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바라보며 꾸는 꿈(2003.5.18 ) 2003-05-18 10:46
4502
http://www.suksuk.co.kr/momboard/BFA_034/2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masam.gif (104.3KB)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마흔을 바라보며 꾸는 꿈          2003. 5. 18 (일)

저는 지난주 15일까지 부산의 한 초등학교 특기적성 영어강사였습니다.

작년 그 학교에서 특기적성 교사로 일한지 한 달 쯤 되었을 무렵 학교 아이들중 가난해서 학원엘 갈수 없는 아이들이 있으면 무료로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는 계급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가, 영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이겠지요.

그리고 그 사회적 지위는 곧 경제적 능력과 비례하구요.

즉 요즘은 돈 없으면 영어도 잘하기 힘들고 또 영어를 잘 못하면 좋은 직장 얻어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기 힘드니 결국 가난을 대물림 하고...

 

우리 세대(저는 60년대 생입니다. 좀 삭았지요? -_-;;) 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정말 돈없고 못 배운 부모 밑에서는 결국 공부 잘하기는 힘들지요.

특히 어학이나 예체능 방면으로는 아주 드문 예외를 제외하고는 출발 부터 다릅니다.

결국 교육 기회에서부터 불평등한 셈입니다.

 

그래서 정말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나마 이런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 특기적성담당 선생님께 얘기를 꺼냈습니다.

가난해서 특기적성수업이나 학원등을 다니기 어려운 아이들중 영어수업을 듣고자 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제가 그냥 수업을 하겠으니, 각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려 추천을 받아달라구요.

그런데 정말 예상외의 대답이더군요.

그럴만한 아이들이 없다는 겁니다.

전교생중 생활보호대상 아동은 3명 밖에 없고 이 아이들이 원하는 특기적성 수업료는 학교에서 지원을 해준다더군요.

제가 나갔던 학교가 아파트단지 중심의 대체로 잘 살고, 따라서 시샛말로 '한 치마바람'하는 곳이라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지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던 생각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있을 곳은 이런 곳, 부모의 경제력으로 어느곳에서든, 어떤종류의 수업이든 들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영어를 배우고 싶어도 돈도 없고, 주위에 배울만한 곳도 많지 않은 곳이야.'

'그래 시골로 가자' '시골학교 영어선생님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저와 남편은 몇 년전 '시골에 가서 살 것'을 약속했습니다.

시골에 가서 산다는 것은 흔히들 꿈꾸는 도시에 경제 기반을 둔 낭만적인 전원주택생활을 얘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농촌에 가서 농사 짓고 일하며, 그 속에서 내 아이들을 키워보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저희들의 생각에 주위의 지인들이 걱정반, 농담반으로 그다지 신뢰성 있게 듣진 않더군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저런 생각을 하지... 곧 초등학교 중학교 가 봐라, 그때도 그런 생각이 들까?...' 라며 저희부부를 '꿈을 먹고 사는 부부'라고 하더군요.

제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도 어쩌면 지금 같은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부부가 결혼이 늦은 편이라 다른 친구들에 비해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어리답니다.

때문에 현실성 없는 이런 생각을 한다는 주위분들의 말씀이 많은 부분에서 맞다고 생각하며, 아마 아이들이 좀더 크면 실제 깊은 고민에 빠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늦은 결혼에 가진 것 별로 없이 시작한 결혼생활이라 이런 저희들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시골가서 최소한의 생활기반(집, 농사 지을 땅...)을 마련하기 위해 몇 년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 준비과정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 영어동화였습니다.

 

영어동화의 매력에 빠진 저는 처음엔 시골 가면 시골초등학교에서 '어린이영어동화교실'을 열고 자원봉사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가 초등학교 영어선생님이 된다면?!'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 순간부터 '초등학교 영어선생님이 되어서 정규교육체계 속에서, 오랜동안 해왔던 사교육의 영역이 아닌 공교육의 영역에서,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열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초등교사가 되는 길을 찾아 보았더니 저에겐 현실적으로 무리한 방법밖엔 없더군요.

다시 입시공부를 해서 수능을 치고, 교육대학에 입학을 하던지, 아니면 교육대학에 편입하는 방법이 있는데, 교직을 이수하여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대도시에서는 그 편입마저도 바늘구멍에 낙타들어가기라고 하더군요.

