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 이야기 2003-12-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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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다이어리에서 수학책 이야기를 올린 이후 늘 마음속 한켠에 숙제처럼 남아있던 과학책 정리를 맘 먹고 한번 해봤습니다.

우선 과학책은 네가지 종류로 나눠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달팽이과학동화처럼 동화책 형식을 빌어 재미있게 접근하려 한 과학동화.
아임어리틀도 약간 어줍잖지만, 같은 부류라 할 수 있지요.
다음은 첫발견, 프뢰벨 자연관찰같은 자연관찰류.
사이언스스토리북, 도담도담자연관찰, 초등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 푸른아이 등도 여기에 속한다 할 수 있겠지요.
세번째 반딧불같은, 그야말로 과학적인 현상들을 담담하게 서술식으로 풀어놓은 순수 의미의 과학책.
원더와이즈, 샘의 신나는 과학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원리과학’이란 이름이 붙는 "왜 그러나요"를 설명해주는 류의 원리과학.
원리가 보이는 과학, 스키마원리과학, 갈릴레이원리과학이 대표적이겠지요. 좀 넓게보면 세번째 반딧불류 책 역시 원리과학 범주에 포함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1.과학동화책---달팽이과학동화, 아임어리틀 등등

과학동화책, 요거이 참 애매합니다.
과학적인 지식과 동화의 재미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인데, 이게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자칫 둘다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모 출판사에서 나온 과학동화를 보니 정말 말도 안되는 내용을 어거지로 갖다 붙였다 싶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팽이과학동화는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과학적 지식 필요없다, 동화책인만큼 재미있느냐, 아이들이 좋아하느냐,
이게 유일한 판단 기준이지요.
달팽이 과학동화는 이 기준에 꼭 들어맞는다 싶네요.
달팽이는 이제 42개월 되는 규림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매일 밤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라 하는데, 이 중 달팽이 책은 2-3권씩 꼭 들어가 있습니다.
엄마가 보기엔 유치한 내용도 많아보이는데, 아이 눈높이에는 딱 맞아 보이나 봅니다.
흥미진진하게 보는 것은 물론 어떨 때는 박장대소를 하며 좋아 죽으려 합니다.
전집 40권에 15만원 주고 샀으니 가격도 이 정도면 합리적이다 못해 저렴하다 싶지요.

전 과학적 지식은 그야말로 동화적 재미에 덤이다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동화책 읽으면서 덤으로 과학적인 부분까지 얻으니 일석이조지요.
과학적 지식을 못 얻어도 그만입니다.
예를 들어 '과일나라 도깨비'는 오빠가 과일나무를 잘 돌봐준 덕에 도깨비에게 붙잡혀간 여동생을 구해오는 과정에서 과일나무들이 오빠를 도와줘 무사히 도망쳐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데요,
뒷편에 과학적 지식이라 설명된 부분이 우리가 먹는 과일에 대한 설명과 과일 그림들입니다.
과일 얘기는 진작에 다 뗀 아이에게 뭔 시시한 얘기야 싶지만서도,
책을 읽는 내내 골탕먹는 도깨비 모습에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아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별 도움이 안되보이는(?) 뒷 부분은 그저 지나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정말 과학적 지식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내 꿀을 돌려줘'을 읽으며 먹이사슬이란 용어와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 식이지요.
물론 42개월짜리 아이가 먹이사슬이 뭔지 안다는 게 뭔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얻어진 지식이니,
굳이 모르는게 낫다나, 몰라도 무방하다 뭐 이런 생각조차 할 필요도 없지 않나 싶네요.

나온지 오래된 책들에게서 어김없이 지적되는
단어와(동무라는 표현 등) 사고의 생소함이 달팽이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지만
이것 역시 이 때문에 책을 외면할 만큼의 문제는 아니라 봅니다.

아가월드의 아임어리틀도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신 것 같더군요.
(모 할인서점 사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아가월드 책 중 그나마 중고로 거래가 되는 것은 세계의 그림책과 아임어리틀 뿐이라 하더이다, 나머지는 넘 허접하면서도 무지하게 비싸 거래가 잘 안된다고...)

아임어리틀은 우선 그림이 환상입니다. 정말 실제 모습과 유사하게, 정성스레 그려놨습니다.
한솔에서 나온 애니멀키즈 그림이 이와 비슷하더군요.
그러나 20권 전부가 한 작가 그림이라 금방 질립니다.
게다가 동화 비스무끄리하게 쓰려고 했는데, 이 동화가 재밌는 내용이 아니라,
정말 말도 안되는 내용을 쥐어짜낸 식이라 영 재미가 없다못해 황당무계한 것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꼬마 돼지' 편에서는 꼬마돼지가 주인집 아이들을 따라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데, 아이들이 못오게 해서 학교에는 못 가지만, 혼자서 공부를 열심히 해 똑똑한 돼지가 되서, 서커스 단원으로 활동하며 박수갈채를 받는 자기 모습을 생각하는 식입니다.
저로서는 도대체 뭐하자는 내용인지 종잡을 수가 없더라구요.
단순하게 사실만을 전달하는 내용도 아니면서, 상상력 빈약한 내용으로 꾸며놓은 책,
제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류입니다.(근데 왜 샀을꼬?...)

