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부탁해 2011-06-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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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로 말하기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 써 보겠습니다.

먼저 저희집과 저의 상황에 대해 간략한 소개가 있겠습니다.

 

저, 영어학습 경력 공교육 6년(중3년, 고3년)에 철저하게 문법, 단어암기, 독해 위주의 전형적인 한국식 영어 교육 절차를 밟았습니다. 독해는 그럭저럭 문제집에 있는 정도 (원서 경험 무) 하다가 대학 가서

원서 한 권 안 읽어 보고 토익 공부도 안 하고 그저 띵까띵까 놀기만 하다가 시집 갔습니다. ^^;;

이슬이 낳고 3년, 이대로 살다가는 도저히 미래가 없겠다 싶어 영어를 다시 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 둘째가 태어났는데, 이 때 쑥을 알게 되어 쑥과 함께 제3의 인생이 막을 올리게 됩니다.

 

먼저 무작정 듣고 따라하기 - 동요, 챈트, 노부영 위주로 듣고 따라하기를 했습니다.

낮시간에 틈틈이, 집안일 할 때 틀어 놓고 책 보면서 불렀어요. 하루 2시간 정도는 했던 것 같습니다.

=> 인토네이션을 익히기에 아~~주 좋습니다.

 

생활 회화 - 회화를 해 볼까 했는데 주변 사물의 이름을 거의 모르겠더라구요.

패턴별, 토픽별, 시간대별, 장소별 등으로 되어 있는 다양한 종류의 회화책 6권을 외웠습니다.

무작정 외운 건 아니구요. 아들과 3시간 정도 영어 시간을 갖기로 하고 그 시간에 6권을 한꺼번에 펴 놓고

필요한 표현을 파바박 찾아서 말하고는 했어요. 낮에는 테이프 들으며 연습하구요.

=> 단문 정도의 기본 회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책 읽어주기 - 영어 시작 1년 반 정도 지나서 귀가 트인 이슬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그림책을... 대략 천 권 정도 읽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장편도 두 권 정도 읽었어요.

영어 교수법이나 습득이론 관련 원서들도 몇 권 이 때 읽었어요.

=>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도 하고 리텔링도 하면서 관계사나 복문, 완료시제 같은 조금 어려운 부분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공부를 계속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사이버대학 TESOL학과에 편입해 영어학사를 따긴 했는데 거의 독학에 가까웠고... 체계적인 말하기 교육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겠네요. 대학 영어관련학과에 들어가 공부한다고 해 봐야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영어 실력은 거의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해 주는 것은 한계가 있네요. (체계적으로 말하기 교육을 해 주는 곳이 있나요? 아시는 분은 리플 부탁드려요.)

 

우짜든동 이것이 저희집 엄마표 영어력 4년의 결과인데요.

특징이 있다면

1. 발음은 한꺼번에 바뀐다

기존에 콩글리시로 저장되어 있던 단어들이 나중에 영어 리듬을 깨치게 되면서 저절로 그럴 듯한 발음으로 바뀌었어요. 특이한 것은, 영어 발음 방식과 대립되는 한국어의 발음 방식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거예요.

일테면... 자음 t, d, p 등을 분명하게 소리낼 수 있게 되자 ㅊ,ㅂ,ㅌ 등의 받침의 연음이 힘들어졌어요.

'배꼽이'를 [배꼬비]가 아니라 [배꼬(응? 뭐더라)피] 같은 식으로 잘못 발음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심한 경우에는 실어증도 와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만7세, 4세 아들 둘이 동일한 모습을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이 되더군요.

처음에는 많이 놀랐어요. 둘째는 특히 거센소리와 된소리가 가끔 섞여요.

 

2. 듣기와 말하기를 안 하면 잊혀진다

책을 매일 읽는다고 해도 듣기와 말하기를 꾸준하게 안 하면 서서히 발음도 바뀌고 말도 바로 안 나와요.

이유는 한국어 자극이 지속적이기 때문인데요.

같은 상황에 쓰이는 한국어 표현과 한국어 발음에 영어가 영향을 받아요.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의 모국어도 계속 쓰지 않으면 한국어의 영향을 받아 바뀐다고 하더라구요.

반대로, 영어를 너무 자주 사용하면 한국어 발음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어요.

한동안 영어를 빡세게 할 때 이슬이의 한국어 발음이 많이 안 좋았어요.

(이슬이는 한국어 사용 경력이 5년밖에 안 되니까요. 저에 비해 훨씬 영어에 영향을 쉽게 받아요.)

지금도 영어를 한 직후의 한국어 발음과 한국어만 할 때의 한국어 발음이 달라요.

관찰해 본 결과, 다른 이중언어 사용자들도 영어에서 바로 한국어로 전환될 때 한국어에 영어 발음이 많이 섞이게 되더라구요.

