇년 전 내가 느껐고 우려했던 10-15년의 차이를 이젠 거의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 아닐 수 없다. 98년도 LIOJ 여름 웍샵은 중등 영어 교사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인데, 나의 짧은 영어로 90분짜리 강의를 2번 하는 대신 비행기값과, 숙박료는 무료로 제공 받았다. 일본인 영어 선생님들만 참가하는 자리에 내가 해야 했던 강의는 "한국의 영어 교육"이었다. 과거 조선시대 맨 처음 선교사들에 의해 시도된 영어 교육 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변천사도 약간 알려 주고, 현대의 중고교에서 쓰는 국정 교과서, 시험지, 참고서등을 가지고 가서 보여 주는 식으로 해서 강의를 진행하였다.

제도권내에서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힘들게 이끌게 된 강의였는데, 그 강의를 준비하면서 오는 느낌도 많았다. 중고교때 영어 선생님은 칠판 한가득 필기 하시고, 우리들은 열심히 받아 적었던 기억만 있어서, 우리 영어 교육에 대해서 아주 비관적이었던 나의 시야가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신문이나, TV방송에서는 자주 우리의 영어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들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내가 어릴 때 받은 영어 교육과 현재 아이들이 받는 영어 교육에는 차이가 좀 있다고 생각된다. 수능 시험 문제가 옛날과 많이 달라졌고, 듣기 평가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졌다. 지면으로 푸는 문제를 아무리 잘 맞춘다 해도 듣기가 안되면 좋은 점수를 올릴 수 없다.

세상이 좋아져서, 각 학급에는 비디오/오디오의 설치가 잘 되어 있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영어 전문 서점이 생겨나고,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영어 교육에 관한 정보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98년도에 만난 일본인 영어 선생들은 한국의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을 많이 부러워 했었다. 내가 몇년전에 일본에 가서 받았던 그 느낌처럼... 매년 일본 정부의 도움으로 선발된 일본인 영어 선생들이 한국의 초등 영어 교육의 현장을 둘러 보러 온다고 한다. 모든 일들을 하나씩 차근 차근 준비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급하게 생각하고,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주의가 강하지만, 어린이 영어 교육에 있어서, 정규 교과목으로까지 바뀐 마당에, 이제 남은 일이라면 어떻게 유용하게 잘 꾸려나갈 일만 남았다.

일본인들은 속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 나라 영어 교육의 변화에 많이 놀라워 하였다. 어쩜 국가에서 그렇게 발빠르게 일을 추진할 수 있으냐고... 우리가 매번 비난하는 국가의 교육 정책들 중에 그래도 일본인이 보기에 부러운 면도 있나 보다. 90년도 초반에 영어를 정식 교과목으로 하겠다고 선포하고, 5-6년간의 짧은 기간 동안 교과 내용과 검정 교과서 개발을 하여 바로 97년도부터 일을 추진하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 하였다. 일본 정부는 몇년째 계획 구상중이라고 했다. 일본 사람들의 신중함으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우린 그런 신중함이 부러움에도...

그리고, 토오쿄에서 일본인들의 눈부신 교육 선진화를 보고 많이 부러워했는데, 2002년이 된 지금 우리의 영어 교육의 열풍과 관심도 불과 7-8년 만에 일본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되어버린게 아닌가 믿고 싶다. 최근에 일본을 가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우리 나라에도 기본적인 정보나 자료는 거의 구할 수 있으니까.

여러가지 잘못된 교육열로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고, 여기에 따른 사회 문제로 일부 부모들이 이 땅을 떠나고 있다. 그리고 선진국형의 교육 발전이 빠르지는 않지만,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고, 1년전 보다는 올해가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제도권내의 교육도 좀 나아지기 위해서, 교사들에게 100%영어로만 말해야 하는 고충도 안겨 주고 있지만, 그렇게 이상적이 수업 모델을 위해 첫 시작을 하고 있으니, 이 또한 젊은 영어 교사들이 점점 물갈이가 되면 상황은 많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 그리고 제도권 밖에서의 영어 교육은 열기가 고조되어 있어, 고액과외나 고급 영어 유치원등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 일종의 사회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가정에서 엄마가 열심히 노력하여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실속파 엄마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므로,발전의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인들이 바라 보는 우리 나라의 영어 교육은 밝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정부의 교육 정책과, 학교 관계자들, 학부모들, 그리고 주인공인 학생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노를 잘 저어 갈때 우리 나라의 영어 교육도 밝을 것으로 본다.

/평촌 잉글리쉬 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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