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런 역사 접근법은 어떠신감요. 2009-12-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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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겨울방학엔 놀다놀다 발이 얼고 코가 헐어서 남은 시간 학교도서관에서 코박고 옛날이야기에 심취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 때 책은 지금만큼도 친절하거나 다양하지 못해서, 삽화도 많지 않았는데, 실은 이미지가 적었다는 그 이유 때문에 더 내 맘대로 이렇게도 상상하고 저렇게도 상상하곤 했던 것 같아요. 당태종이 선덕여왕에게 모란도를 보냈던 이야기를 읽으며 선덕여왕은 도대체 어떤 느낌의 여왕이었길래 진덕도 예쁘고 선덕도 예뻤다는데, 선덕만 놀려먹었을까...등등. (나중에 이런 의문은 당대의 동아시아 권력구도상 당의 기선제압용 술수였다는 자료들을 끌어내게 됐지요 ^^ )


역사가 아이들에게 어려울까요? 익숙하지 않은 옛날 말, 옛날 이름들이 나와서 그럴지도...

역사는 일종의 옛 이야기(histoire)지요 ^^ 경험해보지 않은 옛이야기를 후대에 옮겨 전하는 거라면 좀 더 감칠맛나게, 감탄사가 난무하는 단문이 아닌 이야기체로 풀었을 때, 더 잘 전달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왕과 권력의 연대기로, 어느 왕 시기에 어떤 일이 있어났고, 무슨무슨 이름을 단 시대에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가를 잘 파악하는 것도 역사책을 읽고 역사를 아는 재미이기도 하지만, 그걸 교과서적으로 꿰는 것이 역사에 대해 사고하는 왕도라고 생각하면, 이거 다음 저거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버거울 수도 있겠지요.


박물관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줘서 아이들이랑 산책삼아 자주 가요.

큰아이가 이제 제법 똘똘한 질문도 하더군요. 이 시대에 이런 토기들만 사용했어? 그 때 사람 모두 다 ? 

최근 많은 역사 학회들에서 제기되는 내용의 요지가 그 질문에 담겨있어요 ^^ 박물관에 전시될 유물은 누가 선택한 건가... 박물관에 전시되는 바로 그 순간 또다른 역사는 사장되고 있는 것이라고... 에고 너무 멀리가고 있나요 ?

역사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에, 권력의 자취를 좇지 않고도 시대상을 알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길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 아이 1학년 때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괴짜요리사 알렉시스]란 책을 보면 한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서 당시 모습이 보여요. 당시 서구유럽에서 요리사란 직업의 의미, 戰時의 모습, 19세기(?기억이 가물가물) 부르조아 식당 주방의 모습, 요리를 통한 과학적 사고의 진화 등등. 그런 책들을 읽으며 계몽사상에 대해 궁금해지고 세계 1,2,차대전이 뭐길래란 생각도 튀어나오고, 현재와 다른 직업세계에 대한 개념 등등 생각의 갈래가 여러 곳으로 튀지요 ^^

제목이 확실치 않지만 (제가 지금 점심시간에 급하게 쓰는 거라서요... 양해해주셔요 ^^) [음악사에 뭍힌 여성음악가들] 이런 책을 보면 뛰어난 음악가가 클라라 슈만 말고도 많았다는 거 외에도 그 시대 여성과 남성상에 대한 아이디어, 그 시대에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기도 하구요.

[네안데르탈 아이들] 같은 책들은 역사와 상상의 경계가 막 허물어지지만, 결국 역사적 상상력이 얼마나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적 진리를 구성하고 있는건가 생각해보게 되요.

역사스페셜이란 시리즈 중 [선덕여왕과 지귀]도 1-2학년 때 보면서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선덕여왕이 그렇게 예뻤을까? 왜 모든 여왕들은 클레오파트라나 진덕여왕이나 중국의 황후들이나 다 그렇게 예뻤나 ? 무사이고 권력자인 남자만 왕을 하다가 여인이 왕을 하다니 힘을 가진 여자가 이뻐보였을 수도 있겠다, 게다가 신라는 금이 많던 나라, 서민들은 먹지도 못해 구질구질한데, 힘을 가진 여자가 금관 금귀걸이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니 안예쁠 수가 있겄나...

요런 아기자기한 책들이 있어서 아이는 역사를 궁금해합니다. 무성히 곁가지가 쳐지구요.

 

에구 말이 길어집니다. 점심시간도 땡입니다 ^^

저희 아이 읽었던 재미난 역사책 일일히 다 소개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아, 전에 라이노 님이 소개해주신 [아버지와 고추장 담그기](제목이 맞나요? ㅎㅎ )도 참 재미있게 읽었더랬네요. 저희집도 이제 여러 역사책의 맛을 알았으니, 자소월님이 소개해주신 역사만화 전집같은 걸 통해 통으로 시점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아이들 읽은 책도 잘 정리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글 쓰는 건 좀 삼가자 생각하고 있는데,

눈반짝님과 자소월님의 역사 이야기에 꽂혀서 이리 떠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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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랑 진이랑 2010-01-25 00:50 

즐겁게 읽으며 따라왔습니다. 