 

3. 묵독은 말하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읽는 과정에 단어나 어구가 암기가 된다면 그 부분은 확실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발음이나 억양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슬이의 경우에는 장시간 말을 안 하고 있으면 한국어 발음이 영어와 조금 섞여서 나오는데요.

국어로 쓰인 책을 오래 읽은 후에도 마찬가지라서 국어 소리를 생각하며 읽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영어도 눈으로 의미를 좇으며 읽을 때는 발음은 신경을 안 쓰게 되더군요. 

 

4. 기본으로 설정된 발음과 억양이 있다

말할 때 사용되는 기본 발음과 억양은 계속되는 듣기 자극과 말하기 경험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여러 음운과 억양이 섞여서 특징 있는 영어를 구사하게 되죠.

이 기본 설정 상태의 발음을 좋게 하려면, 계속 연습해서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 해 주는 수밖에 없어요.

영국 악센트를 조금 집어 넣으려면 특유의 악센트가 전체 발음에 영향을 줄 때까지 계속해서 듣고 소리내어 읽기 연습을 해야 해요. 그러니까 북미식 영어만 구사하고 싶다면 영국 영어 섀도잉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일단 기본 설정이 완료되면, 바꾸려는 의식이 없는 경우, 변화된 소리 자극이 없는 경우에는 안정된 발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5. 일단 하면 는다

어떤 형태의 말하기든 일단 한 번 하면 확실하게 늡니다.

한 번 했을 때 한 계단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반은 오를 수 있습니다. 뭐든 그 한 번이 어렵습니다.

스토리텔링 처음 하기는 굉장히 어려운데요.

곰 세 마리 한 번 하고 나면 (외우든 보고 하든) 빨간 모자는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회화도 마찬가지로, 아침에 컨닝페이퍼 보면서 30분 회화가 됐으면 저녁 때 30분 회화는 아침보다 훨 쉬워요.

나레이션, 연극 대사, 프레젠테이션, 인터뷰... 등등 다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일단 TRY~

 

어우 전혀 간략하지 않네요. 어쨌든 이건 저의 경우이고... 이슬이는 말이죠.

약 2년을 최소 하루 3시간 무작정 영어를 듣고 말하기 시간을 가져 왔어요.

baby is a book (아가에게 책을 읽어주세요) 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아웃풋이 시작되어,

지금은 완료시제, 간접화법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문법 요소를 다 사용해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요.

 

회화는 유창하지 않아요.

거의 대답 한 문장 정도로만 하고 뒷말 이어가기를 힘들어 해요. 

말의 의미를 한국어로 만들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급할 때는 완전 서바이벌 영어 - 단어가 막 튀어 나와요.

엄마랑 하지 않고 외국인이랑 말을 하게 되면, 성격상 과묵해지기를 택하더군요. ㅠ_ㅠ

 

스토리텔링, 리텔링은 쉬운 단어만 사용해요.

말하기에 필요한 단어라는 게 따로 있는가봐요. '네이티브는 쉽게 말한다'고 하잖아요.

아무리 다채로운 어휘가 쓰인 글을 읽어도 일단 요약하면 기본 동사만 남아요.

 

다른 건 해 보지 않았네요. 그러고 보니, 말하기를 그리 열심히 한 엄마표는 아니었네요.

사실 이제부터 해 보려고 정리 삼아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스크롤 압박 죄송합니다. ㅠ_ㅠ

 

저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의외로 복수/단수형의 주어 다음에 맞는 형태의 동사를 쓰는 것이었는데

이슬이는 어려서 영어를 접해서 그런지 그 부분은 쉽게 습득하더군요.

처음 사물 인지 단계에서 명사와 함께 관사와 대명사와 동사를 한꺼번에 익혀가면 쉬운데,

사물 인지가 한국어로 완료된 상태에서 수정해 나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한국인이 말하기를 할 때 가장 많이 틀리는 영어 문법이 the와 3인칭 단수 현재형 동사래요.

가장 빈도수가 높은 영어 단어 역시 the

그러니 확실히 a인 경우만 빼고 나머지는 the를 넣어서 말하는 것이 맞을 확률이 높은 것이죠. ^^

 

이슬이가 잘 틀리는 부분은 전치사, 특히 시간 표현인 것 같아요.

사실 시간 표현은 한국어로도 잘 안 돼요. 아이가 크면서 해결되겠죠.

 

이것이 성인이 되어 익힌 말하기와 어린 시기에 익힌 말하기의 차이입니다.

6살만 되어도 벌써 주변을 의식하기 시작해서, 문법을 익히는 방법과 차례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빼고는

대부분 유사합니다.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특히나요.

 

말하기는 원어민이라 하더라도, 일상 회화 이외의 종류의 것을 하려면 일단 쓴 것을 보고 읽으면서 연습을 해 봐야합니다. 우리도 한국어로 대화 말고 혼자서 좀 긴 것을 말할 때는 미리 준비를 하고 연습을 해 본 후 실전에 들어가게 되잖아요. 똑같습니다.