전 대학 다닐 때 교직을 이수하지 않았기에(그때는 선생님이 될 생각이 없었지요) 교육대학원에 진학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제 3학기를 보내고 있는, 낼 모레 40을 바라보는 만학도랍니다.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시 교육대학에 편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솔직히 자신도 없구요,

설령 운좋게 교육대학에 편입을 한다하더라도 졸업하면 제 나이 이미 마흔둘....

 

그런데 어떻게 초등영어교사가 되려 하느냐구요?

우선은 졸업후 가족과 함께 시골에 가게 되면 인근의 초등학교중 기간제교사 모집에 응시할 생각이구요, 행여나 몇 년전 중등교사자격자에게 초등임용이 열렸던 것 처럼 그러한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고 기다립니다.

만약 제가 거주할 곳에 바른 교육관을 가지고 세워진 대안학교가 있다면 참여할 생각이구요, 없다면 뜻맞는 사람들과 함께,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아이들의 학교를 세우는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있는 중이랍니다.

 

2년쯤 전 전라도 일대 여행중 그당시 한창 TV에서 모 회사 광고에 나왔던 전남 곡성의 '마삼 분교'에 들렀답니다.

학급수 2개반에 전교생이 10여명이던 그 학교에서 우리가족은 아주 따뜻하고 정겨운 환대를 받았습니다.

수업중인 듯 하여, 실례를 범하지 않으려고 양해를 구하러 들른 교무실에서 시골 분교장님의 아주 친절한 인사와 함께 친히 각반 안내까지 받는, 거의 칙사대접을 받았지요.

한참 공부중인 한 교실에 분교장선생님의 안내로 들어서니 TV 광고에서 보았던 바로 그아이들, 볕에 그을려 가무잡잡하고 순박한 얼굴의, 단발머리 여자애들과 빡빡머리 남자애들이 신기한 듯이 저희를 바라보더니 곧 천진한 질문을 퍼붇고 묻지도 않은 여러 가지 얘기들을 종알대더군요.

지들보다 한참 어린 제 아이들을 너무나 귀여워 하며 안고 업고...

   그때 광고에 출현했던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군요.

 

 

 

 

 

 

 

 

 

 

 






그중 TV광고에서 두드러졌던, 이가 드러나도록 크게 웃던 아이게게 이름을 묻자 다른 아이들이 너도 나도 나서며 한마디씩 하는 겁니다.

"'재는 도둑놈이예요"

" ?! 왜 그런 말을 해?"

"도둑놈이니까 도둑놈이라고 하지요 뭐. 맨날 남의 것 이것 저것 훔쳐요."

난처한 남편 왈 " 으~음, 그럼 너희들 저애 하고 같이 안놀아?"

"아뇨, 맨날 같이 놀아요. 도둑질 가끔 하는 것 빼곤 착해요. 우리 다 아는데, 그래서 그것 고쳐줄라고 더 같이 놀아요. 우리랑 친해요. ..."

자신에 대해 나누는 그 대화를 들으며 열쩍은 표정으로 이를 몽땅 드러내고 웃으며 머리를 벅벅 긁던 그아이...

 

예전에 어른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라고 했던 교사라는 직업,

고등학교까지 과정에서 받은 선생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기어코 거부했던 그 길,

그런데 그렇게 피하고자 했건만 언제나 끊임없이 내앞에 놓인 그 길

그길을

십여년의 세월을 에돌아 마흔을 앞둔 나이에 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가고자 합니다.

설령 그 길이 구부러져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길 너머 저 어디쯤 그곳이 있으리라 믿고...

저 아이들 속에 함께 웃는 제 모습을 그려봅니다.

제가 내일 이사를 갑니다.

인터넷이 연결될 때까지는 들어오기 힘들 것 같아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 싶어

여러분께 제 첫 다이어리를 열어봅니다.

여러분 앞에 앞으로의 제 꿈을 밝히는 것은 한편으론 참으로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제 첫인사로 올린 것은

앞으로 제가 만약 나태해지거나 혹은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서게 되면 여러분들께서 꾸짖어 주시고,

조금이나마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면 제 등 한번 토닥여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짐싸는 도중 오늘 새벽에 쓴 글이라 두서없고 지리한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