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 Princess Academy 2010-07-0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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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칼럼방에서 인사드려요.

제 일터는 이미 방학을 했지만... 일의 성격상, 방학은 가르치는 거 외의 것들을 지금 숨차게 안하면 도태되는 환경이라, 쉬고픈 맘 다스려가며 차 홀짝여가며 모니터 째려보다가 이렇게 외도를 하고 있습니다. ㅎㅎ 멋지게 클 이 곳의 울 아가들은 다 커서 이리 살아도 되니, 방학은 맘껏 방학의 권리 찾아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오랜만에, 정말로 오랜만에 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어요.

그 날따라 저녁 먹은 뒤치닥거리, 집정리도 일찍 끝나고, 늘 학교숙제가 많은 (의욕넘치는 담임쌤, 자제해주소서!) 둘째 꼬맹이가 숙제도 남김없이 했고, 쪼르륵 영어씨디롬을 보겠다고 하시니, 큰 애를 단독으로 끼고 앉을 흔치 않은 기회였죠^^


아이들과 영어책 같이 읽는 시간이 참 피로회복제같고 좋았던 적이 많았는데,

큰아이가 도톰한 책을 익숙히 보는 어느 순간부터 너혼자 읽어라가 수월하니 계속되었고,

둘째는 그냥 책읽기보단, 요로콤 조로콤하면 짧은 시간에 읽기와 어휘를 익히겠구나라는 흑심이 들다보니, 수많은 눈빛을 주고받았던 그림책들이 완행열차같아서 답답해지더군요. 흑.

그런데 글을 가르치자 혹은 어휘력을 챙겨주자 생각하고 하는 책읽기는 자꾸 중단되네요. 커리큘럼도 없고, 에미가 이끌어야 한다는 신념도 시간도 별로 없는 저같은 경우 당연한 귀결이겠지요? 그래서 그냥 오로지 독서를 위한 독서로 유턴합니다. 나머진 필요하면 다 하겄쥬. 아브라카다브라,


평소 성향과 달리, 의외로 프렌세스란 단어가 붙은 책을 뽑아옵니다. (네. 저희 집에도 아직 안읽은 단행본들이 수두룩합니다.^^;;) 아마도 표지에 있는 소녀의 모습이, 단아하지만 공주스럽기보단 조용한 기세가 있어보여서?

여하튼 읽어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미리 읽어보거나, 책의 레벨이나 줄거리를 미리 검색해보거나, 단어가 이 녀석 수준에 맞는지 어떤지 체크해보는 것 같은 친절한 과정없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라, 이런 적이 별로 없었는데...? 혀가 꼬이고 익숙지 않은 사람이름 -Miri. Peder, Marda ? -에 뭔지 모를 (나중에 보니 Collins Dictionary 정도로는 나와있지도 않은) 광물인 것 같은 단어들이 등장하는데다 간만에 접하는 문학작품의 리듬도 어색하여.. 속으론 제대로 전달이 되는 건감? 겉으론 문제없는 척 읽어갔지요.


한 두페이지 오호? 하며 읽는데, “시골인가 봐” “요즘이 아닌 거 같아”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길 거 같아” 하며, 잔잔한 글인데도 의외의 궁금증과 몰입을 보여주십니다. 매 챕터가 詩로 시작하는데 라임을 좋아하는 즈이 딸램은 거기서 일단 낚인 듯하네요 ^^ 읽어주는 엄마는 낯선 이름과 이상한 광물 단어랑 문학적 문체의 범상치 않음에 분투하느라 내용파악이 더딘데 비해 듣는 딸냄은 나보다 단어이해는 떨어지는데도 거칠 것 없이 유추와 상상이 가능한 모양입니다.

딸이 씨디와 함께 읽는 (‘집듣’이라는 거) 책의 레벨이 대체로 아이의 실제 레벨보다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 있는 거겠거니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특별히 재미있게 혹은 내용전달이 잘되게 읽지도 않는데, 호기심을 보이고 한 페이지만 더 읽어주면 안되냐 하는 걸 보니 작품이 좋은 모양입니다.(흠, 역시 은딱지 작품 / 아님 엄마가 좋아서 ? ㅋㅋ)  에둘러 심리를 표현하는 대목들에서는 참지 못하고, 알겄어? (Do you get it?) 하고 묻는데, 씽긋 하고 끄덕입니다. 표현이 좋다는 거네요. ^^ 미리 읽어보지 않아 저도 몹시 궁금해지던 참인데, 목욕하고 자야할 시간이 되어서 그만 읽기를 두 번쯤 한 참입니다. 광산촌에 아버지와 언니랑 같이 사는 미리란 소녀와 그 마을 여자아이 전체가 왕자의 신붓감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데, 미리는 맘에 둔 청년이 있는 거 같고, 왠지 미리가 억압받는 분위기의 그 마을의 대표주자가 될 거 같기도 하구요...


다 읽지도 않은 책을 독서일기랍시고 썼는데...이 곳에 고학년맘들의 글이 많지 않은 터라, 더더욱 엄마랑 같이 읽는 모습은 많지 않을 거라 그냥 책읽는 모습 한자락 올려봅니다 (큰딸은 초4입니다 ^^) 다른 고학년들은 어떤 책들을 어떻게 읽고 계시는지...? 쑥의 중심은 2-3학년인 듯하지만, 그래도 많은 고학년 (혹은 고학년 레벨의 책읽기를 하는 친구들) 부모님들이 여전히 옵저빙을 하시지는 않을까, 그러면 겸손해마시고 이런 식의 단편적인 소통으로 혼자 읽기의 지루함 혹은 정체를(if there's any) 떨어내는 건 어떨까 싶어 적어봤습니다.


칼럼글을 다시 쓸 땐 둘째 꼬맹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싶었는데,

그 친구는 한글책에 빠져 있습니다. 영어책도 한글책마냥 한번 보기 시작하면 한 옆에 잔뜩 쌓아놓고 보기는 하는데, 엄청난 집중력과 연기력으로 그림들을 분석하며 내용을 상상하는 듯합니다. 큰아이 때도 생각해보면 시기만 조금 빨랐을 뿐이지, 한글책을 많이 보는 과정이 앞서 있은 후에 영어책을 자연스럽게 본 것 같습니다.

글 깨우치고 내용 이해에 속도가 붙는 여러 다른 방식이 있겠지만, 저희집처럼 붙잡고 가르치는 과정이 없는 경우엔 그런 수순이지 않을까,.. 조급해지지 않으려 합니다.

어느 그리운 님이 쓰셨던 것처럼, 일제 36년도 참았는데,... 설마 30살 전에는 잘 읽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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