그러므로 엄마표든 학원표든 아이표든, 영어든, 한국어든,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말하기의 결과를 보고 싶다면, 반드시 따로 시간을 내어 연습을 해야 합니다.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요.

회화와 시험 영어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 - 둘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겁니다.

 

회화는 회화대로

패턴별, 어휘별, 상황별, 문법 요소별, 시간대별, 장소별 다이알로그를 이용해

암기 -> 롤 플레잉 -> 응용의 순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회화를 잘 하면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난다든가, 외국에 나가게 되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이태원이나 공항 같은 곳에서 일자리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겠죠.

일상생활에 쓰이는 어휘 수가 5천자~만자라고 하니, 그 정도 분량의 회화책은 본다는 각오로 하셔야 합니다.

코스북 몇 권 가지고는 어림도 없지요. 가급적 다양한 경우가 연습되는 것이 좋겠죠.

적절하게 말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경우를 아는 것과 같은 것이잖아요.

 

프레젠테이션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자료 (특히 그래프)를 말로 설명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림자료를 구해서 일정 분량 철해 두시고 규칙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네요.

프레젠테이션의 전 단계로 쇼앤텔을 해 보실 수 있겠는데요.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을 가지고 자유롭게 말해 보라고 하고 찍으시는 것입니다.

 

인터뷰, 앙케이트

인터뷰 질문과 각종 앙케이트 조사지를 많이 모아두세요. (어린이 사이트에 많이 있을 거예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써 두고 여러 번 읽어 말하기에 대비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겠죠.

특히 자기 소개서나 학업 계획서는 셀프 인터뷰가 발전된 형태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인터뷰 연습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5W1H 질문에 답하기

책이나 기삿글을 활용하여 질문에 대답하는 연습을 합니다.

창의적인 활동을 장려하는 독후 활동하고는 다르게 전적으로 내용 이해에만 목적을 둔 것이구요.

특히 why에 대답하는 연습은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평상시에 다양한 준거를 많이 준비해 놔야합니다.

 

스피치 대회

스피치 대회는 일종의 자유 발표인데요.

영어 실력보다는 창의력이나 본질적인 언어 능력에 많이 좌우되는 것 같아요. 연례 행사가 있긴 한데

입시 가산점? 수행 평가? 잘 모르겠습니다. 맨날 바뀌어서...

 

토론

토론 역시 영어 실력보다는 배경 지식과 논리력이 중요하다고 하는군요.

논리만 확실하다면 단순한 영어도 먹히는데 인쟈 논리가 딸리고 배경 지식이 들통날 것 같은 위기의 순간

각종 애매 & 모호한 수식어와 미사여구로 상황을 모면할 시간을 버는 것이죠.

입시 가산점? 수행 평가?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 (해서 나쁠 건 없겠지만요. 나름 시간 잡아 먹는...)

 

발음과 억양을 위해서는

소리를 들으며 큰소리로 따라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음원도 다양하게 준비해 주시면 좋겠죠.

 

그렇다고 매일 말하기를 위해 시간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고...

매일 읽을 책 중 적당 비율을 원서로 소리내어 읽기 (국내서의 70%는 번역서라고 하니 어느 정도는 원서로 읽는다고 생각하시고 책을 고르시는 것이 좋겠어요. 리더스를 반복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요.)

매일 읽은 원서의 독후활동(5W1H 질문에 답하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회화 연습

이주일에 한 번 정도 따라 말하기 (챈트, 동요, 광고, 다큐멘터리, 영화 대사 등)

한 달에 한 번 정도 인터뷰 or 프레젠테이션

정도면 엄마표로 충분히 말하기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말하기가 되면, 쓰기는 오히려 수월하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네.

말한 걸 쓰면 되니까... 아니면 쓰고 읽든가... 할 게 많다구요? 음... 많네요. ㅎㅎ

 

시험 문제, 대학 실용외국어과 수업 방식, 초등영어지도법 등을 참조해서 마련한 메뉴인데요.

저희도 이제 해 보려구요. ^^;;

내년에 말하기, 쓰기까지 있는 영어시험 함 쳐보려고 하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런지...

여튼 4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영어(및 외국어)에 올인 해보려고 해요.

(학교 생활은 지금도 전적으로 아이표로 진행중입니다. 숙제? 안 도와줍니다. 케쎄라쎄라~)

4학년 이후에는 아들이 선택한 활동에 비중을 많이 두고 싶어요.

그 전까지는 엄마 맘대로~ 엄마표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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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은 2011-10-04 11:37 
잘 담아갑니다.
김영순 2011-06-14 20:48 
잘 담아갑니다.
... 2011-06-10 19:07 
잘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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