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에 관한 수다 2010-12-2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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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뱅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저는 외국어를 잘 배웁니다.

낯선 소리도 금방 따라 발음하고 문법도 빨리 이해합니다.

게다가 언어학을 전공했으니 그 장기가 강화된 셈입니다.

저는 문법이 참 재미있습니다.

규칙을 나열하기 보다는 각기 다른 규칙 사이를 관통하는 원리 발견이 흥미롭습니다.

          -이상 자랑 끝.

그런데 이러한 능력(?) 뒤에는 엄청난 독서의 힘이 받쳐주고 있습니다.

별 달리 취미나 관심이 없는 저는 닥치는 대로 읽습니다.

         -진짜 자랑 끝.

 

국어 소설이나 동화를 전혀 읽지 않는 아이가 주어, 동사, 용언, 체언을 공부한다면

이는 수학, 과학 등의 학과목의 공식, 원리 등을 이해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국어임에도 이런 접근법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물며 외국어인 영어를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당연 고통스럽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이 문법을 따로 떼어 공부하는 이유는 이렇다고 들 합니다.

 

   "영어 잘하는 아이도 백점 못 맞는 이유는 문법 문제 실수에 있더라.

   직관에 따라 영어 문제를 풀만큼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온 아이도 문법 문제는 틀리더라."

 

그런데 따지고 보면 수능 등에서 문법 문제는 몇 개 되지 않습니다.

잘 해야 두 문제 정도?

표준화 시험(토플이나 텝스) 등에서도 그 비중이 적어졌습니다.

-전보다 문항 수가 적어졌고, 에세이 등에서 판단하여 점수를 주기도 한다네요-

괴씸한 것은 그 2문제가 한 가지 문법 요소를 묻는 것이 아니고

한 지문에 서, 너 개가 셋트로 되어 있다는 점이요,

비교적 난이도 높은 게 들어있어 잘 하는 아이도 그런 문항에서 걸려넘어진다는 점이지요.

 

약은 수를 써보자면 백점 맞을 정도로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두 문제, 몇 세트 문법사항을 맞히려고 몇 년간 문법을 공부하기 보다는

독해나 어휘에 치중해 나머지 문제를 직관적으로 푸는 것이 낫습니다.

어깨가 아프다고 어깨에만 주사를 맞을 게 아니라

운동을 해서 몸 전체에 힘을 주고 근육을 키우는 것이 나은 것과 같습니다.

(저 운동 시작한지 3일 됐시유~)

 

손 번쩍 들고 질문하려고 그러시죠?

    "영어책 들입다 읽는 우리 는 와 영어를 백쩜 몬 맞나요?

     는 노상 문법이 어렵닥카는대예."

 

무한정 영어에 노출되기, 즉 읽고 듣기를 산더미 만큼 하기는 현실적으로 참 어렵습니다.

즉, 영어에 많이 노출되어 영어규칙을 뇌가 저절로 프로세스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교실에서 나오면, 책을 덮으면, 영어를 들을 수 없는 우리 현실에서 얼마나 영어에 노출시켜야

그 언어의 규칙을 직감으로 알겠습니까?

교육이 아닌 몸(?)으로 익힌 영어꾼들에게 틀린 표현이 화석처럼 굳는 것을 봐도

유창성이 다가 아니라 정확성도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educated speakers가 되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저의 장황설은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는 한번 쯤 문법을 쎄게 공부해야한다는 것으로 결론납니다.

그 시점이 언제냐? 중학교 진학 전, 초등 고학년입니다.

그 이전에는 다양한 장르, 다양한 레벨의 독서로 영어력을 뒷받침해놓습니다.

중학교에 가면 성적이 나옵니다. 우리는 그것을 내신이라고 부르죠.

학생 내신 성적 분포도를 요렇게 만들어야하는 교사들은 상위권 아이들을 골라내기 위해

야비하게(?) 어려운 문법 문제를 냅니다.

 

줏대있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독서만 시켰다가 중학교 첫 시험에서 낭패를 봅니다.

     (그러나 책 한 권도 안 읽은 아이는 중학교 첫 시험에서 더 낭패를 봅니다. 속닥속닥)

제 경험입니다. 영어 하나 잘 하는 아들눔이 영어 첫 시험에서 전교 38등이더군요.

1문제 틀리면 그렇게 됩니다.

그 틀린 문제가 부정사의 성격이 다른 문장 고르라는 건데 아이는 차이를 모르겠대요.

학원 몇 개월 다닌 적이 있는데 하도 싫어하길래 학원를 끊고 어휘와 독서만 치중했으나

'내신'이가 아이의 기를 팍 꺽더군요.

미국 생활 수 년, 조기 유학(?)의 허를 여실히 보여준 아들이었습니다.