학원을 보내거나 학습지도 한 적이 없는 그렇다고 열성적인 엄마표도 아닌 대책없이 느긋한 사람이 

님의 글을 읽으며 위안을 얻고(?) 갑니다. 

저도 올해 입학하는 아들아이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딸아이가 있습니다.

듣는 귀가 좋아 그동안 별 걱정없던 큰아이는 학교에서 단어와 문장을 완성하는 학기말 영어 인증 시험을 보고나서 자신이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늘 쏟은 것에 비해 나쁘지 않는 결과물을 얻어왔던 아이에게 분명 약이 되는 경험이겠지만

이제 저도 아이들과 좀 더 가까이서 달려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좀 우울합니다.. 

 

올 겨울 우리나라 역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어설프게나마 잡아 주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아이같은 (정말 아이같은) 우린 딸아인 그저 스토리만 받아 들입니다...

이야기로서의 역사도 재미있긴 하잖아요...

이기는 것 보다 즐겁게 져주는 것을 좋아하고 강한 쪽 보다는 약한 쪽이 늘 가슴에 먼저 들어오는 성품이라

역사 그 "힘"의 상관관계를 쉽게 이해할리 없지만 아쉽네요....

 

 

  

 

     

   

anthropo 2010-01-28 12:49:13
반갑습니다, 글 남겨 주셔서 반갑고, 대책없이 느긋한 엄마시라니 더 반갑습니다 ^^
실제로 느긋하진 않더라도 학습면에서 느긋하고 너그럽고 착한 척이라도 하는^^ 엄마 밑에서 아이들이 크게, 바르게 자란다고 믿는답니다. 우울해하시지 마시고, 한번 결과에 흔들리지 마시고 (사람 맘이 말처럼 휘까닥 뒤집을 수 있는게 아니어서 저도 잘 안될 때가 많지만, 누가 옆에서 찔러주면 정신이 퍼뜩 돌아오지요 ㅎㅎㅎ), 많이 듣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진이 화이팅입니다.

착하고 섬세한 아가씨라 오히려 더 잘 이해하겠는 걸요. 아이들이 다 겉으로 금방 표현은 안한다 할지라도, 역사 속 이야기들의 흐름을 통해서 출렁출렁 느끼는 바가 있을 걸요? ... 이야기들을 많이 읽다보면, 역사가 오히려 가깝게 느껴지지요. 사람 사는 모습의 과거형일 뿐이니까요. 연대기별로 훑어가다 놓치는 과거의 삶의 모습들이 잡혀요. 이런 식으로 역사를 재미난 이야기로 한참 읽다보면, 학교에서 나중에 연대기별로 공부할 때 흘려버리는 (외우느라) 문화사적 측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요.
천~천히 맥락이 잡힐 거에요.
저도 우리 근현대사를 다시 뒤집으며 바라보느라 이리저리 헤매는 중이랍니다.


홍박샘 2009-12-09 19:29 

젊어서는 영화를 공부했더라면 좋았을 걸 했는데 요즘은 역사학을 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쨋든 영어학은 싫단 얘기네.)

나이가 들어 안목이 생기는 걸까,

조금 더 점수를 주자면 사고가 깊어지는 걸까 역사, 인간의 이야기가 참 재미나요.

anthropo 2009-12-10 15:35:54
네 ^^ 저도 (노)인네과라 그런지, 또 요즘 쓰는 글과 관련이 있기도 해서, 한국 근현대사에 푹 빠져서 새로이 감탄하고 무릎치고 있답니다....
자기 전공은 누구나 다 조금은 신물나는 거 아닙니꺼. 엥 저만 그런가요? 생계 때문이 아니어도 목숨 걸만한 매력은 있지만... 가시밭길이라, 내 자식은 안했으면 하는... 근데 이런 맘이 저만이 아니라 다 그렇다네요 ^^

홍박샘님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교육 상황이 여러모로 걱정스럽고 마땅찮고 걸리는 게 많네요. 유행도 심하고, 학습이 최우선이고...
칼럼글이 이 사이트 다수와 의견을 같이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야 한다 해도 잘 그러지 못하는 드러븐 성격이기도 하지만... 글과 말이 그 audience와 동떨어지면 것도 우습지요. 가끔 제가 엉뚱한 청중을 상상하며 글쓰는 게 아닌가 싶은 때가 있어요. 대학생 앞에서 엄마 앞에서 짝짜꿍의 의미를 떠들고 있거나, 유치원생들 앞에서 글로벌화의 파장에 대해 설파하는 것 같은...이 글도 그랬네요.^^
왠지, 초게 댓글에 '이 산이 아닌가벼...'하고 투덜거린 걸 보시고 여기 오신 것 같아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