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를 건너는 아이 2014-12-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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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기대감도 설렘도 큽니다. 이왕이면 공부도 잘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선생님께 귀여움도 받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모든 엄마들의 희망사항이지요.

엄마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입니다.

 

학교에서 오는 길 중간 쯤 상가 앞은 엄마들이 아이를 마중하는 집합장소입니다. 아이들을 기다리며 많은 대화와 정보가 오고갑니다. 일명 -카더라 정보지요. 몇 반 담임이 어떻고 누가 뭘 잘하고 누구는 어떻다는... 직장을 다녀도 엄마들 간에 회자되는 이야기들은 바람결에 들려옵니다. 뜨문뜨문 듣는 소식이지만 정말 열정이 넘치는 엄마들입니다. 첫아이니 경험도 없고 여러 가지로 미숙하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도 없는 상황, 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엄마의 우직한 신념!’입니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내 아이와 나 자신을 믿는 것이 최선입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해프닝이라면 아이의 사생활 노출입니다. 요즘엔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생일이면 친구들과 엄마들을 함께 집으로 초대했지요. 친한 엄마들이 음식장만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보통 열다섯에서 스무 명 정도를 초대했으니 정말 정신없는 파티입니다. 식사가 끝나면 아이들은 놀이터로 놀러 나가고 엄마들은 한가로운 티타임을 즐깁니다.

 

하루는 길에서 며칠 전 생일을 맞았던 딸아이의 친구 엄마를 만났습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이 엄마, 아이에 대한 열성과 아이교육에 대한 전문성은 자타공인입니다.

같은 반 아이들에 대한 정보와 학교 정보까지 그야말로 꿰뚫고 있습니다. 내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심지어 지난 일요일에 가족들과 어디엘 놀러갔었는지 뭘 했는지,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은 어땠는지. 너무나도 세세한 부분까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기하기 조차했지요. 비법은 바로, 생일날 아이들이 두고 나간 책가방! 딸아이의 일기장과 받아쓰기 공책, 알림장까지... 아이의 자존심과 내 자존심까지 동시에 손상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단 한 엄마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 했습니다.

그 이후론 생일초대를 받게 되면 책가방은 반드시 집에다 두고 가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칭찬이던 험담이던 내 아이가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피하고 싶습니다. 특히 또래 엄마들 앞에서는 조심하지요. 잘하면 시기와 부러움의 대상이요 부족하면 무시당할 수 있으니까요. 경쟁이라는 사회적 구조가 그야말로 뿌리깊은 우리의 현실에 아이들을 노출시키는 것은 때때로 가슴이 아픕니다. 치열함 속에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안쓰럽습니다. 엄마들의 지원 속에 경쟁사회에 던져졌던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와서는 스스로 경쟁의 구도를 유지하며 사회로 진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끝도 없습니다.

 

시험기간을 즐긴다던 큰아이가 대학에 합격한 이후 모처럼의 한가한 오후를 맞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식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요. 어찌 되었던 목표했던 학교에 들어갔으니 홀가분했을 터였습니다. 그런데 딸아이한테 뜻밖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심지어 고3때에도 시험당일 아침 학교가기 전에 피아노까지 치던 여유로운 아이입니다. 당연히 고3 스트레스 그런 건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었는데, ‘내 아이만은 한국에서 교육시키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충격이었지요. 딸아이도 힘들었던 겁니다.

문득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가 경쟁의 풀에서 스스로 체득한 방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물론 억지로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애썼을지 모릅니다.

 

인생을 길고 긴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아이가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축적시켜 주는 것은 부모의 역할입니다. 어려서는 마냥 놀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아파트 놀이터는 우리 아이들의 전용 공간이나 다름없었고 주말이면 들로 산으로 이고 지고 메고 무척이나 돌아다녔습니다. 자연을 보고 즐기며 아이들의 정서도 풍부해지길 바랐지요. 눈앞의 선행학습보다는 커다란 에너지의 잠재력을 아이들에게 채워주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그 에너지가 발산될 것이라 믿습니다.

 

눈앞에 놓인 과제들과 인생의 고비를 넘어가는 징검다리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 앞에도 놓여있습니다. 아이들이 미끄러지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조심스럽게 한고비 한고비를 잘 건너가면 좋겠습니다. 눈앞에 놓인 징검다리를 찬찬히 건너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탄탄한 저력을 위해 응원합니다.

언젠가는 그 때는 그랬었지 하며 미소 지으며 떠올리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부디, 힘내거라! 너희들은 잘 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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