 

자, 그럼 문법 공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무리 문법책의 챕터대로, 섹션대로 설명을 읽고 이해한 뒤 그 바로 아래 붙은 유형문제를 풀어도

막상 시험에서 똑같은 문제가 나오지 않는 한 문법 문제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어디 시험문제가 비슷한 유형으로 책 순서대로 나오간디요?

문제를 푸는 것을 응용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3인칭 단수가 주어일 때 현재동사는 -s를 붙인다"는 규칙을 배웠다고 칩시다.

문제가 "3인칭 단수 현재 동사에는 뭘 붙이게?"하고 나옵니까?

또는 "현재 동사에 -s를 붙이게 하는 주어는 뭐게? " 뭐 이 따위 문제 봤습니껴?

 

"다음 중 어법에 맞지 않는 걸 골라보셔. 할 수 있겠수?" 뭐 이런 식입니다.

      The lady is a good friend of my mother's who live in Seoul

      and she visits us sometimes bringing lots of presents in her arms.

who lives로 되어야 맞지요.

아니면 이런 식입니다. "맞는 걸 골라라. 똑바로 햇!!"

     The lady is a good friend of my mother's who (live, lives) in Seoul

      and she (visit, visits) us sometimes (brings, bringing) lots of presents in her arms.

 

그러므로 문법은 반드시 문제를 풀고 그 문제의 답을 규명할 수 있어야합니다.

즉, 정답을 골랐으면 정답대로 왜 그게 답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하고,

오답을 골랐으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그 잘못된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합니다.

                "왜 visit 이 틀렸니? 혹은 왜 visits여야 하니?"

      아이 A: "으음... 몰라. 찍었어. 찍는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데."

                    (책을 많이 읽어서 직관으로 답한다면 이는 아주 훌륭한 답이나

                        쥐뿔도 모르는 녀석이 이렇게 말하면, 이걸 그냥!)

      아이 B: "who라는 문장은 a good friend인 the lady에 대한 설명이잖아요.

                그러니까 live가 아니라 lives라고 -s를 붙여야 돼요."

 

처음 문법을 공부할 때 아주 쉬운 책으로 이런 훈련을 해놓으면

차츰 고난도 문법으로 넘어가도 실력이 단단합니다.

 

진행방식도 이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1, 2, 3, 4, 5 요소를 공부한다 칩시다.

1을 학습하고 2를 학습하면서 1의 일부를 복습합니다. 3을 학습하면서 2의 일부를 복습합니다.

그런 식으로 잊혀지지 않도록 진행하면서 5를 마치고 1~5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 문제를 풀어봅니다.

책이 이런 식으로 디자인 되어 있지 않다면

각 장의 문제를 풀 때 직접 책에 답을 쓰지 말고 다른 종이에 풀어본 뒤,

그 틀렸던 문제와 정답이라도 설명하지 못했던 문제를 재활용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어려운 문법책으로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 하다가 내던지고 맙니다.

아이의 수준에 적절한 책, 약간 쉬워보이는 책이 좋습니다.

영어학습은 마라톤입니다.

마라톤 결승점을 글쎄요, 시험용 영어라고 보신다면 (물론 그게 다가 아니죠)

독서라는 장거리 경주를 하면서 잠깐 물 먹는 지점 쯤에서 쉬운 문법책을

훑어보는 것이 다가올 숨넘어가게 어려운 코스, 영어 완주를 무사히 넘기게 돕습니다.

그 코스에는 어려운 어휘도 있고, 고난도 문법도 숨어있지요.

사실 더 어려운 것은 무언가를 추론하는 독해기술입니다.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나와있는 정보, 살필 수 있는 문맥을 근거로 눈에 보이지 않는 내용을 추론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독해라는 두뇌활동을 하는 것이 마라톤의 진짜 난코스입니다.

 

그러한 독해기술은 어떻게 배우느냐?

참, 그것이 괴씸하게도 금방 안된답니다.

인지능력도 발달해야되고요, 배경지식도 많아야하고요.

배경지식은 경험에서 나오지요. 직접 경험을 어찌 다 합니까?

책에서 간접 경험, 지식, 상식 얻어야합니다.

(너무 판에 박힌 소리라 갑자기 기운 빠집니다.)

 

자, 이쯤에서 메가폰 잡고 한마디 합니다.

 

아,아, 마이크 시험중.... 겨울방학 문법반 애들 들어라.

겨울 방학 동안에 문법만 하면 안된다, 알겠나?

책도 읽고 단 석줄이라도 글도 써보자, 알겠나?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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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닷열혈팬 2018-02-18 17:39 
문법공부에 매달리기보다는 차라리 책을 많이 읽게하라는 말 공감합니다.
Hae Seok Suh 2013-06-18 19:27 
A new point of view
denver 2011-12-26 23:10 

      

     가슴에 많이 와 닿는글이네요. 제 아들은 지금 예비중딩이고, 미국에서 3년을 보냈지요.

