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자비유진맘

등록일 :2001-11-19 23:36:45

조회수 :31,326

인천대공원을 꼭 가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유진이랑 오후에 다녀 왔다.
집 앞에서 22번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은 타고서야
대공원 후문에 내렸는데 날씨도 좋고 나무 내음도
상쾌하게 느껴졌다.

공원을 빠져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너무 늦게 가는 것 같아
돌아올 때가 걱정이 되었으나
동물원부터 가 보았다.

동물원의 규모는 작지만 아담하게 느껴졌다.
대공원에 대한 첫인상이 좋아서 그런 것일까?
자주 가고 싶은 곳이긴 한데...
타조, 공작,구관조(말을 따라 못함), 닭, 개,
원숭이, 앵무새, 돼지, 거위, 토끼, 사슴, 염소,
양, 문조를 보았다.
유진이는 지난 주에 송도유원지에서 본 공작새를 기억하는지
공작더러 날개를 펴 보라고 소리를 지르고...
그렇지만 우린 오늘도 아름다운 자태를 보진 못했다.

공원안에서 오가는 열차를 500원에 타고서
공원 정문으로 가는데
군데군데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유진이는 기차가 너무 좋은지 혼자 지껄이고
노래를 부르고...

정문에 내려서 엄마인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메밀꽃을 보았다.
며칠 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불 때
메밀꽃이 떨어져 버리면 어떡하나 마음을 졸였는데
아직 피어있긴 했다.
하지만 '메밀꽃 필 무렵'의 달빛 아래 메밀꽃에 대한
상상은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공원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기에
그랬을 것 같고, 봉평이 아니라서일까.
차라리 코스모스가 더 정겹게 와닿고
빨간 맨드라미 꽃이 더 반가웠다.

공원안에서의 이동수단인 열차가 끊어져
정문으로 나오면서 동인천 방향 버스정류장을 물으니
길을 건너 걸어가다 보면 종점이 나온다고 했다.
아이랑 처음으로 가을길을 걸어 보기로 했다.
해질녁, 어쩌면 다소 바삐 움직여야 할 시간일지도
모르는데 우린 아주 느긋하게 나무 냄새도 맡고,
지나가는 차들의 경적소리도 감미로우리만큼 관대해졌다.
좁은 길로 들어서니 어린시절 동네 아이들과
뛰어 놀다가 해가 지면 집으로 하나 둘 돌아갈 때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집에서 조금만 나오면 이런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러다가 종점을 찾지 못해 길을 좀 헤매기도 했지만
동인천역까지 오는 버스는 탈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생협에서 온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했었는데
오랜만에 유진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먹으러 갔다.
짧은 시간의 나들이에 바깥음식까지 맛 볼 수 있는
날이라 유진이는 횡재한 날이다.
더불어 엄마도 가을날을 만끽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