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꿀 줄 아는 인간으로 2009-10-0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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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에 바람 솔솔

이리 쨍한 날엔 일하기도 좋고 놀기도 좋건만

요 며칠 오만가지 악몽에 눌려 잠이 시원치 않아요 (10월엔 학회도 많고, 달력에 남은 숫자는 얼마 없는데, 해야 할 일의 무게는 엄청나고, ㅜㅜ)

커피만 홀짝이다, 밀려드는 잡생각에 잠시 수다포를 쏩니다. ^^


꿈이 뭐였어요?

현실적으로 우리는 (이제 부모된 우리는) 이렇게 과거형으로 물어야 하네요.

물론 가슴 속에 꽁꽁 숨겨둔 비밀스런 꿈도 몇가닥 있겠지만,

진행형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덧붙일 꿈은 많이 좁혀져 있는 것이 사실이죠. 엉엉.


반면 어린 시절의 꿈은 휘황찬란합니다.(했습니다....다들. 아직도 그러한가 모르겠습니다.)

최초의 한국 여성대통령, 외교관, 바다자원을 제대로 탐사 개발할 해양과학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작곡가 겸 영화평론가, 인권변호사, 피아노 연주회를 여는 물리학자, 디자인 사업 CEO, 굴지의 문화재단 설립자...이랬다 저랬다 변화도 많고, 뭘 먼저 할까 순위도 매겨보고 할만큼, 세상엔 할 일도, 하고픈 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10대와 20대는 너무 빨리 연로하십니다.

휘황찬란하고 큰 꿈을 꾸는 것은 유치하고 뭘 모르는 걸로 치부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대학에서 전공할 과목은 입시점수에 맞추어서 결정하겠다 하고, 많은 아이들의 꿈은 그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갖는 것, 대학생들은 더 초라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먹고살 직장을 갖는 게 꿈이 되는 경우가 많다지요. ㅜㅜ 가장 안타까운 건 이런저런 제약과 두려움이 마음속에 무의식적인 벽을 쌓아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모르며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문득 대학 때 절 좇아다녔던 남자들 중(믿거나 말거나^^) 대학생이 되어서까지도 대통령이 되겠다 했던 정치학과 친구가 생각나요. 말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어떠니, 누구의 정책론이 어떠니 잘난 척해도, 눈빛이 너무 선하고 앞날에 대한 전망이 너무 맑아서, 네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그건 다 동정표라고 놀려먹었던, 그래도 꿋꿋했던 친구. 뜻이 크다고 나중에 좌절할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 모습이 신선했던 기억이 나네요.

뜻이 큰 만큼 자신에게 엄격해지고, 겸손해지고, 세상 모든 것이 배울 것 투성이가 됩니다.


현실을 바로 볼 줄 아는 건 성장하며 필요한 덕목 중에 하나가 되어가고 있지만,

우리 시대의 아이들은 수많은 가능성과 풍요를 구가하는 사회에서,

너무 빨리 현실과 눈치보느라, 꿈의 기근 속에 살아가는 거 아닌가 안타깝습니다.

성적이 안되니 이건 접고, 저건 고생을 많이 할테니 꿈도 꾸지 말게 하고...

‘이렇게 암것도 안해서 넌 뭐가 될래’, 무심하게 던지는 이런 류의 말이 얼마나 큰 독이 될 수 있는지 내 어휘를 점검해봅니다.


저희 아이들도 꿈이 여러 번 바뀌고 있네요 ㅎㅎ

제가 자주 물어보는 만큼 자주 달라지기도 하고 구체화되기도 하더군요.

둘째는 아이를 열 명 낳아서 꼭 세상에서 가장 큰 차에 가득 싣고 다닌다고 그랬다가,

자기랑 결혼할 남자가 없으니(6세 때 선언) 아기는 낳지 않고, 화가도 하면서 호텔사업을 해서 엄마 아빠가 늙으면 자기 호텔에서 맨날 밥먹고 잘 수 있게 해준다고 큐폰을 남발하다가, 어느 날은 아기 낳아서도 가수할 수 있다, 애는 종일반에 맡기고 (아가, 엄마가 그렇게 쉽게 하는 건 아니지 말이다..ㅜㅜ) 하면 된다 하기도 하구요...

큰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작가가 되겠다 합니다. 작년엔(초2) 작가가 되려면 대학 무슨 과에 가야 하냐고 작가과가 있냐고 묻기도 하고, 3-40십분씩 200년 후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위인소설을 읊어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작가는 가난해지는 거냐며 (누가 이런 소리했어, 버럭!) 우울해하다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안심하기도 하구요.

최근엔 자기가 영어를 하는 이유도, 자기는 famous author가 될 거라서, 자기를 만나고 싶어하는 전세계 독자들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 각 나라 말을 다 할 수는 없으니까 영어를 하는 거래요 ^^ 정말 멋진 글을 써서, 전세계 독자들이 한글맛을 제대로 알기 위해 한글공부하는 유행을 만드는 것이 목표랍니다. ^^

그 꿈이 어떻게 변하든 간에 지지해줄 수 있는 마음인가, 계속 도닦는 중입니다. ^^


요새는 초등 5-6이면 무슨 대학에 갈 지 대충 결정난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인생 1/4분기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뭐가 결정나는 건 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꿈을 꾸느냐, 그걸 실현하려 노력할 의지가 있느냐.

성적은 무시할 순 없지만, 인생사 굴곡을 다 받아들이기엔 참 보잘것 없는 지표이지요.

인생 어떻게 풀릴지 누가 어떻게 안답니까.

지난 학기에 이대 교수가 된 중학 때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어요.

그 친구 첫 말이, **야, 내가 평생 공부하며 살 거라고 생각이나 해봤냐 ㅋㅋ 였답니다.

(우연히, 운이 좋아서, 혹은 연줄있어서 교수된 거 아닙니다. 늦게 공부맛을 안거지요)


꿈꿀 줄 아는 인간으로 키워주세요.

허황되어 보이는 꿈에 신나게 살을 붙이고, 세상이 말하는 제약을 줄이려 고심하는

20대가 최소한 반은 차있는 대학, 그런 사회의 모습을 보고 싶어요.

영어실력 향상과는 관계없는 이야기, 대낮부터 꿈타령하는 이 긴 글을 용서하소서.

세상일 쉬운 게 없다지만, 그게 꿈꿀 만한 일이면, 어려운 거 견딜만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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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맘 2009-12-18 20:53 

전 개인적으로 공감 가는 내용이에요~~ 

이제 칼럼 두개째 읽는데 느끼는 바가 많네요^^

울 아이에게 꿈을 키워주고 격려 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