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주기가 즐거운 책..2004/08/10,화 2004-08-1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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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살인 은창이와 4살인 은송이에게 아직은 아니 앞으로도 상당 기간은 책을 읽어주려고 한다. 책을 읽기 학습을 위한 도구 이상의 것이라 믿으며 다소 고지식하고 많이 느리게 가더라도 아이와의 관계 중심에 바로 책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은창이도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라면 꾸벅꾸벅 졸면서도 기를 쓰고 책을 듣는다. 졸리면 그냥 자도 될 것을 그러지 않고 애쓰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이 모습은 책을 유창하게 잘 읽는 아이를 보는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주위에 잘 읽고 쓰는 친구들이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래서 한때는 책 좀 스스로 읽어보게 하려고 노력도 했었다. 그런데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먼저 지치고 마땅치가 않았다. 엄마가 읽어줄 때는 더없이 행복한 아이를 볼 수 있는데 이제 막 글을 알기 시작한 아이에게 아무리 쉬워도 책이라는 것이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문뜩 책 읽기가 공부의 한 모습이 되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큰 숨 한 번 내쉬고 그만두었다. 결국 후회할지는 모르겠지만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것보다 책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가치만을 먼저 생각하기로 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나는 책읽어주는 엄마로 있고 아이는 책듣는 아이로 있다.

책 읽어주는 재미는 읽어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비록 높낮이와 크고 작음 정도로 밖에 표현이 안되는 어설픈 변사지만 그러는 동안에 아이책에 먼저 빠져 울고 웃는 일이 태반이다.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읽어줄 때 즐겁고 신나는 책들이 있기는 하다.

이 책 훨훨 간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김용철 그림 / 권정생 글 | 국민서관

이 책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독보적인 존재이신 권정생님의 작품이다. 구수한 입말이 살아있는 이 책의 내용은 간단하지만 너무 즐겁고 신이 나서 아이들과 책을 보지 않고도 읽을 수 있을 정도다. 함께 보았던 <사물놀이>라는 책에 힌트를 얻은 탓일까..우리는 이 책의 내용을 창법으로 읽는다. 반드시 기다란 막대나 그도 없으면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면서 장단을 넣으면 꼭 소리꾼이 된 듯한 기분까지 든다. 이런 작품이 많이 쓰여지고 그려졌으면 좋겠다.

 

넉 점 반-윤석중 시/이영경 그림 | 창비

이 책은 전에도 한 번 이야기한 듯 싶다. 시계가 귀했던 시절..가게가서 시간 좀 물어보고 오라는 엄마 심부름에 은송이같은 가시나가 오며가며 모든 참견을 다하고는 해가 꼴딱 져서 들어온다..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엄마의 표정과 바글바글한 아이들 모습이 너무 정겹다.
한동안 은창이 입에서는 이 넉 점 반 소리가 굴러다녔다.........


곰사냥을 떠나자-헬린 옥슨버리,마이클 로젠 저/공경희 역 | 시공주니어

말하여 무엇하랴...곰 사냥을 떠나면서 만나는 온갖 소리와 모양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책은 영어책으로 읽어주는 게 더 맛있다.

 


아가야 울지마-오호선 글/유승하 그림 | 길벗어린이
 

자다 깬 아기가 엄마를 찾아 울자 동물들이 한 마리씩 등장해서 아기를 달래준다. 비록 서른이 훌쩍 넘었지만 아기가 되어 아기처럼 찡찡 울어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엄마,내가 자전거를 탔어요!-이노우에 미유키 글/카리노 후키코 그림/이정선 옮김/베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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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를 지닌 딸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엄마의 모정이 담긴 책이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가 많이 나오는데 실감나게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가져다 준다. 딸을 위해 강해질 수 밖에 없는 엄마와 그런 엄마랑 나누는 딸의 대화가 실제적이어서 인상 깊다.

 


도깨비를 혼내버린 꼬마요정-토미야스 요우코 글/후리야 나나 그림/이영준 옮김/한림
 
"먼저 하세요..."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말이 압권이다^^ 천하무적 꼬마 도깨비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귀엽다. 아이들이 며칠씩 읽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좀 질리기는 했지만 결국 장바구니에 담아둔 상태이다.


아무래도 의성어와 의태어, 대화체가 많은 책들이 읽어줄 때 즐겁다. 그런 의미에서 동시 읽기도 참 재미있다. 동시는 짧지만 충분히 하나의 이야기 전환이 가능해서 아이와 나눌 이야기도 많고 즉석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쉽다. 물론 처음부터 엄마가 상상하는 그림이 나오기는 힘들지만...어째튼 아이들이 어떤 동시들에 기절초풍하곤 한다. 우리 집에서는 아래의 동시가 그랬다.

아가 나이-신현득

"아가 아가 몇 살이니?"
"쳬샬!"
손가락 세 개 펴 보여요

"몇 살에 학교 가니?"
"쳬샬!"
손가락 세 개 펴 보여요

"그 말은 틀리는데."
"쳬샬!"
손가락 세 개 펴 보여요

이 동시읽기의 관건은 바로 그 "쳬샬!" 이라는 부분인데 엄마가 아기같은 목소리로 너스레를 떨면 떨수록 아이 웃음의 강도가 커진다. 마지막 부분에 약간 화난 아기의 목소리를 흉내냄으로써 끝을 맺으면 더욱 재미있다.

미도서관협회는 가능한한 오래-구체적으로는 고등학교까지-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라고 권하고 있다. 물론 세상의 권장사항에 다 순응할 수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은 무척이나 의미심장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오늘도 유치원생인데 두꺼운 위인전을 읽는다는 이야기를 어깨 너머로 들었다. 그러나 나는 부럽지 않다. 다만 내가 부러운 것은 튼튼한 성대와 아이와 함께 배 깔고 뒹굴며 책을 벗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다. 그저 맘껏 책을 읽어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고 괜한 욕심으로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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