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책방]첫아이...그 어여쁘고 가슴시린 이름이여..071013 2007-10-13 23:29
1829
http://www.suksuk.co.kr/momboard/BFA_044/278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사진을 올리려고 검색을 해보니 국어사전에 첫아이가 나와 있다.

첫아이 : 처음으로 낳은 아이.

그렇다.

엄마는 대개 첫아이를 낳는다.

몸으로 마음으로 첫아이를 낳는다.

내게도 첫아이가 있다.

지금 대조영을 보면서 일곱살 제동생에게 이러니저러니 설명을 하는 아이, 내 첫아이 은창이..

아...벌써 십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미친듯이 결혼은 했지만 거기에 아이를 생각하지는 못한 철없는 때였다.

내 복잡하고 아픈 삶에 여섯살 많은 학과 동기언니는 빨리 결혼해서 탈출을 권했고

난 그렇게 했다. 휴, 남편을 만난건 천우신조, 천만다행이었다^^

 

그런데 그 탈출에 아이는 없었다.

없었던 것이 아니라 몰랐다.

그래서 결혼하고 바로 들어선 아이에 어찌나 당황스럽고 낯설었는지...

그래도 어미라는 것이 그런 것인가...

수년간 알러지비염으로 고생하는 나는 약을 달고 살았기에

다니던 병원을 찾아다니며 처방된 약성분의 위험도를 묻고 물어 괜찮다는 의사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수개월.... 첫아이를 가진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의 시간이 흘렀다.

출산을 앞두고 다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사히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까...그럴거야..

문뜩 나보다 먼저 결혼한 후배가 첫아이 임신 때 이런저런 걱정을 내게 말했을 때

감당할 시험밖에 안주신단다...걱정마라...했던 말이 생각났고

그 후배에게 참 쉽게도 아무렇게나 말했구나 절감했다....

 

출산일...새벽 이슬이 비쳤다.

남편과 병원엘 갔다.

그때는 경제찬바람이 심했던 IMF시절,...

빚 내서 결혼한 내게 출산비용 절약을 당면과제였고

자연분만 9만9천원, 제왕절개 19만9천원이 당당히도 써있는

동네 산부인과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다.

음산한 새벽의 병원....

알콜 냄새 진동하는 병실에는 나밖에 없었다.

아픔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나는 겁쟁이였고 의사는 그런 겁쟁이를 부추겼다.

나는 수술로 첫아이를 낳았다.

마취에서 깼을 때 내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손가락,발가락 다 있어?"였고

그 첫마디가 몇번이고 반복될때마다 남편은 그렇다고 걱정말라고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기저귀를 뗄 때까지 마당 한가득 널려 있던 하얀 천기저귀...

그 기저귀로 열심히 갈아주고 채워주었다.

먹으면 젖이 잘 나온다기에 돼지족을 참 달게도 먹었다.

그렇게 해서 힘들여 낳지 못한 겁쟁이 엄마의 미안함을 달랬던 기억이 새롭다..

 

은창이 너댓살 때 한창 인기있던 군인대상 프로그램을 보다가 펑펑 울었던 때가 있다.

아...우리 은창이도 저렇게 크면 군대라는 걸 가겠지...어쩌나...보고싶어 어쩌나..

아직도 먼 훗날 일을 미리 상상하며 가슴이 미어지게 울었다..

 

일곱살때인가는 지척에 있는 도서관에 갔다가 집에 돌아올 은창이가 오지 않았다.

산꼭대기의 도서관을 오르내리며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온동네를 샅샅이 뒤치며 떨리는 발걸음에 온몸이 굳어가면서 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 은창이 지켜주세요...우리 은창이 지켜주시면 하나님 뜻 안에서 잘 키울게요..."

아무 생각없이 친구네로 샜던 은창이가 돌아왔을 때 불같이 화를 내다가

돌연히 끌어안고 또 엉엉 울었다...

 

지난 해 겨울인가...

그즈음 귀가 시간 문제로 한창 우리는 부대끼고 있던 때였다.

벌로 자유시간도 금지당하고, 용돈도 금지당하고...그렇게 엎치락뒤치락거렸다.

집에 올 시간인데 아직 오직 않는 은창이를 찾아 나섰다.

조금씩 내리던 눈은 그야말로 함박눈이 되어서 앞이 분간이 안될 정도로 퍼부었다..

학교 운동장...

모두 돌아가서 텅빈 운동장에서 네댓명의 아이들이 뭉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 틈에 낀 은창이...

한참을 그냥 쳐다보고 있는데 나를 발견하고는 주춤거리더니 이내 달려온다.

두주먹을 불끈 쥐고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도 크게 내며 

"제 미래를 위해 축구 연습을 한 거예요..." 말했지만 은창이는 잔뜩 겁이 나있었다...

엄마한테 혼날까봐 겁이 난 녀석과

그런 아들이 훌쩍 컸구나 싶어 괜히 우울했던 엄마...가

하염없이 눈이 내리는 운동장에 서있었다..

 

나의 첫아이, 이은창.

나를 참 많이 울게 한 아이..

더없이 웃게 한 아이...

내게 진짜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단 준 천사,

세상에서 가장 어여쁘고 훌륭한 이름, 엄마를 선물한 아이..

책에서는 놓아주고 한팔 간격을 유지하라는데

그 말이 어찌나 서운한지 딱 책을 덮고 싶게 한 내 사랑...

내가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생각을 하게 하는 그대, 바로 내 첫아이..은창이.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서장군오누이맘 2007-10-19 22:24 

하니비님, 반갑습니다^^

어느 집이나 가슴으로 우는 사연이 있지요...절절하게~~

그래도 퍽이나 따뜻한 이성으로 잘 헤쳐나가는 모습이시잖아요...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첫아이들에게 축복이 가득하길 바랄 뿐입니다...

 

아...류비님...잘 지내시지요?

맞아요, 은창이 많이 컸지요^^

여기 육아일기 가끔 되짚어 읽는데 혀 짧은 소리 내던 다섯살 꼬마가

이렇게 청년이 다 되었어요...후후..

책벌레에서 자주 뵈어요~~

 

류비 2007-10-18 17:04 

내가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생각을 하게 하는 그대....

너무나 멋진 표현에 공감하며...

우리 아들이 그립네요 사랑하는 사람은 곁에 있어도 그립다는 말이 떠오르며...

은창이 많이 컸네요~^^

하니비 2007-10-18 16:03 

이 글을  읽으려고 로긴했습니다.

첫아이...저도 요즘 첫아이때문에 가슴으로 울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줄~줄 흐르네요.

많은 영광만큼 나를 울게 하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