음, 제가 아임어리틀을 아직까지 중고시장에 내다팔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아임어리틀이 하드보드지로 돼있다는 것 때문인데요,
나중에 둘째가 생기면 물어뜯어도 좋을 하드보드지 책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이유로 끝까지 들고 있을 뿐, 정말 손톱만큼도 미련이 없는 책입니다.


2.자연관찰---첫발견, 프뢰벨자연관찰, 사이언스스토리북, 도담도담자연관찰, 푸른아이 등등

자연관찰은 적어도 집집마다 하나씩은 구비하고 계신 것 같더라구요.

첫발견과 사이언스스토리북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말씀을 종종 하셨으니...

그렇다고 아주 생략하긴 그렇고, 간단히 정리를 해보자면
제가 둘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는 고민 않고 첫발견을 택할겁니다.
(사이언스스토리북 살 가격에 약간 더해 첫발견 A와 B 중 하나를 사는 것)

첫발견은 세밀화로 그린 것이고, 사이언스스토리북은 사진이라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책의 진짜 차이점은 그림이냐, 사진이냐가 아니라 추구하는 바라고 생각됩니다.
첫발견은 말 그대로 한 주제에 대해 관찰해 풀어놓은 것인 반면,
사이언스스토리북은 주어진 영어 문장에 맞는(반복어구) 사진을 선택했기 때문에,
자연관찰이 주가 아니라 주어진 문형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이 첨부된, 일종의 액세서리같은 느낌이 듭니다.
물론 주어진 문장이 나름대로 체계와 일관성을 가지려 노력했기에 사진도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연관찰책의 관점에서만 평가할 때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진 않습니다.
사진도 좀 보고, 동시에 영어 문형도 익히고, 이렇게 두가지 용도로 쓰면 좋겠다 생각하면 모르겠지만, 제가 두가지 다 그냥 완벽하진 못해도 흉내만 낸 책보다 한가지라도 확실한 책을 좋아하는 성향인지라....
(같은 이유로 영어공부가 목적이라면 당연히 사이언스스토리북이 아닌 런투리드를 선택해야겠지요)

프뢰벨 자연관찰은 친구 집에서 얼핏 살펴본거라 뭐라 정확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다만 첫발견에 비해 권당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이들 선택하신다는 것,
다들 평이 그런대로 괜찮다는 점에 비춰볼 때
자연관찰책이 필요하신 분의 경우
프뢰벨자연관찰을 선택해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도담도담은 정말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사은품으로 받자마자 중고로 팔아버렸습니다)
사진으로 구성된 자연관찰의 경우 사진의 선명도가 생명인데, 도담도담은 사진이 너무 흐꾸무리해 첫눈에 정이 안가더군요.
책 편집도 무슨 80년대, 우리가 한창 초등학교 다닐 때 종종 봐왔던 그 촌스러운 자연도감류를 보는 듯 했습니다.
일단 내용을 떠나, 눈만 높아진 엄마들에게 과연 이 정도 편집과 사진으로 어필할 수 있을가 싶은 생각마저 들더군요.

도담도담의 한가지 강점이라면 싼 가격입니다.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잘 모르겠고, 최근 새로나온 개정판 60권, 거의 새책같은 중고가 15만원선에 나와있더군요.
저렴하게 사서 자연관찰류 맛을 한번 보여줘보고 싶다하는 분들은 선택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나 저같으면, 아예 어린 시절 자연관찰을 뛰어넘고,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웅진 푸른아이를 사주는 것으로 해결하는 쪽으로 정리를 할 것 같네요.


3.말 그대로 과학책---반딧불, 원더와이즈, 샘의 신나는 과학 등등

만약 과학 관련 책이 하나도 없다, 많이 사주기는 부담스럽고 유아 시절 전집 하나 정도로 끝내고 싶다는 분이 계시다면 반딧불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몇달 전 훈이민이님과 얘기할 때, 전 반딧불 안 산다 했었는데,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조건이 나오는 바람에 제 특기인 헤까닥해서 그만 구입해버리고 말았답니다...)

