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창이방] 소년이 된 아들에게...071025 2007-10-2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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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엄마구나.

올 여름 그렇게 비가 잦아서 생활하기가 힘들었는데 어느새 가을이구나.

 

방안에서 너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는 어엿한 소년, 더이상 아가의 모습이 없어 보이는 것이 내심 서운하다...

그 말랑거리는 고추도 못 만지게 하고,

뽀뽀도 하려고 하면 온갖 아양을 다 떨어야 겨우 살짝 병아리처럼 입을 내밀어주는구나..

엄마는 네가 쑥쑥 커가는 것이 흐뭇하면서 서운하다..

그래서 생활 중에 듣는 엄마 소리가 반가워서 와~ 하고 탄성을 지르고 싶을 때조차 있다.

내가 너의 엄마인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너는 알까...

 

어제 중간시험을 치르고 오늘 결과가 나왔구나.

전보다 못해서 조금 속이 상했지만 금방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네가 나에게 준 믿음 덕분이다.

처음으로 하나 틀린 것을 알았을 때 숨이 멎는 것 같았다고? 부디 그러지 마라...

시험이 너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렴...

최종적으로 100문제에 7개 틀러서 오히려 홀가분해하는 너의 모습...아직은 아이구나 싶었어.

하나 틀리는 것보다 일곱개 틀린 것이 안좋은데

너는 하나 틀렸을 때보다 일곱개 틀렸을 때 더욱 편안하다니..

음, 이해는 한다만 다음에는 틀린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정도는 기억했으면 한다.

참 시험이 끝났으니 음...무슨 영화를 볼까?

지난번 기말고사 끝나고는 [행복을 찾아서] 보았잖아..

요새는 엄마도 바빠서 도통 무슨 영화가 나왔는지 모르겠네..

뮤지컬 빌리 엘리엇이 호평을 받는다는데 간만에 빌리를 만나볼까?

 

우리글자보다 영어가 쓰기 쉬운 것은 잘 알지만 우리글자 쓸 때 좀더 마음을 담았으면 한다.

너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아들이잖니?

내용이 좋은데 글자가 엉망인 것 때문에 맛난 음식을 예쁜 그릇에 담아 먹는 것에 비유했더니..

"엄마, 저는 그냥 막생긴 그릇에 이것저것 묻혀서 막 먹는 게 더 맛있던걸요..." 해서

엄마를 꼼짝 못하게 하는 아들...

그래도 엄마는 맛난 음식을 예쁜 그릇에 먹는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 그게 더 좋으니 어쩌지?

 

저녁에 이만 닦고 쏙 방으로 들어가길래..

"어,,,,은창이는 이만 닦고 세수는 안하네...은송이는 이도 닦고 세수도 하는데 오빠가 얼러리꼴러리래요~~~~~"

하며 장황하게, 유치하게 놀렸는데 은창이는...아무렇지도 않은 담담한 목소리로..

"네...맞아요, 저는 아침에만 세수해요."라고 말해서 또다시 엄마를 머쓱하게 만든 아들아..

그래도 어여쁜 여자와 결혼하고 싶걸랑...깨끗이 씻는 일에 신경을 써야한단다...^^

 

광개토대왕에 대한  두 권의 책을 읽고 어린이의 입장에서 의견을 주어 고마워..

네 의견을 듣고 보니 역시 어른하고는 다른 어린이의 눈을 깨닫게 되었어.

이제는 엄마의 일에 실제적인 조력자가 되어주는 아들로 인해

엄마는 일이 더욱 즐겁고 풍요로워지는구나...진짜 고마워..

 

엄마의 부탁대로 은송이한테 상냥하게 말해주어 기뻐...

은송이가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일로 너를 힘들게 하는 거 잘 알아..

그러나 어쩌니...형님된 도리로서 아우를 다독이고 기다려주어야지..

네가 상냥하면 은송이도 감히 오빠한테 까불지 못하는 모습이 서서히 보이니 힘을 내렴..

햇볕정책은 우리 집에서도 필요한 거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큐티하고 영어공부 하는 것을 너도 엄마처럼 기꺼워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며칠전에야 알았구나..

친구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다고 너에게 "힘들겠다..." 했고

너는 "어...힘들어..." 했다지?

엄마는 네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그래...이제 아침에는 큐티하고 네가 좋아하는 책만 읽도록 하자.

하지만 아들아..

네가 말한 것과는 달리 너는 태어나서 한번도 12시에 잔 적이 없단다^^;;

요즘 태왕사신기 보느라 11시를 넘긴 적은 있지...

사실 이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네가 워낙 좋아해서 허락을 한 일이잖니?

심리적으로 네가 늦게 잔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로 늦게 자는 것과 차이가 있음을 너도 인정해줘서 다행이구나.

그래도 너의 심리적 불만을 엄마는 받아들이기로 했어.

실제가 어떠하든 네가 그렇게 느낀다면 곤란하지..

다만 네가 말한대로 무엇인가를 할때 몰두했으면 해.

그러면 10시 전에 자는 네가 12시 넘어 잔다고 느끼는 힘겨움을 조금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면서 십년을 함께 해준 아들아...

이제 다가올 십년을 더 사이좋게 행복하게 지내자꾸나...

너를 통해 아주 더디게, 아주 조금씩 좀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쑥쓰럽지만 고백한다.

나도 너에게 그런 존재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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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군오누이맘 2007-10-31 23:34 

시월의 마지막 밤....

점점 엄마의 말로만 자라지 않는 아들을 봅니다..

엄마의 말이 진리가 아니기에 제 나름의 뜻을 세워가는 것이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힘에 겹기도 합니다...

하지만 믿는 만큼 자란다는 말을 되새기며 자는 녀석 머리 한번 더 쓸어줍니다..

두 분 모두 아드님들과 행복하고 의미있는 나날 되세요^^

 

 

루피나 2007-10-28 08:36 

어쩌면...

아들 가진 맘이라 그런지 가슴에 팍 꽂히는 이야기 입니다.

울 아들에게도 이러한 편지를 쓰고 싶었으나, 이러저러한 펭계와 글발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뤄졌었는데.. 이젠 둘째 아이가 태어났으니 더더욱 어려워 질것 같네요.

큰 아이에게 좀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을 울 아들이 알런지...

희서맘 2007-10-25 13:54 

아~~~~~~~~~

오누이맘님....글에서 전율이 흘러요...

저도 우리 희서에게 이런 편지를 써줄수 있는 엄마인지 생각해 보게됩니다..

오누이맘님의 사랑이 흘러넘치게 제게도 느껴져요...

여기 오길 잘 했어요...오누이맘님을 알게 더욱 좋아요...^^

저는 오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를 읽었어요....마음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