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수퍼주니어 2010-09-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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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 씁니다.

제가 안 나온다고 게시판이 불타는 것도 아니고 날씨만 불타는군요.

 

아들녀석 데리고 SM 라이브 콘서트 다녀왔어요.

가족석을 사면 도시락까지 줍디다.

지난 토요일 불타는 날씨에 야외 잠실 경기장,

7시간 동안 악악 거리는 아이들 속에서 두 노인이 고역을 치렀네요.

4시부터 시작된 공연이 더위로 전기가 끊기면서 자꾸 지연, 급기야 11시 넘어 끝났답니다.

소녀시대, 에프엑스, 샤이니, 슈퍼주니어, 보아, 동방신기....

제 나이에 이거 줄줄 외우는 것도 신통하지요.

늦둥이 아들 녀석 덕분입니다.

 

부산서 올라오는 남편과 아이보다 제가 먼저 표를 받으러 경기장에 갔습니다.

아들이 전화해 야광봉을 미리 사놓으랍니다.

거, 왜 불켜 가지고 흔들어대는 막대 있잖습니까?

아줌마가 야광봉 사자니 잠시 무안하여 노점 아저씨게

"이거 부모 노릇하기 힘 드네요. 야광봉 하나 주세요."

사고나서 전철 서 보니 에잉? 동방신기라고 써있네요.

그 때 알았습니다. 야광봉 색깔도 가수마다 다르다는 걸.

후환이 걱정이대요. 소녀시대는 분홍색인디...

 

경기장 길목에서 어떤 옷 회사가 비닐봉투에 소녀시대 얼굴을 인쇄해서 나눠주대요.

일단 자리에 앉자 싶어서 아이가 받으러 가려는 걸 말렸더니

그 뒤로 들어오는 사람마다 소녀시대 쇼핑백을 들고오는 거라.

아들 녀석이 봉투 다 떨어진다고 안절부절해요.

그래서 그냥 공연을 즐겨라, 엄마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준다, 고 안심 시켰는데

가만 보니 정말 곧 동이 나겠더라고요.

이미 공연이 시작됐는데 저는 소녀시대 얼굴 받으러 입구로 다시 나갔습니다.

그 때 알았네요, 잠실 주 경기장은 참으로 넓구나.

 

손목에 찬 입장객 표시를 보여주고 밖으로 나갔더니 회사가 막 짐을 꾸리네요.

다행이다 하면서 봉투 2장 받아 의기양양 아들에게로 왔습니다. 덥습니다.

그런데! 아, 그런데....

봉투를 펼친 아들 얼굴이 흙빛입니다.

그만, 슈퍼쥬니어 얼굴이 찍힌 봉투를 들고온 겁니다. 에구....

누가 알았나 봉투가 두 종류인지.

 

다시 허덕허덕 입구로 나갔습니다.

좌석에 모여든 3만5천명의 아그들이 까악까악 나를 보고 소리 지르네요.

뭐 착각은 자유라니께.

짐을 거의 다 싼 직원에게 소녀시대 내놓으라 했더니 다 나갔답니다.

큰 일이다. 비싼 티켓 사줘도 이까짓 비닐 봉투 못 줘서 원망 듣겄구나.

돌아오는데 알바 직원이 짐이 든 소녀시대 봉투를 아무렇게나 들고있는 겁니다.

은밀하게 다가가 협상을 시도했지요.

'저그,,, 저 봉투 나 좀 주셔. 대신 슈쥬 봉투 줄게."

우리 이쁜 윤아 얼굴이 다소 구겨졌지만 그래도 그 봉투 얻어들고 다시 좌석으로!

아들이 두 손을 모아쥐고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하답니다.

 

음향은 머리가 뽀개지게 크지, 3만 애기들은 쉬지 않고 악을 쓰지,

폭죽이 터지다가 불이 확~ 올라오다가 풍선이 날아갑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무대가 밭전자로 여러 개입니다.

각 무대는 좁은 길처럼 연결되어 가수들이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춤을 춰대요.

갑자기 무대 밑에서 뽕 튀어나오는가 하면 끌차에 실려 돌아다니고요,

그런가하면 저 안쪽 무대에서 사이키 조명이 터지면서 다른 팀이 튀어나옵니다.

그러다 잠시 음향이 꺼지고 빛이 사라져 초조하게 하더니

저 위 지붕에서 운동장을 완전히 가로질러 줄을 타고 동방신기가 매인 무대로 내려옵니다.

아이들이 미치두먼요. 어떻게 내 눈 앞에 동방신기가 있냐고 신기하다고 울부짖어요.

 

슈퍼쥬니어와 샤이니 각각 팬인 두 딸을 데려온 엄마와 저는 가끔씩 눈을 마주칩니다.

이게 뭔 아수라장?

소녀시대만 나오면 혼절을 하는 아들과 남편.

(남편은 아들과 친구되려고 애쓴다지만 제 생각엔 진심으로 소녀시대 팬인듯..)

남편은 풍선, 아들은 끝내 분홍으로 바꾼 야광봉 흔듭니다.

저요? 부채 흔들었습니다. 아구 덥습디다.

음식이 안 넘어간다는 아들을 옆에 두고

나눠준 밥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비싼 돈 주고 산 건데.

 

잠 못드는 열대야, 퉁퉁 부은 발로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점:

- 보아는 국보급 가수다.

- 동방신기는 신이다.

- 소녀시대는 노래를 못 한다.

- 어느 꽃미남 가수 보다도 내 아들이 더 이쁘다.

 

도치 엄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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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S Alex 2012-06-27 15:20 
재밌게 읽었습니다
준준맘 2010-12-27 11:46 

홍박님의 글은 모두다 재미있지만

오늘 마지막의 요점정리에 넘어갔습니다.

 

간단명료하고 정답입니다~~

annie0614 2010-11-01 00:10 

그래도 홍선생님께서는 아이들따라 간 콘서트장이잖아요.

저희 집은 울 남편이 카라팬이라 콘서트하면 같이 가자고 10살난 아들 꼬셔대고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서 가는거 남들한테 들키면 면이 안선대나 뭐래나....ㅜㅜ

시은맘 2010-09-07 10:38 

사무실 잠시 쉬는 틈에 읽었는데,, 웃음 참느라 혼이 나갑니다^^ ㅋㅋ

홍박샘 2010-09-07 12:20:43
그냥 웃으면 되지 혼을 뭐하러 뻐?
별일 없쥬?
SIMPLE LIFE 2010-09-07 09:26 

아드님 덕분에 콘서트 잘 보셨겠네요..

순진한 초4 딸아이..어쩌다 쇼프로 보면 저 가수가 누군지도 잘 모르더군요..

슈퍼주니어 멤버들 얼굴도 모르는 딸아이도 언젠가는 콘서트 간다고 하겠죠..ㅋㅋ

그때 엄마랑 같이 가자..하면 아마 친구들이랑 간다고 엄마랑은 싫다 할거 같네요..

지금은 껌딱지마냥 엄마옆에 있고 싶어하지만..

 

아드님 사진 올리기 전까진 꽃미남 아이돌보다 낫다고 인정 못해요..^^

홍박샘 2010-09-07 12:20:23
에이, 제 눈에 안경이라는 최고의 명언이 있잖아요.
그에 따르면 제가 거짓말하는 거 아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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