왜냐? 우선 반딧불은 취급 범위가 아주 넓습니다.
유아기에 많이 보는 자연관찰과 과학동화류가 대부분 생물 쪽에 치우쳐진 반면,
반딧불은 지구과학, 물리, 생물 관련 부분이 골고루 들어가 있어
여튼 한번씩 과학 관련 내용들을 접하게 해줄 수 있는 데는 큰 도움이 됩니다.
약간은 허접스런 활용교구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뼈에 관한 내용을 책으로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직접 뼈 인형을 만들어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가 훨씬 사람 몸의 뼈에 대해 친숙하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더군요.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 바퀴를 끼우면서 왜 바퀴는 둥근가에 대해 얘기도 해보고,
함께 들어있는 돋보기로 이것저것 보면서 돋보기, 망원경, 현미경에 대해 한꺼번에 얘기도 나눠보고 하는 식입니다.

사실 어른인 제가 보기에는 이 책은 참 재미가 없습니다.
더더군다나 동화책인 달팽이에 비하면 너무 밋밋하다 못해 시시하기까지 합니다.
어찌보면 과학교과서 같은 학습적인 느낌에 제가 지레 질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른 것 같더군요.
모두 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니만큼 호기심이 발동하는 듯 싶습니다.
이 책 역시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실은 저희 아이가 책은 별로 가리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만...)
어른이 판단하는 재밌다, 재미없다, 학습적이다, 학습적이지 않다 하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그동안 제가 반딧불을 안사고 있었던 것은 빨강 단계가 40월 전후인 아이에게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직접 보니 오히려 3세부터 4-5세까지도 괜찮겠더군요.
오히려 초록단계 몇몇 권들은 4-5살에 좀 어려워 보입니다.

가격은 20-30% 할인받거나, 중고를 사시면, 과학 단행본 모으는 것보다는 훨씬 경쟁력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음, 원더와이즈나 샘의 신나는 과학은 둘 다 아주 유명하고 평도 좋은 책이긴 하지만, 만약 제가 반딧불을 먼저 샀더라면 당연히 따로 구입하지 않았을 겁니다. 둘 다 다루는 내용, 주제 등등이 반딧불과 유사합니다.
제가 보기엔 역시 둘 다 특별히 아주 재미있다고 느껴지지는 않구요,
4세까지보다는 소화해내기에 5세 이후가 더 적합해 보입니다.


4.원리과학류---스키마원리과학, 갈릴레이원리과학, 원리가 보이는 과학 등등

위에서 얘기한 과학동화, 자연관찰, 과학책 등이 3-4살 무렵부터 시작할 수 있는 책들이라면, 원리과학류는 훨씬 더 커서 볼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최근 아주 싼 가격에, 원리과학류 중에서 그나마 쉬운 편인 것 같아 스키마를 샀는데
(요게 단행본으로는 ‘초롱이’ 시리즈로 나왔었다네요)
이것 역시 제대로 보려면 1년 가량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어쨋든 권당 1000원대면 괜찮은 거지요? ㅋㅋ...)

물론 새로 산 책이니만큼 맛뵈기 삼아 읽어주긴 했습니다.
내용의 50-70%만 이해시켜도 성공이란 생각 아래,
과감히 생략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분만 정리해 읽어줬는데,
나름대로 흥미는 보이지만, 그래도 좀 빠르단 생각은 여전하더군요...
(대부분 인터넷 서점에서 책정해놓은 가격대로는 살만한 책은 아니다 싶습니다...
현재 세원서점에 올려진 가격 책 30권, 비디오 6개에 9만8000원...
한 6-7만원 선이면 그냥 싼 맛에...책은 인쇄가 약간 조잡하고, 여튼 싼 맛이 풀풀 풍기기는 합니다만...)

원리과학은 말 그대로 아이가 느끼는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입니다.
이런 류의 책은 아이에게도 물론이지만, 엄마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좀 어렵지 않나 싶으면서도 굳이 빨리 구입한 건,
(물론 흔치 않다는 가격 기회 때문이었기도 했지만)
제가 먼저 보면서 내용을 익혀놓으면, 직접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이해시켜주지 못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터져나올지 모르는 아이의 질문에는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원리가 보이는 과학 적정연력 6세 이상'... 등등, 뭐 이런 구분이 무의미할 듯도 싶네요.

물론 가장 좋은 건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만한 나이에,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을 들이밀어 흥미를 유발시키고 책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이겠지만,
이와 상관없이 조금 일찍 구입해 엄마가 활용하다 아이에게 읽히는 것도 나름대로 책의 효용가치 면에서는 나쁘지 않지 않나 싶은 생각입니다.

갈릴레이원리과학, 웅진 원리가 보이는 과학, 두가지 다 나름대로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제품인 것 같더군요. 관건은 가격 차이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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