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미소 2014-12-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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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가상의 절벽을 건너는 유아들을 실험하는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가상의 절벽을 사이에 두고 한 쪽엔 엄마가 다른 한 쪽엔 아기가 있습니다. 절벽은 투명한 판으로 덮여있고 아이가 건너기엔 아찔한 정도의 깊이입니다. 맞은편의 엄마를 보고 아이가 기어갑니다. 엄마의 표정이 무표정하게 굳어 있는 경우, 아기들은 하나 같이 가상의 절벽 앞에서 주춤하며 엄마의 눈치를 살피다가 절벽을 건너지 못하고 포기합니다. 또 다른 실험은 맞은편의 엄마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기를 부르며 격려합니다. 조금 전 실험에서 가상절벽을 건너지 못했던 아기들이 이번엔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성공적으로 건너가더군요.

같은 조건의 상황에서 엄마의 표정 하나가 아이에게 용기와 격려가 되는 단적인 실험입니다. 엄마의 미소가 갖는 마력이라고나 할까요.

 

큰 아들이 어렸을 때 바이올린을 배웠습니다. 4-5세 아이부터 중등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발표회를 가졌지요. 말이 발표회지 사실 이제 막 활을 잡은 아이부터 제대로 된 곡을 연주하는 아이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한 달간 갈고 닦은 실력을 복습 겸 엄마들에게 들려주는 시간입니다. 꼬맹이 초보들은 앞줄, 뒷줄로 갈수록 고수들이 배열되고 기초곡 부터 다함께 합주를 합니다. 곡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뒷줄에 선 아이들이 연주를 하게 되고 앞에 선 아이들은 선배들의 연주를 들으며 청음공부를 하게 되지요.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감상이라기보다는 혹시라도 틀릴세라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아이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작은 사이즈의 장난감 같은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하는 아이들은 마치 움직이는 인형 같지만, 엄마들에겐 곡 연주를 완벽하게 해 내어야 하는 작은 로봇입니다. 합주 도중 음이탈이라도 하게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금세 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과 겁에 질린 눈망울로 엄마를 쳐다봅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의 연주를 지켜보던 엄마의 안색이 굳어집니다. 심지어 매서운 눈초리로 아이를 노려보는 예민한 엄마도 있습니다. 엄마의 미소가 절실한 순간이지만 엄마도 마음처럼 되질 않습니다ㅜㅜ

엄마 눈치 살피랴 곡을 따라가랴 허둥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긴장과 당황이 겹치며 다음 곡까지도 연주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아이는 결국 울상을 짓게 됩니다.

 

합동발표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아이들 중 과연 몇이나 엄마에게 잘했다고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칭찬을 받았을까요. 나 역시 내 아이에게 잘 했다고 칭찬을 해 준 기억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악기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어려운 수련과도 같습니다. 항상 즐겁지만은 않지요. 꾸준한 연습만이 그나마 만족스런 연주로 이어지지만 아이들의 경우, 만족스런 연주란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실수는 엄마의 질책을 부르게 되고 집으로 오는 내내 아이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연습하기 싫으면 그만 두라고, 매주 데리고 다니는 시간이 아깝다고 아이를 나무라곤 했지요. 아이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이미 5년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기가 죽은 아이를 보면 엄마 맘도 편치는 않습니다. 야단을 치고도 곧 후회하기 일쑤지요. 문득, 악기는 왜 배우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기를 시작하게 되었던 시기의 초심이 떠올랐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그렇다면 내 아이는 지금 음악을 연주하며 과연 행복할까 의심이 들게 되었고, 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자신이 배우고 싶다고 해서 시작하긴 했지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면 굳이 아이에게 고문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음악을 하는 이유는 네가 행복하기 위해서인데, 그렇지 않다면 굳이 애쓸 필요 없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아이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엄마의 허락 하에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결정은 잘 했다는 생각입니다. 바이올린이 아니어도 음악을 즐기고 행복해 하는 아들을 보니 말입니다^^

 

나 어렸을 적 엄마는 ‘수야, 네가 5백점 만점에 5백점을 받으면, 엄마는 냄비뚜껑, 솥뚜껑 두드리며 온동네를 춤추며 돌아다닐거다’라고 말씀하시며 신나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말하는 엄마나 듣는 나나 함빡 웃었습니다.

물론 ‘엄마표 오버!’입니다. 그렇지만 엄마의 그 웃음이 그 밝은 표정이 좋아서 더욱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으니까요. 엄마의 환한 웃음은 5백점에서 학년이 높아지면서 6백점, 8백점으로 상향조정되었지만 그래도 맘속의 부담이라기보다는 엄마의 한없는 격려와 믿음으로 힘이 되었습니다.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이 아닌 신이 나서 어깨까지 들썩이셨던 엄마.

엄마의 그 환한 미소가 나에겐 가상의 절벽을 건너는 아이들 눈에 비친 엄마의 미소만큼이나 엄청난 마력임에 틀림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내가 받았던 그 격려의 미소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미소는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힘이 된다고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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