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자비유진맘

등록일 :2001-11-19 23:37:16

조회수 :29,739

지난 봄에 오리입식 때 가보고
이 가을에 메뚜기 잡으러 홍성으로 가게 되어서
며칠동안 기대를 하며 기다렸어요.
유진아빠가 동행해 줘서 오랜만의 가족나들이가 되었답니
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밥과 반찬 몇 가지를 준비하여
약속장소에서 반가운 푸른생협식구들과 공급을
해 주시는 아저씨들과 인사도 나누었어요.

서해대교를 지나 홍성에 도착해서
먼저 고구마밭으로 갔어요.
산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했는데
주변의 유기농을 하지 않는 곳으로부터의 피해를
줄이려고 높은 곳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함께 간 일행들은 가족별로 고구마를 캐고 감자색을 띤 고
구마와 흔히 보는 빨간 고구마가 땅에서 나오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어요.
고구마는 캐서 하루 정도 볕에 말려야 수분이 날라가
당도가 생긴다고 했어요.

밤줍기 할 장소로 옮겨서 가져 간 도시락부터
먹었답니다.
한켠에선 캔 고구마를 장작에 넣고 조금 주운 밤을
넣어서 밤이 익는 소리를 탁탁 내고, 매캐한 연기내가
그리 싫지 않았답니다.
유진이는 밤이 장작불 속에서 내는 소리가 날 때마다
'엄마, 누가 방구 뀌었어.'하고 웃었어요.

밤줍기할 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밤이 많지 않았는데
유진이랑 아빠는 밤줍는 곳에 따라 나섰고
저는 오랜만에 가을하늘도 보고 아랫마을 구경도 하며
장작에서 구워지는 밤이며 고구마를 지켜보았어요.

산지에서 준비하신 삼겹살과 부침개 냄새가 솔솔 나니
밤 주우러 간 일행들이 돌아오고
막걸리와 삼겹살과 상추쌈, 부침개를 맛있게 먹으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정겨운 대화가 오갔답니다.
지난 봄엔 유진이랑 둘이서 가는 바람에
막걸리 맛을 못 본게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저에게도 막걸리 잔을 건네 주셨고 유진아빠가
먹다 남긴 잔도 제가 마셨는데 정말 달고 맛있더군요.
이런 자리가 많아서 산지의 이야기나 소비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먹거리를 준비해 주신 분들은 버섯을 생산하는데
버섯재배하는 하우스를 보여 주셨고
아이들은 씩씩하게 그 더운 곳을 들여다 보았어요.
지난 봄에도 뵈었던 분들이라 얼마나 반가웠는지...
아이 셋이 있는데 많이 자랐더군요.
내 년에도 또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천으로 돌아 오기 전에 잠깐 벼논에서 메뚜기
잡기를 해 보았어요.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이 논가를 오가면서 잡는데
메뚜기가 별로 없었어요.
메뚜기들은 아침과 저녁에 나온다고 합니다.
메뚜기, 여치, 방아깨비를 잡아서 서로 보여주고
방아깨비는 정말 방아를 찧더군요.ㅎㅎ

4시 20분에 집으로 향해 출발했는데
단풍구경 철이라서인지 길이 꽉 막혀 있었고
5시간 정도 걸려서야 겨우 인천에 돌아왔습니다.
고구마를 캐고, 밤을 줍고, 메뚜기까지 잡아보는
일정이 다소 많아 보였지만
아름다운 가을의 결실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홍성으로의 두 번째 나들이였는데
자주 갈 수있는 기회가 많아졌음 좋겠네요.
다음 산지견학은 어딜까요?
기다리고 기다려집니다