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다이어리 (2)...숟가락과 종소리 2003-09-0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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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9. 5

오늘 하루 어떤 소리를 들으셨나요?
시끄러운 소음만 들으셨나요?
아름다운 새소리도 들으셨나요?

우연히 제 책상위에 놓인 Let's-Read-And-Find- Out Science 시리즈 중 "Sounds All Around"를 보면서
문득 '소리' 라는 형태의 에너지 전달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유는 물체와 물체의 부딪힘에 의해 만들어진 에너지가
공기라는 매질(媒質)을 통해 파동의 형태로 전파되어 우리 귀로 들어와 귓속에 있는 고막을 울리고 
이 진동이 청세포로 전달되어 대뇌가 지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종류의 물체끼리 부딪혔는지에 따라 발생하는 파동이 다르기 때문에 소리도 달라지죠.

수박을 통통하고 두드리는 소리.....
징을 지잉~~~하고 다루는 소리....
큰 북을 둥둥 울리는 소리....
하프의 줄을 도로롱~~ 다라랑 ~~뜯어 내는 소리....
소리는 다양한 진동 때문에 각양 각색의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숟가락을 하나 들고 식탁 위를 툭툭 쳐 보세요. 
그야말로 툭툭 혹은 팅팅 소리가 날 겁니다.
정말 무덤덤한 소리라고나 할까....
이 소리를 또 다른 느낌으로 들어보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이와 함께 이렇게 한 번 놀아보세요.
적당한 두께의 실을 1m 정도로 준비하고 가운데 부분을 숟가락의 가운데에 묶습니다.
그리고 실의 양끝부분은 동그랗게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고리를 만드세요.
이 때 신경써야 할 점은 숟가락이 아래로 오게 실을 늘어뜨렸을 때 양쪽 실이 팽팽하게 늘어지도록 해야하고
실의 길이가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드셨으면 고리에 검지 손가락을 끼우세요.
그리고 실을 건 채 검지 손가락으로 귀를 막습니다.



그 상태에서 집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숟가락을 다른 물체와 부딪히도록 해 보세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좀 바보같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그냥 숟가락을 손에 들고 두드렸을 때와는 전혀 다른 소리를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그야말로 에밀레 종소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에밀레 종소리를 실제로 들어본 적도 없지만.....^^
머리 속을 가득 울리는 소리 때문에 기분까지 절로 좋아지는 소리였어요.
물론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은 다르겠죠.
하지만 그냥 손으로 잡고 숟가락을 두드린 것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소리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툭툭 하는 소리의 느낌이 더 좋은 경우도 물론 있겠죠.^^)

이렇게 실로 묶고 손가락으로 연결해서 귀에 대면 같은 소리라도 전혀 다르게 들리는 이유가 뭘까요?

소리는 공기가 전달해주는 파동입니다.
숟가락으로 물건을 툭툭 치면 그 진동이 공기를 통해 우리 귀로 전파되지요.
그런데 이렇게 실과 손가락을 이용하면 
진동이 공기가 아닌 실을 통해서, 그리고 손가락을 통해서 전달이 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진동을 만들고 우리 귀에도 다른 종류의 소리로 들리게 되는 거랍니다. 
종이컵에 실을 팽팽하게 묶어 전화기 놀이 해 보신 경험있으세요?
신기할 정도로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것도 이와 비슷한 원리랍니다.
또 물 속에서 듣는 소리도 평소와 달리 느껴지지요.

간단히 말하면 같은 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도 매질의 종류에 따라 파동은 달라지는 거지요.

가끔씩 지우와 TV 뉴스를 같이 볼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뉴스 시간에는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보다는 끔찍하고 살 맛 안 나는 이야기가 넘쳐 나지요.
사회의 이곳 저곳에서 넘쳐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좋은. 혹은 나쁜 에너지가 되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요....

"엄마, 저 사람은 왜 저런 일을 했어요? "
"엄마, 강물이 왜 저렇게 변한 거예요?"
"엄마, 왜 저렇게 싸워요?"

때로는 있는 그대로, 때로는 애꿎은 변명을 해 가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럴 때 저는 아이에게 하나의 진동을 전해주는 매질이 되어 있습니다.
제가 어떤 종류의 매질이냐에 따라 아이에게 전해지는 진동이 다르겠지요.
공기가 되기도 하고
팽팽한 실이 되기도 하고
물이 되기도 하고.....

툭툭 소리도 들려 줄 이유가 있고
아름다운 울림도 들려 줄 필요가 있지요.
꼭 아름다운 소리만을 고집하지는 않겠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니까요.

아이가 스스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갖추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스스로를 채울 수 있을 때까지
아이와 세상을 연결하는 '바람직한 매질'이 되기를 희망하며
끊임없이 부족한 엄마인 저를 바꿔가야겠지요.

때로는 찡그렁~~하는 깨진 소리가 날 때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제법 괜찮은 소리를 만들 수 있는 날도 있겠지요.

저도 언젠가는 매질로서의 의미가 없어지는 날이 올까요?
대부분의 파동은 매질 없이는 전해지지 못하는데 말이죠.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에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를 모두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평생 살아갈 동안 보이지 않게 우리는 매질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 존재가 없어지는 날까지....
아니 어쩌면 형식적인 존재는 없어지더라도 정신적인 매질로서 존재할 지도 모르지요.
또 어쩌면 아이는 매질이 없이도 전달되는 빛과 같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며 자라게 될지도 모르지요.

세상을 미화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곳임을 전해주는 매질이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맑았던 숟가락의 울림을 기억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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