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프로젝트 2015-03-25 09:17
1372
http://www.suksuk.co.kr/momboard/BGX_025/37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차라리’와 ‘그래도’의 갈림길에서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을 기약하며 자신의 의지를 시험대에 세우는 것이 어쩌면 인생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오늘이 처음이기에 고민도 되고 내일이 되면 지나간 오늘을 후회하기도 하지요. 어제의 후회를 막기 위해 내일을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러한 갈등과 불안함은 엄마들을 조기교육의 길로 내몰게 됩니다.

요즘엔 0세부터 시작한다는 오감발달교육이 조기교육의 한 멤버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산후조리원 동창모임을 결성하고 정보도 교환한다니 임신과 출산은 엄마들에게 많은 과제와 짐을 안겨주는 것이 분명한 것 같네요.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동참하니 아이키우기는 한 가문의 프로젝트가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전 한 지인의 손녀딸이 받고 있다는 오감발달교육에 대해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갓 돌이 지난 아이인데 선생님이 오셔서 지도를 한다니 한 편 궁금하기도 했지요. 책장을 혼자 넘길 줄 아니 또래 아이들 보다 발달도 빠르고 지능도 높고 따라서 창의력도....

하여간 몹시 뛰어난 거라네요.

내가 우리 아이 키우던 시절은 이미 호랭이가 담배를 피워도 아주 옛적에 피운 그런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동요와 동화를 카세트테이프로 듣고, 디즈니 만화 시리즈를 비디오로 보며 온 집안을 밀가루로 범벅을 하며 반죽을 하고 과자를 만들던 기억,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며 풀피리에 꽃반지에 계곡물에서 송사리며 가재를 잡던 추억 등등...

 

아이들의 오감은 그렇게 놀면서 쉬면서 완성되어 간 듯싶은데, 요즘엔 모든 과정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과 검증을 통해 단계별로 진행된다니 한 치의 오차도 빈틈도 없는 완벽한 아이들이 세상을 메울 듯합니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보면 가끔씩 어릴 때의 놀이가 구체적인 예로 제시되면서 특정 현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기도 합니다. 해가 거듭되면서 학생들의 경험세계가 현저하게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자신의 놀이 경험을 추억하며 이해를 했다면 이제는 눈을 멀뚱거리며 뭔 얘긴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 도대체 경험이 없으니 알 턱이 없지요. 때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머릿속 지식은 세월이 갈수록 차고 넘치지만 정작 체험하고 느꼈어야 할 살아있는 지식은 너무나도 부족하니 이 무슨 절름발이 교육인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규격화 된 틀 속에서 준비된 교육을 차곡차곡 받은 아이들, 20년간을 갈고 닦은 기량과 공들여 쌓은 지식들로 총명한 아이들입니다. 엄마들의 열의와 정성 또한 아이들과 함께 읽혀지지요. 엄마들의 시간과 인생이 아이들 속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당연히 경험하고 느껴야 했던 세상이 몹시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들려주고, 보여주며 느끼게 했던 것일까요.

 

자신의 아이가 대학생인데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속담의 뜻을 모른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설마, 상식인데, 그걸 모르려고?’ 그런데 놀랍게도 많은 아이들이 정말 이 속담의 뜻을 모른다는 겁니다. 내 아이들에게도 물어보았지요.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그렇다면 나는 이 속담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따로 배운 것도 시험에 나온다고 공부한 것도 아닌데...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은 책을 통해서, 학교에서 배워서 쌓게 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지식과 상식은 때로는 계획적으로, 때로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우리 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게 되지요. 책을 통해 얻는 지식이 있다면 가족과 친구, 일상의 경험을 통해 쌓아가는 지식과 상식도 있습니다. 그 어느 것도 가치가 없는 것이 없지요. 어깨너머 공부도 공부요. 귀동냥도 때로는 살이 되고 피가 되기도 합니다. 예전에 엄마나 어른들과 나누던 잡담이 허공에 날려버리는 의미없는 소리만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온전한 가정교육이라는 것은 부모와 형제, 가족들과 부대끼며 그 속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인데 아이들이 커갈수록 가정에서 함께하는 시간은 실제로 많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학교 교육과 공부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이 엄마와 홀가분하게 나누는 대화는 과연 몇 마디나 될까요? 온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될는지요?

 

인생을 살아가는데 ‘차라리’와 ‘그래도’를 되뇌며 누구나 시행착오도 겪고 미래를 꿈꾸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는 것일까요? 지식의 균형이 아쉽습니다. 그 속에서 터를 잡게 되는 정서와 가치관의 의미 또한 헤아려 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온전한 가정교육을 받고는 있는 건지 자문하게 되는군요. 말로는 쉬운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의 균형. 진정한 교육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하고 다져져야 하는 걸까요. 모든 엄마, 부모가 짊어진 책임과제가 무겁습니다.

그 어느 구멍 하나 허당이 아닌 꽉 찬 아이들이 세상을 메우길 기원해 봅니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