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추는 거울 2015-04-1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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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출근길에 동부간선도로를 달리며 계절의 변화를 느낍니다. 눈부시게 화사하던 벚꽃도 사그라지고 이제는 철쭉들이 단장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던 길입니다. 연두 빛으로 물이 오른 여린 잎들도 봄이 중턱에 다다랐음을 알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미꽃이 길옆의 담장을 덮게 되겠지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만큼이나 봄날은 시간을 재촉합니다.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이 좋은 봄날을 잃을 것 같아 부지런히 눈을 돌려 봄을 느껴봅니다.

 

출근하는 길엔 항상 라디오를 켜고 음악을 듣는 것이 오랜 습관이 되었습니다. 지난주였던가요. 라디오에서 청취자가 보낸 사연들이 소개되는데 아마도 ‘아이들의 말’을 주제로 한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치원 선생님, 초등학교 선생님 그리고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다양한 사연을 보내왔습니다. 그야말로 기발하고도 기막힌 내용들로 웃다보니 어느새 학교까지 도착하게 되더군요. 사연들 중 기억이 나는 것이 있다면, 어느 유치원에서 아이들 간에 아빠자랑 배틀이 열리게 되었는데 한 아이가 ‘우리 아빠는 소주를 다섯 병이나 마셔!’ 그랬더니 다른 아이가 ‘우리 아빠는 열 병 마시고 토하고 또 마셔!’라는 말에 아이들이 모두 ‘우와~’라고 했다는 내용부터 늦은 밤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엄마에게 ‘잘~한다, 늦은 밤에. 눈나빠지게!’라고 잔소리한 아이까지. 그야말로 기발한 아이에 애늙은이까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사연들이었습니다.

 

가끔 생각없이 던진 말에 아이들의 대꾸를 듣자면 놀랄 때가 있지요. 아이들 앞에선 물도 못 마신다더니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때로는 몸 둘 바를 모르게 난감하기까지 한 경우도 있으니 아이는 어른의 또 다른 거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입니다. 큰 아이가 7,8살 정도였을 때 인 것 같네요. 가끔 저녁이면 작은 아이들은 재워놓고 남편과 둘이 집 앞 호프집에서 맥주 한두 잔을 하며 소소한 얘기도 하고 나름 자유시간을 보내곤 했지요. 그럴 때면 큰 아이에게 ‘엄마 아빠, 너희들 교육 문제로 잠깐 얘기하고 올 테니, 동생들 잘 보고 있어.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몇 번의 저녁 외출이 이어지자 큰 아이도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더 이상의 교육 어쩌고는 먹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딸아이가 그러더군요. ‘나도 빨리 결혼해서 저녁에 엄마, 아빠처럼 나가야겠어!’ 아마도 저희들만 떼어놓고 나가는 게 몹시도 못마땅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만 두고 저녁에 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모험이었는지... 그래도 무사히 지났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남편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가 그 또한 소중한 시간이었으니 스트레스도 풀고 모처럼의 여유시간이기도 했지요.

세월이 지나고 나니 아이들이 그 시절을 기억할까 걱정도 됩니다. 저희들을 방치했다고요.

아이들에게 완벽하고 존경받는 부모가 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에겐 교양과 매너로 포장이 가능하지만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아이들에게는 속내를 들어 낼 수밖에 없으니까요. 혹여라도 엄마의 모순을 보이게 될까 걱정도 됩니다.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로 비춰질까요.

 

아이들은 제한된 단어로 무한한 문장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 무한한 문장들의 근원은 어찌 보면 엄마인 듯싶습니다. 누구보다도 긴 시간을 함께 하며 지내니까요. 좋은 말도 나쁜 말도, 짜증이 섞인 말도. 그 뿐인가요. 사소한 행동조차도 아이들에겐 여과없이 전달되니 좋은 점만 닮으라는 요구는 무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범’이라는 말은 그저 내뱉기 쉬운 말일 뿐,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심사의 대상이라면 아마도 숨도 쉴 수 없을지 모릅니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아는 것도 많은 영리한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엄마의 자리는 언제까지나 확고부동한 절대적 위치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빈틈이 많아서 인간적인 엄마가 살갑고 편안할 수는 있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아직은 많은 것을 지도해 주어야 할 엄마는 품격과 위엄도 갖추어야 하니 오늘도 힘겹게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인생의 선생님 같은 엄마.

엄마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프로젝트! 포기할 수 없는 영원한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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