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범경화

등록일 :2001-11-19 22:39:25

조회수 :16,364

금요일 오전이어서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을 기대했다가(그거 노리고 유치원까지 결석하게 하고 갔는데), 유치원 단체손님들을 무지 만났지요.

용산 미8군 내에 있는 유치원 애들도 왔는데, 한국 유치원(엄밀히 말하면 미술학원과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태도와 미8군 선생님들의 태도가 참 달랐습니다.

우선 선생님 한분에 딸린 아이들 수.

한국은 주로 선생님 한분에 아이들이 최소한 20은 되는 거 같았어요. 남자 원장님(혹은 기사님?) 까지 다 해서요.
그 안에서 애들 잃어버리고 찾으러 다니고... 이러다가 판나더군요.
미국은 아이 두세 명당 어른 한명씩 있더군요. 보조교사들인지 아님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가장 차이가 났던 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미국 선생님들은 물론 딸린 아이가 적으니까 가능하겠지만, 아이들을 풀어놓고 그냥 따라다녀요. 도움을 요청하면 방법만 알려주고...
한국 선생님들은 줄을 세워서 차례로 돌려요.
- 그 친구는 마티스를 보고 있었는데...
뭉크의 절규라는 그림이 그려진 방이 있는데, 한국선생님,
아마 그 그림을 처음 본 아이들은 그 그림을 볼 때마다 앞으론 내지는 을 떠올리지 않을까요?

점심을 먹을 때도, 그땐 미국 애들은 안봐서 모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깐, 빨리빨리를 연발하더라구요. 급기야 4백번대로 시작하는 전화번호의 미술학원 한 남자선생님(원장인지 기사인지), 덩치도 무지 크더마는 결국 한 아이에게 빨리빨리 안하고 뭘 보고 있느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더마는 등을 한대 패고는 밀고는 그러더라구요. 그럴 시간에 그 애 도와주겠구만...

어쩌면 우리 애들도 유치원에서 그런 대접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유 급식 빨리 안먹는다고 혼내는 초등학교 선생님 얘길 듣고, 그 선생 애 안키워봤나... 했는데, 유치원도 정말 문제더구만요... 애들이 집에 와서 이르지 않을 뿐이지...

선생 한명이 아이 두세 명 손을 잡고 아예 운동화 차림으로 와서 귀찮게도 안하는... 그런 유치원이 부러웠습니다.

물론 한국 아이들, 집에 가서 할 말은 많겠죠. 엄마 곡예사 그림도 보고 불도 뛰어넘고, 뭉크라는 아저씨가 그린 그림 앞에서 소리도 질러보고... 그리고 밥 먹고 제시간에 돌아온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즐거워해야 할지... 엄마들도 한 가지도 빠트리지 않고 다 보고 온 아이들을 보면서 뿌듯해할지도 모르죠.

여름에 더우면 팬티만 입고 천변에 나가 물놀이하고, 점심때면 돌아와서 이번엔 다들 팬티 벗고 옷만 입고 점심 먹고, 그 시간에 유치원에서 팬티 빨아서 집에 갈 때 입혀 보내고... 시간만 나면 유치원 뒤에 있는 공원으로 놀러가고... 에궁, 시설 좋은 박물관은 없지만, 그래도 쫓기는 거 없었던 시골생활이 갑자기 마구 그리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