     책읽기외에는 거의 영어를 공부하지 않았는데,지금이 문법을 빡시게(?) 해야할 시기인걸 알게됐네요.

     문법용어 자체가 어려워서리.... 좋은글 감솨합니다.^*^

지몽왕자 2011-09-25 21:42 

안녕하세요^^

영어 학습은 마라톤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어쩜 이리 글도 잘 쓰시는지요???

잘 읽고 갑니다. 꾸벅~~

대전맘 2011-05-25 18:13 

쑥쑥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으나 홍박쌤의 글에 리플달기는 첨이네요.

이 칼럼을 왜 여태껏 안 봤을까요? 이렇게 유익하고 재미있는데 말이죠.^^

엄마표로 진행한 1년반, 그리고 1년을 놀고 다시 작년부터 학원에 갔다가 이젠 학원도 끊을려구요.

저처럼 끈기없는 이에겐 학원을 이용하는 것도 좋았는데..

진도가 넘 빨라서 잠시 숨고르고 부족한건 다시 채워주려구요.

 

홍박쌤의 윗글뿐 아니라 나머지 글들도 다 읽고 심기일전하여 엄마표를 잠깐?동안 진행하려구요.

참고로 탐구형+행동형인 제 아들땜에 언제는 웃다가, 언제는 울다가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givetake 2011-02-14 21:23 
재미있고 기운나고?  암튼  중학교교육의 현주소를 알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홓박사님펜입니다.
젊은엄마 2011-01-12 13:26 
정말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호호하하 2011-01-03 13:24 

역쉬 홍박사님 이십니다요~

문법.. 어렵게만 느껴지고 문법만 공부한다고 해서 영어 느는 것도 아니고

배경지식 = 독서, 요즘 큰 아이 영어책 읽어주면서 예전엔 몰랐었는데 조금씩

영어에 재미가 붙네요. ^^.. 책을 읽으면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도 많고

실생활에서 아이와 함께 사용하니 아이도 간혹 "이럴땐 영어로 어떻게 말해" 라고 묻네요.

영어에 자신없던 저에게 쑥쑥을 만나면서 조금씩 자신도 생기고 행복해지네요 *^^*

무니무니 2010-12-30 01:20 

읽는 내내 너무 잼있어서 빵빵 터졌다가

고개 끄덕끄덕,

그리고 가슴이 후련해지네요.

하나님맘 2010-12-29 20:10 

전 따라쟁이 반도 못 들어간

꼽사리임다.

진짜 잘 이해되는 중학 영문법으로요.

ㅋ~ 이제 겨우 하루 하고 복습 하루 했져요.

지치지 않고 계속 해야할 텐데...

햇살나라 2010-12-28 22:53 

연말에 박사님 생각이 새록새록 나더이다

크리스마스에 연락할까

아님 신년에 연락할까,,,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연말 보내십시오

잘 읽고 갑니다

넘넘 웃겨서 ,,,,,

즐건 밤이 되겠습니다,^^* 

 

시은맘 2010-12-28 13:48 

저도 기웃 기웃 ^^*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공부한 것을 나눠주시는 박사님 정말 저의 귀감이 되십니다...

식스센스의 그 슬푼눈을 가진 아이가 주연을 한 "pay it forward" 라는 영화 보셨는지요?

 

저도 내년에는 빚 좀 갚으려구요 ~~ 사랑의 빚~~

아! 근데 너무 어렵게 느껴지네요. 중압감으로 몸살까지 앓고 있습니다...

 

 

벨벳 2010-12-28 11:35 

박사님은 글솜씨도 너무 훌륭하시쟎아요~

유쾌하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옵니다~^^*

책읽기를 기본으로 여러가지 관심가지고 노력해야하는것들이 많네요.

문법반 따라쟁이까지는 못하더라도 쫄랑쫄랑 기웃거려보려고 계획했습니다.

바쁘실텐데 이렇게 챙겨주셔서 얼마나 든든한지요~

오늘도 잘 담아갑니다.

건강하셔요~!!!!

한이맘 2010-12-28 10:39 

오늘따라 빨간 뉴 싸인이 어찌나 눈에 띄는지~ㅎㅎ

들어와서 숨도 안쉬고 내리 읽었슴다.

강의실에서 들었던 박사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다시 귓전에 울리는듯 했어용^.^

오늘도 이~~~~~~만큼 자극제 한무더기 맞고 갑니다.

flatwhite 2010-12-28 02:54 

새벽에 들어왔다가 쭉~ 다 읽었습니다.

전 이제 쑥쑥 영어유치원 시작한 엄마지만, 앞으로 마라톤의 어느 지점에 꼭 필요한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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