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오각

등록일 :2001-11-19 23:34:10

조회수 :29,927

종묘,창경궁,창덕궁을 돌아보며
5호선 종로3가역에서 8번출구를 따라 나오면 종로의 뒷길이 아담스레 열려있다.
좁은 도로와 낮은 지붕의 상가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인심도 좋다.
지하철 지하도에서 나오면서 우측으로 몇분 걷다보면 종묘의 담장이 보인다.

700원하는 입장권을 받아들고 창엽문을 지나 안내소에서 잘 정리된 책자(정말로 한권의 교재이다)를 받아들고 나면 어느새 박석으로 깔린 길이 눈앞에 펼쳐져있다.
종묘는 조선왕조의 왕과 왕후 또는 추존된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봉행하는 대표적인 유교유적지이다.

나라를 세우면 궁궐보다도 먼저 짓는 것이 종묘와 사직이다.
서울에서도 서쪽엔 사직이 있고 동쪽에 종묘가 있으며 그사이에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이 있음은 지도를 보면 잘 알수 있고.
어쨌든 정문에서 시작되는 넓적하고 거친 돌을 따라 걷다보면 제사지내는데 필요한 여러 건물들이 나타나는데 신위가 모셔진 '정전'과 '영녕전'이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다.
건물에 대한 설명이야 책을 보면 모두 있으니 생략하기로하고 정전을 본 감동을 옮기자면....
이보다 더 간결하면서도 마음에 무게를 실어주는 건축물을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올 가을에 가장 철저히 혼자이고 싶은 분들 정전으로 오라고 권하고 싶다.
정전을 똑바로 바라 볼 수 있는 장소에 홀로 서서 아니면 둥근 배흘림 기둥하나를 의지하고 서서 머릿속을 비우고 그저 지붕과 박석과 나무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과 빛깔을 느껴보길 권한다.
시월 말이나 십일월초에 이곳에 한번 더 다른 의미로 가고 싶은 마음이다.

종묘엔 지금 유실수들이 한창이다.
졸참나무에 달린 도토리가 지천으로 깔리고 달려있고 은행나무에도 주렁주렁 ,감나무에도 붉은 감이 탐스럽기가 그지없다.
도토리는 참나무가 무성한 남한산성의 그것 보다도 훨씬 풍성하고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정전이 자꾸만 붙잡았으나 이를 뿌리치고 (왜냐면 아들과 시어머님이 동행하였기에) 영녕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니 창경궁과 연결된 육교가 나타난다.
일본놈들이 우리의 기를 끊어버리기 위해 종묘와 궁궐을 분리시키고자 일부러 낮은 산허리를 잘라버리고 만든 길인 율곡로 위에 놓인 육교를 지나며 중재에게 침튀게 설명한다. 그아인 듣는지 아닌지????

창경궁..........................
코끼리와 원숭이 호랑이를 가지고 우리나라를 농락 한 일본.
이곳은 궁궐이 아니었다.
그저 새 드레스 예쁘게 차려입고 "나 어때?"하며 한껏 뽐내는 친일파의 한 무남독녀 외동딸을 만난 느낌이다.

커다란 나무와 곱게 깔린 잔디.
덩그마니 놓여진 단청 화려한 몇 개의 건물들.
본디 궁궐이란 사람이 사는곳이다.
공원도 아니고 정원만도 아니고...
사대부의 한옥엘 가도 여러 건물들이 함께 어울려 있는것인데 어찌 궁궐이란 곳이 이렇게 놓여있고 이렇게 복원되어있을수 있단 말인가!!
그나마 격식을 갖추고 있는 홍화문과 옥천교 명전문과 명전전을 바라보면서 이곳이 궁궐이었구나를 애써느껴 본다.

서둘러 나왔다,
그리고 긴 담장을 따라 창덕궁을 향해 걷는다.
다음을 기대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